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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 나스 엑스(Lil Nas X) ‘Montero'(2021)

평가: 3.5/5

정면돌파, 정면돌파, 정면돌파
2019년 ‘Old town road’로 릴 나스 엑스가 전 세계 음악 신을 강타할 때 그의 장기 집권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어느새 음악 세일링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틱톡(TikTok) 등의 바이럴 마케팅이 크게 작용해 만든 빌보드 싱글 차트 19주 연속 1위란 새역사가 그저 시대와 시류가 우연히 만나 빚어진 결과로 읽혔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원 히트 원더. 그 이상의 가능성을 점치지는 않았다.

갖은 인식과 편견을 뒤집었다. 데뷔 후 처음 발매한 EP < 7 >(2019)의 수록곡 ‘Panini’가 차트 5위에 안착하는가 하면 이후 내놓은 싱글 역시 대중의 큰 관심을 받는다. 이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한 일은 그의 음악 행보의 한 분기점이다. 1999년생으로 어린 나이에 이룩한 성공과 흑인 그리고 성 소수자로서 안고 지녀야 했던 고통, 고민이 음악의 핵심이 됐다. 사랑의 대상이 남성임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내면의 불안감 감추지 않고 꺼낸다. 속내를 다 비추는 거리낌 없는 정면돌파가 두꺼운 팬덤을 일궜다.

본명을 음반의 제목으로 삼은 것 또한 그가 택한 또 하나의 정면돌파다. 메간 더 스탈리온과 함께한 ‘Dolla sign slime’에선 자신을 ‘달러($) 기호’에 비유하고 도자캣과 함께한 ‘Scoop’은 뜻대로 화제의 중심에 선 나를 과시한다. 시쳇말로 요새 잘나가는 래퍼들과 손잡고 시원하게 성공을 자축했다. 반면 음반의 후반부에 위치한 ‘Tales of Dominica’, ‘Void’를 비롯해 특히 ‘Sun goes down’은 상처와 아픔에서 나아가 어린 시절 자신이 겪은 괴롭힘을 보다 적극적으로 노래한다. 다운 템포의 자전적 발로가 그를 지상 세계로 끌어내렸다.

즉, 릴 나스 엑스는 손 닿을 수 없는 스타가 아니라 ‘나’를 투영해 볼 수 있는 내 옆에 있는 스타다. 퀴어 영화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을 끌어와 만든 리드 싱글이자 차트 1위 곡 ‘Montero’는 차세대 퀴어 앤섬으로 손색없을 거침 없는 비유로 중무장했다. 남자 뱀과 만난 대가로 지옥에 떨어진 주인공이 사탄을 유혹하고 끝내 정복한다는 설정의 뮤직비디오는 퀴어에게 쏟아지는 일면의 조롱을 전복한다. ‘Industry baby’도 용감무쌍하다. 핑크색 죄수복을 입고 때로는 알몸으로 춤을 추며 ‘또다시 히트곡을 냈다’ 외치는 모습에선 아티스트의 면모가 빛난다.

음반에는 스웨그와 소울이 교차한다. 마음껏 화려하고 또 마음껏 우울한 온전한 고백이 가득 차 있다. 또한 ‘That’s what I want’와 같은 곡에선 인상적인 래핑으로, ‘One of me’에선 중저음의 목소리를 살려 멜로디를 부각, 다양한 장르를 고루 들여왔다. 이에 덧댄 단단한 퍼포먼스 역시 일품. 지금 릴 나스 엑스에게는 부족한 것이 없다. 가끔 그 방법이 도발적이고 그래서 위태롭게 보일지언정 핵심의 메시지와 노래의 주인공인 나를 잃지 않는다. 약하고도 강한 음악 신의 라이징 스타. 그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 수록곡 –
1. Montero(Call Me By Your Name)
2. Dead right now
3. Industry baby
4. That what I want
5. The art of realization
6. Scoop(Feat. Doja Cat)
7. One of me(Feat. Elton John)
8. Lost in the citadel
9. Dolla sign slime(Feat. Megan Thee Stallion)
10. Tales of Dominica
11. Sun goes down
12. Void
13. Dont want it
14. Life ater salem
15. Am I dreaming(Feat. Miley Cy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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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연 ‘Windy’ (2021)

