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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심즈(Little Simz) ‘Sometimes I Might Be Introvert’ (2021)

평가: 4/5

“사람들은 나를 무례하고, 반사회적이며, 다루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가 너스레 떨지 않는다는 이유로. (People think I’m rude, or antisocial, or awkward, because I’m not chatty)

리틀 심즈는 경계를 거부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한 정규 2집 < Stillness In Wonderland >,  어느 영역에도 속하지 않는 회색분자의 3집 < Grey Area > 모두 자아에 의구심을 갖거나 이원론의 질서가 통하지 않는 주제를 강조해왔다. 신보 역시 경계와 무관한 곳이며 상상과 물질적 실재가 공존하는 영토를 그린다. 어쩌면 기괴하고 폭풍이 몰아치는 폐허 혹은 에덴동산일 수도 있다. 그곳은 다름 아닌 그의 내면이다.

먼저 짚어야 할 포인트는 앨범명 속 ‘introvert(내향성)’의 의미. 소심함과 자신감 결여 따위가 아니다. 그는 ‘의식의 주체화’, 다시 말해 대상에 의해 전복되지 않으려는 태도와 자기 자신을 심장부에 놓는 행위에 집중한다. 첫 단계는 아티스트와 한 개인의 벌어진 간극을 이해하는 것. < Sometimes I Might Be Introvert >의 단어 첫 글자가 그의 별명 심비(Simbi)인 것처럼 아티스트로서 추앙받을수록 중압감은 심비를 동굴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오해는 그를 반사회적 사생아로 바라보곤 했다.   

대서사시로 개막하는 ‘Introvert’는 리틀 심즈와 심비의 병치를 그리는 앨범의 중심 악상이다. 천사와 악마, 음과 양의 대립 그리고 공격적인 드럼비트와 오케스트라는 그야말로 요충지 없는 전쟁터. 그는 쓰러져 가는 사회에 무력감을 느끼고, 아직 끝나지 않을 세상을 구원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해답은 ‘Woman’에 있다. 나이지리아 뿌리를 타고 시에라리온,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여성들을 한 곳으로 모아 “Ain’t nothin’ without a woman(여성 없이는 아무것도 이뤄질 수 없다)”을 외친다. 약자 중에서도 약자와의 연대를 부르짖고 흑인 여성의 설 자리를 건설한다.

초반부의 웅대한 사운드와 그의 정체성이 융합하여 몸짓을 부풀렸다면, 방 안으로 들어가 온전히 스스로를 마주하는 시간도 있다. ‘I love you, I hate you’에서 어린 시절 가정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에게 ‘Is you a sperm donor or a dad to me? (당신은 나에게 정자 기증자인가요 아버지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Standing ovation’은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는 자신을 탐구한다. 부드럽지만 귀에 달라붙는 래핑은 개인적인 공간의 문을 여는 친절한 안내자와 같다.

19개의 트랙이라는 긴 러닝타임에서도 눈에 띄는 곡은 그의 뿌리를 적극 반영한 ‘Point and kill’. 몸을 들썩이게 하는 아프로 비트와 래퍼 오봉자야의 간지럽게 속삭이는 음색의 결합은 기분 좋은 에너지를 설파하고, 이 열기를 이어받는 ‘Fear no man’의 흥겨움이 뮤지컬 < 라이언 킹 >을 연상케 한다. 마지막으로 향할수록 발길을 머물게 하는 매력이 약해지는 것이 옥에 티지만 긴 호흡을 청자와 함께 끌고 가는 아티스트의 역량이 작품을 거대하게 만든 비결이다.

이전부터 리틀 심즈의 초점은 나선 순환처럼 돌고 도는 본인 내부의 날카로운 투쟁이었다면, < Sometimes I Might Be Introvert >는 ‘나’에서 전지적 관찰자로 확장하며 궁극적 자아를 채워간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블랙 커뮤니티, 블랙 우먼의 끈끈한 연대를 눌러 담기도 했다. ‘Woman’에서 언급했듯이, 남자가 세상의 주인인 이유가 여자에게 있다는 제임스 브라운의 ‘It’s man’s man’s man’s world’를 영리하게 뒤집은 작품. 그의 입에서는 누군가의 받침이 아니라 오롯이 서있는 여성이 주어가 된다.

