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미국의 음악 페스티벌 ‘롤라팔루자’ 참여에 이어 더 나아가 이번 해의 헤드라이너까지 차지,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을 선포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신곡이다. 청춘의 성장을 기초로 쌓아 올린 독특한 세계관을 여러 질감으로 녹여낸 그들의 선택은 팝. 기존의 결과 다르게 복잡하지 않고 앞뒤 사정없이 직선적이다.
2005년 데뷔 이후 꾸준히 해당 장르에서 선을 그어온 조나스 브라더스의 능숙한 리드로 시작하는 ‘Do it like that’은 펑키(Funky)한 퍼커션과 베이스를 앞세워 시종일관 경쾌하다. 계절감을 한껏 머금어 청량한 분위기는 무엇보다 멜로디 라인으로 완성된다. 절에서부터 후렴구까지 이어지는 구성이 물 흐르듯 진행되며 자연스럽게 귀까지 견인된다. 요지는 쉽게 들리고 따라 부를 수 있는 것. 분명 기시감이 느껴지는 전략이지만, 어느 때보다 대중적인 접근이 가뿐하게 스며든다.
현재 K팝 씬에서 두각을 보이는 신진 그룹들은 모든 멤버가 1995년 이후 출생한 Z세대 아이돌이다.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새로움을 지향하는 이들은 이전 세대와 다른 방식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신세대 아이돌은 숏폼 콘텐츠와 메타버스, 스토리텔링으로 꽉 찬 노랫말을 활용해 더 다양하게 K팝을 즐기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중에서도 독특한 전략과 정체성으로 Z세대의 지지를 받는 8팀을 소개한다. 이들을 통해서 아이돌의 새로운 생존전략을 어렴풋이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에 국한되지 않는 변칙적인 K팝의 미래를 아래 그룹들을 통해 그려보자. 아이돌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신세대의 시대정신과 대중음악의 흐름을 모두 담은 이 기민함에 있다.
에스파 (æspa) SM에서 6년 만에 내놓은 신인 걸그룹의 화제성 위에 메타버스 세계관이 기름을 부었다. 에스파는 멤버들의 이름 앞에 아이(ae)를 붙인 4명의 아바타를 포함한 8인조 그룹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이를 증명하듯 데뷔 직전 공개한 ‘MY, KARINA’ 영상에서 멤버 카리나는 아이-카리나와 대칭으로 앉아 대화하며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고 어려운 세계관은 노랫말에 녹아들어 대중에게 주입한다. 데뷔곡 ‘Black mamba’의 ‘에스파는 나야 둘이 될 수 없어’라는 가사는 온라인에서 두 자아를 대비하는 밈(Meme)으로 유명해져 그룹의 이름을 알렸다.
에스파는 세계관이 가진 접근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음악과 춤의 무게를 덜었다. 영화 < 분노의 질주 : 홉스 & 쇼 >에 수록된 곡을 리메이크한 ‘Next Level’은 ‘I’m on the next level’이라는 가사를 쫀득하게 발음하여 듣는 재미를 더했고 디귿 춤 같은 독특한 포인트 안무가 쇼트폼 콘텐츠에서 돌풍을 일으켜 음원차트를 역주행해 1위에 올랐다. 그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에스파는 더욱 공격적인 기세로 대중에게 다가온다. 메타버스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그룹은 최근 발매한 ‘Savage’을 통해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트와이스의 ‘Cheer up’, ‘TT’ 등을 만든 프로듀서 블랙 아이드 필승이 6인조 걸그룹 스테이씨를 기획했다. 히트메이커가 만든 팀이라는 타이틀과 가수 박남정의 딸이자 아역배우로 활동하던 박시은이 속했다는 사실로 데뷔 전부터 이목을 모았으나 확실한 임팩트를 남긴 것은 두 번째 싱글 ‘ASAP’이다. ‘ASAP 내 반쪽 아니 완전 카피’라는 중독적인 후렴구와 귀여운 ‘꾹꾹이 춤’이 소셜 미디어 서비스의 챌린지로 급부상하며 뒷심을 발휘한 덕분.
