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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Single Single

조니 스팀슨(Johnny Stimson) ‘Twin sister’ (2021)

평가: 2.5/5

부드러운 목소리와 감각적인 리듬 감각으로 국내 팝 마니아들의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조니 스팀슨의 신곡이다. 고전 8비트 게임 속 칩튠 사운드를 적극 활용해 계절에 어울리는 나른한 분위기를 깔고, 사랑하는 사람의 냉정해진 태도를 쌍둥이에 빗대 달달한 구애의 노래를 완성한다. 올 초 공개한 싱글 ‘Butterflies’처럼 몽환적인 분위기에 간결한 구조로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러브 송. 국내 여기저기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이유를 확인하지만 소셜 미디어 속 수많은 ‘감성’, ‘인싸’ 플레이리스트의 재료 이상의 깊은 감흥을 주지는 못한다. MZ세대의 봄을 담당하는, 진지하게 듣기보다 틀어 놓기 좋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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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김천성 롤링홀 대표 인터뷰

1995년 신촌 클럽 ‘롤링 스톤즈’로부터 출발한 홍대 앞 롤링홀은 대한민국 라이브 클럽의 현재 진행형 역사다. 26년의 긴 시간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아티스트들이 롤링홀 무대에 오르며 음악 팬들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간 장소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 19 사태는 365일 시끌벅적하던 공연장들을 죽음의 진공 상태로 몰아넣었다. 중점관리시설 지정 아래 기약 없이 영업을 중지한 상황에서 고정 지출이 쌓여갔고 동료 공연장들이 문을 닫았다.

4월 10일 서울 마포구 롤링 컬처원 사무실에서 김천성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1년 간 술은 입에 댈 생각도 안 했어요. 계속 안 좋은 생각만 하게 되니까….”라며 쓴웃음을 짓는 얼굴은 지난 만남 때와 비교해 수척해져 있었다. 하지만 전대미문의 코로나 19 사태 속에서도 꾸준히 생존 전략을 구상하며 ‘새로운 현실’에 대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데이터와 장기 계획, 패러다임 전환. 김천성 대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 한 줄기 빛을 비추고자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코로나 19 상황 속 롤링홀의 첫 공연은 무엇이었나.
2020년 5월 초 네이버 브이 라이브 플러스와 함께 ‘오픈 더 롤링홀’ 온라인 공연을 유료로 진행했다. RBW 엔터테인먼트 소속 밴드 원위, W24, 디코이 등 글로벌 팬덤이 있는 밴드들을 모아 시작했다. 최초의 온 택트 클럽 콘서트였고 롤링홀에서 모든 비용을 지불했다. 비용은 1,200만 원 정도 소요됐다. 일단 성공적으로 잘 끝났다는 데 의의를 뒀다.

2020년 9월에는 체리필터가 롤링홀 25주년 기념 온라인 단독 공연을 펼쳤다.
1만 5천 명 가까이 실시간 시청자를 모았다. 개인적으로 성공이라 판단한다. 그래도 그때는 상황이 나았던 것이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아티스트 개런티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티켓 판매 수익 때문에 골치가 아팠는데 무료 공연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데이터를 쌓아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인디 아티스트들의 소규모 공연이 이어졌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코로나 19 확산세가 거세지며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기가 왔다.
그때 하이라이트 레코즈에서 ‘세이브 더 모먼트’ 공연을 제안했다. 사실 그때 많이 지친 상태였다. ‘이걸 하면 내가 끝까지 공연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거절을 많이 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그걸 잊어서는 안 된다. 계속 거절했지만 고심 끝에 수락했다. 3월 5일 하이라이트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무료 생중계됐고 반응이 좋았다. ‘세이브 더 모먼트’를 시작으로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 페스티벌까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올해 3월 8일부터 일주일간 사단법인 코드가 진행한 ‘Save Our Stages(#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에 참여했다.
속상한 날들이 많았다. 공연도 그렇고 우리 같은 라이브 클럽들이 대중음악의 가장 기초적인 영역에 있다고 믿어왔다. 코로나 19 유행 이후 관심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올해 1월 어느 날 두 사람의 연락이 왔다. 한 명은 모 후배였다. “음악을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 한 달에 백만 원만 벌 수 있어도 평생 음악 하며 살 텐데….”라는 이야기를 하더라. 정말 슬펐다.

