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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드 엘(TRADE L) ‘I be like (Feat. 쏠)’ (2023)

평가: 3/5

갓 스물 청년다운 사랑 고백 방식이다. 하이어 뮤직 소속의 신예 트레이드 엘은 10대들의 힙합 서바이벌 < 고등래퍼 4 >(2021) 우승자임에도 성숙해진 면모를 강조하기 위해 랩 대신 진중한 알앤비의 색채를 끌어올렸다. 데뷔 전부터 선호했던 스타일인 만큼 나긋한 목소리는 잔잔히 깔린 피아노와 베이스에 감미롭게 올라탔고, 곡 작업하는 자신을 투영한듯한 가사로 현실적인 몰입을 유도한다.

음악적 깊이를 더함에 있어 조력자의 공이 크다. 보컬리스트 쏠은 특유의 애절한 음색으로 반복성 멜로디에 변칙을 가하며 후배가 돋보일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안정감 있는 구성을 취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결과만 보면 색이 옅은, 익숙한 구도의 알앤비 듀엣 송. 본인만의 트레이드마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득과 실이 분명한 성인식 무대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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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시(PIXY) ‘Karma’ (2023)

평가: 3/5

걸그룹 픽시는 2021년 데뷔 이래 선악이 대립하며 서로를 유혹한다는 세계관 구현에 힘쓰고 있다. 어두운 트랩 비트와 EDM을 차용, 몽환적인 가성을 부각해 비현실적인 콘셉트를 청각화했다. 2022년 5인조로의 멤버 재구성을 겪었지만 탄탄한 짜임새의 전작 ‘Villain’으로 공백을 눈에 띄지 않게 넘겼고 이후 약 1년여 만에 나온 신곡 ‘Karma’는 기존 캐릭터 서사를 강화하겠다는 의지 아래 스타일을 답습하지만, 분명 이전보다 세련되고 성숙해졌다.

새 타이틀 ‘Karma’는 함께 수록된 ‘Hide & seek’과 ‘Flip a coin’이 합쳐진 하이브리드 리믹스다. 선악이 분리된 양면성을 강조하며 세계관을 다지는 스토리텔링과 두 곡을 매끄럽게 결합하는 음악적 노련함을 동시에 획득하고자 한다. 시작부터 치고 나오는 강렬한 귓속말이 몰입도를 높이고, K팝 특유의 갑작스런 장르 전환으로 분위기를 절단하지 않아 나른하게 카운트를 세는 후반부 구간 교체가 자연스럽다. 힙합과 일렉트로닉 댄스를 기반으로 한 보편적인 K팝 특성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 읊조리듯 내뱉는 후렴구가 최근의 유행을 뒤따른다는 점에서 독창성을 가지진 않지만 보컬의 강점을 잘 이해한 작곡으로 가창의 매력이 두드러진다.

대중의 호응이 아직 적을지언정 최초로 설정한 그룹 서사를 계속 밀고 가겠다는 뚝심과 음악 품질의 발전으로 승부 보겠다는 포부가 야심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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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 마르티네즈(Melanie Martinez) ‘Death’ (2023)

평가: 2.5/5

독특한 비주얼을 가미한 콘셉트 앨범과 뮤직비디오로 이름을 알렸던 멜라니 마르티네즈가 신곡을 발표했다. 2015년 < Cry Baby >, 2019년 < K-12 >가 펼친 잔혹동화 세계의 주인공 ‘Cry Baby’에 죽음을 선포한 ‘Death’는 새 챕터 < Portals >를 여는 서막이다. ‘죽음에서 다시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반복하며 기괴한 판타지 차원으로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인간의 몸에서 기괴한 분홍빛 생명체로 재탄생한 뮤직비디오처럼 음악도 변화가 크다. 미니멀한 사운드에 리듬을 뚝뚝 끊던 기존과 달리 공간감을 키우고 러닝타임도 5분대로 늘렸다. 누 메탈과 인더스트리얼 장르로 전환하는 후렴이 흥미로우나, 한편으로는 몇 년 전 발매된 파피(Poppy)의 ‘I disagree’나 그라임스(Grimes)의 ‘We appreciate power’ 등이 다소 겹쳐 보인다. 영상에 종속된 인트로 성격이 강하다 보니 개별 곡으로 듣는 재미는 덜한 편. 앨범에 대한 호기심을 유도하기에는 화끈함이 조금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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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타 우(Masta Wu) ‘Water (Feat. 키스 에이프)

평가: 3.5/5

레이블 바나(BANA)의 태동이 예사롭지 않다. 평단의 호평을 얻은 < 뽕 >과 뉴진스의 전담 프로듀서로 이오공이 반향을 일으킨 틈을 타, 소속 아티스트인 김심야와 빈지노의 싱글을 연달아 공개하며 재림을 예고했기 때문. 다음 타자는 3년 전 < Father EP > 이후 소식이 뜸했던 마스타 우다. YG 소속 프로듀서 ‘초이스37’과 최근 활발히 활동 중인 ‘키스 에이프’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대동한 채 정규 3집의 선공개 싱글 ‘Water’를 당당히 내걸었다.

차갑게 얼어붙다가도 세차게 들끓는다. 조용히 스며드는 몽상적인 트랩 비트부터, 냉철함을 유지하는 마스타 우와 거칠게 랩을 내뱉는 키스 에이프의 확실한 온도차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물의 속성을 대변한다. 2분 남짓한 시간 동안 얼었다 녹는 것을 반복하며 좁은 틈을 넓히는 침투 과정이 벌어진다. 후속작에 대한 짧고 굵은 예고, ‘우리는 필요해 물’을 저절로 읊조리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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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 ‘No reason’ (2023)

평가: 3/5

케미컬 브라더스는 21세기를 대표하는 전자음악 그룹이다. 일레트로니카 본연의 음향 쾌감에 대중성을 가미해 언더그라운드에 있던 테크노와 하우스를 인기 장르로 끌어올렸다. 프로디지, 팻 보이 슬림과 더불어 전자음악의 한 조류인 빅 비트의 선구자로 불리며 삼십여 년간 롱런하고 있다.

2년 만의 싱글 ‘No reason’도 신나고 감각적이다. 다프트 펑크의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를 떠오르게 하는 베이스라인에 소리 인장을 채워 넣었다. 깔끔한 편곡이 30년 공력을 발휘했지만 2001년 작 < Come With Us >의 ‘Hoops’나 ‘Star guitar’ 속 인스트루멘탈 마력이나 2015년 곡 ‘Go’의 펀치력이 부재하다. 2021년에 발표한 싱글 ‘The darkness that you fear’와 더불어 신보의 다채로움을 암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