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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아일랜드(ASH ISLAND) ‘Play’ (2021)

평가: 2.5/5

애쉬 아일랜드는 2019년에 발표한 어둡고 우울한 이모 랩 ‘Paranoid’의 히트로 초반 입지를 다졌다. 이후 잿빛의 감정을 걷어냈으나 스트리밍 사이트의 광고에 사용된 ‘One more night’과 같이 밝은 음악에서도 이모 랩의 록 사운드와 오토튠을 가미한 보컬만큼은 유지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의 인디 게임 페스티벌과 콜라보한 ‘Play’ 역시 시원한 공간감을 형성하는 로킹한 기타 리프로 희망찬 분위기를 표현한다.

세상의 높은 벽을 마주한 청춘을 위로하는 ‘안 늦었어 왜 포기하려 그래’라는 노랫말의 차별화에도 속도감 넘치는 전개, 매끄러운 선율은 더 키드 라로이의 ‘Stay’를 벤치마킹한 흔적에 더 다가간다. 뮤지션만의 독특한 접근법이 빈약한 음악은 장르적 특색 안에서 맴돌며 다른 이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형국. 애쉬 아일랜드가 갖춘 대중적인 감각을 비범함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선명한 정체성을 먼저 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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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비 ‘Open’ (2021)

평가: 3/5

해산한 아이즈원의 멤버였던 권은비가 가장 먼저 솔로 활동을 개시했다. 같은 소속사 선배 인피니트의 성규와 우현, 러블리즈의 케이가 그린 궤적을 따라가려는 그의 의도는 음반의 기획부터 작사, 안무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해 데뷔앨범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

아이즈원 활동을 마무리하며 발표한 자작곡 ‘평행우주’의 작업에서 도움을 받았던 정호현 작곡가가 이 음반의 한 축을 맡았다. 이 능숙한 합은 프로듀싱 팀 모노트리의 수장 황현과 함께 만든 타이틀곡 ‘Door’에서 힘을 발휘한다. 스윙재즈의 브라스와 성장한 보컬이 긴장감을 조성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선택한 권은비에게 노련한 이미지를 부여한다. 이 극적인 음악에 < 시카고 >, < 버레스크 >, < 페임 > 같은 뮤지컬에서 가져온 화려한 안무를 더해 홀로 선 무대에 빈틈을 보이지 않도록 한 구성 역시 그의 결정이다.

아쉽게도 섹시한 매력을 드러내는 수록곡 ‘Amigo’는 러블리즈의 멤버 베이비 소울의 지원사격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인 뭄바톤의 에너지를 넘어서지 못한다. 오히려 그의 여린 보컬은 직접 작사한 발라드 넘버 ‘비 오는 길’이나 어쿠스틱한 ‘Eternity’와 같이 차분한 트랙에서 호소력을 얻는다. 아이즈원의 활동으로 구축한 화려하고 고혹적인 이미지 대신 권은비가 구사하는 이런 감성은 신선하다.

정체성을 완벽하게 구축하지 못한 아이즈원의 ‘대장’ 권은비는 조심스런 변화를 꾀했다. 그룹 활동을 되새기는 트랙들 사이에서 타이틀곡과 내면을 잔잔하게 드러낸 노래들은 그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갑작스러운 변화 대신 중심축을 차근차근 옮기는 시도는 이 음반의 ‘주인공’에게 안정적인 전환점으로 정착한다.

– 수록곡 –
1. Open
2. Door
3. Amigo (feat. 베이비소울 of 러블리즈)
4. Blue eyes
5. 비 오는 길
6. Eter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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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연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어떡해'(2021)

평가: 2.5/5

2012년에 방송된 오디션 프로그램 < K팝 스타 >에서 3위에 오르며 데뷔한 백아연은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 ‘쏘쏘’, ‘연락이 없으면’으로 자신의 색을 각인했다. 특히 첫 자작곡 ‘이럴 거면 그러지 말지’는 뮤지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았지만 마치 듣는 이의 일기장을 옮겨놓은 듯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사로 성공을 거두며 스타일을 정립하는 계기가 됐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JYP에서 이든 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한 이후 발매한 첫 앨범 역시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

