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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엑스(MONSTA X) ‘The Dreaming’ (2021)

평가: 3.5/5

몬스타엑스의 야성은 영역의 한계를 거부한다. 싱글이 아닌 앨범, 한글이 아닌 영어로 노래한 < All About Luv >는 지구 반대편에 본격적으로 K팝이 상륙했음을 알리는 선봉대의 신호탄이었다. 비록 코로나 여파가 팝 시장 진출에 제동을 걸긴 했지만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쟁취하겠다는 목표는 흔들리지 않았다. 원대한 꿈을 단발적인 이력 한 줄로 남기지 않기 위해 그룹은 온갖 제약을 뚫고 재차 해외 무대를 조준한다.

전작이 언어의 장벽을 넘는데 집중했다면 두 번째 미국 정규작 < The Dreaming >은 그들 스스로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페르소나를 제시한다. 우선 정체성과도 같은 랩의 흔적부터 말끔히 지운다. 발라드 인트로 ‘One day’의 첫 소절부터 멤버 아이엠의 중저음을 부드러운 보컬로 정제하고, 메인래퍼 주헌 역시 ‘Whispers in the dark’의 후렴구를 허스키한 가창으로 채우며 운용 변화를 꾀한다. 톤을 낮춰 문화 차이를 수용하고 침투 가능한 틈새를 공략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사나운 공격성만 잠재운 것이 아니다. 국내에서 개개인이 적극적으로 기획을 주도하던 것과 달리 누구 하나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다. 이 또한 철저한 현지화 전략. 외국 작가들의 감성을 덧입힌 트랙들이 한껏 무르익은 도발을 감행한다. ‘Tied to your body’는 라틴풍 리듬에 몸을 엮여 상대에 집착하고, 베이스와 트럼펫이 어우러진 ‘About last night’는 술에 취한 어젯밤의 기억을 되짚으며 농염한 매력을 흘린다.

한국에서 육성으로 듣기 힘든 ‘Better’의 F 워드처럼 해석에 있어 오해의 소지는 존재한다. 그러나 차분한 어조로 던진 방황의 텍스트는 민망함보다 진정성을 일깨운다. 매일같이 전 애인의 몸을 떠올린다는 ’Blame me’가 영롱하게 빛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힘을 뺀 목소리가 웅장한 악기들의 에너지를 받는 순간 낯 뜨거운 고백에 거짓이 없음을 피력하며 진심 어린 호소를 담는다.

폭넓은 팬층 유입을 위해 과거로 회귀하기도 한다. 비지스처럼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You problem’은 방탄소년단의 ‘Dynamite’를 작곡한 데이비드 스튜어트와 합심해 만든 또 하나의 디스코 넘버다. 마냥 시류에 편승하지도 않는다. ‘Blow your mind’의 어쿠스틱 기타 리프는 2000년대 히트곡인 보아의 ‘My name’이나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Like I love you’를 연상케 한다. 엔 싱크를 비롯한 당대 보이밴드의 질감을 세련되게 다듬은 곡은 국내외 모두에게 친근함을 안기며 색다른 리바이벌 트렌드를 제시한다.

탄탄한 기본기와 꾸준함에 기반한 태세 전환이다. 재계약과 군 복무가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에도 몬스타엑스는 먼 미래를 내다보며 월동을 준비한다. 팬데믹이란 사회적 분리 속 무대를 향한 절실함, 그리고 팀의 존속과 팬덤 몬베베와의 운명적 재회. 그 모든 염원의 해결책을 보존한 타임캡슐 < The Dreaming >은 훗날 글로벌 K팝을 위해 우수한 선례를 전승한다.