최근 발매한 ‘색안경‘의 ‘난 좀 다른 여자인데 / 겉은 화려해도 아직 두려운 걸’과 같은 가사는 수동적인 소녀상을 되풀이하는 것 같지만 건강한 10대를 지향하는 팀은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마요’라며 거침없는 자기표현으로 답습을 거부한다. 꾸밈없는 모습은 오히려 소녀의 생기발랄함으로 충만하다. 어떤 틀에도 끼워 맞출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좋아하는 Z세대가 스테이씨의 ‘틴 프레시’에 열광하는 이유다.
– 추천곡: ‘ASAP’, ‘색안경’, ‘So bad’, ‘Slow down’
위클리 (Weeekly)
학창 시절의 향수는 그 어떤 추억보다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K팝에서 교복을 입은 소녀 이미지가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이유 역시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때에 대한 그리움과 맞닿아 있지만 2020년에 데뷔한 7인조 걸그룹 위클리는 첫사랑의 아련함으로 되풀이되는 교복 컨셉트와 거리가 멀다. ‘언니’를 외치며 성인에 대한 동경심을 드러내는 이들은 교복 치마 대신 반바지를 입은 Z세대 여학생이다.
소셜 미디어 서비스에서 특정인을 부르거나 언급할 때 사용하는 태그(@) 기능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Tag me’, 2000년대 초반 하이틴 록을 따르는 ‘Zig zag’와 ‘After school’ 등 활기 가득한 음악은 기존 걸그룹의 이미지를 빗겨나간다. 책걸상, 큐브, 스케이트보드 등 다양한 소품을 활용한 댄스컬 역시 교실 마냥 왁자지껄하다. 올해 초 발매한 ‘After school’은 쇼트폼 콘텐츠에서 10대에게 인기를 얻으며 스트리밍 플랫폼의 바이럴 차트 1위에 올랐다. ‘틴 크러시‘로 선망의 대상이 되는 대신 ’위드 틴‘을 지향하는 위클리는 윗세대의 향수와 또래의 공감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세대를 이어준다.
– 추천곡: ‘‘After school’, ‘Zig zag’, ‘나비 동화’, ‘언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TXT)
시작부터 특별했다. 방탄소년단의 동생 그룹으로 주목받은 다섯 소년은 신스팝, 뉴잭스윙 등 복고적인 음악과 청량한 기조를 내세우며 선배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왔다. 대신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하위문화를 적극적으로 차용해 어린 연령의 팬덤과 북미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판타지 소설 < 해리 포터 >를 활용한 두 번째 타이틀곡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의 컨셉트와 가사, 장르 소설 스타일의 긴 제목은 K팝에 관심 없는 이들도 기억할 만큼 독특하다.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격동기를 담은 세계관은 탄탄한 팬덤을 형성하고 음악적 변화의 정당성까지 확립한다. 친구들과의 우정을 그린 < 꿈이 장 > 시리즈에서 밝은 분위기를 이어오던 이들은 올해 발매한 < 혼란의 장 > 시리즈에서 록 사운드로 비일상적인 세계를 깨고 나와 현실과 마주한 소년의 혼란을 표현했다. 빈틈없는 기획으로 짜인 밑그림을 따라 움직이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선배와 다른 방식으로 같은 미래를 좇고 있다.
– 추천곡: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0X1=Lovesong’, ‘Blue orangeade’, ‘Angel or devil’
에이티즈 (Ateez)
연습생 시절 케이큐 펠라즈(KQ Fellaz)라는 이름으로 다수의 콘텐츠를 선보였던 에이티즈를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다. 빌보드의 K팝 칼럼니스트 제프 벤자민이 ‘포스트 BTS’로 꼽은 8인조 그룹은 웅장한 퍼포먼스로 팬층을 형성했다. 또 블락비, 비에이피, 방탄소년단 등을 따라 힙합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음악은 팀이 가진 역동성마저도 담고 있다.
