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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le POP Single

셀레나 고메즈(Selena Gomez) ‘My mind & me’ (2022)

평가: 2.5/5

셀레나 고메즈는 포근한 선율 위에서 지난 삶을 되돌아본다. 디즈니 출신 하이틴 스타는 동명의 다큐멘터리와 함께 공개한 신곡 ‘My mind & me’에 양극성 장애와 루푸스 투병기, 화려하지만 외로웠던 인생에 대해 담담하게 써 내려간다. 피아노와 기타만으로 단출하게 꾸린 연주가 감동적인 경험담을 연출하고, 두 악기가 뿜어내는 위로를 받으며 셀레나는 안정적인 중저음으로 단단해진 내면 표현에 집중한다.

그의 삶에 맞춤형으로 제작된 트랙은 2019년 빌보드 정상에 올랐던 본인의 히트곡 ‘Lose you to love me’의 구조를 그대로 계승하지만, 그 파급력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곡에 흐르는 잔잔한 분위기와 공감을 호소하는 스토리텔링 모두 전작의 향기를 짙게 흩뿌리고 부르기 편한 음역에서만 힘을 발휘하는 목소리도 후렴구에서 추진력을 잃으며 짧은 감상을 가로막고 만다. 아픔을 딛고 나아가려는 의지는 충분히 엔진을 불태우고 있으나 과거의 방식이 지그시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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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여자)아이들 ‘Nxde’ (2022)

평가: 2.5/5

의미심장한 단어와 관능적인 연주로 무장한 전사들이 청중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색조 짙은 TV쇼에 어울릴 법한 피아노가 초반부를 이끌고 뒤이어 오페라 < 카르멘 > 중 ‘하바네라’를 차용한 현악기 리프가 따라오며 고혹적인 에너지를 한껏 분출하기 시작한다. 야성적인 팝 펑크를 기대한 귀가 잠시 차분해지며 동시에 어떻게 이목을 사로잡을지 묘한 궁금증이 피어오른다.

선율에 담긴 복선은 마릴린 먼로를 오마주한 노랫말과 연출이 차근차근 풀어낸다. 1953년 영화 < Gentlemen Prefer Blondes >의 주인공 로렐라이를 묘사한 구절과 금발의 붉은 드레스를 둘러싼 카메라 세례 등 당대 톱스타의 상징 아래에 발톱을 숨기던 야수들은 누드, 외설, 백치미를 기대한 미디어의 무례한 상상을 거친 발성으로 깨부순다. (여자)아이들 앞에 붙은 (여자)를 떼고 ‘Nxde’의 뜻을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재정의한 영리한 쇼, ‘Tomboy’에 이은 이번 도발도 성공적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익숙한 멜로디에 더해 구조적으로도 이전과 유사한 작법을 이어간 탓에 곡 자체는 평이하다. 몰입도를 높여가는 프리 코러스와 보컬의 빈자리를 마련해둔 후렴구, 메인 테마를 읊는 소연의 랩까지 위대한 성공을 거뒀던 상반기의 노선을 그대로 따른다. ‘아이들’의 주체적 의지를 표하기에 흠잡을 데 없는 트랙이지만 음악보다는 시각적인 자극이 더 강하게 뇌리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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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유하 ‘Love You More,'(2022)

평가: 3.5/5

오래도록 숨죽이던 유하는 마침내 꿈에 그리던 춤사위를 만개했다. YG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으로 10년을 보낸 그는 때늦은 데뷔에 조급할 법도 하지만 새 방향을 차분히 모색해왔고 유니버셜 뮤직의 손을 잡으며 알앤비 가수로 노선을 변경했다. 매혹적인 음색을 갖춘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하던 중 첫 EP < Love You More, >를 꺼내든 그는 가장 편안한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상실을 노래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낯익은 장르인 신스 팝을 정돈하여 안정적인 궤도로 안착한다. 이전 싱글 ‘Island’와 ‘오늘 조금 취해서 그래’의 상기된 톤은 깔끔하게 가다듬었고 세련된 기계음이 찍어내는 멜로디, 타격감을 강조한 드럼, 그리고 간질간질한 음색을 첨가하여 익숙한 느낌으로 신보를 꾸몄다. 성대를 세밀하게 활용하여 요소마다 듣는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위’의 멜로디 리프를 흉내내거나 가성을 유려하게 뽑아내는 등 곳곳에 적합한 맞춤형 목소리를 준비해두었다.

