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Album KPOP Album

엔하이픈(ENHYPEN) ‘Border : Carnival’(2021)

평가: 3.5/5

CJ ENM과 하이브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 I-LAND >는 시청자의 기대에 못 미쳤지만 여기서 데뷔한 엔하이픈은 해외에서 관심을 받으며 케이팝 스타의 꿈을 향해 전진했다. 덕분에 이 신인 그룹은 소속사 하이브의 선배 방탄소년단의 후광뿐만 아니라 그 비결까지 집약적으로 전수받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목받았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바탕으로 구성해 서사성을 내세운 < Border : Day One >이 대표적이다.

< Border : Carnival >은 방시혁, 원더키드와 함께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쓴 멜라니 폰타나와 미셸린드 그렌슐츠가 작곡자로 올인했다. 인트로의 섬뜩한 합창과 로킹한 사운드는 몽롱한 느낌을 자아내는 사이키델릭 록 ‘Drunk-dazed’로 이어진다. 이 퇴폐적인 이미지는 소속사 선배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록 넘버 ‘Wishlist’나 ‘Ghosting’의 청량함과 대비되며 자신들의 입지를 부각한다.

음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스토리텔링은 선배로부터 받은 두 번째 유산. 죽음의 축제를 묘사한 타이틀곡에 이어 관능적인 ‘Fever’가 뱀파이어 컨셉트를 표현하고 ‘별안간’의 SNS 용어와 청소년의 내면 갈등은 실제 멤버와 세계관 속의 캐릭터를 연결한다. 엠비언트 넘버 아우트로는 셰익스피어의 < 소네트 43 >을 인용한 내레이션으로 다음 앨범을 예고한다.

소속사의 성공 공식이나 다름없는 탄탄한 기획과 능숙한 작곡진은 이 음반을 든든하게 받쳐준다. 그 틀이 긴장감을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신인 특유의 역동성은 그 진부함마저 상쇄하며 사이키델릭 록, 엠비언트 같은 새로운 시도는 발전가능성을 제시한다. 만족할 만한 완성도를 도출한 엔하이픈은 이 두 번째 EP로 팀의 기반을 착실하게 닦았다. 이제부터는 때를 기다린다.

-수록곡-

1. Intro : the invitation

2. Drunk-dazed

3. Fever

4. Not for sale

5. 별안간(Mixed up)

6. Outro : the wormhole

Categories
Album KPOP Album

강다니엘 ‘YELLOW'(2021)

평가: 3/5

세 개로 분리되어있던 원을 하나로 뭉친 속에는 노랑이 들어차 있다. 언뜻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러오는 ‘봄’과 ‘노랑’의 조합이지만 앨범 소개에서 언급한 대로 강다니엘의 시선 속 ‘Yellow’는 ‘경고’와 ‘불완전한 상태’라는 냉정한 이미지로 재편된다. 밤하늘의 달처럼 어둠 속 빛나는 커버가 예고하듯 음반은 컴컴한 적막이 내내 가득하다. 색깔 3부작의 마지막 장인 < YELLOW >는 청량한 < CYAN >과 대비되고 성숙한 < MAGENTA >보다 깊게 가라앉는, 강다니엘의 심연 속 자아를 호출하는 작품이다.

묵직한 후렴 베이스 리프를 내세웠던 ‘Touchin”과 뭄바톤의 레게톤 ‘깨워’ 등 데뷔 때부터 이어오고 있는 팝 트렌드 대한 지향은 본작에 이르러 단순 시류 편승 너머의 독자적 영역을 향한 욕망으로 읽힌다. 첫 트랙 ‘Digital’부터 그 욕구를 드러낸다. 노래는 위켄드, 두아 리파 등을 통해 대중에게 익숙해진 레트로 신스팝으로, 광기 어린 웃음과 거칠게 왜곡된 코러스(Chorus)의 목소리가 긴장감을 형성하며 음반의 어둑한 무드를 적나라하게 표출한다.

끈적한 분위기 아래 적재적소에 샘플을 조리 있게 배치한 ‘Paranoia’에서는 ‘깨워’식 두꺼운 신시사이저 브라스로 전작의 잔향을 남겨놓고, 타이틀 ‘Antidote’에서는 얼터너티브 알앤비 뼈대 위 후렴에는 일렉트로닉 기타를, 2절에는 어쿠스틱 기타를 각각 교차해 록과의 신선한 배합을 꾀한다.

여러 장르의 조립에도 전작만큼의 안정감을 이어가는데, 이는 멜로디의 특징으로 풀이할 수 있다. ‘Paranoia’ 후렴구와 ‘Misunderstood’와 ‘Antidote’ 벌스(Verse)가 대표하듯 대부분의 곡이 8비트 중심의 단순한 리듬으로 떨어져 쉽게 귀에 들어온다. 정직하지만, 묵직하고 직선적인 보컬 스타일을 조명하기에 효과적인 작법이며 이 덕에 수록곡 간의 편차가 크지 않다.

