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Album POP Album

울프 앨리스(Wolf Alice) ‘Blue Weekend'(2021)

평가: 4/5

울프 앨리스의 사운드트랙은 다채로운 연출로 가득하다. 2010년에 결성한 이래 초기 소재는 포크풍의 팝이었지만 영국 밴드 시장에 반향을 일으킨 데뷔작 < My Love Is Cool >과 2018년 머큐리상을 수상한 두 번째 정규 앨범 에 이르기까지 드림 팝, 슈게이징, 그런지 등 빈티지한 인디 록 사운드를 탁월하게 배합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이들의 매력은 이번 음반에서도 효력을 발휘한다. ‘Safe from heartbreak’와 ‘No hard feelings’의 포크적인 질감은 부드러운 멜로디를 편성해 어쿠스틱의 뿌리를 드러냈고 중간에 배열된 야성적인 펑크 록 넘버 ‘Play the greatest hits’는 전작 ‘Yuk foo’의 전술을 차용했다. 과거의 기조를 전반적으로 유지하되 확고한 자신감을 선보인 셈이다.

매혹적인 오르간 선율로 관능적인 슈게이징 텍스처를 그려낸 ‘Feeling myself’와 그런지 사운드를 날카롭게 구현한 ‘Smile’은 1990년대 초반 유행했던 록 음악을 스타일리시하게 풀어낸다. 그 숨은 주역은 마커스 드라바스의 프로듀싱. 아케이드 파이어, 플로렌스 앤 더 머신 등 굵직한 밴드들과 작업했던 그의 정교함이 이들의 음악을 풍부한 음향으로 세밀하게 가공했다.

모호한 은유 뒤에 감췄던 프론트우먼 엘리 로셀의 개인적인 감정들은 < Blue Weekend >의 가사로 해방된다. LA에서의 경험에 빗댄 ‘Delicious things’는 혼란스러운 쾌락주의를, 어긋난 관계를 한탄하는 ‘How can I make it ok?’에서는 씁쓸함을 몽환적인 보컬과 함께 자세하게 읊어낸다. 실생활에서의 불안을 작사로 옮겨 담았던 그의 작법이 밴드 특유의 차가운 카리스마를 더욱 견고하게 다듬으며 뚜렷한 음영을 갖춘 매혹적인 무드를 형성한다.

앞선 두 번의 시험대에서 끌어낸 평단의 호평이 울프 앨리스를 촉망받는 유망주의 궤도에 올려놓았다면 이번 세 번째 앨범은 이들이 취한 강점을 증폭시켰다. 변화무쌍한 사운드의 향연 속에서 완성도와 깊이를 확보한 < Blue Weekend >는 10여 년의 시간 쌓아 올린 도약대 위에서 만개한 역량을 입증했다. 영국이 대대로 자랑해온 ‘기타 중심의 록’을 실현했던 울프 앨리스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대형 밴드 반열에 바짝 다가선다.

-수록곡-

  1. The beach
  2. Delicious things
  3. Lipstick on the glass
  4. Smile
  5. Safe from heartbreak (if you never fall in love)
  6. How can I ok?
  7. Play the greatest hits
  8. Feeling myself
  9. The man on earth
  10.  No hard feelings
  11.  The beach ll
Categories
Album POP Album

개리 뉴먼(Gary Numan) ‘Intruder’ (2021)

평가: 3.5/5

사후세계에 관해 질문을 던지는 철학, 전자음악과 재즈를 오가는 섬세한 음악으로 호평 받은 애니메이션 < 소울 >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받으며 진가를 확인받았다. 수상자 존 바티스트, 애티커스 로스, 트렌트 레즈너 가운데 눈에 띄는 건 트렌트 레즈너. 밴드 나인 인치 네일스를 이끌며 1990년대 인더스트리얼 록의 총아로 떠오른 그가 영향을 받았다고 공공연하게 언급한 뮤지션이 개리 뉴먼이다.

