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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미츠(HeMeets) ‘화성침공’ (2021)

평가: 3.5/5

‘그는 만난다(HeMeets)’. 특별히 목적어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다양한 시도를 해보겠다는 의도로 읽을 수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트로트 가수로 가요계에 발을 디뎠던 오샘이 주축인 히미츠는 처음에 어쿠스틱 듀오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4인조 팝 밴드로 개편해 활동하고 있다. 포크 위주를 벗어난 시점에 발표한 첫 정규앨범 < 화성침공 >은 다채로운 이력만큼 폭넓은 스펙트럼을 펼치며 체제 전환의 이유를 확실히 보여준다.

신비로운 사운드로 시작하는 ‘복수초’부터 음악적 계절의 변화를 알린다. 통기타 하나에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정식으로 세션을 갖춘 밴드는 미디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팀의 정체성을 새롭게 구축한다. 2017년에 발매했던 후크송 ‘믹스커피’도 편곡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인스턴트 트랙으로 변모한다. 느끼한 발성의 원곡보다 담백하게 보컬을 취하고 절과 절 사이에 신시사이저 연주를 곁들이며 중독성 짙은 일렉트로닉으로 재탄생했다.

한층 두터워진 단조 위주의 멜로디와 더불어 주목할 점은 특유의 스토리텔링이다. 단순한 사랑 얘기나 감정 공유하기가 아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인 ‘화성침공’ 속 유일한 희망인 주인공은 외계인과 소통을 거부하며 무기력함을 내비치고 핼러윈을 맞아 세상 밖으로 나온 ‘드라큘라’는 정열적인 탱고 리듬과 인간의 피 냄새에 취해 밤거리를 떠돈다. 허구에나 존재하던 독특한 소재들을 차용한 노랫말은 뻔하지 않은 전개와 각색을 통해 유쾌한 매력을 발산한다.

앨범 타이틀에 걸맞게 비현실적인 요소들이 자주 나타나지만 실존하는 장소가 등장해 현실감을 더하기도 한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듯한 완급 조절의 ‘런드리’는 신촌 거리의 풍경을 소환하여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을 정리하고 현재는 재개발을 거쳐 아파트가 자리한 ‘홍은동 334-10’은 젊은 시절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며 행복했던 지난날을 회상한다. 평범한 자전적 이야기로 여길 수 있으나 가사 전달력이 뛰어난 보컬과 합을 이뤄 충분한 공감대를 만든다.

히미츠는 일본어로 ‘비밀’이라는 뜻도 있다. 히미츠만의 내밀한 언어로 꾀어낸 단편집은 전자음의 도입으로 기존과는 또 다른 세계관을 정립했고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며 인디 아티스트의 음악적 자립이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신기루를 좇던 방구석 뮤지션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눈앞에 아른거리기만 했던 환상은 실재했고 점점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 수록곡 –
1. 복수초
2. 화성침공
3. 작업의 정석
4. 러브 리볼버
5. 신기루
6. 미셸
7. 왜 눈물
8. 드라큘라
9. 홍은동 334-10
10. 런드리
11. 달나라 전주곡
12. 믹스커피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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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박 ‘Outbox’ (2021)

평가: 3/5

앨범 작업 속도는 빠르지 않았지만 존박은 꾸준히 음악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김동률의 색깔이 진하게 묻어났던 데뷔작 < Knock >(2012)을 시작으로 꾸준한 싱글 발매를 통해 발라드, 록, 디스코,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시도해왔다. 정규 1집 < Inner Child >(2013) 이후 8년 만에 발매한 EP < Outbox >는 묵직하지만 담백한 형태의 알앤비를 택하며 음성의 미세한 떨림을 조율하고 어스름한 새벽 감성을 전하는데 방향을 둔다.

