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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치마(The Black Skirts) ‘어린양’ (2022)

평가: 3.5/5

조휴일 표 ‘사랑 트릴로지’의 마지막 장을 안내하는 선공개 싱글. 환각의 세계로 인도하는 시타르 풍 리프를 지나 감각적인 어쿠스틱 멜로디를 마주한다. 색소폰과 기타 솔로 등 적재적소에 빛나는 악기 구성이 공간감을 형성하고 특유의 나긋한 코러스가 풍성함을 배가한다.

부드러운 외피를 제거하자 발칙한 속내가 드러난다. 3부작의 중간 지점, 황폐한 사랑을 담은 전작 < THIRSTY >가 낳은 갈등에 스스로의 신분을 절대자로 격상시켜 팽팽하게 맞선 두 진영을 직접 창조한 음악 세계로 끌어들인다. 각각을 짐승과 어린양에 빗대 비웃음과 무조건적 애정을 동시에 전하며 신보의 밑그림을 치밀하게 그려냈다. 파격 노선이 지극히 평범하게 느껴지는 검정치마다운 예고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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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룬티어스(The Volunteers) ‘New plant’ (2022)

평가: 3/5

15&와 솔로가수 백예린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더 발룬티어스는 아직 낯설다. 1960년대의 사이키델릭과 1970년대의 프로그레시브록, 1980년대의 인디록, 1990년대의 그런지와 슈게이징, 2000년대의 개러지 록 리바이벌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이들의 유일한 장애물은 알앤비를 했던 백예린이 록커로 신분을 세탁했다는 혐의지만 돈이 되는 알앤비를 멀리하고 큰 돈이 안 되는 록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그의 진정성은 어느 정도 증명됐다.

1년 만에 공개하는 신곡 ‘New plant’는 새롭지 않다. 4인조 혼성 밴드는 5분여 동안 30년 전으로 돌아간 듯 익숙한 퍼즈 톤의 기타와 무기력하게 늘어지는 템포, 1960년대의 월 오브 사운드의 몽롱한 사운드 안에서 표절, 창작력의 고갈, 불안정한 미래를 덤덤하게 관망한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케이팝이 보이밴드, 걸그룹으로 한정되는 현재의 흐름에서 발룬티어스 같은 록 밴드의 약진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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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Need to know’ (2022)

평가: 2.5/5

AOMG를 떠나 시작점으로 되돌아간 박재범이 활동의 가닥을 잡았다. 아이유와 함께 산뜻한 봄을 위트 있게 담아낸 ‘Ganadara’를 뒤이어, 몽환적인 여름밤을 닮은 ‘Need to know’도 그의 본업인 알앤비 팝이다. ‘All I wanna do’와 ‘조아(Joah)’의 프로듀서 차차 말론이 옛 사장에게 청명한 비트를 선사했고, 그 위에 달큰한 문구들을 영어로 속삭인 박재범은 화려한 춤사위를 더해 화답한다.

3분을 넘지 않는 짧은 호흡과 유명 댄서와의 퍼포먼스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트렌드를 충족하나 유별난 점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구애의 노랫말은 동어 반복으로 무의미하게 흘러갈 뿐이고 짧은 러닝타임 동안 네 번이나 반복되는 후렴구는 음색이 도드라져야 할 트랙의 매력을 상쇄한다. 다방면으로 뽐낸 열정이 흥겹기는 하나 무더운 열대야를 날리기엔 다소 미지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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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Attention’ (2022)