개리 뉴먼은 1979년에 영국차트 1위, 1980년에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9위까지 올라 신스팝의 역사가 된 노래 ‘Cars’의 주인공으로 뉴웨이브에서 인더스트리얼 록까지 전자음악의 타임라인에서 그가 남긴 족적은 지대하다. 그런 그가 인더스트리얼 록 사운드의 탐구를 지속한 21번째 정규 앨범 < Intruder >는 영국 앨범차트 2위에 오르며 두 번째 전성기를 예고한다.

로버트 무그 박사가 발명한 무그 신시사이저는 특유의 소리로 대중음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이 영국 뮤지션도 그 수혜를 받아 ‘I die you die’와 ‘Are ‘friends’ electric?’처럼 쉬운 선율의 신스팝 곡들을 남겼다. 그는 산업사회를 테마로 한 거칠고 공격적인 인더스트리얼 록에서도 지분을 차지한 뮤지션이었지만 차가운 소리에도 팝적인 감각을 포용하는 유연성도 소유했다. < Berserker >, < The Fury > 같은 1980년대 중반 작품들이 뉴먼식 인더스트리얼 록의 본격화를 알렸고 1990년대 앨범들은 나인 인치 네일스와 스타일을 공유하며 쌍방향적 음악 교류였음을 암시했다.

이번 앨범은 온난화로 고통 받는 지구의 심경을 대변한 콘셉트 앨범이며 환경오염과 종말론적 관점을 엮었다는 점에서 2017년에 발표한 < Savage (Songs from a Broken World) >의 연장선에 있다. 인트로 곡 ‘Betrayed’의 “당신은 날 해치고 나는 피 흘립니다.”라는 직설적인 가사로 인간의 행태를 비판한다. 과거의 인더스트리얼 록 밴드들이 자본주의의 역설이나 기계문명에 따른 개인의 부품화 같은 당시의 ‘현재’를 노래했다면 그는 미래로 시제를 옮겨 일종의 예언가 역할을 수행했다.

앨범 전체의 메탈릭한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는 매끈하게 다듬어졌고 눈앞에 영상을 펼치듯 극적인 곡 구성으로 주제 의식을 표현한다. 후렴으로 넘어가기 전 서늘함 효과음이 숨을 조이는 ‘And it breaks me again’이 대표적. 음반의 하이라이트 ‘Intruder’와 ‘A black sun’은 몽환적인 폴리무그 사운드가 금속성 소리 위를 유영하면서 인더스트리얼 록과 뉴웨이브 스타일이 절묘하게 교차한다.

전자음악 선각자 개리 뉴먼의 음악 인생은 굴곡졌다. ‘Cars’의 영광은 원히트원더의 오명으로 되돌아왔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제작된 1992년 작 < Machine And Soul >은 낮은 완성도로 혹평받았다. 하지만 훗날 피어 팩토리와 마릴린 맨슨같은 후배들이 그의 음악을 커버해 재조명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는 결코 데이비드 보위의 반열에 오를 수 없었고, 트렌트 레즈너같은 아이콘이 되지 못했지만 그것이 개리 뉴먼의 제1의 목표는 아니었다. 평생 과제는 신시사이저로 원하는 소리를 구현하는 것. 어둡고 음울하며 꿈꾸는 듯 신비로운 소리 뭉치를 쫓는 항해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 수록곡 –
1. Betrayed
2. The gift
3. I am screaming
4. Intruder
5. Is this world not enough
6. A black sun
7. The chosen
8. And it breaks me again
9. Saints and liars
10. Now and forever
11. The end of dragons
12. When you fall

Categories
Album POP Album

더 블랙 키스(The Black Keys) ‘Delta Kream'(2021)

평가: 3.5/5

블랙 키스는 2000년대 초반 일어난 개러지 록 리바이벌 물결에 직접적인 수혜를 입었다. 인디 밴드 시절부터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원료 그대로의 개러지 사운드가 여타 개러지 밴드와의 차별점으로 작용해 두각을 나타냈고 < Brothers >, < El Camino >의 흥행으로 상업적 성취까지 이뤄내며 지금까지 미국 개러지 록 밴드의 구심점을 담당한다.