또 다른 한 명은 에반스라운지 대표님이었다. 1월 4일 9년 만에 폐업하지 않았나. 대표님께 드릴 말은 ‘고생하셨습니다’ 하나뿐이었다. 그때 대표님의 대답은 이랬다. “누군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줬더라면 더 하려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 가만히 있으면 우리를 알아줄 리 없겠다’라는 위기감이 느껴졌다. 해리빅버튼의 이성수와 사단법인 코드 이사장 윤종수 변호사가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를 기획했고, 힘을 합쳐 도왔다.

지난해 11월 ‘한국공연장협회’를 설립한 것도 의미가 깊다.
합정역 인근 청년 주택 지하의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 운영방안을 두고 만들어진 단체다. 조그만 규모라 해도 라이브 클럽들이 모여 어떤 단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서울문화재단 문화정책과와 교류하며 서울시와 합의를 볼 수 있었다. 현재 이사회에 올라있는 정회원 5곳(드림홀, 라디오가가, 롤링홀, 웨스트브릿지, 프리즘), 준회원 45곳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 속 라이브 클럽들은 공연 여부와 더불어 방역 정책과도 접점을 찾아야 했다. 지난 2월 27일부터 불거진 ‘마포구청 발언’이 대표적인 갈등 사례다. 서울시 및 마포구청 소속 공무원들이 클럽 네스트나다 공연을 30분 전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대부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되어있는 라이브 클럽에서의 공연을 방역지침 위반으로 본 것이다. “다음날 네스트나다 대표님께서 제게 울며 전화를 하셨습니다.”. 방역 수칙을 지켜 최소한의 생존을 도모하던 공연장 대표뿐 아니라 수많은 인디 아티스트들이 단속에 반발했다.

김천성 대표는 사건 이후 3월 2일부터 서울시와 사태 해결을 위해 논의에 나섰다. “상당히 복잡한 문제입니다. 방역과, 식품위생과, 문화정책과 등 다양한 부서가 얽힌 터라 의견을 조율하고 전달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일주일 만에 공연장의 입장을 전달해 마포구에 보냈는데, 구청은 이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의견을 반려해버렸습니다.”

문제의 ‘칠순잔치’ 발언이 나온 것도 같은 시기다.
“일반음식점에서 하는 칠순잔치 같은 건 코로나 19 전에야 그냥 넘어갔던 거지, 코로나 19에는 당연히 안 되는 것 아니겠냐.”는 구청 관계자의 실언으로 음악가들과 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 시각에도 김천성 대표는 관계자들과 만나 방역 지침 개선을 요구하는 중이었다.

그 결과 29일 한국공연장협회의 공지를 통해 앞으로 관내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공연장은 앞으로 음식점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하에 공연을 할 수 있게 됐다. 각고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었다.

코로나 19를 겪으며 사라진 공연장이 많다.
퀸 라이브홀, 무브홀, 브이홀 등이 모두 사라졌다. 프리버드도 위태롭다. 상상마당도 오프라인 공연을 이제 막 하는 것으로 안다.

오늘 4월 12일 기준 코로나 19 4차 유행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확산세가 커지는 상황에서 또다시 ‘칠순잔치’ 같은 충돌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과연 어떤 식으로 합의를 봐야 할지…
민감한 부분이다. 그 누구도 ‘스탠딩 공연을 풀어달라’고 이야기하진 않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나, 레이블 대표, 문체부 기타 기관들과 함께 화상 미팅을 통해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결국 클럽은 ‘스탠딩 공연’ 아닌가. 취약한 상황에서도 ‘거리두기 공연’, ‘언택트 공연’ 등 다양한 방법이 고려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답은 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공연은 오프라인 시장을 대체할 수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 오프라인 공연만을 고집하는 것도 시대에 맞지 않다. 개인적으로 오프라인 공연이 ‘에디션’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에디션’이라… 자세히 설명해달라.
오프라인 공연의 경쟁률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온라인 공연과 오프라인 공연을 병행한다면 온라인은 아티스트 소개 및 쇼케이스, 오프라인 공연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는 콘텐츠가 될 것이다. 이렇게 끌어모은 팬들이 오프라인 공연에도 오는 것이다. 오프라인 공연은 티켓값을 올리고 확실한 수익을 추구한다. 무대에 설 수 있는 아티스트들의 경우 확실한 티켓 파워를 갖춘 이들이 될 것이다. 그 힘을 길러주는 공간이 온라인이고. 롤링홀도 적극 돕고 있다.