-수록곡-
1. Introvert
2. Woman (Feat. Cleo Sol)
3. Two worlds apart
4. I love you, I hate you
5. Little Q, Pt. 1 (Interlude)
6. Little Q, Pt. 2
7. Gems (Interlude)
8. Speed
9. Standing Ovation
10. I see you (Feat. Cleo Sol)
11. The rapper that came to tea (Interlude)
12. Rollin stone
13. Protect my energy
14. Never make promises (Interlude)
15. Point and kill (Feat. Obongjayar)
16. Fear no man
17. The garden (Interlude)
18. How did you get here
19. Miss underst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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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Key) ‘Hate that…’ (2021)

평가: 2/5

각 그룹에서 가히 독보적인 음색을 맡고 있는 두 남녀가 만났음에도 시너지가 나오지 않는다. 이별 후 쓰라린 아픔을 곡에서 찾기 어렵고 물기 가득한 가을풍의 멜로디는 카밀라 카베요의 ‘Crying in the club’과 알렉 벤자민의 ‘Let me down slowly’가 스친다.

즉, 이 곡에서는 키와 태연이 보이지 않는다. 한층 가라앉은 사운드에 묻혀 보컬이 뚜렷하게 다가오지 않고 프리코러스의 반복되는 ‘Ooh ooh’는 흐름을 끊기만 한다. 변곡점이 될 법한 피쳐링 역시 키와 같은 톤을 유지하기에 밋밋함만 남을 뿐이다. 전형적인 이별 노래의 답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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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걸스 ‘Summer Queen’ (2021)

평가: 3/5

씨스타의 해체 이후, 대한민국을 강타한 썸머송은 쉽사리 등장하지 않았다. 발라드 혹은 프로젝트 그룹 등의 빈자리 메움은 오히려 과거를 그리워하게 되는 갈증을 유발했고 많은 이는 그 시절로의 회귀를 반추하곤 했다. 올해 상반기는 ‘롤린’이 심심함을 달래 주었고 브레이브 걸스는 이 기세를 몰아 공석이던 썸머퀸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깃대를 세운다. 앨범명부터 명명히 드러내는 EP < Summer Queen >은 침체된 여름 시장을 뜨거운 열기로 채워 넣는 돌파구다.

‘롤린’이 시그니처인 플루트를 필두로 탄산을 머금은 듯한 트로피컬 하우스의 정석이었다면 ‘치맛바람’은 딥 하우스에 더 가깝다. 인트로의 색소폰으로 흡인력을 높이고 청량한 기조를 이어가다 후렴에서 터지는 자극 대신 유유히 흘러가는 멜로디를 녹여내는데, 이러한 방식은 자가복제를 면하기 위한 계책이다. 사운드는 한 층 톤 다운됐지만 뻗어 나가는 민영의 고음이 곡을 무겁지 않게 밸런스를 맞춘다. 톡 쏘는 맛 없이도 중독성을 갖고 있기에 왜 이 곡이 타이틀인지에 대한 당위성은 충분하다.

대중의 니즈를 정조준하기 위해 용감한 형제는 그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속된 말로 쌈마이를 여실히 담아냈다. 대표적 예시가 ‘Pool party’다. 멤버들의 합창으로 시작되는 ‘라라라’가 2010년대 초반의 댄스 무대로 데려가고 통통 튀는 베이스가 ‘치맛바람’과는 또 다른 상쾌함을 준다. 다만 넘실거리는 신스 웨이브의 진행이 케이티 페리의 ‘California gurls’, 칼리 래 젭슨의 < Emotion >과 겹쳐지는 구간이 많아 브레이브 걸스의 노래 그 자체로 보이지 않는다.

브라스 사운드가 지배하는 ‘나 혼자 여름’은 1990년대를, 디스코 열풍을 불러일으킨 영화 < 토요일 밤의 열기 >를 차용한 ‘Fever’는 1970년대를 그린다. 특히 ‘Fever’는 쿨 앤 더 갱의 ‘Get down on it’, KC 앤드 더 선샤인 밴드의 ‘Get down tonight’ 등 디스코를 대표하는 숙어 ‘get down’을 가사에 넣음으로써 7080을 추억하게 하는 재미를 지닌다. 한국의 시티 팝이라 불리는 ‘운전만 해’를 포함하여 브레이브 걸스가 너른 스펙트럼을 소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주행의 신화는 이후 행보에 따라 평가가 좌우된다. SNS나 기타 플랫폼의 활약으로 하룻밤 새 스타를 만드는 것은 이전보다 훨씬 수월하지만, 그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아류작에 머무르는 경우는 이미 허다하게 겪었다. 브레이브 걸스는 예외다. 왕좌에 도달한 것은 아니나 여름에 제격인 타이틀과 다양한 장르를 통해 대중을 제 편으로 이끄는데 성공했다. 게다가 영어 가사의 ‘Chi mat ba ram’으로 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당돌함까지, 여러 측면에서 팀 이름을 다시금 증명한다.

