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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재 ‘Comma’ (2022)

평가: 3/5

독특한 뮤직비디오로 화제가 된 ‘Uniform’과 미노이와 공연한 ‘잠수이별’로 음악 작업에 충실한 2022년이었다. 더 콰이엇과 코드쿤스트가 참여한 2018년 작 < af >에 이은 두 번째 EP < Comma >의 기록까지. 한때 의식불명(Coma)에 빠졌던 청년은 음악과 대중을 통해 구원받았으나, 시나브로 변해버린 자신을 되돌아보기 위해 쉼표(Comma)를 찍었다.

오랜 음악적 파트너 쿄(Kyho)와의 협업은 소리 질감의 다변화라는 근작의 지향성을 재확인했다. 원슈타인이 참여한 레이드 백 넘버 ‘Glass’는 ‘하늘이 불을 껐어, 니 집 창문이 거울로 바뀌었어’란 시각적 노랫말로 나른한 주말 오후를 그려냈고 건반과 스트링을 결합한 ‘우리’의 평화적 분위기가 데뷔 초 우울한 정서를 가렸다.

앨범의 자전적 성향은 4, 5번 트랙에서 두드러진다. 진솔한 고백 조의 ‘Me’가 독특한 플로우의 ‘Mommy’로 이어지는 구성은 나약함을 발견하고선 따스한 품속으로 들어가는 인간적 면모다. 앨범 전반에 걸쳐 월장한 기술력을 두른 정제된 메시지가 래퍼의 발전을 명시한다.

산타 라인과 ‘알약 두 봉지’처럼 우원재의 밑바탕은 감정과 분위기였다. 하지만 안주하지 않았다. 딜리버리의 발전과 톤의 연구는 아티스트의 번민이 그저 머릿속 사투로 그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달콤한 성공을 거둔 우울 청년의 이야기는 가공 없이 그대로 전달 되며 < Comma >는 다시금 기로에 선 뮤지션의 자화상이다.

-수록곡-
1. Repeat
2. Glass (Feat. 원슈타인)
3. 우리
4. Me (나야)
5. Mommy
6.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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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POP Album

시저(SZA) ‘SOS’ (2022)

평가: 3.5/5

장르 혼합을 시도하는 뮤지션은 많지만 온전히 자기 색채를 내는건 다른 문제다. 알앤비와 힙합, 록을 경유하는 음악적 취향은 장르 별 전문가의 조력으로 깊이감을 얻었고, 중심에 로파이 질감과 감각적인 가창이 있다. 켄드릭 라마와 함께한 < 블랙 팬서 > 삽입곡 ‘All the stars’와 도자 캣 공전의 히트송 ‘Kiss me more’로 각인된 싱어송라이터 시저의 소포모어 작 < SOS >는 아티스트의 성장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뭐라 딱 꼬집을 수 없는 사운드는 블렌딩의 결과다. 버라이어티 지 이제이 팰러니건(EJ Palanigan)의 ‘Varied Palette’란 표현처럼 드넓은 백지에 물감을 풀어헤친다. 자유로운 붓터치는 베이비페이스와 베니 블랑코를 비롯한 특급 프로듀서의 지도편달 아래 안정감을 구축했다. 돈 톨리버(Don Toliver)와 공연한 ‘Used’로 알앤비/힙합의 본진을 사수한 후 ‘Ghost in the machie’에서 피비 브리저스의 몽환성을 끌어안는다. 웰메이드 알앤비 앨범 < Ctrl >에 비해 확장된 사운드스케이프로 5년의 담금질을 공인했다.

근 3년의 작업 기간으로 트랙 수가 늘어났으나 3분 내외로 잘 다져진 곡들이 고루하지 않다. 인디 록을 도입한 ‘F2f’와 어쿠스틱한 ‘Nobody gets me’의 일관된 사운드 프로덕션은 통일감을 확보했고 곡의 마법이 아쉬워질 때쯤 ‘I hate you’와 ‘Good days’ 같은 기존 싱글과 등장한다. 베이스를 강조한 세번째 싱글 ‘Shirt’도 흡인력 있다.