– 수록곡 –
1. One day
2. You problem
3. Tied to your body
4. Whispers in the dark
5. Blame me
6. Secrets
7. About last night
8. Better
9. Blow your mind
10. The drea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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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 ‘Attacca’ (2021)

평가: 3/5

‘악보의 다음 장까지 계속하라’는 뜻의 < Attacca >에서 세븐틴은 올해 발매한 모든 음반을 아우르는 대주제 ‘Power of love’를 이어간다. 동시에 13명의 멤버가 전원 재계약을 맺고 활동을 지속한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하이브식 록 사운드를 전면 수용한 지난 앨범의 타이틀곡 ‘Ready to love’의 궤도 이탈에도 굳건한 정체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Rock with you’는 소속사의 작법과 세븐틴의 기존 스타일을 배합했다. 초반부의 부드러운 분위기를 형성하는 정박의 드럼, 무거운 베이스는 ‘Ready to love’의 반복이다. 또한 질주하듯 경쾌한 전기기타 리프, 관객과 호흡할 틈을 의도적으로 남긴 느슨한 보컬은 팀의 유쾌하고 즉흥적인 퍼포먼스를 반영한다. 데뷔 초의 싱그러움과 정돈된 록 스타일은 재정비를 마친 그룹에 방향성을 제시하며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타이틀곡 전후의 신스팝 넘버 ‘소용돌이’와 레트로 무드 ‘Crush’까지 세븐틴 특유의 청량감으로 연결한 쫀쫀한 짜임새는 정체성 유지라는 음반의 목적으로 귀결한다. 다만 구성원을 하나로 모으는 데 집중한 탓인지 각 유닛의 개성은 부족하다. 특히 힙합 팀의 ‘그리워하는 것까지’는 아쉬운 보컬 실력을 드러내고 밝은 톤에서 벗어나 흐름을 해친다.

전작의 위기에도 체념하지 않았다. 막힌 길을 타개하기 위해 팀워크와 유연성을 발휘했고 절충안을 찾았다. 수많은 시도를 통해 너른 스펙트럼을 만들었듯 또 한 번 영역을 확장한 순간이다.

– 수록곡 –
1. 소용돌이
2. Rock with you
3. Crush
4. Pang!
5. 매일 그대라서 행복하다
6. 그리워하는 것까지
7. 2 Minu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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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라(KIRARA) ‘4’ (2021)

평가: 4/5

‘키라라는 이쁘고 강합니다 / 여러분은 춤을 춥니다’ (키라라 中)

< Moves >부터 키라라의 지향은 명확했다. ‘이쁘고 강한’ 수식어가 내비치는 긍정 에너지와 듣는 이를 ‘춤추게’ 하기 위한 유희의 음악. 성소수자인 친구의 죽음 이후의 심정을 그린 < Sarah >가 의도적인 밝은 색채와 태도를 내건 것은 그런 뚜렷한 신념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러나 < 4 >의 현장은 조금 다르다. 컴컴한 어둠 속 일체 미사여구는 생략한 채, 멋쩍은 당부로 시작하는 작품은 오로지 역동을 향한 비장한 예고만을 남길 뿐이다.

‘그냥 댄스 음악이니까, 재밌게 들어주세요’ (4 中)

본인의 제일 부정적인 감정을 토대로 만들었다는 소개만큼 정제를 거치지 않은 신시사이저의 진동과 타격음이 과격하게 충돌하고 폭렬한다. 소리의 강도는 즐기기 위한 춤사위보다 괴로움을 잊기 위한 몸부림에 가깝다. 앨범의 초반부만 본다면 언뜻 설명에 의아함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적막한 플루트 위로 여러 사운드가 잰 듯이 포개지는 ‘Bearded lady juggling show’와 건전한 일렉트릭 기타에 살가운 팝 사운드를 접목한 ‘Stargaze’는 쓸쓸함이 얕게 가미된, 비교적 온순한 댄스곡이기 때문이다.

다만 ‘Pulling off the stars’부터 어딘가 초조하다. 동영상 녹화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참변’을 기점으로 작품은 점차 강한 강박과 소음을 탐닉하며 본론으로 파고든다. 심연의 중심에는 또 다른 심연이 존재한다. 이디오테잎의 아우라가 드리우는 드럼 소스의 ‘공천’과 복잡다단한 브레이크코어 사이 묘한 독백을 흘려보내는 ‘규탄’이 차례로 흘러나오고, 이러한 모든 요소의 집합체이자 균형점인 ‘폭발’이 나타난다. 애리의 산뜻한 보컬과 우악스러운 빅 비트 스타일을 번갈아 배치한 뒤, 분열적인 가사를 울부짖는 곡은 효율적인 방식으로 혼란과 분노를 표출한다.