전작 < Let’s Rock > 투어를 마친 뒤 20년 동안 빼곡히 채운 블랙 키스 이력서에 < Delta Kream >은 중요한 분기점이다. 시작은 멤버 댄 아우어바흐와 패트릭 카니가 유년시절부터 심취하고 습득해온 날이 선 블루스 본능을 여과 없이 분출하면서부터. 앨범은 영감의 근원을 상기시키기 위해 실행한 커버 프로젝트로 이 듀오의 음악적 뿌리로 여겨지는 ‘힐 컨트리 블루스’의 전통을 계승한다.

이 앨범은 2006년에 공개한 < Chulahoma >로 이미 그 존경심을 드러낸 주니어 킴브러를 포함해 알 엘 번사이드, 미시시피 프레드 맥도웰 등 아메리칸 블루스 전설들의 발자취를 따른다. 실제 알 엘 번사이드의 사이드맨으로 활동했던 기타리스트 케니 브라운과 주니어 킴브러의 베이시스트 에릭 디튼이 세션에 합류하면서 드문 코드 변경과 꾸준한 기타 리듬이 형성한 그루브가 특징인 힐 컨트리 블루스의 기조를 생생하게 유지한다.

알 엔 번사이드 원곡에 비해 전체적으로 느슨하지만 팽팽하게 주고받는 악기 간의 호흡이 더해진 ‘Poor boy a long way from home’을 필두로 한층 덜어낸 베테랑들의 연주가 유연하게 흐른다. 데뷔작 < The Big Coming Up >에서 거칠게 연출한 주니어 킴브로의 ‘Do the rump’를 부드러운 톤으로 재해석해 블랙 키스의 조율 능력이 상당함을 공표한다. 한편 가성 보컬과 케니 브라운의 능란한 슬라이드 기타가 인상적인 ‘Going down south’의 현대적 번역은 시간을 역행하며 알 엘 번사이드가 활동하던 그 시절 미국 남부의 허름한 선술집으로 공간을 옮겨 놓기도 한다.

그 동안 블랙 키스가 강조한 고전적 블루스의 정체성을 깊숙하게 파고들어 산뜻한 질감으로 구현한 < Delta Kream >으로 이들은 힐 컨트리 블루스의 유산을 충실하게 기록한다. 팀의 고유성을 견고히 다듬으며 블루스로의 회귀를 선택한 10번째 정규작 < Delta Kream >은 데뷔이래 지속해서 추구해온 지향점이자 그들만이 시도할 수 있는 과감한 찬사다.

-수록곡-

  1. Crawling kingsnake
  2. Louise
  3. Poor boy a long way from home
  4. Stay all night
  5. Going down south
  6. Coal black mattie
  7. Do the romp
  8. Sad Days, lonely nights
  9. Walk with me
  10. Mellow peaches
  11. Come on and go with me
Categories
Album POP Album

모비(Moby) ‘Reprise’ (2021)

평가: 3/5

2018년에 창단 100주년을 맞은 LA 필하모닉은 각 분야의 스타들을 모아 혁신적인 공연들을 준비했다. 일렉트로니카의 거장 모비도 베네수엘라 출신의 젊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과 함께 자신의 대표작들을 편곡하여 오케스트라 데뷔 무대를 가졌다. 이 협연을 계기로 최근 대중 아티스트들과 크로스오버를 선보이고 있는 독일의 유명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과 연락이 닿았고 값싼 신시사이저로 녹음했던 과거 곡들은 긴 세월 끝에 실제 악기 연주로 다시 태어난다.

밴드로 음악적 기본기를 다졌던 만큼 모비의 테크노 앨범들은 기계음으로 제작했음에도 인간미가 넘쳤다. 그 진가를 재조명하는 19번째 정규작 < Reprise >는 팬데믹이란 제약적 상황을 뚫고 실존하는 영혼들과 호흡한다. 어쿠스틱 기타와 허밍으로 시작하는 ‘Everloving’부터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 현악 4중주를 비롯한 오케스트라가 펼쳐지며 광활한 대지를 질주한다. 소울이 충만한 그레고리 포터와 애미시스트 키아의 듀엣곡 ‘Natural blues’도 퍼커션과 알앤비 질감의 백 보컬까지 가세하며 힘찬 울림을 전달한다.