웰메이드 알앤비 앨범 < Ctrl >에 이어 ‘Hit different’과 ‘Good days’ 같은 탁월한 싱글로 독자성을 획득했지만 < SOS >의 시사점은 남다르다. 녹진하고 진솔한 가사와 아날로그와 모던이 혼재하는 사운드로 스무개 트랙은 순도가 높고 자기주도권으로 메인스트림과 마니아 사이를 유연하게 줄타기한다. ‘세대의 재능’이라는 피치포크 에디터 줄리안 에스코베도 셰퍼드(Julianne Escobedo Shepherd)의 표현에 어울릴 법한 행보다.

-수록곡-
1.Sos
2.Kill Bill
3.Seek & destroy
4.Low
5.Love language
6.Blind
7.Used (Feat. Don Toliver)
8.Snooze
9.Notice me
10.Gone girl
11.Smoking on my ex pack
12.Ghost in the machine (Feat. Phoebe Bridgers)
13.F2f
14.Nobody gets me
15.Conceited
16.Special
17.Too late
18.Far
19.Shirt
20.Open arms (Feat. Travis Scott)
21.I hate u
22.Good days
23.Forgiveless (Feat. Ol’ Dirty Bast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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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BIBI) ‘Lowlife Princess’ (2022)

평가: 3/5

데뷔 후 3년 반의 예열 끝에 낸 첫 번째 정규 음반 < Lowlife Princess: Noir >는 자의식에 충실하다. 전곡 작사와 몇 트랙의 작곡으로 지분을 높였고 영화적 구성으로 삶의 관점과 시선을 드러냈다. 오디션 프로그램 < 더 팬 >에서의 활약과 꾸준한 음원 발매로 지명도를 확보한 알앤비 뮤지션 비비에게 분기점이 되어줄 음반이다.

‘못된 놈’을 뜻하는 영어단어 ‘Lowlife’와 공주를 결합해 이미지를 굳혔다. 이상적 아름다움 대신 까칠하고 기센 캐릭터를 확립했지만, 그 곁에 인간적 면모가 공존했다. “얼마나 더 벌어야 쳐담아야 외롭지 않아지려나”라는 ‘Lowlife princess’ 속 공허감과 숨 막히는 셀럽의 삶을 표현한 ‘마녀사냥’은 화려하고 힙한 젊은 뮤지션 이전의 한 인간으로서의 고민이다.

직설화법과 우회적 표현이 교차했다. “포도주의 빵과 배부른 돼지들의 춤 / 죽어라 따라줘 악마들의 춤사위”의 은유로 사회상을 풍자한 ‘가면무도회’는 알앤비의 감각을 극대화하고 “춤추는 저 장미를 꺾어 완성한 왕관 나의 것 / 다시는 얼씬 못하게 가시를 친 성관”의 ‘나쁜X’에선 애정의 광기를 드리웠다.

전체적으로 일관된 트랙별 러닝타임과 인터루드(Interlude) 성격의 1분대 곡들로 구성적 측면을 강조했다. 누아르 분위기의 서사는 톡 쏘는 비비의 캐릭터와 만나 선명도를 높였고 간결한 피아노 반주에 국악적인 색채를 더한 ‘불륜’와 록 풍의 ‘City love’로 트랩 비트와 레게톤의 트렌디한 사운드 사이에 다양성을 심었다.

대중 음악가에게 브랜딩은 중요하다. 실력과 카리스마를 두루 갖춘 비비는 솔직한 노랫말과 감각적인 사운드로 토양을 다졌고 신보 < Lowlife Princess: Noir >로 정체성을 확고하게 했다. 알앤비와 힙합 양쪽을 오가며 거침없이 풀어내는 서사로 MZ세대에 소구력을 발휘했다.

-수록곡-
1. Intro
2. 철학보다 무서운건 비비의 총알
3. 나쁜X
4. 가면무도회
5. 모토스피드 24시
6. 불륜
7. Loveholic’s hangover (starring 샘김)
8. Wet nightmare
9. 마녀사냥
10. Lowlife princess
11. 조또
12. City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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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POP Album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 ‘Elevation’ (2022)

평가: 3/5

2009년 작 < The E.N.D >는 광풍을 일으켰다. 팝 음악을 덜 듣는 한국의 고등학생들도 ‘Boom boom pow’를 흥얼거렸고 이 곡과 함께 ‘I gotta feeling’과 ‘Imma be’가 빌보드 핫100 정상에 올랐다. ‘Where is the love?’와 ‘Let’s get it started’, ‘Shut up’으로 존재감을 터뜨린 세 번째 정규 앨범 < Elephunk >을 내놓은 지 꼭 6년 만이었다. < The E. N. D >의 일대 현상에 미치지 못했으나 영화 < 더티 댄싱 >의 수록곡 ‘(I’ve had) the time of my life’를 일렉트로 팝으로 바꿔 놓은 ‘The time (dirty bit)’을 대중에 각인했다.