이전부터 존박과 인연을 함께해 온 아티스트들의 참여가 눈길을 끈다. 최근 발매한 싱글 ‘3월 같은 너’와 ‘Daydreamer’를 함께한 작곡팀 모노트리(MonoTree)의 지들로(GDLO)가 수록곡 대다수에 참여했으며 ‘Night running’에서 피처링으로 호흡을 맞추었던 유라, 그리고 절친한 뮤지션 곽진언까지 가세했다. 특히 곽진언 특유의 서정적인 노랫말이 돋보이는 ‘그래왔던 것처럼’은 속삭이는 듯한 존박의 나른한 보컬이 블루지한 리듬을 유랑한다.

존박이 가진 목소리의 강점을 능숙하게 활용한다. 중저음의 깊이 있는 음색과 유연한 그루브로 완성한 타이틀곡 ‘Now, us, here’는 은은한 신시사이저 연주와 함께 칠(Chill)한 라운지 바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아직 띄워 보내지 못한 메시지를 담았다는 의미의 앨범 제목 < Outbox >와 맥락을 같이 하는 ‘임시보관함’은 존박이 직접 연주한 피아노의 재지한 멜로디에 아련한 팔세토 화음이 무덤덤하게 깔리며 여운을 남긴다.

임팩트 있는 곡의 잔상보다는 앨범의 중심을 잡고 있는 보컬의 묵직한 힘과 한층 성장한 아티스트의 역량이 핵심이다. 키보드, 베이스, 드럼 등 세션에 다방면으로 참여한 존박은 지금까지 발매한 앨범들 중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존재감을 강하게 발휘한다. 비중이 커진 만큼 음악 색깔 또한 뚜렷하게 드러나며 느린 템포로 걸어온 성장의 흐름에 가속을 더한다.

– 수록곡 –
1. 그래왔던 것처럼
2. Now, us, here
3. Strangers (feat. 유라 (youra))
4. 임시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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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용성 ‘수몰’ (2021)

평가: 3.5/5

덥고 습하고 동시에 건조하다. 그 이질적인 온도와 습도만큼이나 음반이 주는 잔상은 묘하다. 때로는 기억하고 싶은 추억을 건드리는 것 같으면서도 또 때로는 곁에 두면 마음을 저릿하게 찌르는 순간들을 소환한다. 각 수록곡이 제시하는 풍경과 시대 역시 서로 다르다. 천용성이 만들어낸 노래 속 주체는 사는 게 조금 무력해진 듯 보이는 중학생, 눈 오는 새벽 당직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직장인,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있는 어린아이를 거침없이 오고 간다. 그리하여 앨범은 지금의 나에게서 한 발짝 떨어져 세상을 노래한다. “분하고 더럽”지만 그럼에도 살아볼 만한 삶을 말이다.

2019년 < 김일성이 죽던 해 >란 독특한 제목의 첫 정규 앨범을 선보인 천용성은 시작부터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일상의 언어로 나지막이 써 내려간 그의 이야기가 따뜻하고 포근한 선율과 만나 앙상블을 이뤘다. 이듬해 그는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음반과 노래 부문에서 수상하며 평단의 인정을 받는다. 하지만 세간의 기대만큼 들뜨지는 않았다. 여러 인터뷰와 음반 제작기를 담은 < 내역서Ⅱ >에서 고백했듯 쏟아지는 관심과 별개로 음악을 통해 얻은 수익은 적었다. 아니 부족했다. 그는 데뷔작의 성공을 두고 말한다. “우리끼리의 성공”이라고.

쉽게 조급해지지 않고 진중하게 삶을 바라보는 그의 심성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음악 역시 그와 닮았다. < 수몰 >. 과거에는 누군가가 살았을 터전에 인위적으로 물을 채운다. 끝과 시작을 동시에 담고 있는, 그래서 어쩐지 마냥 명쾌하지만은 않은 단어를 주제로 삶을 그렸다. 어쿠스틱 기타, 플루트, 바이올린, 트럼펫 등 전작보다 확장된 악기들이 음반의 서정을 적절히 뒤받친다. 사랑하는 우리가 여기 있었음을 술회하는 ‘있다’, 먼저 간 친구 몫까지 살아내고 싶다 다짐하는 ‘거북이’ 등이 대표적인 트랙. 또 한편 맑은 음색을 가진 뮤지션 이설아와 함께한 타이틀 ‘수몰’은 재즈적인 터치로 밝지만 마음 한편의 쓸쓸한 감정을 신비로운 분위기로 포착해냈다.