작품의 매력 요인으로 공격적인 콘셉트에 따른 성공적인 스타일 변화를 지목할 수도, 혹은 여전히 빼어난 악기 운용과 신시사이저의 능란한 활용도를 언급할 수도 있다. 하나 < 4 >의 진정한 의의는 접근 방향에 따라 듣는 방식과 해석이 달라질 용의를 둔다는 점이다. 그가 지시한 대로 전자음에 집중하며 ‘그냥 재밌게 들었’다면 순수한 정규 ‘사(四)’집의 의미가 될테지만, 점층적인 분노에 초점을 두면 그 숫자는 ‘사(死)’로 보일 것이며, 그가 의도하고자 한 메시지적 측면에 주목했다면 ‘사(史)’로 읽히게 될 것이다.

파헤칠수록 내밀한 정교함이 드러난다. 발매 전부터 내림차순으로 세어 온 EP로 카운트다운 효과를 기획한 것은 물론, 정확하게 대칭되는 16개의 수록곡 사이 대화 음성을 강제로 삽입한 ‘4 중간’과 ‘4 끝’으로 드롭 구간을 형성하고 정량적 구획을 가져오기도 한다. 반전의 키워드를 뜻하는 앨범 커버는 기존 상징색의 보색이다. 성전환 치료에 이용되는 호르몬 대체 요법(Hormone Repleacement Therapy)의 줄임말에서 따온 ‘Hrt’의 경우 급격한 작풍 변화를 넘나들며 또 다른 유사어인 ‘Heart’의 박동과 ‘Hurt’의 폭력을 자연스레 연상케 하는 지점이다.

가볍고 발랄한 정서의 피처링 진은 일견 강한 일렉트로니카의 보완책을 담당하는 친절한 안내 음성처럼 보이지만, 청취를 반복하며 시선을 두면 둘수록 내면의 상처를 비추며 나약함을 드러낸다. 막연한 작별을 암시하는 ‘넌 지금 별을 보지만 / 난 이제 별이 되려 해(‘Stargaze’)’나, ‘별 헤는 밤’을 인용해 주마등을 시사하는 ‘하나하나 생각하면 한 명 한 명 떠오르고 / 나를 찌르는 조각이 터져가고 있어(‘폭발’)’의 가사도. 그리고 ‘참변’, ‘손실’, ‘규탄’, ‘사별’ 등 일련의 사건을 고발하는 듯한 의미심장한 곡 제목들도.

이제 선택은 온전히 청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 4 >는 명시적으로는 즐길 거리가 다분한 일렉트로니카 앨범일 뿐이다. 하지만 키라라는 분명 진실로 향하는 실마리를 우리가 자주 지나다니는 길목에 올려둔 채 차분히 숨을 죽이고 있다. 비록 사회가 그들의 존재를 알아주지 못했더라도, 누군가 그 간절한 함의와 구조 요청을 알아차리고 구원의 손길을 건네주기를 기다리며 말이다.

– 수록곡 –
1. 4
2. Bearded lady juggling show
3. Stargaze
4. Pulling off the stars
5. 참변

6. 손실
7. Hrt
8. 4 중간
9. 공천
10. 규탄
11. 폭발

12. Diffusion
13. vc19111
14. 공천 reprise
15. 사별
16. 4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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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Younha) ‘Younha 6th Album ‘End Theory’'(2021)

평가: 4/5

“Good bye bye 이제는 안녕, 지난날에 대한 경쾌한 작별”

