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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YUJU) ‘따라랏 (Dalala)’ (2023)

평가: 3.5/5

감칠맛 나게 튕기는 베이스, 세련된 후렴의 브라스와 스트링. 정석(定石)이면서도 모든 게 조화로운 외양이다. 여자친구 시절이나 히트곡 ‘우연히 봄’, 발라드 ‘Without u’ 등의 노래에서 들려준 직선적이고 힘찬 고음 대신 그루비한 리듬에 맞춘 여유로운 보컬도 깔끔하다. 무엇보다 직접 써낸 가사와 콘셉트가 성장을 증명한다. ‘네가 바라는 나와 내가 바라는 내가 항상 같을 수 없다는 게’라 솔직한 사색을 털어놓기도 하고 뮤직비디오 속 시크한 불량 청소년의 모습으로 밤의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어떤 말을 건네는지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 밤’의 또 하나의 ‘배경음악’을, 유주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멋들어지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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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란 듀란(Duran Duran) ‘Danse macabre’ (2023)

평가: 3/5

신스팝 레전드 듀란 듀란이 오는 10월 27일 발매할 열여섯 번째 정규 앨범은 뚜렷한 콘셉트를 가질 예정이다. 10월 말 열리는 영미권 전통 축제 핼러윈이 그것. 선공개 싱글 ‘Danse macabre’는 이를 잘 예고한다. 키보디스트 닉 로즈의 소개대로 ‘핼러윈의 기쁨과 광기를 축하’하는 노래는 그르렁거리는 신시사이저, 불안정한 타악기로 잔뜩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박수 소리에 귀에 잘 들어오는 명료한 멜로디를 더한 후렴구가 여유롭게 흥을 돋우어 모두가 즐기기 좋은 노래를 완성했다. 호러와 유머, 밝음과 어둠이 적절히 조합된 듀란 듀란의 ‘핼러윈 찬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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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비 ‘The flash’ (2023)

평가: 3/5

다각적 콘셉트 모색에 이은 한 차례 정직한 전략. 재지한 편곡의 ‘Door’, 미니멀한 UK 개러지로 청량한 무드를 자아냈던 ‘Glitch’처럼 확실한 색채를 지녔던 이전 타이틀과 비교하면 신선함은 덜하다. 방점은 익숙함. 아이즈원 시절이 연상되는 인트로를 지나 청하의 ‘Rollercoaster’처럼 투스텝 리듬을 기반으로 한 반주가 속도감 있는데, 익히 들어온 소재가 ‘권은비만의 무언가’를 충분히 발현하지는 않더라도 쉽게 귀에 감기는 후렴구와 더욱 과감해진 관능의 노랫말은 무난하게 빛을 발한다. 말 그대로 정직하고 무난한 전략으로 섹시 디바의 계보에 안정적으로 안착하는 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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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베이스원(ZEROBASEONE) ‘In bloom’ (2023)

평가: 3/5

찰나가 더 아름답다. 엠넷의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 보이즈 플래닛 >으로 데뷔한 제로베이스원의 아홉 멤버들도 바로 그 찰나를 노래한다. 짜릿한 승리 후에도 이들의 언어는 순간의 자축 대신 자신들의 한정된 운명을 향한다. 정해진 끝에도 사랑에 충실 봉사하는 소설 속 주인공처럼, ‘결말은 변함없대도 난 달려갈게’라 상대를 향해 적극 구애한다. 잔걸음 치는 드럼 앤 베이스 비트, 아하의 ‘Take on me’를 닮은 신시사이저 리프 아래 멤버들의 보컬 역시 격정적이다. 애틋하다. 미래는 접어두고 전진, 또 직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써낸 단편작의 서막이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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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란 ‘어쩌면 우리는 이별하지 못한지도’ (2023)

평가: 3/5

수란은 현 국내 대중음악 신에서 가장 장르 스펙트럼이 넓은 가수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주 장르는 알앤비이지만 드라마 OST와 다수의 싱글로 채워진 그의 디스코그래피에는 알앤비, 팝, 어쿠스틱, 시티팝 등 다양한 스타일이 녹아들어 있다. 많은 장르를 무리 없이 소화해 내는 높은 곡 이해도로 뽐내는 팔색조 같은 매력이 수란만의 특장점이다.

신곡으로 그가 꺼내든 카드는 발라드다. 악동뮤지션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가 연상되는 느긋한 진행에 안정적인 멜로디가 듣기 편한데, 발라드의 전형을 따르면서도 수란의 보이스 컬러를 충분히 살려 뻔하지 않다. 흡사 거미가 겹쳐가는 짙고 걸쭉한 음성이 곡에 세련된 색채를 부여하는 것이다. 새롭지는 않지만, 무난한 스케치 위 신선함을 그려내는 싱싱한 개성과 목소리가 돋보이는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