천용성의 음악이 특별한 건 바로 이 양면성에서 나온다. 밝음과 어둠이, 행복과 불안이 공존한다. 음악을 만드는 걸 두고 그는 ‘자아를 파괴하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보다 정확하게 그가 파괴한 것은 나를 요동치게 만든 어떤 감정의 장막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보리차’가 빨리 식는 계절이 건네주는 시원함과 엄마의 자잘한 넋두리를 풀어낸 ‘설’날의 풍경이 제시하는 평범함. 그리고 죽음 이후 하늘에 아무도 없으면 어떡하냐는 불안함을 담은 ‘어떡해’를 오가는 와중 어디에도 거칠 거나 강한 제시는 없다. 다만 거리를 두고 잔잔하게 표현할 뿐이다. 이러한 삶을 또 저러한 삶을. 그를 거쳐 나온 음악에는 세상이 있고, 삶이 있고 우리가 있다.

– 수록곡 –
1.(feat. 시옷과 바람)
2. 거북이
3. 수몰(feat. 이설아)
4. 보리차(feat. 강말금)
5. 어떡해
6. 중학생(feat. 임주연)
7. 붉은 밤
8. 식물원(feat. 시옷과 바람)
9. 싶어요
10. 설
11. 반셔터(feat. 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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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민지 ‘Teamo’ (2021)

평가: 2/5

더위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정열의 리듬이 있다. 투애니원의 꼬리표를 떼고 2017년 솔로 EP를 발표하며 간간이 소식을 알려오던 그가 선택한 것은 라틴 힙합. 이전부터 직접 가사를 쓰며 자기 생각을 노랫말로 표현하고 있지만 이번 신곡에서는 힘 빠진 보컬과 중독성 없는 멜로디로 인해 음악 안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퍼포먼스와 무용 실력을 선보이기 위해서인지 음악은 남미의 율동감을 강조한다. 멤버들 서로가 상호 보완적인 그룹에서 힘을 발휘하던 춤의 무게를 덜고 노래와 목소리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은 ‘가수’ 공민지보다 ‘댄서’ 공민지의 이미지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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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락 ‘채플린 영화처럼 (Feat. 정우)’ (2021)

평가: 2.5/5

캡틴락의 음악에는 사람이 있다. 분명 우리가 듣는 것은 가공을 거쳐 하나의 파형으로 결합된 음원일 테지만, 합주 가운데 가볍게 오가는 익살스러운 애드리브나 배후에서 잔잔하게 목소리를 포개는 신예 정우의 피처링에는 여러 명의 향취와 형상, 그리고 농담이 오가는 작업실 현장과 소무대의 복작복작한 광경이 피사체처럼 담긴다. ‘경록절’ 행사 등으로 인디 신의 교류를 지켜온 캡틴락의 행보는 유대를 낳았다. 낭만이라는 명목하에 순수한 호의로 모인 이들은 고독의 키워드를 가진 코로나 시즌에 대적하는 조화의 장을 만든다.

투박한 리듬 패턴의 어쿠스틱 기타가 무성 영화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재치를 부각하되 기승전결의 개요를 따르는 구성은 찰리 채플린의 원테이크 콩트를 연상케 한다. 뮤직비디오는 적확한 시청각 자료다. 1990년대 크라잉넛의 키치한 지점을 고스란히 담은 ‘채플린 영화처럼’은 소소한 추억과 웃음을 빚는다. 다만 ‘C H A P L I N’의 예스런 표현법과 ‘새빨간 장미’ 등의 상투적인 노랫말은 먼 과거의 유행을 복각하고, 후반부까지 거듭 반복하는 동일 프레이즈는 진부함을 유발한다. 과거에 머무른 작법은 곡의 주체성보다는 크라잉넛의 시대를 함께 향유한 이들의 기억에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 독특한 주제에 정확한 재료지만, 캡틴락의 자유로운 개성과 자원에 비해 그 결과물의 매력이 미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