평가: 2.5/5

(여자)아이들의 데뷔곡 ‘Latata’를 시작으로 전 타이틀곡의 작곡을 담당하며 일찍이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키워온 전소연이 솔로로 나섰다. 그동안 창작의 방향성이 그룹 멤버들의 특성에 맞춰져 왔다면 첫 솔로 앨범 < Windy >는 온전히 그의 취향과 특색에 중점을 두며 스물넷의 전소연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Latata’, ‘Uh-oh’, ‘덤디덤디’ 등 의성어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그만의 스타일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20대 중반의 찬란한 시기를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에 비유하며 태양이 빔을 쏜다는 의미를 담은 ‘삠삠’이라는 독특한 단어를 소재로 삼았다. 타이틀곡 ‘삠삠’은 시원한 팝 록 사운드가 가미된 후렴구와 통통 튀는 플로우의 랩으로 자유를 향한 탈출을 노래하며 MZ세대가 가진 내면의 스트레스와 반항심을 분출한다. 청량한 음색과 멜로디로 계절감을 충족함과 동시에 그룹 활동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캐릭터도 선보인다.

그룹의 음악적 지주로서 정체성의 큰 비중을 맡은 탓에 솔로 앨범이지만 개인보다는 (여자)아이들의 색깔이 진하게 묻어난다. 매혹적인 라틴 풍의 곡 ‘Weather’는 2019년에 발매했던 ‘Senorita’를 떠오르게 하며 ‘Psycho’는 경연 프로그램 < 퀸덤 >에서 공연했던 ‘싫다고 말해’의 광기와 서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룹의 음악에서 강하게 발휘되었던 개성이 오히려 솔로곡에서는 신선함을 반감시킨다.

타이틀곡 ‘삠삠’을 비롯해 앨범 전면에 내세운 자유분방하고 키치한 콘셉트는 그룹 활동에서의 전소연과는 분명 다르다. 대중에게 익숙한 전소연은 무대를 휘어잡는 카리스마와 강렬한 모습이지만 첫 홀로서기에서는 자극적이고 화려한 콘셉트만이 자신의 전부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여자)아이들에서의 독보적이었던 존재감이 빛나지는 않지만 < Windy >로 자신의 또 다른 음악적 자아를 개척한다.

-수록곡-
1. 삠삠 (Beam beam)
2. Weather
3. Quit
4. Psycho
5. Is this bad b****** number? (Feat. 비비, 이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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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WENDY) ‘Like Water’ (2021)

평가: 3.5/5

걸그룹 레드벨벳의 2019년은 그해 피날레를 장식한 ‘Psycho’의 흥행으로 화려하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행복으로 가득해야 할 크리스마스 날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연말 무대 리허설 도중 제작진의 부주의로 멤버 웬디가 낙상 사고를 당한 것. 향후 그룹 활동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중상이었으나 충분한 휴식기를 가지며 회복에만 전념했고 마침내 건강해진 얼굴을 되찾은 웬디는 대중과 다시 마주한다. 활동 재개와 더불어 솔로의 시작을 알리는 첫 미니앨범 < Like Water >는 그간의 마음고생을 음악에 담아 흘려보낸다.

핵심은 웬디의 음색이다. 상큼한 ‘레드’나 매혹적인 ‘벨벳’의 흔적은 없다. 별다른 기교 없이 기본기에 충실한 가창은 오히려 투명에 가깝다. 오프닝 트랙 ‘When this rain stops’부터 피아노 반주와 목소리만으로도 기존 팀과의 차별을 둔다. 위로의 노랫말과 함께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클라이맥스는 한구석에 그늘져 있던 근심 걱정을 씻어내는 환희의 순간이다. 낯선 ‘초행길’에서의 완급 조절 또한 탁월하다. 블루스 리듬과 현의 흐름을 따라 굽이치는 보컬은 극적인 전개를 이끈다.