비투비의 ‘아름답고도 아프구나’를 쓴 이든이 팀의 프로듀싱을 전담하고 있으며 멤버들의 적극적인 작업 참여도 음악과 퍼포먼스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데 일조한다. 더해서 음반의 상호유기적인 구성과 ‘해적왕’, ‘Wave‘, ‘Neverland‘ 등 해적 컨셉트로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은 이들의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눈에 띄는 실력과 확실한 음악색으로 밀고 나가는 에이티즈의 기세는 어떤 외부적인 힘에도 기대지 않기에 더 강력하다.
– 추천곡: ‘Deja vu’, ‘Wave’, ‘Neverland’, ‘Answer’
있지 (ITZY)
있지는 ‘예쁘기만 한 애들과는 달라’라고 어필하며 데뷔했다. 논리적이진 않지만 다른 그룹과 다르지 않은 댄스곡, 걸크러시 컨셉트로 성공한 이들이 어딘가 남다르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이후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입증하는 과정 역시 순탄했다. 쿨한 매력의 ‘Icy’, 자존감을 고취하는 ‘Wannabe’, 당돌한 사랑을 담은 ‘Not shy’까지 이들은 멤버 개개인의 뛰어난 스타성을 강조하는 JYP 걸그룹 전통에 ‘힙’을 더해 여성들의 워너비를 자처했다.
차별성을 전면에 내세운 팀이 팬 위주의 K팝 씬에서 여전히 대중성을 따라가는 것은 분명 모순이다. 음악은 힙합, 하우스, 뭄바톤 등 대중적인 장르를 혼합했으며 ‘마.피.아. In the morning‘의 캣우먼 이미지는 기성 걸그룹을 따른다. 그런데도 특유의 에너지와 파급력이 있지라는 이름을 내세울 만한 근거를 형성한다. 뻔뻔함과 당당함이 매력적인 이들은 남들과 다르고 싶지만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도 않은 Z세대의 이중적인 면을 닮았다.
– 추천곡: ‘Loco’, ‘달라달라’, ‘Not shy’, ‘Nobody like you’
스트레이 키즈 (Stray Kids)
동명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데뷔한 JYP 7인조 보이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초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국내 K팝 팬들조차 데뷔곡 ‘Hellevator’의 반항기 어린 심오함과 ‘부작용’에서 계속 되뇌는 ‘머리 아프다’라는 직관적인 가사를 우습게 여겼기 때문. 심상치 않은 해외 인기 지표를 보이던 이들은 일명 ‘마라맛 K팝’이라고 불리는 ‘神메뉴’를 발매하며 국내 입지를 넓혔다. 파워풀한 EDM 사운드와 음악을 신의 요리에 비유한 가사가 그룹의 유쾌한 매력을 성공적으로 어필한 결과다.
이 독특한 정체성은 팀 내 프로듀싱 그룹 쓰리라차(3RACHA)로부터 나왔다. 힙합과 EDM을 좋아하는 세 멤버는 연습생 때부터 함께 작업하며 그룹의 음악적 기둥으로 성장해 올해 엠넷에서 방영된 < 킹덤 : 레전더리 워 >의 우승까지 견인했다. 스트레이 키즈는 최근 발매한 ‘소리꾼’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며 K팝의 차세대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은 듣지 않겠다는 듯 ‘퉤 퉤 퉤’하는 ‘소리꾼‘의 가사가 대중에게 개성을 관철하는 데 성공한 이들의 자신감을 드러낸다.
– 추천곡: ‘소리꾼’, ‘神메뉴’, ‘Back door’, ‘청사진’
더보이즈 (THE BOYZ)
2017년 데뷔 이후 별달리 주목받지 못했던 더보이즈는 작년 엠넷에서 방영된 < 로드 투 킹덤 > 출연으로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밀도 있는 기획을 바탕으로 360도 스테이지를 활용한 이들의 무대는 카메라의 시선이지만 맨눈으로 보는 듯 깊은 몰입을 유도했다. 그 결과 11인조 그룹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1위를 거머쥐며 무관중 퍼포먼스의 본보기라는 명성을 얻었다.