중간중간 치고 나오는 바밍타이거 크루 소속 래퍼 오메가 사피엔과 < 쇼미더머니 9 > 출신 원슈타인의 피쳐링이 예상보다 크지 않은 존재감으로 앨범과의 조화에 대한 의문을 남기지만, 부족한 그루브를 채워주는 것은 분명하다. ‘짠맛’ 속 ‘단맛’의 역할을 수행하는, 언뜻 찰리 푸스 ‘One call away’의 친절함이 연상되는 ‘Save U’가 선명한 멜로디 라인으로 반복 청취를 가능케 한다는 점도 만족스럽다.

전곡 작사에 참여해 스스로 저술한 자기 고뇌에는 나름의 ‘기승전결’이 있다. 중반부까지 ‘실체 없는 그림자'(‘Digital’)에 헤매다 ‘Antidote’에서 그 존재를 인식한 듯 구조를 요청하고, ‘Save U’에서 치유된 화자가 빛을 향해 손을 뻗는 서사는 한 편의 단편 영화를 연상케 한다. 팝 트렌드에 대한 예민한 통찰에 앨범을 엮어내는 스토리텔러로서의 기질을 더해 한 발 더 성장했다. 앳된 겉모습 속 가려진 이면을 팝스타다운 ‘멋’으로 풀어낸 앨범.

– 수록곡 –
1. Digital
2. Paranoia
3. Misunderstood (Feat. Omega Sapien)
4. Antidote
5. Save U(Feat. Wonstein) 

Categories
Album POP Album

런던 그래머(London Grammar) ‘Californian Soil'(2021)

평가: 3.5/5

2013년 성공적인 데뷔작 < If You Wait >를 발표한 영국의 혼성 트리오 런던 그래머는 2집 < Truth Is A Beautiful Thing >으로 차트 1위를 석권하며 대중에게 알려졌다. 결성 당시부터 민주적인 방식을 고수한 그들은 세 번째 앨범 < Californian Soil >을 통해 팀의 보컬리스트 한나 레이드를 밴드의 리더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며 변화를 도모했다.

무아지경의 영적 인트로를 시작으로 트립합의 대표자 매시브 어택의 ‘Teardrop’과 유사한 ‘Californian soil’을 타이틀로 건 이유는 먼저 자신들의 지향점을 짚기 위함이다. 2000년대 알앤비와 앰비언트 팝을 융합한 ‘Missing’으로 전작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며 여전히 음울한 정서가 지배하는 듯 보이나 과감한 역동성을 도입하며 전보다 새로워진 에너지를 체감하게 만든다.

그 중심에는 대담한 서정과 생동감을 결합한 보컬리스트 한나 레이드가 있다. 안정적으로 쌓아 올린 그의 보컬이 구축한 몽환적인 ‘Lose your head’가 그 결과물이며 런던을 무대로 활동하는 전자음악 프로듀서 조지 피츠제럴드의 참여도 주 요인이다. 간결하면서 웅장한 시그니쳐 사운드를 일렉트로닉 팝 요소로 주조한 ‘How does it feel’과 ‘Baby it’s you’는 신선한 호흡이 일군 걸출한 합작품.

< Californian Soil >은 미니멀리즘을 앞세운 오묘한 클래식 사운드가 감각적인 여백을 그려낸 앨범이다. 런던 그래머만이 연출할 수 있는 덜어냄의 미학이 여기 있다. 적절히 형성된 균형을 유지하고 화려함을 첨가한 < Californian Soil >은 단조롭고 정제된 흐름 속에서도 보이지 않게 흐르는 활력이자 매끄러운 잔향이다.

-수록곡-

  1. Intro
  2. Californian soil
  3. Missing
  4. Lose your head
  5. Lord it’s feeling
  6. How does it feel
  7. Baby it’s you
  8. Call your friends
  9. All my love
  10. Talking
  11. I need the night
  12. America

Categories
Album KPOP Album

휘인 ‘Redd'(2021)

평가: 3/5

대중적인 음색과 화려한 테크닉으로 마마무의 음악 정체성을 담당해 온 휘인이 멤버들 중 마지막으로 솔로 경력을 시작한다. 서정적인 발라드 곡 ‘부담이 돼’와 ‘헤어지자’, 힙한 리듬감의 알앤비 ‘Easy’ 등 장르를 넘나들며 역량을 쌓아온 휘인은 자유로운 붓 터치로 자신의 색깔을 표현한다. 이렇듯 < Redd >는 스스로를 틀에 가두지 않고 넓은 팔레트로 자전적인 이야기를 풀어낸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솔로 데뷔음반이다.