일관된 장르 구성도 안정적이다. 차분한 보이스의 발라드는 메시지의 진정성을 강조한다. ‘Like water’의 어쿠스틱 기타 도입부는 소속사 선배 태연의 ‘Fine’과 유사하게 그려지나 스트링 사운드가 더해지면서 풍성해졌다. ‘서로 더 채워주고 토닥여’ 같은 가사는 절제된 감정선으로 공백기 동안 믿고 기다려준 팬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연습생 시절부터 동고동락해온 ‘Best friend’ 슬기와의 합도 아름답다.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두 절친의 하모니가 힘든 시간을 이겨낸 그의 스토리에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7년 만에 아이돌이란 연못을 벗어난 보컬리스트는 당장 뚜렷한 모양새를 취하진 않는다. 다듬어진 무언가를 보여주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웬디만 드러낸다. 단출한 구성임에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느껴지는 < Like Water >에서 언제든 그 모습을 달리할 자신감이 엿보인다. 정해진 형태가 없는 물처럼.

– 수록곡 –
1. When this rain stops
2. Like water
3. Why can’t you love me?
4. 초행길 (The road)
5. Best friend (With 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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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POP Album

라이(Rhye) ‘Home’ (2021)

평가: 3.5/5

마냥 익숙하지는 않은 뮤지션 라이(Rhye)지만, 그의 싱글 ‘The fall’과 ‘Open’은 국내에서 꽤 많은 마니아층을 섭렵하는 것에 성공했다. 캐나다 토론토 출신의 마이크 밀로쉬(Mike Milosh)의 프로젝트성 팀인 라이는 덴마크 출신의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로빈 한니발(Robin Hannibal)과 함께 데뷔 싱글 ‘The fall’로 음악 커리어를 시작, 이후 두 번째 정규앨범 < Blood >부터는 마이크 밀로쉬 혼자 음악을 제작했다. 앨범 단위로 보았을 때 변화의 폭은 좁다. 단지 < Home >은 코로나 19라는 전대미문의 재앙 속 로스앤젤레스 봉쇄 조치로 인한 격리된 삶에서 발현되었을 뿐이다.

해안이 보이는 산타모니카의 산 정상, 연인과의 삶이 영감이 되어 탄생한 < Home >은 풍요롭게 채워진 합창단의 ‘Intro’로 앨범의 문을 연다. 이어서 등장하는 수록곡들은 전반적으로 밝기도 어둡기도 한, 그 중도를 지키고 있다. 무력함을 동반하는 사랑을 관능적인 사운드로 풀어낸 ‘Helpless’, 2020년 캘리포니아 산불의 좌절 속 발견한 삶의 고통과 극복이 담긴 ‘Black rain’이 그 예다. 단조의 성질을 띠는 편곡 속에서도 결국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사랑의 순수함, 위로의 언어이다.

라이는 중성적인 목소리와 사운드의 형태가 샤데이(Sade)와 더 엑스엑스(The XX)를 떠오르게 한다는 일각의 의견을 뒤로하고 이번 음반으로 고유의 색깔을 창출해낸다. 부드러운 소프트 팝 혹은 알앤비, 일렉트로닉. 감각적인 사운드의 총집합 속 차별점을 심는 건 현악기의 포진이다. 첼리스트로 활동했던 경력을 적극 활용했다. 미니멀한 비트의 ‘Come in closer’에서는 역동성을 부여하는 역할로, 연인의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Beautiful’에서는 노래의 시작과 끝을 임팩트 있게 끌어올리는 역할로 기능한다. 달콤한 복수와 증오심을 대변하는 ‘Sweetest revenge’에서는 침울한 분위기의 조성을 돕는다. 현악기가 가진 날카롭고도 부드러운 소리의 성질이 음악의 부피를 극대화한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청취감을 선사한다. 앨범 전반에 걸쳐있는 부드러운 질감의 아날로그 신시사이저가 그 중심에 있다. 또한 간소화된 사운드에 얹어지는 일정한 톤의 보컬은 따분하리만큼 유지되지만, 결정적으로 음악의 전체적인 색채를 통일시켜준다. 어두운 기조의 ‘Fire’ 같은 경우에도 일정한 볼륨 안에서 다양한 사운드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곡의 서사를 이끈다. 가사의 의미를 배제하더라도, 듣는 것만으로 만족감을 선사한다.