그룹 이름에는 그 어떤 수식어도 없다. 더보이즈는 그저 소년이 가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미지를 소화하며 팀의 신선함을 유지한다. < 로드 투 킹덤 >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태민의 ‘괴도’ 커버 무대를 벤치마킹한 ‘The stealer’의 퍼포먼스는 감탄을 자아내고 최근 발매한 ‘Thrill ride는 끌리는 멜로디의 청량감으로 가볍게 접근한다. 매번 새로운 전략과 이미지를 선보이는 더보이즈의 성장기는 소년만화 한 편을 보는 듯 흥미진진하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음악, 스토리텔링, 이미지가 하나의 퍼즐 판처럼 조밀한 기획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덕분에 신인 그룹의 신선함과 환상성이 가득한 < 꿈의 장 > 시리즈에서 거친 록 사운드와 우울함으로 무장한 < 혼돈의 장 > 시리즈로의 파격적인 행보가 놀랍지 않다. 데뷔곡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의 ‘사실 아직도 난 조금 불안해 / 차가운 냉소와 외로움 중간에 서 있어’라는 가사가 이미 변화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정규 2집 타이틀곡 ‘0X1=Lovesong’에서 시도한 이모코어 사운드를 다시 응용한 ‘Lo$er=lo♡er’는 리패키지 앨범의 기능에 충실하다. ‘회색빛 차를 타고 / 달아나고 있어’라며 지난 앨범의 뮤직비디오 한 장면을 묘사한 가사 역시 특유의 유기성으로 팀의 중심축이 스토리텔링에 있다는 걸 드러내지만 동시에 이 연결고리가 전작의 약점을 되풀이한다. 서사에 치우친 음악은 데뷔한 지 2년밖에 지나지 않은 팀에게 과중한 무게를 지우고 서리의 피처링으로 파괴력을 갖췄던 전작에 비해 보컬의 역동성이 떨어진다. 격정적인 감정 또한 어린 멤버들과 그룹의 주요 팬덤인 Z세대로부터 유리되어 있다. 지금부터는 기획에 맞는 대중성과 균형을 고민할 때다.
청춘만큼 흔한 소재는 없지만, 이러한 격동의 시기를 투모로우바이투게더만큼 체계적으로 풀어내는 팀은 없을 것이다. 두 번째 정규 앨범 < 혼돈의 장: Freeze >은 나, 너 그리고 세상을 인식하는 실제 성장기의 절차를 반영하면서도 특유의 판타지 요소를 심어 넣는다. 사랑이라는 일반적인 주제를 점차 밖으로 나아가는 소년들이 냉담한 사회 앞에서 얼음처럼 굳어버린다는 콘셉트로 거대하게 부풀려 그룹 고유의 정체성을 초점화한다.
더 넓어진 시야를 담아 사랑을 마주한 이들은 스스로를 안티 로맨티스트라 부르며 (‘Anti-romantic’) 두려움을 드러내다가 너만큼은 사랑한다는 확신 (‘0X1=Lovesong’)을 보이기도 한다. ‘0X1=Lovesong’은 로킹한 사운드와 피처링, 2가지를 새로이 시도하면서 팀과 잘 어우러졌다는 점에서 온전한 타이틀 감이다. 웅장한 코러스를 바탕으로 패기 넘치는 드럼과 내달리는 록 스타일, 적당히 밸런스를 잡아주는 서리의 보컬까지 깔끔한 만듦새다.