롤링홀은 어떤 부분에서 아티스트들을 돕고 있나.
뮤지션들도 많이 만나고 공연도 많이 보러 다녀야 한다. 음악가가 마음을 열어야 라이브클럽에서 공연을 하지 않겠나. 예전처럼 ‘공연장 열어뒀으니 와서 공연하세요’ 마인드로는 안된다. 솔직히 코로나 19 이전까지의 티켓값이 지나치게 저렴했던 것도 사실이고 여러 가지 허술한 부분도 분명 많았다. 하지만 내 생각만으로 진행할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결국 아티스트의 마음이다.

‘에디션’이 현재 클럽의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보나.
그렇다. 이미지 재고의 기회가 될 수도 있고 개선의 결과가 될 수도 있다. 4~50명에서 현재 99명 정도 규모까지는 생각하고 있다. 사실 코로나 19 이전에도 이런 방향성을 가져가고 있었다. 공연장이든 뮤지션이든 이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존 방식과 달리 다양한 기획을 할 필요가 있다. 방역 수칙 풀리기만 기다릴 것이 아니다.

현재 롤링홀의 오프라인 공연 추이는 어떤가.
사실 올해 준비한 오프라인 공연은 모두 매진됐다. 안예은, 너드 커넥션, JTBC < 싱어게인 >에 출연했던 한승윤 단독 콘서트, 오늘 공연을 준비 중인 예빛까지…. 미뤄졌던 공연을 다시 재개하며 6월까지 스케줄을 꽉 채웠다. 지난 4월 4일에는 이승환, 해리빅버튼, 로큰롤라디오, ABTB와 함께 ‘이승환과 아우들’ 공연도 진행했다. 일주일에 3일밖에 공연을 하지 못하는 한계는 있지만, 분명히 다시 뛰고 있다.

인터뷰를 마친 후 김천성 대표와 함께 모처럼 롤링홀 스테이지를 방문했다. 유튜브에 노래 커버 영상을 올리며 화제가 된 싱어송라이터 예빛의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매진된 공연을 준비하는 스태프들의 분주한 움직임, 공연장 입구 포스터를 촬영하는 사람들. 화사한 봄날의 햇빛 아래 음악의 힘이 우울한 확진자 수를 잠시 잊게 만들었다.

“인디 음악은 현재 완전히 상승세입니다. 온라인 오프라인 시장 모두 규모가 커질 거예요. 투 트랙을 병행해야 하는 이유죠. 온라인 공연으로 소구력을 높이고 대중의 관심을 환기한 뒤, 오프라인 무대에서 완성도 높은 공연을 펼치는 겁니다. 저는 벌써부터 내년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힘든 시기 속 지치지 않는 김천성 대표의 말에는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 ‘코로나 19 속 라이브 클럽 생존기’를 써 내려가는 모든 관계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음의 침묵을 돌파하기 위해, 끊임없는 잔향을 위해, 다시금 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터뷰 : 임진모, 김도헌
사진 : 김도헌
정리 : 김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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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위클리(Weeekly) ‘We play’ (2021)

평가: 3/5

위클리의 세계는 ‘틴에이지 백과사전’이다. 아이엠 그라운드, 의자 뺏기 게임, SNS 용어, MBTI, 왁자지껄 학창 시절과 어른 세계에의 동경 등 MZ세대들이 경험하고 느끼는 십 대의 모든 것을 흡수한다. 동시에 오래도록 의문 없이 재활용되어온 ‘교복 입은 소녀’들의 청순 이미지와 분명히 선을 긋는다. 기성 하이틴 콘셉트와 다른 방향을 제시한 ‘Tag me(@me)’부터 논리 정연하게 다양한 감정선을 고백한 ‘Zig zag’까지 모두 익숙한 듯 달랐다. 웹툰, 웹 드라마, 하이틴 영화, 케이팝이 그려온 학교와 청순 콘셉트의 이모저모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추출한 결과물에 멤버들의 잠재력이 더해지니 지금 위클리는 ‘자기소개서만으로 합격’을 줄 수 있는 신인이라 할 수 있다.

세번째 EP < We play >의 목적은 판타지와 다큐멘터리의 교차다. 강렬한 드라이브 기타로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하이틴 록을 지향함과 동시에 아기자기한 현실 밀착형 고민을 이야기했던 위클리는 이제 십대들의 공감을 넘어 2~30대 케이팝 주 소비층들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틴에이지 판타지’를 그린다. 통통 튀는 트랩 비트부터 변화를 느낄 수 있는 ‘After school’이 그 상징이다. ‘교복 치마 대신 체육복 바지’를 언급하며 현실과 맞닿지만 ‘우린 스케이트보드 위로 마치 춤을 추듯 발을 굴러’라며 이 순간이 이상향의 영역임을 분명히 한다. 