고심해서 골라낸 재료들은 음반 커버의 묘한 표정과 타이틀곡 ‘Last dance’가 암시하는 복합적인 정서로 배합된다. 묵직한 베이스 라인이 먹먹한 마음을 뒷받침하고 여리여리한 맛을 살린 후렴구의 보컬은 떠나는 이에게 추는 마지막 춤을 형상화하면서 헤어진 이의 알 수 없는 내면을 묘사한다. ‘내가 널 놔줄 것 같아?’하고 서슬 퍼렇게 내뱉는 나레이션 역시 긴장감과 함께 또 다른 상상의 여지를 남긴다. 일반적으로 사랑의 끝을 표현하는 슬픔이나 분노에 그치지 않고 자기 감정을 다채롭게 해석하고 표출하겠다는 의지가 생생하다.

주제와 대조적으로 힘차게 밤하늘을 유영하는 듯한 반주는 유하의 독특한 감수성에 강한 설득력을 부여한다. 화자의 음성과 가사에 명시된 서글픈 감상들은 청량하게 가공된 사운드를 만나 밝게 전환된다. 상승하는 신시사이저 음계와 가슴을 울리는 드럼은 ‘꽃비’의 어두운 그림자를 순식간에 뒤집어 경쾌한 바람을 불어오고, ‘위’나 ‘Satellite’처럼 고공행진하는 이미지에는 가뿐하게 올라탄다. 예상되는 흐름과 극적인 반전을 이루는 작법에서 보통의 이별 노래와 차별점이 선명하게 살아난다.

성공적인 마지막 춤은 곧 새로운 시작이다. < Love You More, >는 당초의 목표에 완연히 도달했을 뿐만 아니라 확실한 정체성을 구축하며 미래를 제시한다. 말과 음악을 세심하게 버무린 과정에는 노력의 흔적이 묻어나고, 완성된 결과물이 뿜어내는 도도한 세련미는 다른 아티스트와 차별화된 빛을 발하고 있다. 꾹꾹 눌러쓴 이별의 연서를 간직한 채, 아리따운 무희로 재탄생한 유하가 가뿐하게 그다음 발걸음을 내딛는다.

– 수록곡 –

  1. Satellite
  2. Last dance
  3. 꽃비
  4. Nu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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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십센치, 빅 나티(Big Naughty) ‘딱 10cm만’ (2022)

평가: 2.5/5

‘정이라고 하자’로 상반기 차트를 저격했던 십센치와 빅 나티의 두 번째 합작이다. 봄의 짝사랑 감성을 노린 이전 곡의 인기가 사그라들기도 전에 ‘딱 10cm만’으로 쌀쌀한 날씨에 걸맞는 트랙을 선보인다. 가을 하늘같은 청명한 기타 반주 위에 얹은 목소리의 합이 역시 좋다. 유려하게 랩을 선보인 십센치나 < 낭만 > 이후 싱잉랩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빅 나티 모두 적절히 녹아들었다.

완성도 높은 사운드와 달리 함께 곁들인 글자들은 다소 어수선하다. 시인 나태주의 < 풀꽃 > 중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를 오마주한 가사로 공감을 사려고 했으나, 이 구절을 ‘딱 10cm만’ 멀어지자는 헤어짐의 소재에 연결할 만한 이유와 이음새가 미흡하다. 이번 곡이 음원 차트 10위에 진입할 경우 번지점프와 스카이다이빙을 하겠다는 공약과 덧붙인 소속사의 의견도 웃음을 자아내지만 이별을 말하는 화자와는 동떨어져 있어 가볍게 느껴진다. 각자의 재능을 진지한 모습으로 선보일 때, 이 소년들의 매력은 더 세차게 뿜어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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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Single Single

페더 엘리아스(Peder Elias) ‘Lighthouse’ (2022)

평가: 3/5

노르웨이에서 상경한 싱어송라이터 페더 엘리아스는 이번에도 따스한 빛을 발한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 < 하트시그널 >에 삽입된 ‘Bonfire’로 이름을 알린 그는 쿨의 ‘아로하’를 커버하고 알앤비 가수 수란과 함께 ‘Darling’을 발매하는 등 먼 이국 땅에 달콤한 이야기를 성실히 흩뿌려왔다. 마침내 올해 조용한 반주에 감미로운 보컬을 살린 정규 데뷔 앨범 < Love & Loneliness >를 발매하며 순수한 매력을 배가했다.

그 기세를 이은 ‘Lighthouse’ 역시 정돈된 기타 사운드와 목소리에 방점을 찍은 전작의 방향성을 그대로 잇는다. 불필요한 시도는 지양하고 우직하게 밀고나간 결과가 만족스럽다. 장점인 달달한 음색은 바닷가를 배경으로 한 소년의 수줍은 고백을 표현하기에 충분하고 섬세한 아르페지오 연주는 곡 전체를 조율하며 힘을 실어주었다. 등대가 돛단배를 비추듯 여름밤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 곡이 부드럽게 발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