그룹 초창기의 통통 튀는 색감과 < 꿈의 장: Eternity >의 우울함을 적절히 섞은 장르에서 집약과 폭발을 적절히 오가는 장기를 보인다. ‘Uptown funk’의 도입부가 떠오르는 그루비한 기타 라인의 ‘No rules’는 작사에 멤버가 대거 참여해 장난스러운 에너지를 탈 없이 전파한다. 이와 더불어 타이틀보다 전면적으로 록을 표방한 ‘디어 스푸트니크’를 통해 그룹의 강점이 명징하고 열정이 넘실거리는 사운드에서 증폭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다시 말하자면, 꽉 찬 사운드가 아닌 트랙을 선보일 때는 전달이 애매해지는 양면을 지닌다는 것이다. 사운드의 진폭이 좁은 오토튠 ‘밸런스 게임’과 미니멀한 신시사이저 위주의 ‘소악행’은 쉬어 가는 것도 아니고 그룹의 생기를 명확하게 비춰내지도 않는다. 또한 혼란 앞에서 얼어버린다는 앨범의 주제와 가장 적합한 ‘Frost’는 ‘동물원을 빠져나온 퓨마’의 잔상 탓에 마무리의 매듭이 단단하지 않다. 밋밋한 멜로디를 확 잡아챌 만한 가창이 아직은 도드라지지 않은 탓이다.
‘Mad at disney’로 이름을 알린 샐럼 일리스, 런던 중심으로 활동하는 애쉬니코를 포함한 스타 작곡진의 참여.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Dynamite’, ‘Butter’의 기조를 이어가는 디스코 팝의 ‘Magic’으로 외수 공략을 본격화한다. 세계로의 발 뻗음을 놓치지 않으면서 여러 방면에서의 실험을 꾀했고 잘 꾸려진 조화를 낳았다. 대중적 감각보다 TXT 자체의 스토리텔링에 더 주안점을 둔, 그들만의 길을 잘 소개하는 앨범.
-수록곡- 1. Anti-romantic 2.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 3. Magic 4. 소악행 5. 밸런스 게임 6. No rules 7. 디어 스푸트니크 8. Frost
청소년기의 굴곡을 담은 < 꿈의 장 > 시리즈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친구와의 우정’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선점하고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세계관을 유지해왔다. 이제는 10글자 이상의 긴 타이틀 제목과 서브컬처 풍의 콘셉트가 빠진다면 섭섭할 정도. 이들은 확고한 방향성의 지도를 손에 쥐고 있다. 새로운 챕터를 열기 전, 숨을 돌리는 < minisode1 : Blue Hour >로 그룹은 밝고 통통 튀는 에너지를 전파한다.
이지리스닝의 5개 트랙은 물 흐르듯 이어져 마치 하나의 노래처럼 어우러지는 가운데 자연스레 직속 선배 방탄소년단의 ‘Dynamite’가 겹쳐간다. 타이틀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 역시 디스코 장르로, 차별점이 있다면 과거의 문법보다 청량감에 충실하여 최근 음악계 열풍과 다른 결을 내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밴드 에어(Air)의 ‘You can tell it everybody’의 도입부가 연상되고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만큼의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팀의 풋풋함이 가장 돋보이는 때는 록이 함께하는 순간이다. 자글자글한 로파이 기타 질감에 신시사이저를 수놓은 ‘Ghosting’과 리드미컬한 드럼 위 멤버들의 코러스가 활기를 불어넣는 ‘Wishlist’는 포인트를 잘 짚은 트랙이다. SNS 용어를 대거 사용한 가사는 십 대의 고민을 담으며 산뜻함을 머금은 사운드, 그리고 중독성까지 공략한다. 다만 불안정한 멜로디 라인과 보컬이 서로 맞물리지 못한 채 마무리되는 ‘하굣길’은 앨범의 흠으로 자리 잡는다.
본격적으로 다른 스토리를 풀어내기에 앞서 특장점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진다. 전작 < 꿈의 장 : Eternity >의 음울함에서 벗어나 다시 시원한 색깔을 입어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아직 온전히 채우지 못한 단추로 인해 어수룩한 모습이 가끔 튀어나오지만 타 그룹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개성은 여전하다.
-수록곡- 1. Ghosting 2.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 3. 날씨를 잃어버렸어 4. Wishlist 5. 하굣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