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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거레츠 애프터 섹스(Cigarettes After Sex) ‘Pistol’ (2022)

평가: 2.5/5

슬로우코어의 관건이 배합 비율이라 일컫는 것은, 질감과 분위기가 주가 되는 장르인 만큼 그 미묘한 차이에도 변화가 휙휙 체감되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정제에 초점을 둔 1집과 미니멀리즘 노선에 탑승한 2집의 선례처럼, 계속해서 은은한 변화구를 던지고 있는 시거레츠 에프터 섹스의 이번 과녁은 우울하기만 하던 작풍의 소소한 반전이다.

우선 적막에 가깝던 드럼 사운드를 전면으로 부각하며 박자감과 리듬감을 획득했다. 악기의 순번만 바꿨을 뿐인데 외로운 춤사위에서 어느덧 애인과 추는 가벼운 왈츠에 가까워진 셈. 다만 전반적인 구성부터 기본 멜로디 모두 타성에 젖어있는 탓에 전작과의 차별점을 느끼기 힘들다. 전형을 벗어나기 위한 밴드의 꿈틀거림이 반갑기에 아직은 헛헛한 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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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나 고메즈(Selena Gomez) ‘My mind & me’ (2022)

평가: 2.5/5

셀레나 고메즈는 포근한 선율 위에서 지난 삶을 되돌아본다. 디즈니 출신 하이틴 스타는 동명의 다큐멘터리와 함께 공개한 신곡 ‘My mind & me’에 양극성 장애와 루푸스 투병기, 화려하지만 외로웠던 인생에 대해 담담하게 써 내려간다. 피아노와 기타만으로 단출하게 꾸린 연주가 감동적인 경험담을 연출하고, 두 악기가 뿜어내는 위로를 받으며 셀레나는 안정적인 중저음으로 단단해진 내면 표현에 집중한다.

그의 삶에 맞춤형으로 제작된 트랙은 2019년 빌보드 정상에 올랐던 본인의 히트곡 ‘Lose you to love me’의 구조를 그대로 계승하지만, 그 파급력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곡에 흐르는 잔잔한 분위기와 공감을 호소하는 스토리텔링 모두 전작의 향기를 짙게 흩뿌리고 부르기 편한 음역에서만 힘을 발휘하는 목소리도 후렴구에서 추진력을 잃으며 짧은 감상을 가로막고 만다. 아픔을 딛고 나아가려는 의지는 충분히 엔진을 불태우고 있으나 과거의 방식이 지그시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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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슨 분(Benson Boone) ‘Before you’ (2022)

평가: 3/5

진정성이 느껴지는 목소리엔 항상 믿음이 생긴다. 밴드 이매진 드래곤스의 보컬 댄 레이놀즈에게 발탁되어 데뷔 싱글 ‘Ghost town'(2021)부터 빌보드 정상권을 넘봤던 대형 신인 벤슨 분이 ‘널 만나기 전의 삶은 기억나지 않는다(I can’t remember life before you)’라고 고백하며 또 한 번 전 세계 팬들과의 음악적 신뢰를 다지고자 한다.

핵심은 간추린 악곡 구성이다. 여린 피아노 반주로 시작해 드럼 킥을 비롯한 악기들을 웅장히 포개는 방식 덕분에 단단한 보컬이 곡의 중심을 지탱하며 빛을 발한다. 후반부에 리버브로 급히 공간감을 확장하고 가성으로 음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감정선이 최대치로 폭발하지 못하지만 가창의 호소력엔 흔들림이 없다. 화려히 불씨를 터뜨린 혜성이 서서히 안정 궤도를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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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레니엄, 맥스(ILLENIUM, MAX) ‘Worst day’ (2022)

평가: 3/5

미국의 디제이 일레니엄(ILLENIUM)과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보컬 맥스(MAX)가 함께한 감성적인 트랙이다. 팝록을 기반으로 예측 가능한 편곡과 귀에 편하게 들어오는 멜로디를 이용해 단번에 꽂히는 쉬운 감성을 연출한다. 일렉트릭 기타와 신스 등 기계적인 사운드가 트랙의 중심 재료이지만 보컬의 깔끔한 톤이 음악 전반을 부담스럽지 않게 이끈다. 기초적인 코드 진행을 반복하는 탓에 다소 지루한 측면도 있으나 사운드 배치에 질서가 있어 매무새가 견고하다.

끈질기게 흐르는 브레이크 구간과 후렴의 선율을 과감하게 전개한 소절이 만나는 지점은 ‘Worst day’의 가장 강렬한 파트다. 이후의 전개에선 순간의 다행스러운 마음을 노래하는 가사가 반복되는 등 조금 더 신선한 편곡을 상상 속에서 요청하게 한다. 그러나 ‘쉬운 음악’이라는 목표로 뚝심 있게 짜인 진행이 얼마간의 진부함보다 도드라지기에 감상자의 귀에 먼저 닿는 것에 성공한다. 선택과 집중이 강한 목표 의식과 만났을 때 어떻게 단점을 극복하는지 알 수 있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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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스팀슨(Johnny Stimson) ‘Friends’ (2022)

평가: 2.5/5

‘Gimme gimme’, ‘Flower’ 등 부드럽게 연마한 허스키 보이스로 특히 국내 청취자들의 지지를 얻은 조니 스팀슨의 신곡이다. 일전에 선보였던 리듬 감각보단 정직한 어쿠스틱 기타 반주에 맞춰 장점인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운 ‘Friends’는 친구에 대한 감사를 고백하는 한편 쓸쓸한 가을의 풍경을 재현한다. 단 하나의 악기와 보컬로만 짜인 단순한 구성과 2분이란 짧은 재생 시간 안에 그가 가진 감성을 충분히 담아냈지만, 동시대 수많은 계절 노래 사이 흘러가는 감상을 붙잡고 아로새길만한 특별한 지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