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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이 시대의 한국 R&B/Soul 명곡 10 (2000년대)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이 도출한 한국어 랩의 가능성과 이태원 클럽 문나이트를 일대로 벌인 춤꾼들의 춤사위. 이는 나아갈 새천년의 국내 대중음악계 주류를 흑인 음악으로 맞바꾸어 놓은 초석과도 같았다. 그 후 21세기를 맞은 2000년대는 말하자면 한국이 흑인 음악에 열광, 열중하던 시기였다. 바다 건너 흑인들의 것인 줄만 알았던 ‘소울’을 한국화한 혼혈, 재미 교포 출신 가수들의 선구적인 활약과 그를 우리 정서에 맞게 녹여낸 ‘소몰이 창법’의 물결까지. 다양한 형태의 히트곡들이 줄을 이었다. 가창력의 척도가 스크리밍(Screaming) 등 록 기반의 고음에서 알앤비 특유의 정교한 기교, 꺾기로 변화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알앤비/소울은 현대의 젊은 세대에게도 익숙하다. 빌보드 차트에서 목도하듯 세계 음악 시장을 주름잡는 블랙 뮤직은 그 위세를 그칠 줄 모른다. 비대해진 힙합의 지분으로 이제는 랩과 노래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싱잉 랩이 새 시대의 창법으로 성행하기도 한다. 이쯤에서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는 시간이 지났지만, 2000년대 국내 대중음악계를 빛낸 알앤비/소울 명곡들의 보다 날 것의 감성을 들어보자. 지금의 국내 흑인 음악 트렌드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 추이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제이 – 어제처럼 (2000)
재미교포 가수 제이의 시작이 댄스였다는 사실은 지금 와서는 새삼 믿기 어렵다. 그를 기억하면 언제나 ‘어제처럼~’이 귓가에 맴돌기 때문이다. 1집의 존재감은 그만큼 미미했지만 소울로의 안정적인 노선 변경에 성공한 차기작은 그의 진가를 발휘한 튼실한 앨범이었다. ‘어제처럼’ 하나만으로도 말이다.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감성을 제공한다. 알앤비하면 흔히 기교 섞인 목소리나 짙은 감정선을 연상하곤 하지만 ‘어제처럼’은 그와 사뭇 다른 부드럽고 담백한 멜로디와 여린 목소리로 유통기한이 긴 제이만의 소울을 잉태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은 노래는 2000년도 SBS 가요대상 신인가수상 등을 석권하며 그에게 꿈같은 한 해를 선물했다.

박화요비 – 그런 일은 (2000)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처럼, 재능 있는 아티스트는 때로 놀라울 정도로 이른 때에 두각을 나타내곤 한다. 등장부터 숙성된 가창력을 자랑하며 박정현과 국내 알앤비 신을 양분한 화요비이지만 이 노래를 부를 당시 그의 나이 고작 19세. 머라이어 캐리의 발라드 ‘My all’에서 따온 앨범 제목이 만용으로 보이지 않는 진짜 ‘노래 잘하는 신인’의 출현이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를 ‘한국의 머라이어 캐리’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선명하게 들리는 숨소리의 호소력과 천부적인 완급 조절이 캐리의 그것과 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설과의 유사성을 차치하고 그가 내뿜는 소리 자체에 귀 기울여 보자. 말할 때 육성에서 알 수 있는 낮은 톤, 여기에 자연스럽게 갈라지는 허스키한 보이스가 실로 매력적이다. 성숙한 음성과 대비되는 여린 이별 가사가 더해져 더욱 가슴 아린 화요비표 알앤비 발라드.

박정현 – 꿈에 (2002)
솔리드의 김조한과 함께 국내 알앤비 보컬의 선두주자로 통하는 박정현이다. 여러 장르를 좋아하는 그는 자신을 알앤비 가수로 결정지어 결부하기를 거부하지만, 누가 뭐래도 당대 우리나라 알앤비 돌풍의 주역은 그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데뷔 이래 ‘P.S. I love you’, ‘You mean everything to me’ 등 멋진 곡을 많이 들려줬다. 하지만 ‘꿈에’만큼 강렬한 곡은 그에게도, 다른 가수에게도 찾아보기 어렵다.

