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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들 ‘Nxde’ (2022)

평가: 2.5/5

의미심장한 단어와 관능적인 연주로 무장한 전사들이 청중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색조 짙은 TV쇼에 어울릴 법한 피아노가 초반부를 이끌고 뒤이어 오페라 < 카르멘 > 중 ‘하바네라’를 차용한 현악기 리프가 따라오며 고혹적인 에너지를 한껏 분출하기 시작한다. 야성적인 팝 펑크를 기대한 귀가 잠시 차분해지며 동시에 어떻게 이목을 사로잡을지 묘한 궁금증이 피어오른다.

선율에 담긴 복선은 마릴린 먼로를 오마주한 노랫말과 연출이 차근차근 풀어낸다. 1953년 영화 < Gentlemen Prefer Blondes >의 주인공 로렐라이를 묘사한 구절과 금발의 붉은 드레스를 둘러싼 카메라 세례 등 당대 톱스타의 상징 아래에 발톱을 숨기던 야수들은 누드, 외설, 백치미를 기대한 미디어의 무례한 상상을 거친 발성으로 깨부순다. (여자)아이들 앞에 붙은 (여자)를 떼고 ‘Nxde’의 뜻을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재정의한 영리한 쇼, ‘Tomboy’에 이은 이번 도발도 성공적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익숙한 멜로디에 더해 구조적으로도 이전과 유사한 작법을 이어간 탓에 곡 자체는 평이하다. 몰입도를 높여가는 프리 코러스와 보컬의 빈자리를 마련해둔 후렴구, 메인 테마를 읊는 소연의 랩까지 위대한 성공을 거뒀던 상반기의 노선을 그대로 따른다. ‘아이들’의 주체적 의지를 표하기에 흠잡을 데 없는 트랙이지만 음악보다는 시각적인 자극이 더 강하게 뇌리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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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전소연 ‘Windy’ (2021)

평가: 2.5/5

(여자)아이들의 데뷔곡 ‘Latata’를 시작으로 전 타이틀곡의 작곡을 담당하며 일찍이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키워온 전소연이 솔로로 나섰다. 그동안 창작의 방향성이 그룹 멤버들의 특성에 맞춰져 왔다면 첫 솔로 앨범 < Windy >는 온전히 그의 취향과 특색에 중점을 두며 스물넷의 전소연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Latata’, ‘Uh-oh’, ‘덤디덤디’ 등 의성어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그만의 스타일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20대 중반의 찬란한 시기를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에 비유하며 태양이 빔을 쏜다는 의미를 담은 ‘삠삠’이라는 독특한 단어를 소재로 삼았다. 타이틀곡 ‘삠삠’은 시원한 팝 록 사운드가 가미된 후렴구와 통통 튀는 플로우의 랩으로 자유를 향한 탈출을 노래하며 MZ세대가 가진 내면의 스트레스와 반항심을 분출한다. 청량한 음색과 멜로디로 계절감을 충족함과 동시에 그룹 활동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캐릭터도 선보인다.

그룹의 음악적 지주로서 정체성의 큰 비중을 맡은 탓에 솔로 앨범이지만 개인보다는 (여자)아이들의 색깔이 진하게 묻어난다. 매혹적인 라틴 풍의 곡 ‘Weather’는 2019년에 발매했던 ‘Senorita’를 떠오르게 하며 ‘Psycho’는 경연 프로그램 < 퀸덤 >에서 공연했던 ‘싫다고 말해’의 광기와 서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룹의 음악에서 강하게 발휘되었던 개성이 오히려 솔로곡에서는 신선함을 반감시킨다.

타이틀곡 ‘삠삠’을 비롯해 앨범 전면에 내세운 자유분방하고 키치한 콘셉트는 그룹 활동에서의 전소연과는 분명 다르다. 대중에게 익숙한 전소연은 무대를 휘어잡는 카리스마와 강렬한 모습이지만 첫 홀로서기에서는 자극적이고 화려한 콘셉트만이 자신의 전부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여자)아이들에서의 독보적이었던 존재감이 빛나지는 않지만 < Windy >로 자신의 또 다른 음악적 자아를 개척한다.

