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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Red Velvet) < 'The ReVe Festival 2022 - Feel My Rhythm' > (2022)

평가: 2.5/5

2019년 말 < ‘The ReVe Festival’ Finale >의 성공 이후 자체 이슈로 홍역을 치른 레드벨벳은 지난 해 < Queendom >으로 정면 돌파를 감행한다. 허나 재도약의 발판으로 꺼내든 카드는 팀의 존속 여부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는 데 그칠 뿐 왕관 탈환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독특한 콘셉트와 실험적인 사운드가 결핍된 평범한 왕국은 다채롭게 쌓아 올린 디스코그래피 속 미미한 존재감만을 남겼다.

전열을 가다듬어 다시 한번 페스티벌을 개최한 이들은 풍부한 상상력을 안고 과거의 영광을 꿈꾼다. 먼지 쌓인 전원 스위치를 올리자 관객을 반기는 건 EDM 트랩 비트 위로 흐르는 클래식 선율. ‘G 선상의 아리아’를 차용한 ‘Feel my rhythm’은 수백 년 전 명화들을 오마주한 뮤직비디오까지 선보이며 시공간을 넘나든다.

바흐의 원곡 구절을 그대로 가져와 타이틀 곡 전면에 내세운 시도는 상반된 시각을 낳는다. 우선 무난한 작법의 틀 안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분투했음은 분명하다. 동시에 나머지 요소들을 전부 빨아들이는 블랙홀로도 작용한다. 곡을 관통하는 파격 샘플링 앞에 촘촘히 쌓아 올린 하모니는 잠시 이목을 끌다가도 다시금 주도권을 내주고 만다.

축제의 실상은 뜨거운 오뉴월의 정열보다 푸르른 봄의 피크닉에 가깝다. 색소폰 터치가 돋보이는 댄스 팝 넘버 ‘Rainbow halo’는 신록의 계절을, AOR(Adult-oriented rock)풍의 ‘Bamboleo’는 광활한 평원을 그려낸다. 다소 건조하게 다가오는 알앤비 넘버 ‘Beg for me’와 ‘Good, bad, ugly’ 역시 동일한 계절감을 벗어나지 않고 일관성을 갖춘다.

‘In my dreams’는 페스티벌의 대미를 수려하게 장식한다. 음역대의 높낮이를 부드럽게 매만진 목소리의 조화가 공간감을 형성하고 꿈결처럼 포근한 여운을 남긴다. 새롭게 제시한 낯선 세계의 대한 거리감은 고유한 보컬 시너지로 일부 상쇄된다.

레드벨벳은 야심 차게 승부수를 띄웠다. 3년 전 끝맺었던 놀이공원 테마를 다시 끌어오되 서양 고전의 풍경을 바탕 삼아 설계도를 그려 새 방법론과 지속가능성 사이 절충안을 내밀었다. 그럼에도 양날의 검이 되어 개성을 도려낸 접붙이기는 내실보다도 단지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할 근사한 간판에 목적이 있는지 의문점을 남긴다. 카니발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멤버들의 자체 콘텐츠가 주최 측의 부푼 홍보 전략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수록곡-
1. Feel my rhythm
2. Rainbow halo 
3. Beg for me
4. Bamboleo
5. Good, bad, ugly
6. In my dr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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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더 스테이션(The Weather Station) ‘How Is It That I Should Look At The Stars’ (2022)

평가: 3/5

예상을 벗어난 고요함이다. 웨더 스테이션은 지난해 기후 위기에 대한 묵상을 담은< Ignorance >로 각종 미디어의 호평을 받으며 커리어 전환점을 맞이했다. 신보는 평범한 포크에 대중성을 섞어 결실을 맺은 직전의 성취 공식과 정반대의 결과물이다. 신시사이저를 입힌 세련된 포크가 전작의 동맥이었다면 속편은 팝의 요소를 제거한다. 흔들림 없이 잔잔하고 처연하기까지 하다.

원인은 시점에 있다. 음반은 2020년 3월 팬데믹이 세계를 덮치기 시작한 바로 그 무렵 전작과 동일한 시기에 탄생했다. 더블 앨범처럼 기획된 두 작품은 서로 암울한 기조를 공유하면서 표현 방식에 차이를 둔다. < Ignorance >가 기악의 화려함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번엔 그 이면에 숨겨져 있던 무채색 감정으로 화제를 돌린다. 획기적인 구성을 감독한 수장 타마라 린드먼의 진두지휘 아래 밴드는 사랑과 실존적 슬픔에 관한 발라드 모음집을 편찬했다.