이들이 노래하는 ‘자유로운 기분’은 온통 입시뿐이었던 학창 시절을 보낸 한국 청소년들에게 낯선 감정이지만, 위클리의 혼합현실은 마치 그런 시절이 있었던 듯, 혹은 그런 시절을 살고 있는 듯한 기억 보정,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메시지 뿐만 아니라 사운드 면에서도 거침없다. 전작의 ‘언니’를 이어가는 ‘Yummy’와 강한 비트 위 어쿠스틱 기타와 다양한 샘플을 가미한 ‘Lucky’,  힘찬 챈트와 큰 부피의 신스 및비트에서 성숙한 사운드로 ‘난 누가 뭐래도 포기는 없어’, ‘가자 미지의 세계로’를 외치는 그룹은 엉뚱하고도 해맑다. ‘나비 동화’의 기대하는 모습까지 이어지면 익숙한 공간에 반짝이는 인스타그램 필터를 건 듯 환상 한 스푼이 얹히고, 완벽하지 않아도 힘 내보고 다짐하는, 주저하지 않는 십 대의 힘이 완성된다. 

개별 곡 자체 매력은 전작 < We are >, < We can >보다 약하지만 오래 준비한 기획, 한 눈에 들어오는 퍼포먼스, 설득력 있는 서사를 현실로 만들어가는 튼튼한 징검다리 격 앨범이다. 복잡한 세계관 없이도 흥미진진하고 애써 강조하지 않아도 풋풋하다. ‘여기저기 멀리 아주아주 멀리 (저 끝까지)’ 달려가는, 자꾸만 응원하게 되는 ‘소녀의 세계’다.

– 수록곡 –
1. Yummy!
2. Lucky
3. After school 
4. Uni
5. 나비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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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김도헌의 Twist And Shout

LP의 화려한 부활 그 아래 불안감

1980년대 오래된 레코드 가게를 운영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레이첼 조이스의 소설 ‘뮤직 숍’은 시대의 흐름 속 왜 다시 엘피(LP)가 사랑받는지를 명쾌히 요약한다. (엘피는 음반 규격을 의미하는 용어로 아날로그 음반을 통칭하기 위해서는 ‘바이닐’이라 지칭하는 것이 맞다.)

“시디(CD)가 여러모로 편리하긴 하지만 엘피판의 그윽하고 멋스러운 느낌을 따라갈 수는 없어. 다들 두고 보면 알겠지만 시디의 유행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거야. 소장 가치가 없으니까.

‘뮤직 숍’의 예언대로 바이닐 판은 시디의 권위를 박탈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LP는 2,754만 장이 팔려나가며 1991년 이후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2006년 이후 꾸준한 판매 증가세를 보이더니 1986년 이후 34년 만에 시디 매출을 뛰어넘은 것이다. 피지컬 음반 소비가 나날이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시디 매출이 전년 대비 48%나 감소할 때 LP는 꾸준한 구매 상승률을 보여왔다.

5년 전쯤만 해도 레코드 숍에 들러 바이닐을 구입하는 이들은 이른바 ‘레트로 마니아’들이었다. 벌집 같은 박스 속 가늠할 수 없는 시간과 수없이 많았을 공간의 이동을 거쳐 도착한 중고 판들 가운데 나만의 보물을 찾아 나서는 ‘디깅(digging)’ 족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관심은 사뭇 다르다. 코로나 19로 한 풀 꺾이기 전 ‘서울 레코드페어’와 같은 레코드 행사장은 인산인해를 이뤘고, 지금도 한정반을 구하기 위해 매장 앞에서 줄을 서고 인터넷 예약을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바이닐의 위상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다. 첫째는 감성이다. 바이닐을 통해 음악을 듣는 행위 자체가 MZ세대에게 쿨한 것으로 여겨진다. 고민 없이 터치 몇 번이면 평생 들어도 모자랄 수의 노래를 추천받는 스트리밍 시대의 음악 감상은 익숙하고 건조하다. 바이닐 감상은 다르다. 오래도록 판을 고르고, 턴테이블을 세팅하고, 오디오 시스템을 만든 다음 바늘을 올리기까지의 섬세한 과정이 필요하다. 다시 한번 ‘뮤직 숍’의 한 구절을 가져온다.