-수록곡-
1. 치맛바람(Chi mat ba ram)
2. Pool party (Feat. 이찬 of DKB)
3. 나 혼자 여름
4. Fever(토요일 밤의 열기)
5. Chi mat ba ram (Eng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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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혼돈의 장: Freeze’ (2021)

평가: 3/5

청춘만큼 흔한 소재는 없지만, 이러한 격동의 시기를 투모로우바이투게더만큼 체계적으로 풀어내는 팀은 없을 것이다. 두 번째 정규 앨범 < 혼돈의 장: Freeze >은 나, 너 그리고 세상을 인식하는 실제 성장기의 절차를 반영하면서도 특유의 판타지 요소를 심어 넣는다. 사랑이라는 일반적인 주제를 점차 밖으로 나아가는 소년들이 냉담한 사회 앞에서 얼음처럼 굳어버린다는 콘셉트로 거대하게 부풀려 그룹 고유의 정체성을 초점화한다.

더 넓어진 시야를 담아 사랑을 마주한 이들은 스스로를 안티 로맨티스트라 부르며 (‘Anti-romantic’) 두려움을 드러내다가 너만큼은 사랑한다는 확신 (‘0X1=Lovesong’)을 보이기도 한다. ‘0X1=Lovesong’은 로킹한 사운드와 피처링, 2가지를 새로이 시도하면서 팀과 잘 어우러졌다는 점에서 온전한 타이틀 감이다. 웅장한 코러스를 바탕으로 패기 넘치는 드럼과 내달리는 록 스타일, 적당히 밸런스를 잡아주는 서리의 보컬까지 깔끔한 만듦새다.

그룹 초창기의 통통 튀는 색감과 < 꿈의 장: Eternity >의 우울함을 적절히 섞은 장르에서 집약과 폭발을 적절히 오가는 장기를 보인다. ‘Uptown funk’의 도입부가 떠오르는 그루비한 기타 라인의 ‘No rules’는 작사에 멤버가 대거 참여해 장난스러운 에너지를 탈 없이 전파한다. 이와 더불어 타이틀보다 전면적으로 록을 표방한 ‘디어 스푸트니크’를 통해 그룹의 강점이 명징하고 열정이 넘실거리는 사운드에서 증폭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다시 말하자면, 꽉 찬 사운드가 아닌 트랙을 선보일 때는 전달이 애매해지는 양면을 지닌다는 것이다. 사운드의 진폭이 좁은 오토튠 ‘밸런스 게임’과 미니멀한 신시사이저 위주의 ‘소악행’은 쉬어 가는 것도 아니고 그룹의 생기를 명확하게 비춰내지도 않는다. 또한 혼란 앞에서 얼어버린다는 앨범의 주제와 가장 적합한 ‘Frost’는 ‘동물원을 빠져나온 퓨마’의 잔상 탓에 마무리의 매듭이 단단하지 않다. 밋밋한 멜로디를 확 잡아챌 만한 가창이 아직은 도드라지지 않은 탓이다.

‘Mad at disney’로 이름을 알린 샐럼 일리스, 런던 중심으로 활동하는 애쉬니코를 포함한 스타 작곡진의 참여.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Dynamite’, ‘Butter’의 기조를 이어가는 디스코 팝의 ‘Magic’으로 외수 공략을 본격화한다. 세계로의 발 뻗음을 놓치지 않으면서 여러 방면에서의 실험을 꾀했고 잘 꾸려진 조화를 낳았다. 대중적 감각보다 TXT 자체의 스토리텔링에 더 주안점을 둔, 그들만의 길을 잘 소개하는 앨범.

-수록곡-
1. Anti-romantic
2.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 
3. Magic
4. 소악행
5. 밸런스 게임
6. No rules 
7. 디어 스푸트니크 
8. Fr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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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Nell) ‘Don’t hurry up’ (2021)

평가: 3/5

지난해 발매한 ‘Duet’과 ‘Crash’가 각각 가을과 여름이었다면 신곡은 한산한 새벽 겨울의 하얀색으로 이미지를 채운다. 최소한의 연주가 불러일으킨 고독의 정서와 도약하는 후렴구는 밴드의 초기 형태를 띤다. 김종완의 오버하지 않는 감정 자극이 추억의 통로가 되어 어느새 자신만의 세계로 발을 들이도록 하는 아날로그의 현현과 같다.

미니멀한 백그라운드 사운드와 오롯이 존재하는 보컬이 자연스레 가사로 시선을 머물게 할 때 유일한 흠이 발생한다. 넬 특유의 번뜩이는 재치가 부재하는 노랫말이 ‘무난함’이라는 단어를 계속 떠오르게 한다는 것. 새 프로젝트를 선보이기 이전 기대감을 형성하는 역할로 적절하나, 곡 자체가 갖는 매력도는 평균치를 웃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