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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오스본(Ozzy Osbourne) ‘Degradation rules (Feat. Tony Iommi) (2022)

평가: 2.5/5

세월의 격세지감 따위 오지 오스본 앞에서 기를 펼 수 없다. 9월 9일 발매될 2년 만의 새 음반 < Patient Number 9 >의 선공개 싱글인 이 곡은 무리 없이 오지 오스본의 건재함을 알린다. 그뿐만 아니다. 1970년대 그때 그 시절을 ‘블랙 사바스’란 이름으로 함께 풍미한 기타리스트 토니 아이오미도 그와 손을 잡았다. 그룹 활동 외에 처음 시도한 협업임에도 시침은 녹슬지 않고 되레 탄력을 높여 사운드를 내뱉는다.

토니 아이오미의 전매특허 속주와 까끌까끌하지만 시원한 질감을 내뱉는 하모니카 그리고 무엇보다 오지 오스본이 보컬이 매끈하게 뒤엉킨다. 4분간의 쾌청한 메탈 뜀박질. 머지않아 문을 열 신보, 눈여겨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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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코(ZICO) ‘Seoul drift’ (2022)

평가: 3/5

만족을 모르는 욕심은 끝없는 창작 욕구로 치환되어 아티스트를 움직이는 주요 원동력이 된다. 위 방식을 모범적으로 따른 지코는 본격적인 솔로 활동 이후 꾸준히 성공 가도를 걸었고, 연간 차트 1위 ‘아무노래’와 미니앨범 < Random Box >를 발표한 2020년을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며 가수 활동의 방점을 찍는다. 동시에 사회복무요원 근무를 위해 휴식을 선언한 그는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22년 7월. 복귀작 ‘Seoul drift’를 통해 애써 참고 있던 숨을 내뱉으며 기지개를 활짝 켠다.

먹먹한 기타 리프로 시작하는 신곡은 자극을 줄이고 부드러운 모양새를 갖춘다. 거친 랩이 아닌 싱잉으로 구성된 절과 각각 가성과 진성으로 일순 긴장을 해소하는 프리 코러스 파트 직후 중독적인 후렴구로 자아내는 아련한 분위기가 빠른 템포에서도 편한 감상을 끌어낸다. 간주에 등장하는 신시사이저 연주를 포함해 대중적 지점을 잡아내는 재능을 다시 한번 증명해낸다. 이전 작품들과 비슷한 형태가 번뜩이지 않을 수 있지만 흘러가는 준비 운동으로 치부하기에 전체적인 완성도가 탄탄하다. 그렇게 다채로운 색감을 지닌 뮤지션이 그동안의 공백을 채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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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씨(STAYC) ‘Beautiful monster’ (2022)

평가: 3/5

어느새 걸그룹 춘추전국시대의 선명한 한 축이 된 스테이씨의 교과서적인 댄스팝이다. 귀에 쉽게 들어오는 멜로디와 청량한 분위기가 여름밤에 어울리는 선선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클라이맥스로 진입하기 전 반음계를 사용해 몽환적인 느낌을 의도한 후 코러스에서 깔끔하게 해결하는 모습이 구조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사운드만 보면 다소 평범하지만 이런 재미있는 지점들이 있어 곡의 전반적인 매력이 간간하다.

익숙한 톤의 비트와 어쿠스틱 기타가 곡 전체를 관통하고, 그 위에 탄탄한 보컬을 얹어 편안함과 역동성의 앙상블을 꾀한다. 후렴의 멜로디 전개가 예측 가능하며 기승전결의 문법이 과거 선배들의 그것과 비슷한 까닭에 신선함은 부족하나 가수의 연주력이 심심함을 상쇄한다. 곡의 단점보단 각각의 목소리를 도드라지게 하는 선택이다. 보컬이 문제 해결의 수단이 된 모습은 얄궂지만 요즈음 흔치 않은 우직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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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핑크 초봄(Apink CHOBOM) ‘Copycat’ (2022)

평가: 3/5

사랑하는 사람끼리 서로를 닮아가기 마련. 걸그룹 에이핑크의 멤버 초롱과 보미가 11년 넘게 다져온 우정을 과시하는 키워드로 카피캣, 흉내쟁이를 내세운다. 통상 부정적인 어조로 사용하는 단어지만 키치한 쌍둥이 콘셉트를 가미해 둘의 밝은 기운을 한껏 끌어올렸다.