당시 많은 이들에게 안긴 극적인 구성의 놀라움이 지금도 유효하다. 공일오비 정석원이 편곡한 몽롱한 국악기 소금 반주를 시작으로 ‘꿈에서 만난 옛 연인’이라는 주제 아래 기쁨과 절망, 잠에서 깬 후의 아련한 감정을 차례대로 연결 짓는 노래는 ‘스토리텔링’의 정석이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박정현은 이 대담한 서사에 더욱 높은 수준의 입체감을 조각한다. ‘보컬 올림픽’이란 말도 나왔을 정도. 약간은 부정확한 발음에서 오는 특유의 느낌과 절마다 창법을 변조해나가는 완급 조절, 막힘 따위 모르는 막강 성량이 결합하여 폭발한다. 작곡가의 상상 그 이상을 실현하는 가수의 놀라운 역량이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 – Missing you (2003)
대중에게 익숙한 국내 알앤비 명곡을 살펴보면 대부분 사랑을 주제로 한 사실상의 알앤비 ‘발라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림과 애절함에 흔들리는 이 우리 정서는 이별 등 연모의 감정에 유독 취약하다. ‘Missing you’는 그 한국적 감수성의 표본이다. 대중의 보편적 가녀림을 파고드는 섬세하고 애절한 노랫말의 주제는 이별을 넘어 ‘사별(死別)’이다.

다양성과 장수의 목적 아래 SM이 내놓은 이들의 시작은 비주얼부터 화려한 아이돌이었지만 성숙한 느낌의 곡만큼은 어른 취향 가까워 심심할지라도 긴 수명을 보냈다. 만화 속 소울메이트처럼 외형적으로도 잘 어울리는 환희와 브라이언은 이 노래에서 각각 터프한 흉성과 맑은 미성의 매끈한 조화로 모범적인 듀오의 콤비 플레이를 전시했다.

휘성 – With me (2003)
휘성은 풋내가 없는 신인이었다. 서태지, 신승훈의 상찬을 등에 업고 등장한 괴물 신예에게 1집 발라드 ‘…안 되나요…’는 공전의 히트를 안겼지만 가수는 그 이상을 넘봤다. 차기작 < It’s Real >에서 마음껏 발산한 원숙미야말로 ‘진짜 자신’을 선언한 예술가적 발로였다. 이 중심에는 지금의 휘성을 있게 한 ‘With me’가 있었다.

당시 유행하던 미디엄 템포 장르를 멋들어지게 구현했다. 전작에 비해 강해진 장르적 색채에도 리드미컬한 드럼 타격이 주도하는 어반한 분위기는 대중에 가닿기에 충분했다. 신선함을 익숙함으로 맞바꾸는 작곡가 김도훈의 완연한 멜로디 라인에 묵직한 톤으로 능란하게 박자를 타는 휘성의 자신감 넘치는 활약은 거부할 수 없는 성공 공식이었다. 음반 판매량 40만 장을 넘기는 가공할 만한 위세를 누렸다.

빅마마 – 체념 (2003)
여타 멤버의 가창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더라도 노래 잘하는 가수 한두 명만 중심을 잡아줘도 그 팀은 실력파 그룹으로 인식이 가능하다. 그런데 네 명이라면? 요즘 시쳇말로 ‘사기캐’다. YG 엔터테인먼트와 알앤비 전문 레이블 엠보트(M-Boat)의 의기투합이 발굴한 빅마마가 그렇다. 당시 가요계 립싱크 행태를 꼬집은 ‘Break away’ 뮤직비디오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의 등장은 비주얼 가수에게 응수하는 ‘가창력 그룹’의 도발적인 한 방이었다.

이영현이 홀로 작사, 작곡, 노래한 솔로곡 ‘체념’이 팀의 디스코그라피에서 가장 오랜 시간 지지를 받고 있다. 실제 이별 경험을 토대로 작사한 노랫말과 선 굵은 선율이 이영현 특유의 카랑한 고음을 타고 가슴 속에 아로새겨진다. 양현석과 엠보트 대표 박경진은 ’10년이 지나도 듣기 좋을 곡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팀을 꾸렸다던데, 이들을 한참이나 과소평가했다. 벌써 18년째 애청, 애창되고 있으니 말이다.

