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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들 ‘Nxde’ (2022)

평가: 2.5/5

의미심장한 단어와 관능적인 연주로 무장한 전사들이 청중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색조 짙은 TV쇼에 어울릴 법한 피아노가 초반부를 이끌고 뒤이어 오페라 < 카르멘 > 중 ‘하바네라’를 차용한 현악기 리프가 따라오며 고혹적인 에너지를 한껏 분출하기 시작한다. 야성적인 팝 펑크를 기대한 귀가 잠시 차분해지며 동시에 어떻게 이목을 사로잡을지 묘한 궁금증이 피어오른다.

선율에 담긴 복선은 마릴린 먼로를 오마주한 노랫말과 연출이 차근차근 풀어낸다. 1953년 영화 < Gentlemen Prefer Blondes >의 주인공 로렐라이를 묘사한 구절과 금발의 붉은 드레스를 둘러싼 카메라 세례 등 당대 톱스타의 상징 아래에 발톱을 숨기던 야수들은 누드, 외설, 백치미를 기대한 미디어의 무례한 상상을 거친 발성으로 깨부순다. (여자)아이들 앞에 붙은 (여자)를 떼고 ‘Nxde’의 뜻을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재정의한 영리한 쇼, ‘Tomboy’에 이은 이번 도발도 성공적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익숙한 멜로디에 더해 구조적으로도 이전과 유사한 작법을 이어간 탓에 곡 자체는 평이하다. 몰입도를 높여가는 프리 코러스와 보컬의 빈자리를 마련해둔 후렴구, 메인 테마를 읊는 소연의 랩까지 위대한 성공을 거뒀던 상반기의 노선을 그대로 따른다. ‘아이들’의 주체적 의지를 표하기에 흠잡을 데 없는 트랙이지만 음악보다는 시각적인 자극이 더 강하게 뇌리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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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들 ‘I trust'(2020)

평가: 3/5

‘LION’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 퀸덤 >을 (여자)아이들(이하 아이들)의 대관식으로 만들었다. ‘내가 왕이다’라는 선언 아래 흐트러짐 없는 퍼포먼스와 멜로디는 범람하나 부족했던 걸 크러쉬에 실망한 대중의 갈증을 삽시간에 해소했다. 과감한 언어와 당당한 무대의 밑그림을 그린 후, 팀원들의 개성을 명확히 파악해 곡을 설계하는 팀 내 메인 작곡가 전소연의 감각과 이를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로 펼쳐내는 멤버들의 호흡 모두 제대로 물이 올랐다.

스스로 왕관을 쓴 김에 < I trust >로 쐐기를 박고자 한다. ‘LION’의 지휘 아래 정돈된 콘셉트의 세 곡이 굳히기에 들어간다. 민니의 인트로부터 후렴으로 다가가는 빌드업, 멜로디와 무드까지 여러 면에서 전작과 닮은 ‘Oh my god’과 ‘사랑해’, ‘Maybe’가 고혹적이고도 확고한 믿음을 내비치고 있다. < I made >에서 종종 들리던 앳된 면모를 걷어내며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덤.

굳히기 모델인 만큼 새롭진 않고 ‘LION’만큼 대단하진 않지만, 다양한 변주를 통해 자가 복제나 지루함의 함정을 잘 피해 간다. ‘Oh my god’은 ‘Senorita’의 라틴 팝 비트와 808 베이스의 묵직한 사운드를 교차하며 듣는 재미와 보는 재미 모두를 납득시킨다.

넵튠스 전성기의 ‘Drop it like it’s hot’처럼 혀 튕기는 소리로 출발하는 ‘사랑해’도 차분한 무드 위 열렬한 감정을 풀어놓으며 흥미로운 대비를 이루고, 건조한 여백 위 여린 보컬과 비트, 멜로디를 미니멀하게 교차하는 것이 캐시미어 캣(Cashmere Cat)을 연상케 하는 ‘Maybe’도 제 몫을 해낸다.

준비된 이들이 기회를 잡았고 전소연과 아이들은 이 포효를 오래 끌고 가고자 한다. 당장의 기세는 물론 장기적인 발전의 수까지 다지는 데 효과적인 청사진을 그렸다. ‘LION’ 이후 방향키가 되어줄, 자신감 어린 새 출사표다.

– 수록곡 –
1. Oh my god
2. 사랑해
3. Maybe
4. LION
5. Oh my god (English 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