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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즈(RIIZE) ‘Get a guitar’ (2023)

평가: 3/5

SM의 신인 그룹 라이즈(RIIZE)가 내건 첫 번째 무기는 바로 ‘기타의 재발견’이다. ‘Memories’가 에코를 잔뜩 입힌 기타 사운드로 출사표에 걸맞은 맑고 순수한 이미지를 추출했다면, 더 나아가 ‘Get a guitar’는 제목부터 이러한 특기를 완전히 굳히겠다는 의도가 가득하다. 시작과 동시에 여러 기타가 변신 로봇처럼 하나둘 합세하며 더욱 공격적인 접근법을 취하는 이유다.

호주의 뉴웨이브 밴드 인엑시스(INXS)의 ‘Need you tonight’을 닮은 베이스 리프가 중심을 잡고 그 주위를 다층의 악기와 멤버들의 화음이 감싸는 구조다. 이에 펑키(funky)한 질감 선택과 조율을 거쳐 단편적인 구성에도 풍부한 감상을 유도했다. 가볍게 다가와 묵직하게 남는다. 팀의 색깔을 정하는 단계, 확실한 결정타는 없어도 다음 행보가 납득 가능하게 만드는 체크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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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Blackswan) ‘Cat & mouse’ (2023)

평가: 4/5

현재 라인업으로 처음 발표한 미니앨범 < That Karma >의 첫 싱글 ‘Karma’와는 완전히 다르다. 블랙스완은 카리스마 넘치고 웅장한 ‘Karma’와 달리 ‘Cat & mouse’를 통해 귀엽고 애교 있는 댄스 팝 트랙도 완벽하게 다루고 소화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갑작스런 변신에 적응이 쉽지 않을 정도다.

신시사이저 베이스로 비트를 강조한 ‘Cat & mouse’는 1980년대 후반의 댄스 팝처럼 말쑥하고 정갈하며 멤버들은 경쾌한 분위기에 맞춰 힘을 빼고 가볍게 노래한다. 알토 톤으로 랩을 난사하는 파투조차 가비, 앤비, 스리야처럼 명주실처럼 가늘고 고운 음색을 뽑아냈고 모든 멤버들은 이 통일된 목소리로 인상적인 코러스를 완수했다. 치열하게 노력한 발음교정 덕분에 영어 버전보다 한국어 버전이 더 자연스럽고 가사도 잘 들리며 안무도 앙증맞다. 블랙스완은 자랑스러운 K-팝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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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BIBI) ‘홍대 R&B’ (2023)

평가: 3.5/5

과거의 영광이 사라진 홍대 거리에는 처연함만이 남았다. 낮게 가라앉은 보컬, 전면에 내세운 우울한 기타 톤, 그리고 현실적으로 묘사한 가사가 제대로 어우러진다.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며 쓴 노래이기에 그 진심은 더욱 진하게 다가온다. 비판적인 시각을 과감하게 음악으로 승화하던 비비의 능력이 다시 또 한 번 힘을 발휘한다.

기운 없이 내뱉는 넋두리 닮은 노래와 랩에서도 솔(soul) 감각은 여전히 날이 선채 살아있다. 인디 음악의 메카에서 겉만 번지르르한 번화가로 변해버린 홍대에서 스스로를 비춰보며 하는 자아성찰이 직설적이다. 유명했던 음악의 성지에서 꿈을 꾸던 그가 꿈이 사라진 그곳에서 새로운 꿈들을 향해 쏟아내는 취중진담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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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고차일드(Woodie Gochild) ‘M.O.M.’ (2023)

평가: 2.5/5

국내외로 힙합 신을 뜨겁게 달궜던 드릴(Drill) 장르의 바람이 지나가고 레이지(Rage)의 선풍이 부는 중이다. 최근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두 앨범 릴 우지 버트의 < Pink Tape >과 트레비스 스캇의 < Utopia >가 대표하는 흐름에 우디 고차일드 역시 동참한다.

‘M.O.M'(Man of the match)을 자처하는 싱글은 트렌드 전선에 있는 사운드를 가져와 군 복무를 마친 후의 복귀를 알린다. 기존의 선보였던 멜로디컬한 랩을 성공적으로 비트에 이식하며 장르 본연의 색깔을 살리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한다. 한편 강력한 한 방을 날리기에는 짧은 러닝타임, 그조차 계속 싱글 위주의 결과물을 발매했던 디스코그래피의 연장선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더불어 다시 한번 트렌드에 기대는 음악은 흐름을 적절히 이용한다기보다는 이끌려 간다는 인상이다. ‘M.O.M’의 외침이 관중에게까지 닿기에는 울림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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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란 듀란(Duran Duran) ‘Danse macabre’ (2023)

평가: 3/5

신스팝 레전드 듀란 듀란이 오는 10월 27일 발매할 열여섯 번째 정규 앨범은 뚜렷한 콘셉트를 가질 예정이다. 10월 말 열리는 영미권 전통 축제 핼러윈이 그것. 선공개 싱글 ‘Danse macabre’는 이를 잘 예고한다. 키보디스트 닉 로즈의 소개대로 ‘핼러윈의 기쁨과 광기를 축하’하는 노래는 그르렁거리는 신시사이저, 불안정한 타악기로 잔뜩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박수 소리에 귀에 잘 들어오는 명료한 멜로디를 더한 후렴구가 여유롭게 흥을 돋우어 모두가 즐기기 좋은 노래를 완성했다. 호러와 유머, 밝음과 어둠이 적절히 조합된 듀란 듀란의 ‘핼러윈 찬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