아소토 유니온 – Think about’ chu (2003)
짧아서 아쉽고, 그래서 더 소중한 활약이었다. 국내 흑인 음악 신의 선구자이자 보석과도 같던 팀 아소토 유니온의 빛나는 합동은 아프리카 부족 제사 의식용 북 ‘아소토’를 발췌한 그룹명처럼 원시적이고 날 것 그대로의 연주를 들려줬다. 드렁큰 타이거가 주도하던 크루 무브먼트의 밴드로서 이들이 보여준 것은 흑인 음악 원류에 관한 치밀한 탐구. 포화 상태에 있던 유사 블랙 뮤직들 사이에서 진정한 ‘검은 맛’이 무엇인지 시범이라도 보이는 것 같았다.

연주곡과 영어 곡의 큰 비중 속 ‘Think about’ chu’의 우리말 가사가 빛난다. 짙은 호흡을 섞어 허스키한 톤을 구사하는 김반장의 보컬이 소울 본연의 필(Feel)을 적극 구현하면서도 그 중심에 또렷이 생동하는 노랫말은 소울과 한국어의 반가운 악수를 보는 듯하다. 귀에 착 감기는 베이스 그루브와 서정성을 가미한 전자피아노의 끈적거림을 매끈하게 마감질한 사운드는 리마스터의 필요성에 반기를 든다. 2003년도 우리나라에 이런 노래가 나왔다.

나얼 – 귀로 (2005)
브라운 아이즈로 점화한 미디엄 템포 붐과 브라운 아이드 소울로 완성한 갈색 하모니의 정수. 결과물로 보여준 영향력도 지대하지만 이렇게 한 장르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여준 아티스트가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오랜 시간 같은 우물을 파는 뚝심이야말로 나얼이 국내 알앤비/소울의 대명사가 된 원동력이다. 2005년 발매한 < Back To The Soul Flight >는 옛 명곡을 소울로 재해석한 소울에 바치는 그의 러브레터였다.

중독적이다 못해 최면적인 도입부 피아노 반주에 기절하고 나면 소울 도인(道人)의 경지를 탐하는 나얼의 목소리가 들린다. 눈물을 머금은 듯 애잔하고, 탁월한 공명감의 두성이 아름답다. 흉내 의지를 꺾는 화려한 애드리브를 정밀하게 스케치해낼 때면 이게 우리나라 가수가 맞나 싶다. 심지어 이는 1989년 박선주의 원곡을 여자 키 그대로 부른 것이다. 나얼은 독보적인 노래꾼이다.

BMK – 꽃피는 봄이 오면 (2005)
제임스 브라운, 아레사 프랭클린 등 1960년대 소울 거장들의 육성을 들어보자. 원시의 소울은 흑인의 민권 회복과 자긍심 표출을 위한 분출구와 같았으며 이들의 보컬은 필히 웅변적인 힘, 우렁찬 스태미너를 특징으로 한다. BMK의 스피커가 터질 듯 묵직하고 강력한 목소리와 비교해보자. 그들처럼 차별에 대한 격노나 한을 노래하지는 않아도, 무자비한 성량만큼은 그것의 전형과 쏙 빼닮았다. 과연 ‘소울 국모’다.

‘꽃피는 봄이 오면’의 절절함도 여기서 온다. 산뜻한 봄날 옛 연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사무쳐버린 감정의 파고를 노래하는 이 곡은 간주도 없이 빽빽하게 채운 보컬이 굵직한 멜로디를 뽑아내고 이내 극단의 감정을 토해내는 후렴부로 치닫는다. ‘찰나 같아 찬란했던 그 봄날’처럼 이별의 심정을 지독하리만치 아름답게 대변하는 노랫말은 또 어떠한가. 우리가 알고 있던 봄의 계절감을 잊게 할 만큼 애틋하다. 소개한 다른 가수들에 비해 히트곡이 많지 않은 그이지만, ‘꽃피는 봄이 오면’ 하나만으로 계절만 되면 소환되는 스테디셀러의 주인공이 됐다.