앨범의 발현부터 과정, 완성까지 모든 건 그의 집에서 이루어졌다. SNS를 통해 고요하게 펼쳐진 시골 자락에서의 삶을 전하기도 하고, 명상하는 장면을 공유하는 등 팬들과의 소통의 장소 또한 집이었다. 뮤직비디오 또한 거리 두기를 지키기 위해 망원렌즈로 촬영했다는 일화도 있다. 철저히 격리된 삶 속 만들어진 < Home >, 기나긴 팬데믹 시대에 그가 머물렀던 작은 세상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 수록곡 –
1. Intro
2. Come in closer 
3. Beautiful 

4. Safeword
5. Hold you down
6. Need a lover
7. Helpless 
8. Black rain 
9. Sweetest revenge 

10. My heart bleeds
11. Fire 
12. Holy
13. Ou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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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김일두 ‘새 계 절'(2021)

평가: 3.5/5

지금 우리는 ‘친절한’ 음악에 익숙하다. 손가락이 지배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맞춰 3분을 넘기지 않는 러닝 타임, 사운드 극 초반에 선곡 유무를 결정할 수 있는 디자인과 관련한다.  게다가 주지하듯 코로나 블루에 잠긴 사회를 고려하여 고요한 위로를 속삭이거나 쾌락을 선사하는 콘텐츠가 기하급수적 증가세를 보인다. 다수의 음악은 최대한 대중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착한 심성을 지녔다.   

김일두의 음악은 반면 심기를 거스른다. 가사를 음미하자니 휘갈긴 시의 언어가 이해를 거부하고, 쇳가루를 덕지덕지 묻힌 사포 같은 목소리는 고독함을 듣는 이의 몫으로 돌린다. 오직 보컬과 통기타로 추상 표현주의를 악상으로 옮긴 영혼 시리즈 3부작,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흐리는 < 꿈 속 꿈 >. 그곳에서 우리는 쉽게 타협을 논하지 않는 김일두를 보았다.

그랬던 그가 몸을 들썩이게 하는 음악을 들고 왔다. 영혼과 꿈이라는 무체에서 벗어나 삶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열두 달을 주제로 잡았기 때문일까. 좀 다르다. 여태껏 보여준 음악 중 멜로디가 가장 명징하다. ‘가깝고도 머언’, ‘마음에 쓰는 편지’와 이어지는 ‘투명한 너’는 그에게서 보기 드문 풀밴드를 선보이며 복고 흐름을 적극 수용한다. 특히 ‘가깝고도 머언’의 브라스 사운드를 타고 연신 흐르는 ‘괜찮아’가 낭만으로 풀어지는 것이 쾌감으로 귀결된다.

아날로그 신시사이저가 영롱하게 일렁이는 ‘마음에 쓰는 편지’와 ‘투명한 너’를 지나면 나머지는 모두 일전에 발매한 곡을 다시금 매만진 것들이다. 여전히 매끈하다고 할 수 없는, 독하게 우려낸 원시성은 남아있으나 일종의 ‘거리 좁히기’를 선택한 모양이다. 기타 스트로크만이 배경이 되었던 ‘머무르는 별빛’과 ‘사랑의 환영’에 무드를 더해 부피를 채운 것, 그로 인해 유영하는 메시지와 깊은 울림이 부담 없이 가슴에 내려앉게 되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는 성공이다.

대표곡 ‘문제 없어요’의 감흥이 덜 하다는 아쉬움만 있을 뿐, 앨범에 흠이란 없다. 이전에는 아티스트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문의 두께가 두터웠다면, < 새 계 절 >은 그가 주조한 일 년 속으로 우리를 인도하여 명확한 전달을 꾀한다. 이 와중에 특유의 나그네 정서가 뿌리 깊이 박혀 있어 대중을 의식하여 친화를 택한 것보다는 장르의 변화를 통해 다각화된 면모를 선보이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역설적으로 김일두의 음악이 더없이 반갑게 다가온다.  

-수록곡-
1. 시작
2. 일곱박자
3. 가깝고도 머언
4. 마음에 쓰는 편지
5. 투명한 너 
6. 늦봄
7. 홀리타임
8. 문제 없어요
9. 별이 뜨는
10. 머무르는 별빛 
11. 사랑의 환영 
12. Come and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