기후 변화의 경각심을 고취한 ‘Endless time’처럼 무거운 주제 의식을 언급할 때도, 듀엣으로 솔직하게 사랑을 속삭인 ‘Talk about’도 마찬가지다. 첫머리 ‘Marsh’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뼈대가 같다. 비슷한 골조를 이루어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 트랙들의 핵심은 피아노와 재즈다.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반주를 초석으로 색소폰과 클라리넷 등 소수의 악기를 적소에 배치해 여백을 강조했고 나머지 공간을 경건한 낭독으로 채운 타마라 린드먼의 보컬이 깊이를 더했다.

다만 노래 간 경계가 불분명하다. 5명의 추가 세션을 동반해 라이브로 녹음된 앨범이 즉흥 연주의 생동감을 포획했음에도 멜로디가 유사해 무료함을 낳는다. ‘Ignorance’는 비교적 선명한 곡조가 눈에 띄지만 ‘Songs’와 ‘Loving you’의 경우 감초 역할을 책임진 섬세한 오케스트라 선율이 일정 문법의 되풀이와 느슨한 곡 짜임새 앞에 존재감을 잃는다.

웨더 스테이션은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낯선 환경 앞에서 사색에 잠긴다. 밴드는 상실과 허무가 만연한 현실 속 내면 깊은 곳으로 내려가 적막의 사운드스케이프를 탐구했다. 앨범은 회고적 관점에서 스스로의 불안을 드러내고 자연을 향한 우려에 시선을 돌려 스토리텔링을 탁월하게 이행한다. 최소한의 얼개로 형성한 반복 구조가 흥미를 절감할지라도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음악이 귀를 기울이게 한다.

-수록곡- 

1. Marsh
2. Endless time
3. Taught
4. Ignorance
5. To talk about
6. Stars
7. Song
8. Sway
9. Sleight of hand
10. Loving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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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월비(Swervy) ‘January embers’ (2022)

평가: 3/5

스월비의 장르는 힙합에 국한되지 않는다. 밴드 사운드와 매끄러운 조화를 선보인 전작 < Undercover Angel >의 ‘파랑`이 그 단적인 예다. 너른 장르 소화력을 입증해 보인 그의 시선은 다시 한번 록 음악을 향한다. 신곡 역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수이가 프로듀싱을 맡아 시너지를 발휘했다.

캐치한 기타 리프와 중간중간 터져 나오는 솔로, 그리고 강직한 드럼이 설계한 균형 잡힌 사운드가 단번에 귀에 감긴다. 악기 앙상블을 배경으로 덤덤한 듯 메아리치는 스월비의 음색이 어두운 분위기를 고조시켜 장르적 쾌감을 자극한다. 얼어붙은 줄만 알았던 록의 불씨를 성공적으로 되살린 아티스트와 프로듀서의 번뜩이는 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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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이(meenoi) ‘Tea time’ (Feat. 십센치) (2022)

평가: 2.5/5

유튜브 콘텐츠 < 미노이의 요리조리 >의 인연으로 성사된 듀엣이다. 프로그램에서 호스트와 게스트로 만나 서로의 노래를 바꿔 부르던 미노이와 십센치가 이번에 제대로 합을 맞췄다. 신곡은 간질간질한 음색을 공통분모로 삼는 두 아티스트가 시너지를 발휘한 결과물이다.

재치 있는 가사가 돋보인다. 오래된 연인의 권태를 겨울에 빗대 따뜻한 차 한잔으로 녹이겠다는 노랫말이 신선함을 제공하고 ‘지긋지긋’, ‘따끈따끈’ 등 의도적으로 형성한 운율도 듣는 재미를 더한다. 부드러운 건반 위 어쿠스틱 질감을 입힌 평범한 알앤비 작법이 다소 밋밋하지만 귀여운 노랫말과 각자 다른 음역을 상호보완하는 둘의 코러스가 곡을 꺼내 듣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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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코, 다비치 ‘새벽을 믿지 말자’ (2022)

평가: 2.5/5

엔씨소프트 산하 문화콘텐츠 브랜드 피버의 ‘즐거운 상상’ 프로젝트 음원. 몽롱한 신시사이저와 미니멀리즘을 앞세운 편곡이 새벽 공기의 쓸쓸함을 연출하고 그 뒤로 포개지는 코러스가 감수성을 배가한다. 안정감 있는 보컬을 선보인 개코가 발라드 듀오 다비치와 의외의 시너지를 발휘해 무덤덤하면서도 깊은 감성을 지닌 알앤비 넘버를 합작했다. 노래의 배경엔 소속사 선배를 위해 힘을 보탠 아메바 컬쳐 사단의 공이 크다. 다만 이들의 색이 너무 짙어 되려 색채가 모호해졌다. 작사 작곡에 참여한 알앤비 대세 주자 쏠과 따마의 터치가 새벽 감성 저격에는 성공했을지라도 곡의 주인을 혼동스럽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