윤미래 – What’s up! Mr. good stuff (2007)
전략은 중도, 무기는 실력. 윤미래는 날고 기는 신의 강자들 사이에서 잔학한 쌍칼 검법의 가능성을 창출한 독보적인 멀티 플레이어다. 대중과 장르 애호가를 모두 사로잡기 위한 랩, 노래의 현란한 휘날림과 속속 발매한 발라드 히트 넘버들로 양 분야 모두의 정상급 인정을 확보한 그였다. 그러한 완벽에 가까운 이도류의 특성을 압축하고 블랙 뮤직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위상을 철저하게 굳힌 작품이 < t 3 Yoonmirae >다.

수록곡 ‘What’s up! Mr. good stuff’는 리얼하다. 인트로의 거친 드럼에서 예고하듯 호쾌한 펑크(Funk) 그 팔딱거리는 참맛을 별다른 효과 없이 기타, 브라스 등 화끈한 세션의 합연만으로 전달한다. 역동적인 박수 소리와 브릿지 내레이션은 입체감 이상의 현장감을 부른다. 자유롭게 그루브를 타고 흐르는 윤미래의 보컬을 따라 춤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2008년 한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 노래 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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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김현철 ‘City Breeze & Love Song’ (2021)

평가: 3.5/5

최근 몇 년 사이 과거 탐색을 새로운 ‘힙’으로 간주하기 시작한 신세대 리스너들은 ‘시티팝’이라 불리는 음악을 주목했다. 낱말 자체를 처음 듣는다던 2019년 김현철의 진술처럼 기성 뮤지션에게는 이름부터가 생경한 속칭이었다. 이 낯설고도 어색한 관심을 그러나 홀대하지 않은 그는 시류의 역행을 반가운 악수로 맞이했다. 자신의 음악이 젊은 세대에게 현재 진행형으로 통한다는 사실을 목격한 아티스트는 이를 새로운 활동의 원동력으로 삼았고 그 결과는 13년 만의 공백 타파, 전작 < 돛 >이었다.

2년 만에 돌아온 신작 < City Breeze & Love Song >은 그의 음악 세계를 더욱 분명하게 전달하는 작품이다. 장대한 스케일에 젊은 뮤지션을 다수 결집한 전작과 달리 자신만이 마이크 앞에 섰다는 점, 정적인 발라드의 비중을 줄이고 정갈한 시티팝 무드를 구체화했다는 점이 차이다. 넘실대는 관악기와 감질나게 커팅된 기타, 동동거리는 퍼커션이 자연스레 1집 ‘오랜만에’의 연장선에 선다. 이즘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가벼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완연함을 지향하는 이러한 외관은 거대한 의미 대신 근심 가득한 현대인에게 한여름의 달콤한 휴식을 선물하고자 한다.

도시의 소음을 채집해 배경을 스케치한 ‘City breeze & love song’에서부터 그러한 의도가 표명된다. 전자 피아노와 브라스가 그린 도회적인 무드에 낭만성이 가득한 노래는 후렴구 잘 들리는 멜로디로 대중적으로도 가장 호응이 좋을 타이틀이다. 두 번째 머릿곡 ‘So nice!!’는 세션의 기술적 터치가 보다 부각된 곡으로, ‘오랜만에’를 소환하는 조삼희의 기타 솔로와 장효석, 박준규, 최재문으로 이루어진 금관악기 합연의 손맛이 찰지다.

앨범의 이러한 쉽고 간편한 성질은 단순하면서도 그 깊이가 얕지 않은 가사에서 더욱 짙은 흥취로 피어난다. 작사가 심현보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막 시작한 사랑의 설렘이나 동창을 향한 회상, 아침 풍경 등의 접근성 좋은 소재가 김현철의 여름을 편성한다. 테크니컬한 도입부 변박의 ‘평범함의 위대함’이 평범한 일상 속의 만족감이라는 근사한 메시지로 너른 공감대를 구축하고 나면 차분한 멜로디를 수놓는 ‘어김없는 이 아침처럼’에서는 정직하지만 직관적인 언사가 러브 송의 모범을 장식한다.

