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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웬티 포 케이 골든, 릴 테카(24KGoldn, Lil Tecca) ‘Prada’ (2021)

평가: 3/5

떠오르는 신예 래퍼가 돌아왔다. 작년 틱톡의 혜택을 받은 ‘Mood’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의 주인공이 된 2000년생 신인 트웬티 포 케이 골든(24kgoldn)의 신곡이다. 너드 래퍼로 유명한 릴 테카를 피쳐링으로 낙점했다. 올해 초 발매한 정규 앨범 < El Dorado >를 조국에서 50만 장 팔아치우며 미국 음반 산업 협회(RIAA)에서 골드 인증을 받은 데에 이어 또 한 명의 유망주와 함께 자신이 원 히트 원더가 아님을 입증하고자 한다. 

소재는 돈 자랑이다. ‘Mood’가 로맨스와 권태를 주제로 한 것과 내용의 측면에서 다르다. 하지만 얼개는 비슷하다. 중독성 강한 후렴이 귀를 사로잡고 비슷한 리듬의 벌스가 채워진 뒤 2절에서 힘껏 목을 긁어 싱잉을 전달한다. 잘 들리는 훅(Hook)에서 오는 흡인력이 강하다. 히트 이상의 개성은 모호할지라도, 제법 괜찮은 곡을 쓸 줄 아는 뮤지션임은 톡톡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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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드(Pond) ‘9’ (2021)

평가: 3.5/5

21세기의 네오 싸이키델리아는 호주가 꽉 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멀록스와 테임 임팔라, 킹 기저드 앤드 리저드 위저드같은 호주 출신 밴드들은 1960~1970년대 사이키델릭 뮤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하나의 조류를 형성했다. 퍼스 출신의 14년 차 밴드 폰드 역시 우주에 접속하는듯한 소리샘과 그에 상응하는 4차원적 가사로 위 대열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의 9번째 정규 앨범 < 9 >는 곡 구성과 연주 방식에 있어서 통상적인 규격을 벗어났던 과거 익스페리멘털 록의 전위성을 품은 전작들에 비해 현대적인 전자음악의 비트를 수용하여 시대적 흐름과 조응했다.

책임감과 원망, 사랑을 주제로 2019년에 내놓은 콘셉트 앨범 < Tasmania >에 비해 신보는 사운드의 통일성에 덜 구애받는다. 늘 그래왔듯 광범위한 스타일을 다루되 전반적으로 빠른 비트가 돋보이고 댄스플로어에 울려 퍼질 ‘Pink lunettes’와 MGMT가 연상되는 ‘Human touch’가 전자 음향의 사이키델리아를 구현했다. 록의 색채가 옅어진 자리에 일렉트로니카가 들어서는 구도는 미국의 얼터너티브 록밴드 플레이밍 립스의 2010년대 작품들과 비슷하다.

폰드의 동력은 자유분방함과 유연성이다. 작·편곡, 프로듀싱의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일차 목표로 한 이들은 멀티 인스트루멘털리스트로서의 강점을 살려 독창적인 음악성을 구축했다. 독특한 코드 진행의 사이키델릭 팝 ‘Amerca’s pop‘과 월드비트를 수용한 ’Rambo’의 악곡은 정해진 규칙은 없다는 양 자유롭게 뻗어 나가고 ‘Song for Agnes’의 일그러지는 괴팍함도 잔상을 남겼다. 그간 5장의 정규 앨범에서 프로듀싱을 담당한 테임 임팔라의 케빈 파커에게서 독립한 이번 앨범은 개성파 밴드의 온전한 음악색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폰드는 킹 기저드 리저드 위저드의 난해함과 테임 임팔라의 감수성을 절충했고 소리의 연구를 이어가는 한편, 현대성을 끌어안아 대중과의 접점을 남겨두었다. 일견 백화점식 구성의 산만함을 수반하는 음악 스타일이지만 과거부터 현재를 아우르는 사운드적 요소와 다양한 장르를 몽환적인 음향으로 매듭지어 일관된 수준을 보증해왔다.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악곡 전개가 전자음악의 잔향을 강하게 드리운다는 점에서 폰드의 < 9 >는 현대적 감성을 향한 지향점이 명확하다.

– 수록곡 –
1. Song for Agnes
2. Human touch
3. America’s cup
4. Take me Avalon I’m young
5. Pink lunettes
6. Czech locomotive
7. Rambo
8. Gold cup / plastic sole
9. To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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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 나스 엑스(Lil Nas X) ‘Montero'(2021)

평가: 3.5/5

정면돌파, 정면돌파, 정면돌파
2019년 ‘Old town road’로 릴 나스 엑스가 전 세계 음악 신을 강타할 때 그의 장기 집권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어느새 음악 세일링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틱톡(TikTok) 등의 바이럴 마케팅이 크게 작용해 만든 빌보드 싱글 차트 19주 연속 1위란 새역사가 그저 시대와 시류가 우연히 만나 빚어진 결과로 읽혔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원 히트 원더. 그 이상의 가능성을 점치지는 않았다.

