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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걸스 ‘Summer Queen’ (2021)

평가: 3/5

씨스타의 해체 이후, 대한민국을 강타한 썸머송은 쉽사리 등장하지 않았다. 발라드 혹은 프로젝트 그룹 등의 빈자리 메움은 오히려 과거를 그리워하게 되는 갈증을 유발했고 많은 이는 그 시절로의 회귀를 반추하곤 했다. 올해 상반기는 ‘롤린’이 심심함을 달래 주었고 브레이브 걸스는 이 기세를 몰아 공석이던 썸머퀸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깃대를 세운다. 앨범명부터 명명히 드러내는 EP < Summer Queen >은 침체된 여름 시장을 뜨거운 열기로 채워 넣는 돌파구다.

‘롤린’이 시그니처인 플루트를 필두로 탄산을 머금은 듯한 트로피컬 하우스의 정석이었다면 ‘치맛바람’은 딥 하우스에 더 가깝다. 인트로의 색소폰으로 흡인력을 높이고 청량한 기조를 이어가다 후렴에서 터지는 자극 대신 유유히 흘러가는 멜로디를 녹여내는데, 이러한 방식은 자가복제를 면하기 위한 계책이다. 사운드는 한 층 톤 다운됐지만 뻗어 나가는 민영의 고음이 곡을 무겁지 않게 밸런스를 맞춘다. 톡 쏘는 맛 없이도 중독성을 갖고 있기에 왜 이 곡이 타이틀인지에 대한 당위성은 충분하다.

대중의 니즈를 정조준하기 위해 용감한 형제는 그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속된 말로 쌈마이를 여실히 담아냈다. 대표적 예시가 ‘Pool party’다. 멤버들의 합창으로 시작되는 ‘라라라’가 2010년대 초반의 댄스 무대로 데려가고 통통 튀는 베이스가 ‘치맛바람’과는 또 다른 상쾌함을 준다. 다만 넘실거리는 신스 웨이브의 진행이 케이티 페리의 ‘California gurls’, 칼리 래 젭슨의 < Emotion >과 겹쳐지는 구간이 많아 브레이브 걸스의 노래 그 자체로 보이지 않는다.

브라스 사운드가 지배하는 ‘나 혼자 여름’은 1990년대를, 디스코 열풍을 불러일으킨 영화 < 토요일 밤의 열기 >를 차용한 ‘Fever’는 1970년대를 그린다. 특히 ‘Fever’는 쿨 앤 더 갱의 ‘Get down on it’, KC 앤드 더 선샤인 밴드의 ‘Get down tonight’ 등 디스코를 대표하는 숙어 ‘get down’을 가사에 넣음으로써 7080을 추억하게 하는 재미를 지닌다. 한국의 시티 팝이라 불리는 ‘운전만 해’를 포함하여 브레이브 걸스가 너른 스펙트럼을 소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주행의 신화는 이후 행보에 따라 평가가 좌우된다. SNS나 기타 플랫폼의 활약으로 하룻밤 새 스타를 만드는 것은 이전보다 훨씬 수월하지만, 그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아류작에 머무르는 경우는 이미 허다하게 겪었다. 브레이브 걸스는 예외다. 왕좌에 도달한 것은 아니나 여름에 제격인 타이틀과 다양한 장르를 통해 대중을 제 편으로 이끄는데 성공했다. 게다가 영어 가사의 ‘Chi mat ba ram’으로 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당돌함까지, 여러 측면에서 팀 이름을 다시금 증명한다.

-수록곡-
1. 치맛바람(Chi mat ba ram)
2. Pool party (Feat. 이찬 of DKB)
3. 나 혼자 여름
4. Fever(토요일 밤의 열기)
5. Chi mat ba ram (Eng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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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걸스 ‘치맛바람’ (2021)

평가: 4/5

목표는 분명하고 명확했다. 구매층에 대한 시장조사도 필요 없었고 음악과 이미지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없었다. 민영, 유나, 은지, 유정을 빛낼 수 있는 밝은 분위기와 여름을 표현하는 흥겨움이 신곡에 대한 평가를 좌우할 뿐이었다. 그리고 새 싱글은 이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롤린’을 많이 참고했다. 트로피컬 하우스로 기초공사를 다졌고 그 위에 슈가팝 스타일의 주요 멜로디를 얹어 대중 접근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렸으며 도입부에 유정, 유나, 민영으로 등장하는 보컬 순서도 ‘롤린’과 같다. 후반부의 클라이맥스로 이끌고 가는 진행과 신시사이저 리듬도 유사하며 노랫말에는 ‘롤린’의 가사 ‘Rolling in the deep’과 뮤직비디오에서는 ‘롤린’의 춤동작도 등장한다. 아직은 ‘롤린’의 안전망에서 완전하게 벗어나지 않았음을 적시한다.

이 곡에서 용감한 형제는 작정하고 민영의 보컬을 부각한다. 그는 ‘Help me’와 ‘하이힐’, ‘롤린’보다 가쁜 호흡을 요구했고 민영은 소화해 냈다. 멤버에 대한 무한대의 신뢰가 적용되는 부분. 해외 진출의 꿈을 드러낸 영어 버전에서 ‘살랑살랑’과 바람바람’을 ‘Salrang salrang’과 ‘Baram baram’으로 표기한 것도 인상적이다.

용감한 형제는 주요 멜로디를 부각하는 능력과 세련되게 세공하는 편곡 실력이 뛰어나고 브레이브걸스의 가창력은 동시대 가수들 중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치맛바람’은 이 두 가지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