거장 뮤지션에게 요구될법한 위엄, 위용을 의식하지 않고 건네는 이 산뜻한 손길이 반갑다.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태도, 파릇한 여름 함께하기 좋은 즐거움과 격조로 무장한 모처럼 귀가 쫑긋 뜨이는 앨범이다.

– 수록곡 –
1. City breeze & Love song 
2. So nice!! 
3. 눈물이 왈칵
4. 평범함의 위대함 
5. 어김없는 이 아침처럼
6. Take off
7. 동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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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빅마마(Bigmama) ‘하루만 더’ (2021)

평가: 2.5/5

2012년 ‘서랍정리’를 끝으로 헤어진 빅마마가 9년 만에 대중 곁으로 돌아왔다. 2000년대 ‘가창력’이라는 당연하지만 드문 승부수를 던지며 가요계를 주름잡은 이들의 정공법은 지금도 싱어의 위세를 그리워하는 청자들에게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보컬 그룹의 생존을 반기듯 지지층은 ‘학생들이 답답했던 교수들의 팀플레이’, ‘국내 최초 교수돌'(네 멤버 모두 실용음악과 교단에서 활동 중이다.)이라는 장난 섞인 호응과 함께 이들의 복귀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예스러운 전자 피아노와 스트링의 주도 아래 알앤비 발라드의 전형을 따르는 노래는 도전보다는 안정의 선택. 그럼에도 인상적인 점은 이들의 목소리에서 더욱 뚜렷해진 음색 대조가 들린다는 점이다. 자립 활동이 길어서였을까. 신연아의 깊은 울림과 이지영의 둔탁한 저음에서, 박민혜의 여림과 이영현의 고음에서 어느 때보다 선명한 개별성이 느껴지며 서로 간의 하모니가 다채롭게 피어난다. 새롭지는 않지만, 대중과의 이러한 신뢰도와 변함없는 실력이 뒷받침되는 덕에 팀의 지속 가능성은 여전히 공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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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Single Single

혼네(HONNE) ‘What would you do? (Feat. Pink Sweat$)’ (2021)

평가: 2.5/5

이름만 봐도 흥미로운 조합이다. < Warm On A Cold Night >로 국내외 지지층을 확보한 혼네와 ‘Honesty’의 주인공 핑크 스웨츠. 자국에서도 큰 인기를 구사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유독 많은 사랑을 받는 두 뮤지션은 선선한 밤에 즐기기 좋은 감성적이면서도 쉽고 대중적인 음악을 지향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루비한 알앤비에 일렉트로닉한 사운드를 조리 있게 배합한다는 유사점도 공유하니 당위성이 충분한 협업으로 읽힌다.

기대에 비하면 상당히 가볍게 느껴지는 그 결과물은 확실한 선율과 사운드의 타격이 뒷받침되었던 이전작과 비교해 수그러든 혼네의 사운드 스케이프로 흥미 요소를 복고적인 느낌의 멜로디와 끈적한 분위기에서 오는 편안함 정도로 국한한다. 2절 핑크 스웨츠의 소울 충만한 보컬이 리듬감을 상당 부분 선사하는 건 사실이나 무난한 매무새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정도는 아니다. 상승효과라 부르기에는 그 흡인력이 다소 미달한 콜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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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드밀리 & 드레스(Kid Milli & Dress) ‘Cliché’ (2021)

평가: 3/5

‘트렌드세터’. 인디고 뮤직 소속 키드 밀리는 현 국내 힙합 신에서 이 별칭과 가장 잘 어울리는 래퍼다. 전자음을 적극 가미한 정규 앨범 < AI, The Playlist >가 슈퍼 루키의 열정으로 자신이 일으킬 파장을 예고한 뒤, 그는 음악뿐 아니라 패션 등의 외적인 영역에서도 유행을 주동해왔다. < 쇼미더머니 >에 지원자와 프로듀서로 출연하면서도 보여준 성실한 작업량도 놀라웠다. 신의 주목 너머 튼튼한 신뢰도를 이끈 그는 미니멀한 비트에 특화된 나른한 톤, 촘촘하게 쪼개지는 스타일리쉬한 플로우가 특장점이다.