갖은 인식과 편견을 뒤집었다. 데뷔 후 처음 발매한 EP < 7 >(2019)의 수록곡 ‘Panini’가 차트 5위에 안착하는가 하면 이후 내놓은 싱글 역시 대중의 큰 관심을 받는다. 이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한 일은 그의 음악 행보의 한 분기점이다. 1999년생으로 어린 나이에 이룩한 성공과 흑인 그리고 성 소수자로서 안고 지녀야 했던 고통, 고민이 음악의 핵심이 됐다. 사랑의 대상이 남성임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내면의 불안감 감추지 않고 꺼낸다. 속내를 다 비추는 거리낌 없는 정면돌파가 두꺼운 팬덤을 일궜다.

본명을 음반의 제목으로 삼은 것 또한 그가 택한 또 하나의 정면돌파다. 메간 더 스탈리온과 함께한 ‘Dolla sign slime’에선 자신을 ‘달러($) 기호’에 비유하고 도자캣과 함께한 ‘Scoop’은 뜻대로 화제의 중심에 선 나를 과시한다. 시쳇말로 요새 잘나가는 래퍼들과 손잡고 시원하게 성공을 자축했다. 반면 음반의 후반부에 위치한 ‘Tales of Dominica’, ‘Void’를 비롯해 특히 ‘Sun goes down’은 상처와 아픔에서 나아가 어린 시절 자신이 겪은 괴롭힘을 보다 적극적으로 노래한다. 다운 템포의 자전적 발로가 그를 지상 세계로 끌어내렸다.

즉, 릴 나스 엑스는 손 닿을 수 없는 스타가 아니라 ‘나’를 투영해 볼 수 있는 내 옆에 있는 스타다. 퀴어 영화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을 끌어와 만든 리드 싱글이자 차트 1위 곡 ‘Montero’는 차세대 퀴어 앤섬으로 손색없을 거침 없는 비유로 중무장했다. 남자 뱀과 만난 대가로 지옥에 떨어진 주인공이 사탄을 유혹하고 끝내 정복한다는 설정의 뮤직비디오는 퀴어에게 쏟아지는 일면의 조롱을 전복한다. ‘Industry baby’도 용감무쌍하다. 핑크색 죄수복을 입고 때로는 알몸으로 춤을 추며 ‘또다시 히트곡을 냈다’ 외치는 모습에선 아티스트의 면모가 빛난다.

음반에는 스웨그와 소울이 교차한다. 마음껏 화려하고 또 마음껏 우울한 온전한 고백이 가득 차 있다. 또한 ‘That’s what I want’와 같은 곡에선 인상적인 래핑으로, ‘One of me’에선 중저음의 목소리를 살려 멜로디를 부각, 다양한 장르를 고루 들여왔다. 이에 덧댄 단단한 퍼포먼스 역시 일품. 지금 릴 나스 엑스에게는 부족한 것이 없다. 가끔 그 방법이 도발적이고 그래서 위태롭게 보일지언정 핵심의 메시지와 노래의 주인공인 나를 잃지 않는다. 약하고도 강한 음악 신의 라이징 스타. 그의 성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 수록곡 –
1. Montero(Call Me By Your Name)
2. Dead right now
3. Industry baby
4. That what I want
5. The art of realization
6. Scoop(Feat. Doja Cat)
7. One of me(Feat. Elton John)
8. Lost in the citadel
9. Dolla sign slime(Feat. Megan Thee Stallion)
10. Tales of Dominica
11. Sun goes down
12. Void
13. Dont want it
14. Life ater salem
15. Am I dreaming(Feat. Miley Cy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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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비온(GIVĒON) ‘For tonight’ (2021)

평가: 3.5/5

2018년 데뷔 이래로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아온 알앤비, 소울 싱어 기비온의 새 싱글이다. 프랭크 시나트나로부터 자신감을 얻어 생명력을 갖게 된 그의 바리톤은 낮은 곳에서부터 진동했고 2020년 드레이크의 ‘Chicago freestyle’, 2021년 저스틴 비버의 ‘Peaches’ 등 쟁쟁한 뮤지션이 참여한 히트송에서 스스로 틈을 뚫어내며 크게 폭발했다. 쉼 없던 활화산은 이내 신곡 ‘For tonight’으로 한 번 더 열기를 뿜었고, 대중과 평단의 마음을 깊숙이 녹일 준비를 마친다.