호기롭게 여행을 떠난 어린 혜성은 거침없었다. 드높이 자란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길을 내기로 한 아이의 계획은 철저했고 모험마다 깊은 발자취를 새겨 넣었지만, 여정이 길어질수록 조금씩 틀어지는 방향에 싹튼 의심은 목적지를 잃고 방황하게 했다. 궤도에서 이탈한 그는 구조 신호를 보냈지만 동굴을 뚫고 나가기엔 한없이 미약했고 오래도록 고립된 채 단절됐다. ‘오직 내가 나를 구할 수 있다.’ 존재조차 희미해졌을 때 비로소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 윤하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외면하고 싶은 슬럼프를 마주해 안정을 되찾은 그는 불안에 작별을 고하며 이윽고 갇혀 있던 울타리까지 무너뜨린다. 뒤를 보지 않게 된 아티스트가 내디딘 발걸음은 굳건했고 힘이 넘친다. 지난 우울과 고민을 머금었던, 사랑해 마지않은 별에 종말을 내릴 수 있는 용기로 창조해낸 우주. 정규 6집 < Younha 6th Album ‘End Theory’ >다.

첫 번째 트랙 ‘P.r.r.w.’부터 강렬하다. 퓨처 베이스 장르로써 ‘그때 내가 아니니’라며 묵직하게 변화를 선언한 곡은 그 결말에 비극이 있더라도 나아가겠다는 의지이다. 이어지는 일렉트로니카 팝 ‘나는 계획이 있다’에서도 조급해진 마음마저 설렘으로 치환할 수 있다는 그의 달라진 태도를 되짚으며 굳은 결심을 증명한다.

전작 < Unstable Mindset >의 타이틀 곡 ‘먹구름’과 연결되는 ‘잘 지내’가 이번 앨범을 명확히 겨냥한다. 쓸쓸한 어쿠스틱 기타 선율의 공백을 메우는 스네어가 중심이 된 퍼커션 운용 뒤 후렴구를 뒤덮는 록킹한 사운드가 감정을 고조시킨다. 일렉 기타를 따라 울리는 합창 파트 다음 일순 해소된 긴장을 단 한 줄의 현(絃)을 튕기며 붙잡는 지점이 백미. 이별한 이를 그리워하며 슬퍼했던 수동적인 그는 무엇보다 울지 않기에 끊어지지 않는, 누군가를 품어줄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 Younha 6th Album ‘End Theory’ >의 방점을 찍는 것은 역시 ‘오르트구름’이다. 컨트리 록 넘버로 탭 댄스 등 시종일관 경쾌하게 질주하는 곡은 하이라이트 부분 고음을 내지르며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기에 앞서 일말의 주저도 남기지 않는다.

‘반짝, 빛을 내’까지의 격정적인 흐름은 기후 위기를 다룬 알앤비 ‘6년, 230일’로 반전을 맞으며 두 번째 테마의 시작을 알린다. 성숙해진 시선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주변을 바라볼 여유를 제공했고 개인에서 확장된 서사로 향한다. 어반자카파의 권순일이 작곡한 발라드 ‘별의 조각’은 의도적으로 반복되는 멜로디에 오케스트라 편곡을 더해 삶의 순환 과정을 장엄하게 녹여낸다. 상처를 이겨내고 어느 때보다 단단해진 위로가 세상을 크게 감싸 안는다.

스페이스 오페라의 절정을 기록하는 앰비언트 ‘하나의 달’의 반주를 덜어낸 공간 속에서 가창하는 그가 고독하지 않은 근거는 분명하다. ‘Savior’. < Younha 6th Album ‘End Theory’ >의 수록된 곡 전부는 그를 구제해준 사람과 음악 모두를 담아내기 위해 직접 연마한 진심이다. 담담하게 노래하는 목소리가 더는 망설이지 않는다.

처음엔 끝이 있다. 그리고 모든 끝엔 처음이 있다. 2006년 한국 데뷔. 어느덧 많은 세월이 지나 저물어가고 있던 터다. 다만 차분히 새벽을 기다린 이 순간 결국 태양은 떠오른다. 결과엔 이유가 있다. 수많은 시도와 실패 후에 도달한 빛은 윤하에게 자생할 기회를 주며 그와 대중을 다시 묶을 희망이란 이름의 매개가 된다. 그렇게 어떤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을 견고한 은하가 탄생한다.