< Maiden Voyage II > 싱글 ‘Home’의 ‘난 앨범마다 다른 것도 하고 싶어’라는 선언을 증명하듯, < Beige 0.5 >에서 감성적인 싱잉 랩을 시도하는 등의 변화도 그를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키워드다. 프로듀서 드레스와 합작한 이번 앨범 역시 그러한 확장의 태도를 이어간다. ‘1 MC, 1 프로듀서’ 구성임에도 그간 힙합, 일렉트로니카, 얼터너티브 알앤비 등의 장르를 아울러온 프로듀서가 역량을 제한하지 않고 전면으로 피력해 폭넓은 들을 거리를 확보하는 게 특징이다.

드레스의 활동반경은 두 외관을 연결한 전위적인 다수 곡에서 돋보인다. 켄드릭 라마 ‘Alright’이 연상되는 ‘Face & mask’와 오케이션이 함께한 ‘Bankroll’이 그렇고, ‘Cliché’ 후반부의 먹먹한 비트는 이전 절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며 래퍼의 감정선을 끌어올린다. 밴드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이 참여한 ‘Midnight blue’와 ‘Citrus’에서 끌어온 록 문법으로 인간미를 회복하기도 한다. 특히 ‘Citrus’의 자연스럽고 정갈한 밴드 사운드 타격은 비상하는 새처럼 자유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형상화하는 백미다.

이렇게 상투성을 거부하는 두 뮤지션의 합작을 ‘클리셰’라 칭한 것에서부터 일종의 도발을 감지하는데, 이 뿐만 아니라 작품에는 하나의 변칙이 더 자리하고 있다. 차례를 흩트려놓은 트랙 리스트가 그것이다. 음원 사이트상의 곡 순차가 청자의 흥미를 유도하는 자극적인 뱅어를 초반에 배치했다면, 음반 소개에 언급한 번호 나열은 키드 밀리의 스토리텔링을 확인할 수 있는 내러티브 순서다.

랩 스타의 삶에 느낀 회의, 성공 이후의 과시, 그 끝의 회한과 고민을 마주하는 키드 밀리의 서사는 다단하게 얽히다가도 유기적이고 명징한 아티스트의 고백을 피워낸다. 시국에 대한 사유와 예술에 대한 의구심을 담은 ‘Face & mask’의 메시지가 특히 와닿는다. 내면 깊숙이 가라앉는 후반부에서 일종의 동정심을 유발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그의 개인적 결핍과 인간적 면모는 사랑에 목마른 ‘Cliché’와 조곤조곤 랩을 읊조린 ‘Outro’의 가족과 타자를 향하는 시선에서 빛난다.

수준급 음악적 요소들에도 약간의 까다로움은 있다. 뱅어 ‘Vision 2021’과 ‘Bittersweet’는 자신을 한껏 부풀리는데, 인상적인 구절 없이 흘러가는 노랫말이나 복잡한 영어 단어의 교차는 직선적인 전달을 방해하며 특별한 감흥 제공에 실패한다. 또한 ‘Why do fuckbois hang out on the net’만큼 중독성 강한 킬링 트랙을 기대한 이들에게 그 부재는 견고한 완성도에 채우지 못한 마지막 퍼즐 한 조각처럼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빠른 걸음걸이 템포 ‘Challenge’의 경쾌한 플로우나 아득하고 희미하게 들렸던 < Beige 0.5 >와 비교해 안정적이 된 ‘Midnight blue’의 싱잉은 그간의 다작을 토대로 키드 밀리의 강점을 충실히 재편한다. 힙합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랩과 그 아래 똬리를 튼 성찰과 사색, 이를 우수한 완급조절로 피워낸 음향의 조화로 래퍼와 프로듀서가 모두 윈윈(win-win)했다. 이 둘이 함께하는 미래가 가볍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 수록곡 –
1. Vision 2021 (Feat. Ron)
2. Bittersweet (Feat. Ron)
3. Challenge 
4. Blow
5. Citrus 
6. Face & mask (Feat. Ron) 
7. Intro
8. Leave my studio (Feat. 선우정아)
9. Cliché 
10. Bankroll (Feat. Okasian)
11. Midnight blue (Feat.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
12. Outro
13. Downtowner (CD Only)
14. Interview.01 (CD On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