MZ 세대에 만연한 번아웃을 소재로 한 타이틀곡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어떡해’의 제목은 요즘 서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에세이의 이름 같아서 인상적이지 못하다. 뮤지션만의 독특한 비유가 아닌 ‘나도 날 잘 모르는데’와 같은 평범한 노랫말도 밋밋하다. 자칫 지루함만 남을 수 있는 곡에 지친 오후의 커피 한 잔처럼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도입부의 스트링 선율과 백아연의 청아한 보컬이다. 기분 좋은 허밍을 닮은 멜로디도 자연스럽게 입안을 맴돌며 잠깐의 휴식을 유도한다. 때로는 공감할 수 있는 가사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멜로디가 더 긍정적인 자극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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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Lo$er=lo♡er’ (2021)

평가: 2.5/5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음악, 스토리텔링, 이미지가 하나의 퍼즐 판처럼 조밀한 기획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덕분에 신인 그룹의 신선함과 환상성이 가득한 < 꿈의 장 > 시리즈에서 거친 록 사운드와 우울함으로 무장한 < 혼돈의 장 > 시리즈로의 파격적인 행보가 놀랍지 않다. 데뷔곡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의 ‘사실 아직도 난 조금 불안해 / 차가운 냉소와 외로움 중간에 서 있어’라는 가사가 이미 변화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정규 2집 타이틀곡 ‘0X1=Lovesong’에서 시도한 이모코어 사운드를 다시 응용한 ‘Lo$er=lo♡er’는 리패키지 앨범의 기능에 충실하다. ‘회색빛 차를 타고 / 달아나고 있어’라며 지난 앨범의 뮤직비디오 한 장면을 묘사한 가사 역시 특유의 유기성으로 팀의 중심축이 스토리텔링에 있다는 걸 드러내지만 동시에 이 연결고리가 전작의 약점을 되풀이한다. 서사에 치우친 음악은 데뷔한 지 2년밖에 지나지 않은 팀에게 과중한 무게를 지우고 서리의 피처링으로 파괴력을 갖췄던 전작에 비해 보컬의 역동성이 떨어진다. 격정적인 감정 또한 어린 멤버들과 그룹의 주요 팬덤인 Z세대로부터 유리되어 있다. 지금부터는 기획에 맞는 대중성과 균형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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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프(Griff) ‘One Foot In Front Of The Other Foot'(2021)

평가: 3.5/5

2021년 브릿 어워즈의 신인상을 거머쥔 신예 그리프는 중국-자메이카계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영국 중산층 사회에서 차별을 겪은 혼혈 소녀는 앨범 프로듀싱뿐만 아니라 의상 디자인, 독특한 헤어스타일, 뮤직비디오 등 음악 외적 요소까지 활용하여 억눌린 자아를 표출했다. 그 결과물이자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한 데뷔 EP < Mirror Talk >에 이어 두 번째 앨범 역시 자신의 정체성과 긴밀한 인간관계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한다.

한층 깊어진 사색을 제시한 방법은 첫 앨범의 메트로놈처럼 간결한 비트에 무게를 더한 ‘다크 팝 앤섬’ 스타일이다. 작년에 공개한 싱글 ‘Black hole’이 음반의 서두에 위치하여 무거운 타악기 소리와 울림을 극대화한 보컬로 무채색의 기조를 이끌고 깊은 상처를 드러낸다. ‘One foot in front of the other foot’ 역시 타악기 소리에 동양적인 색을 더해 중국인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새겨 넣는다.

교회의 가스펠과 테일러 스위프트의 < Fearless >에 심취했던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은 이 신성 뮤지션이 갖고 있는 영감의 원천이다. ‘Shade of yellow’의 보코더 소리는 이모전 힙의 음악을, ‘Heart of gold’의 드럼과 보컬은 로드의 ‘Royals’을 따르고 있다. 동시에 ‘Earl gray tea’의 죽음에 대한 고찰과 특유의 간결한 사운드는 미국-필리핀 혼혈이자 테일러 스위프트, 로드 등의 영향을 받은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다양한 장르를 통해 드라마틱한 서사를 이끌어가는 것과는 상반된 매력을 보여준다.

단편적인 기획이 아닌 깊이를 더한 감정에서 비롯한 어두운 분위기처럼 하나의 색으로 집결할 만큼 숙고를 거친 담담한 고백은 섬세한 음색으로 발화하여 좁지 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유를 유도한다. 환상을 구현한 드라마 속 반짝이는 주인공은 아니지만 21살 싱어송라이터의 솔직하고 고무적인 음악에는 마음을 끄는 힘이 있다. 척박한 현실을 딛고 성장한 신예가 강한 개성과 함께 팝시장에 뿌리내린다.

– 수록곡 –
1. Black hole
2. One foot in front of the other foot
3. Shade of yellow
4. Heart of gold
5. Remembering my dreams
6. Earl gray tea
7. Wa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