과거를 재해석하는 문법이 보편적인 지금, 기비온은 장르를 어떠한 가공 하나 없이 정직하게 빚어낸다. 원석에 가까운 결정을 빛내는 건 목소리이다. 절제하는 피아노, 촉촉하게 퍼지는 드럼 구성과 하이라이트 부분 짤막하게 등장하는 현악기 세션처럼 담백하게 꾸려진 편곡은 오로지 주인공을 위한 스포트라이트란 목적으로 뚜렷하다. 분명한 건 독백 극의 주연으로서 자질을 가졌다는 것. 전 세대를 아우르는 묵직한 음성이 무대를 가득 메우며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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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치스(CHVRCHES) ‘Screen Violence’ (2021)

평가: 3.5/5

스코틀랜드 출신 3인조 신스팝 밴드 처치스의 등장은 화제에 가까웠다. 이 신인의 주 화법은 과거 라 루로 시작해 당시 퓨리티 링과 그라임스에게서 방법론적으로 계승되던 ‘정제되지 않은 과잉의 신시사이저’와 그 위로 얹히는 ‘카랑카랑한 여성 보컬’의 조합이었지만, 폭발적 인기의 정확한 근원은 독창적인 멜로디 메이킹으로 점칠 수 있었다. 선율과 청량감을 무기로 내세운 데뷔작 < The Bones Of What You Believe >는 양질의 신스팝에 목말라 있던 이들을 단숨에 지지층으로 사로잡았다.

정규 4집 < Screen Violence >의 단상은 이러한 초창기 선명함의 복구다. 대중에게는 더 익숙할 EDM 공식을 접목하였으나 되려 창작의 고갈이라는 평을 받은 전작 < Love Is Dead >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외도가 아닌 정도(定道)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다시 한번 순수주의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인 신시사이저와 비장한 로렌 메이베리의 보컬을 병행하며 극적인 랠리를 성사한다. 유려한 시작에서 점차 고조를 가하는 ‘Asking for a friend’를 시작으로 여느 때보다 강렬한 록 사운드가 골조를 장식하는 ‘Final girl’까지 트랙 곳곳에는 노골적인 함의가 가득하다.

날선 각오는 콘셉트에서도 극명히 나타난다. ‘스크린 폭력’이라는 제목처럼 수많은 공포의 단면을 다루는 앨범은 절대악과 같은 개념이 아닌 여러 익숙한 형태로 우리 곁에 만연한 두려움을 포착한다. 매일 밤 악몽의 모습으로 찾아오거나(Violent delights), 공포 영화의 클리셰처럼 조여오고(Final girl), 때론 사회적 기준과 고정관념으로 당신을 옥죄어오는(Good girls) 것들. 역설적이게도 여기에는 명랑하고 직선적으로 설계된 멜로디가 자리를 잡는다. 기분 좋은 의외성을 선사하며 듣는 재미를 배가하는 반전적 요소다.

전체적인 완성도는 초기작의 아성에 미치지 못한다. ‘How not to drown’에 참여한 큐어의 보컬 로버트 스미스는 비교적 불안한 무드인 크리스탈 캐슬의 ‘Not in love’ 경험에 초점을 맞춘 듯 뻗어나가야 할 곡 분위기와는 어그러진 합을 낳는다. 완급을 위해 안정을 도모한 후반부 구간은 초반부 강하게 휘어잡은 기세에 비해서나, 또는 곡 자체로도 변화의 메리트를 크게 주지 못한다. 동일 재료를 이용한 작법과 파격적인 노랫말은 앨범의 주장과는 일치하지만, 공격성을 줄이고 환기의 효과를 가져온 전작들의 ‘Recover’나 ‘Afterglow’와 비교하면 다소 무던하게만 다가올 뿐이다.

관계에 관한 고뇌와 군상을 밝게 열창하던 처치스가 어둡고 무거운 주제 선택을 통해 다른 활로를 개척했다는 점은 괄목할만하다. ‘California’나 ‘Good girls’ 등 번뜩임이 가득한 킬링 트랙의 존재 역시 뚜렷하다. 비록 꿈을 거닐던 < The Bones Of What You Believe >의 부드러운 판타지도, 혹은 오로지 찬연하기만 한 < Every Open Eye >의 희망주의도 이제는 찾을 수 없지만, 이상에서 내려와 현실적 지면에 우뚝 선 이들의 매력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선명한 신시사이저의 광채에 은은한 스릴러를 적신 적색 경보 < Screen Violence >가 울린 것은 다름 아닌 밴드의 건재한 생존 신고다.

1. Asking for a friend
2. He said she said
3. California 
4. Violent delights 

5. How not to drown (Feat. Robert smith)
6. Final girl 
7. Good girls 
8. Lullabies
9. Nightmares
10. Better if you do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