히트작 < Play >의 시그니처 ‘Porcelain’이 템포를 낮추며 포크 스타일로 변모한 것처럼 악기 구성과 박자의 변화는 폭넓은 감상을 넘어 장르에 영향을 준다. 피아노와 드럼이 이끌었던 ‘Why does my heart feel so bad’는 바이올린과 팀파니로 리듬을 대체하며 합창단의 코러스와 더불어 가스펠의 요소를 끌어올린다. 모비의 리드 싱어 민디 존스가 노래한 ‘Heroes’는 원곡의 기타 리프와 상반된 잔잔함으로 시대의 영웅 데이비드 보위를 향한 그리움을 표한다.

전성기 시절 음악의 대부분은 샘플링 조각에서 결정적 한 방이 터졌지만 신보는 선배들의 유산을 온전히 체화하기 위해 과감히 과거를 지우기도 한다. ‘Natural blues’가 포크 가수 베라 홀의 ‘Trouble so hard’에 집중해서 다채롭게 리메이크한 것에 비해 끝없이 ‘Yeah’를 외쳤던 ‘Go’는 이 도돌이표를 지우며 완전히 탈바꿈한다. 영화와 TV에 자주 등장한 ‘Extreme ways’도 강렬한 현악기 샘플의 비중을 줄이며 서정적인 전개를 보인다. 샘플 없애기의 일환이었던 < Hotel >과 비슷한 기조로 볼 수 있으나 추억까지 들어낸 결단은 본연의 정체성을 약화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전자음악과 함께 태동했던 모비는 예상과 달리 디지털과 거리를 두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세웠다. 이번 작품에서 아날로그 시절의 영감을 실체화했던 기술력을 사용하지 않고 고전으로의 회귀를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클래식 업데이트가 원작들에 필적할 만한 작업은 아니지만 30년 노하우를 담은 마에스트로의 지휘는 일렉트로닉 브랜드의 오랜 업력을 검증한다.

– 수록곡 –
1. Everloving
2. Natural blues (Feat. Gregory Porter, Amythyst Kiah)
3. Go
4. Porcelain (Feat. Jim James)
5. Extreme ways
6. Heroes (Feat. Mindy Jones)
7. God moving over the face of the waters (Feat. Víkingur Ólafsson)
8. Why does my heart feel so bad (Feat. Apollo Jane, Deitrick Haddon)
9. The lonely night (Feat. Mark Lanegan, Kris Kristofferson)
10. We are all made of stars
11. Lift me up
12. The great escape (Feat. Nataly Dawn, Alice Skye, Luna Li)
13. Almost home (Feat. Novo Amor, Mindy Jones, Darlingside) 14. The last day (Feat. Skylar Grey, Darlingside)

Categories
Album POP Album

제이 콜(J. Cole) ‘The Off-Season’ (2021)

평가: 3.5/5

데뷔 14년 차를 맞아 제이 콜의 힙합 신 내 위상은 절정에 달했다. 다섯 장의 넘버원 앨범에 이어 신작 < The Off-Season >도 삽시간에 빌보드 싱글, 앨범 차트를 굴복시키며 그가 일으키는 여파를 체감시키는 중이다. 숱한 신의 강자들 사이에서도 그가 독자적인 존재로 칭송되는 데에는 수준 높은 음악도 음악이지만, 한결같이 의식적이고 성숙한 태도가 큰 몫을 한다. 푯값 1불짜리 ‘달러 앤드 어 드림’ 투어와 빌보드 인터뷰 등을 통해 꾸준히 표해온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한 경의는 강한 유대감을 조성했고, 이는 그의 팬들을 단순 팬을 넘어 충심 어린 추종자로 만들었다.

음악적으로도 트렌드세터의 이미지가 강한 카니예 웨스트나 드레이크의 경우와 달리 그는 자기 성찰적 메시지를 주무기로 흑인 사회에 긴밀한 공감대의 뿌리를 내리는 것이 특징이다. 붐뱁 프로덕션 위 자신의 인생사를 끄집어낸 < 2014 Forest Hills Drive >의 서사는 리릭시스트로서 그의 정체성을 각인한 수작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직한 음악적 지향점에 ‘지루한 래퍼’라는 비판을 내리며 그의 한계를 결부하기도 했는데, 비슷한 위상의 여타 힙합 뮤지션과 비교해 뱅어의 성질을 띠지 않는 느긋한 템포와 깔끔하지만 정석 이상에 도달하지 않는 단조로운 프로덕션 탓이었을 것이다.

