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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 ‘INVU’ (2022)

평가: 3.5/5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은 고결한 존재임에도 질투, 의심, 증오 등 저열한 민낯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로 변모한 정규 3집 < INVU >의 태연도 가장 본질적이고 인간적인 감정을 파고들었다. 작사와 기획에 직접 참여한 앨범은 복합적인 사랑의 이미지를 열세 개의 단편으로 세분화해 옴니버스 형식을 구축했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감정선 대비가 뚜렷하다. 선두에서 음반을 이끄는 ‘INVU’는 음폭이 작은 보컬과 싸늘한 플루트 선율로 ‘차가운 질투’라는 모순적인 심상을 전달한다. 신화의 동물 세이렌처럼 고혹적인 ‘Siren’과 스산한 808 베이스의 브레이크를 입힌 ‘Cold as hell’까지 섬세한 보컬로 사랑의 파멸적인 성격을 들춰 보인다.

감정을 토해내던 화자는 ‘Timeless’부터 분위기를 전환하며 상대방을 끌어안는다. 찰랑이는 피아노 선율의 ‘품(Heart)’과 경쾌한 기타 리프를 더한 ‘You better not’ 역시 포용의 자세를 취한다. 다만 팝의 문법을 답습하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직접 가사를 쓴 개러지 록 ‘Can’t control myself’에는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Good 4 u’가, ‘Weekend’에는 도자캣의 ‘Say so’가 드리우고 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유기적이고 촘촘한 설계 아래 감정의 변화와 인격적인 성숙을 담았다. 그 흐름 속에서 1집 < My Voice >의 청명한 빛깔부터  2집 < Purpose >의 모노톤까지 지난날의 태연도 포착할 수 있다. 싱글 단위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겹겹이 쌓인 그의 화음처럼 트랙 하나하나가 모여 풍성하고 우아한 달빛을 만든다.

-수록곡-
1. INVU (추천)
2. 그런 밤(Some nights)
3. Can’t control myself
4. Set myself on fire (추천)
5. 어른아이(Toddler)
6. Siren (추천)
7. Cold as hell (추천)
8. Timeless
9. 품(Heart)
10. No love again
11. You better not (추천)
12. Weekend
13. Ending cred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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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Key) ‘Hate that…’ (2021)

평가: 2/5

각 그룹에서 가히 독보적인 음색을 맡고 있는 두 남녀가 만났음에도 시너지가 나오지 않는다. 이별 후 쓰라린 아픔을 곡에서 찾기 어렵고 물기 가득한 가을풍의 멜로디는 카밀라 카베요의 ‘Crying in the club’과 알렉 벤자민의 ‘Let me down slowly’가 스친다.

즉, 이 곡에서는 키와 태연이 보이지 않는다. 한층 가라앉은 사운드에 묻혀 보컬이 뚜렷하게 다가오지 않고 프리코러스의 반복되는 ‘Ooh ooh’는 흐름을 끊기만 한다. 변곡점이 될 법한 피쳐링 역시 키와 같은 톤을 유지하기에 밋밋함만 남을 뿐이다. 전형적인 이별 노래의 답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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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 ‘What Do I Call You’ (2020)

평가: 3/5

여섯 곡이라는 단출한 구성에도 뚜렷한 변화를 챙긴다. < Purpose >가 쨍한 스포트라이트 아래 화려한 아티스트를 끌어내 ‘내가 이만큼 할 수 있다’를 노래했다면, < What Do I Call You >는 이와 대척점에 서 있다. 시린 코끝을 간지럽히는 햇살이 닿는 곳에서 단숨에 써 내려간 일기장을 읊는 듯한 앨범은 ‘이만큼만 해도 문제없는’ 태연을 담았다. 한 마디로 많은 것을 덜어낸 모습이다.

하나는 짙게 물들인 감정선을 배제한 것이겠다. 섬세한 표현이 응축을 거쳐 적당한 타이밍에 파열을 일으킨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선공개 곡 ‘Happy’를 원류 삼아 키워드를 단조로움으로 잡는다. 뭉근하게 우려낸 타이틀 ‘What do I call you’는 달콤쌉쌀한 목소리 질감과 변주를 절제한 미니멀 비트의 조응이 탁월하다. 담담한 온도로 일관되나 타고난 음색이 견인하는 흡인력은 그의 기량을 다시금 입증하는 요소다.

전반적인 흐름, 특히 어쿠스틱 기타의 차분함이 공존하는 ‘Galaxy’에서 특유의 비장감과 웅장한 스케일을 벗어 던지고 보컬 그 자체에 충실하고자 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즉, SM이라는 거대한 프로모션에서 ‘어느 정도’ 멀어진 상황. 데커레이션을 뺀 채 유려하게 타고 넘나드는 가창은 곧 아티스트의 지지대로 자리 잡는다. 이때 조곤조곤한 무드를 깨면서 공기를 환기하는 역할 ‘들불’을 중반부에 배치하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것 역시 만족스러운 점이다.

다만 숨 고르기 단계로의 정착은 필연적으로 팝 스타의 현 행보와 겹쳐지게 된다. 컨셉트 면에서는 테일러 스위프트, 음악적으로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그늘이 드리울 때가 있다. 일례로 후렴구의 팔세토가 돋보이는 ‘To the moon’은 아리아나 그란데의 < Positions >의 잔향이 훅 들어오는 구간이다. 레퍼런스에 갇힌 정도는 아니나 ‘태연’이라는 브랜드가 갖는 기대치가 높기에 아쉬움도 동반한다.

안주하기보다 매번 다채로운 페르소나를 담으려 고민하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다. 꾸밈과 과잉 없는 ‘덜어내기’ 방식에도 감정표현의 영역은 더 넓어진 < What Do I Call You >는 노련함과 성실의 합작이다. 이제는 어떤 장르를 시도하더라도 무리 없이 자신의 이름을 새긴 깃대를 세운다. 다 제치고, 매서운 바람의 계절에 따스한 숨결을 불어 넣는 목소리가 깊이 가닿는 것만으로도 앨범은 생생해진다.

– 수록곡-
1. What do I call you 
2. Playlist
3. To the moon
4. 들불(Wildfire)
5. Galaxy 
6. Hap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