– 수록곡 –
1. P.r.r.w.
2. 나는 계획이 있다
3. 오르트구름
4. 물의 여행
5. 잘 지내
6. 반짝, 빛을 내
7. 6년 230일
8. Truly
9. 별의 조각
10. 하나의 달
11. Sav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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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피(LP) ‘Churches’ (2021)

평가: 3.5/5

‘희망의 찬가든 작고 슬픈 노래든 그것들은 모두 같은 장소에서 왔어요, 바로 제 마음. 여러 감정이 입가로 가닿아 목소리로 표출되는 거죠.’

미국의 음악 웹진 아이돌레이터(Idolator)와의 2018년도 인터뷰에서 뉴욕 롱아일랜드 출신의 뮤지션 엘피가 한 말이다. 기술 문명과 개인의 소외감 등 사회의 여러 부면을 소재 삼아 노래해온 그는 작가로서의 자의식이 유독 강해보이고, 이는 다른 뮤지션들의 히트곡으로 먼저 이름을 알린 이력과 묘하게 대비된다. 다양한 스타일을 팝 록에 녹여낸 < Hand To Mouth >로부터 3년 만에 나온 < Churches >는 송 라이팅의 강점과 진솔한 자기 고백을 융합해 엘피 고유의 날인을 완성한다.

빌보드 싱글차트 8위까지 오른 리아나의 ‘Cheers (drink to that)’ 와 조 월시의 ‘Hi roller baby’ 등 다양한 질감의 곡을 제공했던 그는 이번 앨범에서 베테랑 작곡가의 능력을 검증했다. 선명한 멜로디의 팝 록으로 대중적 노선을 꾀했지만, 곳곳에 스며든 실험성이 작가주의를 붙들었다. 공간감 있는 편곡으로 몽환성을 극대화한 ‘Goodbye’와 선율 뒤에 두터운 소리의 벽을 세운 ‘Angels’가 돋보인다.

본명 로라 퍼골리지에서 눈치 채듯 이탈리아계인 그는 미국의 컨트리 스타일에 라틴 계열의 리듬감을 엮어 가창이 독특하다. 얼핏 시아나 샤키라가 떠오르지만 트랙을 경유할수록 엘피 고유의 음색이 명징해진다. 구렁이 담 넘듯 박을 타는 유연함과 응축된 에너지를 폭발하는 후렴구가 장기.

터무니없이 솔직한 가사가 때때로 당황감을 안긴다. 느긋한 기타 톤과 알앤비 리듬을 자유롭게 뒤섞는 사이키델릭 팝 ‘How low can you go’는 , ‘지난번 너를 봤을 때 우리는 함께 코카인을 했지’로 전기 충격을 주고, 루 리드와 티 렉스의 글램 록을 소환하는 ‘My body’는 ‘내 몸은 누군가를 원하고 있지, 나는 혼자 만족하는 게 지겨워’라며 몸의 자주성을 주창한다. 임계선 따윈 없다는 양 자유로운 표현법 자체보다 사운드와의 조화로 발현되는 감정 혹은 분위기가 강점이다.

자신을 숨기지 않는 당당한 뮤지션은 18여 년간 다섯 장의 정규 앨범으로 경력을 쌓아갔으나 유럽에서 널리 사랑받은 컨트리풍의 팝 록 ‘Lost on you’를 제외하면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빼어난 멜로디 주조 능력과 감각적인 가창에 거침없는 노랫말이 더해져 ‘엘피 마니아’를 양산했고 이제는 언성 히어로의 지위에 올랐다. 차트 성적과 관계없이 지지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끌어낼 < Churches >를 통해 엘피는 조력자가 아닌 주연으로 우뚝 섰다.

– 수록곡 –
1. When we touch
2. Goodbye

3. Everybody’s falling in love
4. The one that you love
5. Rainbow
6. One last time
7. My body
8. Angels
9. How low can you go
10. Yes
11. Conversation
12. Safe here
13. Can’t let you leave
14. Churches
15. Po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