나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음악이 좋아요. 엘피판을 들으려면 제법 번거로운 과정이 있죠. (…) 엘피판은 반드시 손으로 들고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흠집이 나 판이 튀기도 해요. 엘피판은 세심하게 신경 써주어야 깊고 그윽한 음질로 보답하죠. (…) 삶을 축복해 주는 음악을 들으려면 기꺼이 그 정도 수고쯤은 감수해야죠.

과장 좀 보태 신세대 음악 팬들에게 바이닐 감상은 경량화된 형태로만 존재했던 음악 감상을 신성한 의식으로 끌어올리는 새로운 경험이다. 음악을 듣지 않아도 좋다. 세워두기만 하면 인테리어 소품, 인스타그램 계정을 장식할 좋은 도구가 된다. 심미적인 차원에도 타 매체에 앞선다. 제작사들도 이를 파악하여 레코드판에 색을 입힌 컬러 바이닐을 제작하고, 일반 앨범 커버와 다른 감각적인 새로운 디자인을 채택하며 음악 감상 이상의 가치를 부여한다. ‘어떤 음악을 듣느냐’보다 ‘어떻게 음악을 듣느냐’가 중요해진 시대에 LP의 강점이다.

두 번째 이유는 래플(raffle)과 리셀 문화다. 복권 혹은 응모권을 의미하던 래플은 선착순 판매 드롭(Drop) 마케팅과 반대되는 추첨식 판매 마케팅이다. 기업들은 고급 운동화 혹은 한정판 패션 아이템 구매의 기회를 응모와 추첨으로 진행하고, 당첨된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한 다음 직접 사용하거나 구매한 물건을 되파는 리셀을 선택한다. 래플 마케팅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신발 시장에서는 신발과 재테크의 합성어인 ‘슈테크’, ‘스니커 테크’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리셀’ 문화가 일반화되어있다. 

최근 레코드판의 소비 유형도 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바이닐 레코드를 제작하는 공장의 수가 줄어들며 긴 제작 기간과 한정된 수량의 리스크를 감당해야 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품귀 현상’을 불러오며 희소가치를 높였다. 오래전 제작된 데다 보존 상태까지 좋은 제품이 빈티지 숍에서의 상품처럼 비싸게 거래되고, 인기 가수들은 그들의 신보를 한정판으로 제작해 일반 시장에서 구할 수 없는 제품임을 강조한다.

일련의 흐름에 힘입어 한국 엘피 시장은 작지만 탄탄한 구매층을 확보하며 저변을 넓히고 있다. 2016년 28만 장에 그쳤던 국내 엘피 판매량은 2019년 60만 장까지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2019년 대비 73.1% 성장세를 보였다. 세월의 흐름에 사라진 공장이 다시 문을 열고, 유명 아티스트들부터 케이팝 아이돌까지 한정반부터 일반반까지 다양한 판을 발매하고 있다. 

2,000장 한정 제작된 백예린의 첫 정규 앨범 < Every letter I sent you. > 한정판이 발매와 동시에 품절됐고, 16년 만에 바이닐 판으로 재발매된 이소라의 < 눈썹달 > 한정판 3천 장이 예약 판매 1분 만에 매진됐다. 이외에도 듀스의 < Deux Forever >, 이승환의 < Fall To Fly >, 김동률의 < 오래된 노래 > 등이 레코드판으로 다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중고 거래도 만만치 않다. 일례로 유재하의 < 사랑하기 때문에 > 담배 연기 디자인의 초반 엘피는 중고 시장에서 1,000만 원에 거래된다. 아이유의 < 꽃갈피 > 미개봉 한정 LP는 중고가가 무려 200만 원이다. 

