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스타의 해체 이후, 대한민국을 강타한 썸머송은 쉽사리 등장하지 않았다. 발라드 혹은 프로젝트 그룹 등의 빈자리 메움은 오히려 과거를 그리워하게 되는 갈증을 유발했고 많은 이는 그 시절로의 회귀를 반추하곤 했다. 올해 상반기는 ‘롤린’이 심심함을 달래 주었고 브레이브 걸스는 이 기세를 몰아 공석이던 썸머퀸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깃대를 세운다. 앨범명부터 명명히 드러내는 EP < Summer Queen >은 침체된 여름 시장을 뜨거운 열기로 채워 넣는 돌파구다.
‘롤린’이 시그니처인 플루트를 필두로 탄산을 머금은 듯한 트로피컬 하우스의 정석이었다면 ‘치맛바람’은 딥 하우스에 더 가깝다. 인트로의 색소폰으로 흡인력을 높이고 청량한 기조를 이어가다 후렴에서 터지는 자극 대신 유유히 흘러가는 멜로디를 녹여내는데, 이러한 방식은 자가복제를 면하기 위한 계책이다. 사운드는 한 층 톤 다운됐지만 뻗어 나가는 민영의 고음이 곡을 무겁지 않게 밸런스를 맞춘다. 톡 쏘는 맛 없이도 중독성을 갖고 있기에 왜 이 곡이 타이틀인지에 대한 당위성은 충분하다.
대중의 니즈를 정조준하기 위해 용감한 형제는 그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속된 말로 쌈마이를 여실히 담아냈다. 대표적 예시가 ‘Pool party’다. 멤버들의 합창으로 시작되는 ‘라라라’가 2010년대 초반의 댄스 무대로 데려가고 통통 튀는 베이스가 ‘치맛바람’과는 또 다른 상쾌함을 준다. 다만 넘실거리는 신스 웨이브의 진행이 케이티 페리의 ‘California gurls’, 칼리 래 젭슨의 < Emotion >과 겹쳐지는 구간이 많아 브레이브 걸스의 노래 그 자체로 보이지 않는다.
브라스 사운드가 지배하는 ‘나 혼자 여름’은 1990년대를, 디스코 열풍을 불러일으킨 영화 < 토요일 밤의 열기 >를 차용한 ‘Fever’는 1970년대를 그린다. 특히 ‘Fever’는 쿨 앤 더 갱의 ‘Get down on it’, KC 앤드 더 선샤인 밴드의 ‘Get down tonight’ 등 디스코를 대표하는 숙어 ‘get down’을 가사에 넣음으로써 7080을 추억하게 하는 재미를 지닌다. 한국의 시티 팝이라 불리는 ‘운전만 해’를 포함하여 브레이브 걸스가 너른 스펙트럼을 소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주행의 신화는 이후 행보에 따라 평가가 좌우된다. SNS나 기타 플랫폼의 활약으로 하룻밤 새 스타를 만드는 것은 이전보다 훨씬 수월하지만, 그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아류작에 머무르는 경우는 이미 허다하게 겪었다. 브레이브 걸스는 예외다. 왕좌에 도달한 것은 아니나 여름에 제격인 타이틀과 다양한 장르를 통해 대중을 제 편으로 이끄는데 성공했다. 게다가 영어 가사의 ‘Chi mat ba ram’으로 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당돌함까지, 여러 측면에서 팀 이름을 다시금 증명한다.
-수록곡-
1. 치맛바람(Chi mat ba ram)
2. Pool party (Feat. 이찬 of DKB)
3. 나 혼자 여름
4. Fever(토요일 밤의 열기)
5. Chi mat ba ram (Eng 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