그의 여섯 번째 정규 앨범 < The Off-Season >은 그러나 첫인상에서부터 아티스트의 그러한 관습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우선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프로덕션의 참여진이다. 이전에도 외부 조력자의 힘을 빌리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번에는 셀프 프로듀싱의 고집을 더욱 내려놓고 과반수의 곡을 다른 비트메이커의 비트로 채워 편곡적 다양화를 꾀했다.

첫 트랙 ’95 south’에서 드레이크 < Views >와 리아나 ‘Work’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프로듀서 보이원다(Boi-1da)가 주조한 호른 샘플이 호기로운 공간감을 그리고 나면 거장 팀버랜드에게 요청한 ‘Amari’가 명징한 플루트로 긴장감을 상승시키고, 엔딩 곡 ‘Hunger on hillside’가 주니어 파커의 ‘I wonder where our love has gone’을 발췌한 스트링 세션에 오토튠을 겹겹이 쌓아 끝을 우아하게 장식하는 식이다.

랩도 그에 맞춰 보다 활달한 에너지로 갑절의 듣는 맛을 안긴다. 2분 남짓의 짧은 길이에 일률적인 라이밍을 구사한 ‘Applying pressure’와 ‘Punchin’ the clock’의 간소화가 안정적이다. 흡사 정규 앨범 수록곡보다 잘 짜인 프리스타일을 연상시키기도 해 얼핏 심심한 인상이 남지만, 다른 곡들에서는 또 하나의 호착(好着)이 뒤를 받치고 있다. 강화된 피쳐링진이 그것이다. 현대적인 감각을 살려줄 수 있는 젊고 트렌디한 래퍼를 끌어와 ‘Pride is the devil’의 침잠하는 기타 위 제이 콜의 속도감에 릴 베이비의 웅얼거림을, ‘My life’의 강렬한 3연음 래핑에 21 새비지의 나른한 톤을 자연스럽게 배합했다.

중반부를 지나 더욱 깊어지는 메시지의 잔향도 변함없는 스토리텔러로서의 제이 콜 면모를 확인시키는 지점. 삶과 죽음, 자기반성 등 아티스트가 직접 피부로 느끼는 내용이 이번에도 텍스트를 차지한다. 히트곡 ‘Middle child’가 겹쳐가는 플로우에 변절하지 않는 자신을 멜로디로 표현한 ‘100 Mil”, ‘누구에게 죽임 당하지 않고 30대를 무사히 보냈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사멸에 대한 걱정과 한탄을 엮은 ‘Pride is the devil’의 메시지가 쌉싸름하다. ‘Interlude’에서 관조한 총성과 마약의 참상은 날 선 시선으로 새겨지고, 살해된 친구를 연민하는 ‘Close’의 엄중한 문장도 감흥이 짙은 대목이다.

바스(Bas)와 블랙(6lack)의 코러스로 차분한 분위기를 머금은 ‘Let go my hand’를 음반의 베스트 트랙으로 꼽고 싶다. 커가는 아들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을 과거의 회상 속 자신과 연결 지은 이야기 전개가 과연 제이 콜답다. < The Off-Season >은 이렇듯 그의 강점을 견지하고 기존의 매너리즘은 탈피하는 시도가 성공한 결과다. 노련한 스토리텔링의 < 2014 Forest Hills Drive >만큼의 문학적 성취는 아닐지라도, 스포츠에서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오프 시즌’처럼 커리어에 유의미한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작품이다.

– 수록곡 –
1. 95 south 
2. Amari
3. My life (Feat. 21 Savage, Morray) 
4. Applying pressure
5. Punchin’ the clock
6. 100 Mil’ (Feat. Bas)
7. Pride is the devil (Feat. Lil Baby) 
8. Let go my hand (Feat. Bas, 6lack) 
9. Interlude
10. The climb back
11. Close
12. Hunger on hillside (Feat. B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