디지털의 시대 아날로그의 가치가 ‘뉴 노멀’로 자리 잡아가는 광경은 분명 흥미롭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의 바이닐 생산 및 소비 시장이 마냥 긍정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우선 비용 문제다. ‘음악에 돈 쓰는 것을 두려워하다니!’라 비판한다면 할 말 없다. 하지만 과거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된 음원을 담은 판이라면 모를까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된 음원을 마스터링만 한 최근 생산품의 가격이 5~10만 원 사이에서 형성되는 것은 의아하다. 가격이 높으면 그만큼의 품질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내부 구성이 충실한 것도 아니며 판의 만듦새도 좋지 못하다. 한정판이라는 이름으로 높은 가격을 책정하지만 수요는 넘치고 생산은 제한되어 있으니 질적 검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단적으로 백예린의 < Every letter I sent you. > 일반반과 이소라의 < 눈썹달 > 한정반의 경우 제작 불량으로 인한 음질 문제가 불거지며 제작사에서 불량판에 대한 교환을 진행해야 했다. 제작 단계부터 마스터링 과정까지의 변수가 상당한데도 가격은 언제나 높다. ‘뮤직 숍’의 주인공이 말하는 ‘깊고 그윽한 음질’을 듣기 위해 턴테이블, 스피커, 기타 장비들을 세팅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엘피 가격은 너무 비싸다. 

리셀이 여기서 다시 한번 문제가 된다. 최근 한국 바이닐 시장에는 한정반만 있을 뿐 일반반이 드물다. 신보나 재발 매반의 경우 굳이 ‘한정’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희소성을 강조한다. 물론 바이닐 수요층의 규모가 확실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제한적인 생산 및 판매 방식을 진행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높은 가격과 어려운 구매 과정만큼 품질도 좋아야 하는데 바로 위에서 말한 것처럼 만족스러운 경우가 거의 없다. 심미성을 위해 음질이 떨어지는 컬러 바이닐을 택하고, 몇 가지 추가 구성품을 더한 것으로 높은 가격의 이유를 대신한다. 

그럼에도 대부분 한정반들은 발매와 동시에 품귀 현상을 빚으며 원래 가격의 4~5배 상당으로 중고 거래가 이루어진다. 중고 거래를 위해 판을 구입한 후 비싼 ‘플미(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하는 ‘리셀러’들의 횡포에 음악을 듣고 싶은 대중은 기회를 놓치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중고반을 구입한다. 백예린, 김동률, 이승환 등이 중고 거래의 횡포를 지적하며 ‘리셀 금지’를 호소했지만 근본적인 마케팅과 생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양심에 호소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유명 레코드 숍 ‘김밥레코즈’는 지난 26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청하의 < Querencia > 한정반 엘피 발매 소식에 개인 의견을 전개하며 “일반적인 커팅, 일반적인 프레싱, 그리고 특별할 것 없는 패키지인데 가격만 특별한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라 주장했다. 수요가 늘어난 만큼 한정반뿐 아니라 일반반, 디럭스 등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여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 Querencia > 엘피는 기본 가격이 114,900원, 할인가 95,800원이다.)

바이닐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다. 음악이 머천다이즈(MD)화 되는 것을 개탄하는 일부 음악 팬들의 시선도 있지만 음악 감상의 물리적 주 매체를 바이닐로 인식하고 있는 현세대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음악을 ‘구입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치가 있고, 그 인원의 증가는 늘어나는 판매량과 꺼지지 않는 수요로 증명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 속에서 ‘뮤직 숍’처럼 음악을 소중하게 듣고자 하는 팬들을 위한 자리가 점차 좁아지는 듯한 일말의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바이닐 판을 일부 소수 마니아들의 취향, 시디나 스트리밍과 구분되는 고급 매체로 생각하고 있다면 그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소중히 용돈을 모아 청계천 세운상가에서 소위 ‘빽판’을 구입해 밤새 턴테이블 위 돌아가는 레코드판을 바라보던 경험의 세대라면, 레트로에 열광하는 신세대에게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생각을 하는 대신 음악의 신비로운 경험을 보다 손쉽게 제공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음악의 진입장벽은 낮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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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프러스 힐(Cypress Hill) ‘Champion sound’ (2021)

평가: 2.5/5

데뷔 30주년을 맞은 사이프러스 힐의 새 싱글이다. 3년 전 앨범 < Elephants On Acid > 이후 오랜만의 새 작업물이며 4월 20일 ‘세계 최대의 대마 흡연 및 퍼포먼스’라 공언한 온라인 콘서트의 홍보 격으로 만들어졌다.

디트로이트의 블랙 밀크가 자욱한 연기 가득한 비트를 프로듀싱했고 베테랑 MC 센 독과 비 리얼은 단단한 랩을 뱉으며 스스로를 챔피언이라 선언한다. 기념비적 싱글의 기능에 충실할 뿐 스쳐지나가지만 그룹의 역사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 정도의 가치는 갖고 있다. 2019년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 입성, 오는 8월 그래픽 노블 발매를 앞둔 거장들을 보며 다시금 깨닫는다.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