평가: 3.5/5

구성과 완급 면에서 화려함을 극대화한 아이브의 ‘Eleven’과 케플러의 ‘Wa da da’, 그리고 엔믹스의 ‘O.O’ 등 최근 4세대 걸그룹이 선호하던 데뷔 경향과 비교해 보았을 때, 뉴진스의 ‘Attention’은 매우 차분하고 묵직하다. 마치 자극적인 선공격으로 매체 노출과 각인을 노리기보다는 이미 주어진 이목에 보답하고 양질의 결과물로 만족시키는 데 집중하겠다는 메시지처럼 들린다. 이러한 행보의 당위성은 거대 기획사로 자리 잡은 하이브의 존재와 아이돌 콘셉트 앨범의 혁신을 가져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민희진’ 참여의 공산이 크다. 뉴진스는 별다른 홍보 없이 예고의 순간부터 화제의 대상이었고, 여느 신인 그룹보다 자본과 기획 면에서 유리한 입지와 주도권을 쥐고 있는 팀이다.

1990년대부터 청소년과 함께 번성을 일군 K팝의 존재 의의로 다시 돌아가 초점은 십 대 문화의 고증과 구현, 더 나아가 융합으로 향한다. 2000년대 노스탤지어를 장식하는 피처폰과 고전 포털 사이트 콘셉트, 스케이트보드와 농구, 그라피티 등 전 세계에 통용되는 직접적인 하이틴 키워드, 또한 베이퍼웨이브를 연상케 하는 어리숙한 3D 비주얼라이징과 색감, 폰트 모두 과거의 파편을 차근차근 조립하는 행위와 같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단순한 아카이빙의 산물이 아닌 Y2K와 MZ 세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경향의 탄생이자, 오히려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십 대 문화까지 본인이 결정하겠다는 선언처럼 보인다.

최근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각광받는 디제이 250이 참여한 음악의 기조 역시 이와 비슷하다. 박수와 보컬 샘플이 혼합된 듯한 현대식 도입부 사이로 1990년대 알앤비 반주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식, 이 공간에서 현재와 과거의 구분은 더 이상 무의미해진다. 다음으로는 적재적소에 솔로 파트와 화음 구간을 분배하여 자연스럽게 개별 멤버를 소개하는 노련한 완급이 엿보인다. 전반적으로 편한 청취감을 지향하나 결코 심심하지 않다. 여러모로 콘셉트와 데뷔의 의의를 차례로 충족하는 곡이다.

파격적인 ‘아트 필름’으로 시장의 판도를 바꾼 에프 엑스 < Pink Tape >의 사례를 위시하듯, 음원보다 뮤직비디오를 먼저 공개한 것은 곡과 더불어 전반에 깔린 ‘아트워크’ 전체를 함께 주시하고 즐겨 달라는 의도로 보인다. 이들의 기습 등장을 두고 오고 가던 수많은 담론이 떠오른다. K팝 변혁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공할지, 혹은 향수에 깃댄 일차적인 전략으로 남을 것인지. 그 카드가 ‘Attention’이 된 시점, 민희진 표 글리터 다이어리의 첫 장은 완벽하게 전자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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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울(G.Soul) ‘Everytime’ (2022)

평가: 3/5

2020년 하이어뮤직과 계약을 마치며 독립했으나 갈피를 잡지 못했다. 발라드 가수 벤과의 협업도, 전 직장 동료이자 힙합 프로듀서인 우기의 지원사격도 홀로서기의 근거를 내세우지 못하며 물음표를 찍었다. 지난해 발매한 EP < Natural >은 그런 그에게 나침반으로써 역할하며 네오 소울 장르로의 방향을 제시했다. 소울풀한 보컬리스트로서 기량을 발휘하기에 적절한 선택이었다.

‘Everytime’은 그 지향성 위에 있다. 미성의 목소리로 그루브하지만 담백한 멜로디를 읊는다. 넘치지 않고 절제된 감성으로 완성한 곡은 그동안 힙합 신의 화려함 속에 묻혀있던 지소울의 역량을 재조명한다. 다만 계속해서 짧은 단위의 결과물만을 발매하는 것이 흠이다. 연인에게 건네는 듯 자신을 향하고 있는 노랫말처럼 오랜 시간 부유했던 자신의 이름을 정착할 정규앨범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