-수록곡-
1. 삠삠 (Beam beam)
2. Weather
3. Quit
4. Psycho
5. Is this bad b****** number? (Feat. 비비, 이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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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 ‘너는 나의 숨이였다’ (2021)

평가: 2.5/5

(여자)아이들의 존폐위기로 멤버들은 이른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싱글 ‘Giant’와 ‘Bonnie & Clyde’를 발매한 우기에 이어 미연은 CS해피엔터테인먼트의 CS넘버스 프로젝트로 첫걸음을 떼었다. 강렬한 퍼포먼스에 중점을 두었던 그룹 활동과 달리 솔로 가수 미연은 에일리의 ‘첫 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등 다수의 히트곡을 쓴 그룹 로코베리의 안영민이 작곡한 발라드곡으로 보컬을 부각한다. 폴킴의 ‘너를 만나’를 만든 조셉 케이의 피아노, 기타리스트 박신원의 연주로 만든 서정적인 분위기와 ‘너는 꿈처럼 내게 다가와서/바람에 전해져 향기로 머물렀나 봐’라는 시적인 가사는 가창자의 역량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애석하게 그룹 활동에서 강점으로 작용했던 힘 있는 보컬은 발라드의 담백함에 어울리지 않고 작곡가의 익숙한 멜로디 역시 미연의 톡톡 튀는 색채를 흐린다. 가수들이 기존에 하지 않았던 장르를 시도하는 프로젝트임을 고려하더라도 색다른 매력보다는 부조화가 먼저 다가온 연유다. 뛰어난 역량을 가진 신예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에는 충실하지만 앞으로의 행보까지 예고하기에 조금은 부족한 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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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들 ‘화(火花)’ (2021)

평가: 3/5

강렬한 이미지로 대중을 사로잡아온 (여자)아이들이 이번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룹을 대표하는 뭄바톤을 바탕으로 도입부의 사운드부터 외래어, 외국어를 배제한 가사와 한자를 활용한 중의적인 표현까지 이들은 ‘화(火花)’의 불과 꽃을 동양미로 자연스럽게 버무린다. 이미 기반을 다져놓은 장르에 새 콘셉트를 입히는 일에는 성공했으나, 이에 대한 인상이 강한 탓인지 보컬과 후렴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는 음악 내에서 상대적일 뿐. 2019년 방송 < 퀸덤 >에 이어 2020년 미니 3집 < I trust >으로 불타오른 뒤 ‘덤디덤디 (Dumdi dumdi)’로 한숨 돌리며 다시 돌아온 2021년 네 번째 미니앨범 < I burn >의 타이틀로도, 이들의 싱글 커리어 속에서도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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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여자)아이들(G-IDLE) ‘I MADE'(2019)

평가: 2.5/5

‘Senorita’는 라틴의 고혹을 의도한 언플러그드 베이스 리듬과 피아노 리프의 도입부로 당차게 출발하지만 갈수록 번잡해진다. 소연의 랩, 수진의 보컬을 출발점으로 소리를 쌓아나가면서 미연과 민니의 후렴 도입부까지 차분한 무드를 유지하는 것까진 정적인 매력이 있다.

그런데 갑자기 뒤를 꽉 채우는 브라스 파트와 과하다 싶은 추임새가 들어가면서 곡은 종잡을 수 없어진다. 다시 보컬 파트가 흐름을 가라앉히나 싶더니 불필요한 추임새와 익숙한 구애의 랩이 등장한다. 흐름을 끊는 ‘워어어어어어’까진 감내하겠다만, ‘유후 후 후후’와 ‘세뇨리따’로 곡을 끝낼 줄은 몰랐다. 비지 말아야 할 메시지와 멜로디는 휑하고 꾸밈만 가득하다.

비록 메이저 레이저와 샤크라를 많이 참고했고 정제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La ta ta’와 ‘한(-)‘에는 일관된 테마가 있었고 파트 배분도 그 무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설정됐다. 반면 ‘Senorita’는 각 보컬 파트가 굉장히 튀고 욕심을 부린 여러 장치들은 과하다. 앳된 우기와 슈화는 곡의 무게를 따라가지 못하고 소연의 랩은 불쑥 돌출되어 있다.

이런 타이틀의 과유불급은 타 수록곡에서 이상의 단점이 잘 드러나지 않기에 더욱 도드라진다. ‘La ta ta’와 느낌을 공유하는 트로피컬 하우스 트랙 ‘What’s your name’은 과감한 멜로디 리프를 깔아 뒀지만 구조적으로 모난 부분은 없다. 처연한 ‘싫다고 말해’ 역시 약간의 보컬 소화 약점은 있으나 분위기를 해칠 정도는 아니다. ‘주세요’를 지나 민니가 작곡한 메간 트레이너 풍의 팝 트랙 ‘Blow your mind’도 깔끔하다. 타이틀에도 절제의 미학이 필요했다.

당찬 래퍼 소연이 주도하는 아이들은 몽환적인 무드 위 직설적인 화법이 돋보인다. ‘La ta ta’와 ‘한(-)‘은 개성 강한 핵심 멤버가 그룹으로도 잘 어우러짐을 증명한 트랙이었고 가상현실과 실제의 빈 틈을 뚫고 나온 ‘Pop/stars’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Senorita’는 다소 급해 보인다. 지금 아이들에겐 짧은 호흡의 싱글보다 멀리 내다보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 – 수록곡 –
  1. Senorita
  2. What’s your name
  3. 싫다고 말해
  4. 주세요
  5. Blow your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