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KPOP Single Single

(여자)아이들 ‘Nxde’ (2022)

평가: 2.5/5

의미심장한 단어와 관능적인 연주로 무장한 전사들이 청중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색조 짙은 TV쇼에 어울릴 법한 피아노가 초반부를 이끌고 뒤이어 오페라 < 카르멘 > 중 ‘하바네라’를 차용한 현악기 리프가 따라오며 고혹적인 에너지를 한껏 분출하기 시작한다. 야성적인 팝 펑크를 기대한 귀가 잠시 차분해지며 동시에 어떻게 이목을 사로잡을지 묘한 궁금증이 피어오른다.

선율에 담긴 복선은 마릴린 먼로를 오마주한 노랫말과 연출이 차근차근 풀어낸다. 1953년 영화 < Gentlemen Prefer Blondes >의 주인공 로렐라이를 묘사한 구절과 금발의 붉은 드레스를 둘러싼 카메라 세례 등 당대 톱스타의 상징 아래에 발톱을 숨기던 야수들은 누드, 외설, 백치미를 기대한 미디어의 무례한 상상을 거친 발성으로 깨부순다. (여자)아이들 앞에 붙은 (여자)를 떼고 ‘Nxde’의 뜻을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재정의한 영리한 쇼, ‘Tomboy’에 이은 이번 도발도 성공적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익숙한 멜로디에 더해 구조적으로도 이전과 유사한 작법을 이어간 탓에 곡 자체는 평이하다. 몰입도를 높여가는 프리 코러스와 보컬의 빈자리를 마련해둔 후렴구, 메인 테마를 읊는 소연의 랩까지 위대한 성공을 거뒀던 상반기의 노선을 그대로 따른다. ‘아이들’의 주체적 의지를 표하기에 흠잡을 데 없는 트랙이지만 음악보다는 시각적인 자극이 더 강하게 뇌리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