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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란 듀란(Duran Duran) ‘Danse macabre’ (2023)

평가: 3/5

신스팝 레전드 듀란 듀란이 오는 10월 27일 발매할 열여섯 번째 정규 앨범은 뚜렷한 콘셉트를 가질 예정이다. 10월 말 열리는 영미권 전통 축제 핼러윈이 그것. 선공개 싱글 ‘Danse macabre’는 이를 잘 예고한다. 키보디스트 닉 로즈의 소개대로 ‘핼러윈의 기쁨과 광기를 축하’하는 노래는 그르렁거리는 신시사이저, 불안정한 타악기로 잔뜩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박수 소리에 귀에 잘 들어오는 명료한 멜로디를 더한 후렴구가 여유롭게 흥을 돋우어 모두가 즐기기 좋은 노래를 완성했다. 호러와 유머, 밝음과 어둠이 적절히 조합된 듀란 듀란의 ‘핼러윈 찬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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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 그레이(Conan Gray) ‘Winner’ (2023)

평가: 3/5

“14살에 짐을 쌌다”는 첫소절은 그의 비극적인 어린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그는 과거에 ‘Family line’ 에서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고백했다. 제목은 ‘승자’지만 가사는 반어적이다. 상처를 준 사람을 비난하기 보다 당신은 ‘승자’라고 말하며, 그를 치켜세운다.

반전은 또 하나 있다. 잔잔하게 진행되는 피아노곡은 점점 드럼과 일렉트로닉 기타, 백그라운드 보컬을 쌓아가며 웅장한 스케일로 확장된다.

아티스트는 이 음악을 만들고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오는 어떤 자유가 있다는 것을 이제 알았습니다.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마침내 ‘괜찮아’라고 느낀 순간이었죠.” 라고 말했다. 그는 노래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직시한다. 이 회복의 과정을 간접체험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는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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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푸스(Charlie Puth) ‘Lipstick’ (2023)

평가: 3/5

나지막이 깔리는 사이렌이 예고하듯, 여느 때보다 끈적이는 알앤비다. 미국 뮤지션 찰리 푸스가 네 번째 정규작의 첫 싱글로 발표한 ‘Lipstick’은 베이스와 피아노 선율의 반복 아래 간드러지는 가성을 얹어 청자의 귀를 간질인다.

속삭임은 보다 선명하고 직선적이다. ‘내 목과 몸에 네 립스틱을 남겨줘(Come and put your lipstick on my neck and my body)’. 히트곡 ‘Attention’의 혼란스러운 감정선이나 방탄소년단 정국과 함께한 ‘Left and right’의 묘한 수줍음은 찾아볼 수 없다. 당신의 사랑을 오롯이 차지하고픈 팝스타의 자신감 충만한 도발, 또 하나의 자국을 짙게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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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리드(Sigrid) ‘The hype’ (2023)

평가: 3/5

첫 싱글 ‘Don’t kill my vibe’로 받았던 기대에 부응하듯 데뷔 앨범 < Sucker Punch >를 준수한 결과물로 완성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이어 발매한 두 번째 음반 < How To Let Go > 역시 기존 에 즐겨 사용하던 팝 음악에 서정적인 무드를 더해 기존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The hype’의 사운드 역시 그 연장선에 있지만 일련의 과정과 거치며 느낀 압박감을 한 곡에 응축한다.

제목부터 자신이 받는 기대감을 ‘Hype'(과장)이라고 표현하며 데뷔 후 약 6년 만에 쌓아 올린 인지도와 성취를 회의한다. 이러한 감정은 음악적으로도 드러난다. 2집에서의 서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웅장한 사운드 이용하여 노래 전반적으로 극적으로 연출을 시도한다. 그의 고민이 드러나는 한편 시그리드에게 기대할 수 있는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고민의 이유도 명확하다. 다만 진심이 담긴 습작의 결과 끝에는 도약이 있다는 긍정을 남기는 싱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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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 스캇, 배드 버니, 위켄드(Travis Scott, Bad Bunny, The Weeknd) ‘K-pop’ (2023)

평가: 1.5/5

소문난 재료란 재료는 몽땅 담았다. 현 최고 팝스타 배드 버니와 위켄드로 구성된 초호화 라인업, 화제의 아프로팝을 차용한 작법, 게다가 난데없이 K팝 키워드까지 겨냥하는 마케팅용 제목까지. 유명 프로듀서 일란젤로와 디벨롭(DVLP)의 참여 소식과 시저(SZA)와 퍼렐 윌리엄스가 출연한 뮤직비디오도 결코 놓칠 수 없겠다. 그야말로 모든 면에서 시선을 끌기 바쁘다.

화려한 상찬, 그러나 맛이 부실하다. 리듬감만을 힘겹게 소화한 단편적 구성과 급조한 수준의 빈약한 가사부터가 조합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피처링진에 비해 존재감이 미약한 트래비스 스캇의 퍼포먼스는 물론, 애매한 포지셔닝 탓에 단일 곡으로써 매력도 부족하다. 조금은 가혹하겠지만, 앨범에서 뒤이어 등장하는 ‘Telekinesis’의 긴 도입부로 생각하는 편이 여러모로 편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