특별한 메시지에 힘을 실어주는 사운드 구성도 주요 쟁점이다. 쟁글거리는 기타와 잔잔한 베이스는 수줍으면서도 솔직하게 감정을 전하는 화자를 그려내며 곡에 또렷한 포인트를 준다. 도자 캣과 시저의 ‘Kiss me more’와 접점을 두고 있긴 하나 흥얼거리기 쉬운 훅과 후반부 힙합 비트 전환으로 곳곳에 변용 구간도 마련했다. 기시감이 드는 카피의 흔적에도 돈독히 다져진 이들의 하모니가 장수해 온 팀의 활동 의지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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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Attention’ (2022)

평가: 3.5/5

구성과 완급 면에서 화려함을 극대화한 아이브의 ‘Eleven’과 케플러의 ‘Wa da da’, 그리고 엔믹스의 ‘O.O’ 등 최근 4세대 걸그룹이 선호하던 데뷔 경향과 비교해 보았을 때, 뉴진스의 ‘Attention’은 매우 차분하고 묵직하다. 마치 자극적인 선공격으로 매체 노출과 각인을 노리기보다는 이미 주어진 이목에 보답하고 양질의 결과물로 만족시키는 데 집중하겠다는 메시지처럼 들린다. 이러한 행보의 당위성은 거대 기획사로 자리 잡은 하이브의 존재와 아이돌 콘셉트 앨범의 혁신을 가져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민희진’ 참여의 공산이 크다. 뉴진스는 별다른 홍보 없이 예고의 순간부터 화제의 대상이었고, 여느 신인 그룹보다 자본과 기획 면에서 유리한 입지와 주도권을 쥐고 있는 팀이다.

1990년대부터 청소년과 함께 번성을 일군 K팝의 존재 의의로 다시 돌아가 초점은 십 대 문화의 고증과 구현, 더 나아가 융합으로 향한다. 2000년대 노스탤지어를 장식하는 피처폰과 고전 포털 사이트 콘셉트, 스케이트보드와 농구, 그라피티 등 전 세계에 통용되는 직접적인 하이틴 키워드, 또한 베이퍼웨이브를 연상케 하는 어리숙한 3D 비주얼라이징과 색감, 폰트 모두 과거의 파편을 차근차근 조립하는 행위와 같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단순한 아카이빙의 산물이 아닌 Y2K와 MZ 세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경향의 탄생이자, 오히려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십 대 문화까지 본인이 결정하겠다는 선언처럼 보인다.

최근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각광받는 디제이 250이 참여한 음악의 기조 역시 이와 비슷하다. 박수와 보컬 샘플이 혼합된 듯한 현대식 도입부 사이로 1990년대 알앤비 반주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식, 이 공간에서 현재와 과거의 구분은 더 이상 무의미해진다. 다음으로는 적재적소에 솔로 파트와 화음 구간을 분배하여 자연스럽게 개별 멤버를 소개하는 노련한 완급이 엿보인다. 전반적으로 편한 청취감을 지향하나 결코 심심하지 않다. 여러모로 콘셉트와 데뷔의 의의를 차례로 충족하는 곡이다.

파격적인 ‘아트 필름’으로 시장의 판도를 바꾼 에프 엑스 < Pink Tape >의 사례를 위시하듯, 음원보다 뮤직비디오를 먼저 공개한 것은 곡과 더불어 전반에 깔린 ‘아트워크’ 전체를 함께 주시하고 즐겨 달라는 의도로 보인다. 이들의 기습 등장을 두고 오고 가던 수많은 담론이 떠오른다. K팝 변혁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공할지, 혹은 향수에 깃댄 일차적인 전략으로 남을 것인지. 그 카드가 ‘Attention’이 된 시점, 민희진 표 글리터 다이어리의 첫 장은 완벽하게 전자에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