마마무의 음악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은 뉴 잭 스윙 스타일의 타이틀곡 ‘Water color’는 색다른 시도의 자극보다 휘인 자신을 온전히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이것은 휘인의 음악 취향에서 그룹의 색깔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마무의 다른 멤버들이 솔로 활동에서 차별화 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과 달리 그는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하며 자신감과 함께 곡을 주도한다.

‘Water color’가 마마무의 휘인을 이어주는 연장선이라면 수록곡들은 보컬리스트 휘인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그린다. 트렌디한 어반 사운드의 ‘Trash’와 몽환적인 울림을 주는 ‘Butterfly’는 알앤비에 강점을 보이는 휘인 특유의 리듬감이 여과 없이 발휘된다. 나긋나긋한 템포로 섬세한 가사를 노래한 ‘오후’와 ‘봄이 너에게’는 사운드에 뚜렷한 포인트가 없음에도 중저음의 따뜻한 음색이 곡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타이틀곡의 ‘난 다 잘 어울려’라는 가사가 말해주듯 그의 목소리가 앨범 전체에 매끄럽게 스며들어 조화롭다.

앨범은 파격적인 콘셉트와 실험적인 장르 없이 휘인의 알앤비 보컬만을 조명하며 자신의 가치를 강조한다. 여리면서 단단한 음색은 사운드의 유려한 전개와 편안한 감상을 유도하고 솔로 가수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이지만 안정감으로 채워진 앨범은 톡 쏘는 개성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 진한 인상을 줄 수 있는 강렬한 트랙의 부재로 휘인의 역량을 드러나는 시원함이 부족하다. 임팩트는 약하나 솔로 가수로서의 초석을 다지는 데 집중한 앨범이다.

– 수록곡 –
1. Water color
2. Trash (Feat. pH-1)
3. 오후 (Ohoo)
4. Butterfly (Feat. GSoul)
5. 봄이 너에게 (Springtime)
6. No thanks
7. Water color (English ver.)

Categories
Album POP Album

장 미셸 자르(Jean Michel Jarre) ‘Amazônia'(2021)

평가: 3.5/5

프랑스 출신 음악가 장 미셸 자르는 독일의 크라프트베르크, 이탈리아의 조지오 모로더와 함께 1970~1980년대 전자음악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 아라비아의 로렌스 >, < 닥터 지바고 >,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음악을 맡은 위대한 영화 음악가 모리스 자르의 아들인 그도 50년 동안 전자음악 역사에 눈부신 발자취를 남겼다. ‘Equinoxe part 4’가 < MBC 뉴스데스크 >의 엔딩 음악으로, ‘Calypso’가 < 시사매거진 2580 >에 쓰여 국내에도 친숙한 그의 작품은 대중 친화적인 연주 음악으로 명성을 확고히 했다. 사진작가 세바스티안 살가도가 기획한 동명의 전시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스물한 번째 정규앨범인 < Amazônia >는 소리로 아마존 밀림을 탐색한다.

이 앨범의 감상은 청취보다 체험에 가깝다. 목적 자체가 소리를 통한 아마존 밀림의 형상화이기에 감정이입 같은 보편적 욕구와 엇갈리고 음악이 텁텁하게 들리지만 창작의 의도를 수용하면 소리의 질감에 감응할 수밖에 없다. 헤드폰으로 입체감 있는 소리를 구현한 바이노럴 방식과 공간감을 부여하는 5.1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의 두 버전을 동시에 발매했다는 점에서 생생한 소리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난다.

단순한 배경음악을 지양하고자 했던 장 미셸 자르는 제네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채취한 자연음을 가공하고 여기에 전자음을 섞어 자신만의 아마존 밀림을 창조했다. 테크노에서 앰비언트로 변하는 ‘Amazônia part 4’나 각종 이펙트와 신시사이저 아르페지오의 노출이 뚜렷한 ‘Amazônia part 5’는 특유의 스타일이 드러나는 지점. 리듬과 선율의 전위성과 불규칙성은 예측 불허한 밀림의 풍경과 닮아 사실감을 부여하지만 이것조차 엄격한 설계의 결과다.

프랑스 작곡가 피에르 셰페르는 자연음을 기계적으로 변형하고 조작한 구체음악을 고안했고 장 미셸 자르는 그 방식에 매료되어 초기작의 문법으로 삼았다. 이후 그는 인간미를 불어넣은 전자음악으로 < Oxygène >이란 이정표를 세웠다. 50년에 달하는 경력을 거쳐 다시금 구체음악의 방법론에 천착한 이번 작품은 소리의 가공 그 본질에 몰두하며 초심을 되새겼다.

– 수록곡 –
1. Amazônia Part 1
2. Amazônia Part 2
3. Amazônia Part 3
4. Amazônia Part 4
5. Amazônia Part 5
6. Amazônia Part 6
7. Amazônia Part 7
8. Amazônia Part 8
9. Amazônia Part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