휴지기를 거쳐 8년 만에 발표한 < Masters Of The Sun Vol. 1 >은 대장부 퍼기 대신 필리핀 출신 가수 제이 레이 소울(J. Rey Soul)을 영입해 만든 첫 작품이었다. 그룹의 입지가 내려간 지 오래고 상업적 반응도 미미했으나 본령인 힙합으로의 회귀를 반기는 팬들도 적잖았다. 라틴 음악의 경향성에 영합했다는 지점에서 2020년 작 < Translation >과 궤를 함께하는 신보 < Elevation >은 중독적인 댄스 팝의 연속으로 다시금 대중성을 모색했다.

힙합과 팝, 전자음악의 자연스러운 혼합은 블랙 아이드 피스의 강점이며 여기에 라틴 리듬과 레게톤을 더해 사운드의 폭을 넓혔다. 퍼기의 록적인 음색과 대비되는 제이 레이 소울의 감각적 가창과 랩이 ‘Double d’z’를 관통하고 레게톤의 대표 주자 대디 양키(Daddy Yankee)는 ‘함께 춤춰요’라는 뜻의 ‘Bailar contigo’에 장르 색을 입혔다. 리사 리사 앤 컬트 잼과 릭 제임스의 펑크(Funk) 샘플링에 기댄 전작과 달리 멤버들의 역량을 충분히 분출했다. 샤키라와 프랑스 출신 세계적 디제이 데이비드 게타로 드림팀을 꾸린 ‘Don’t you worry’는 그룹 본연의 국제성과 화합의 주제 의식을 드러냈다.

숱하게 들어왔던 기계음이 고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축적된 내공이 자극점을 꿰뚫지만, 기시감과 키치함을 느끼는 순간 흥분감은 사그라든다. 약점을 포착한 베테랑 프로듀서 윌 아이 엠은 빅비트 밴드 프로디지의 동명의 곡에서 최소한의 기타 사운드를 추출한 ‘Fire starter’와 미니멀한 라틴 트랙 ‘Filipina queen’으로 변주를 꾀했다.

윌 아이 엠 창작력의 고점과 퍼기의 카리스마가 합세한 최전성기의 위력에 미치지는 못했다. 비슷한 질감의 댄스 팝 행렬은 청각적 쾌감과 깊이감 부족의 양날 검을 안고 가나 ‘사반세기 그들 덕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싸앉고 춤췄는가?’ 공로를 상기한다. 앨범의 7번 트랙 ‘Guarantee’처럼 블랙 아이드 피스의 음악은 유쾌감을 보장한다.

-수록곡-
1. Simply the best
2. Muevelo
3. Audios
4. Double d’z
5. Bailar contigo
6. Dance 4 u
7. Guarantee
8. Filipina queen
9. Jump
10. In the air
11. Fire starter
12. No one loves me
13. Don’t you worry
14.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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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황치열 ‘그대는 날 잊고 잘 지내나요’ (2022)

평가: 2.5/5

‘매일 듣는 노래(A daily song)’와 ‘그대가 내 안에 박혔다’가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정통 발라더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황치열이 다시금 멜랑꼴리의 계절을 파고들었다. 이별 후 감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지난 5월 발표한 ‘왜 이제와서야(Why)’와 비슷한 질감의 신곡 ‘그대는 날 잊고 잘 지내나요(I still miss you)’는 담담한 가창으로 어느 가을날의 편지를 써내려간다. 윤하, 양다일 등 다양한 뮤지션과 협업한 싱어송라이터 도코(DOKO)가 선율을 제공했다.

피아노와 현악 세션의 전개 방식은 몰개성하나 황치열의 보컬이 중심을 잡았고 선 굵은 허스키 보이스는 과잉하지 않은 채 아픈 마음을 눌러 담았다. 간주를 최소화하고 프리 코러스와 코러스의 비중을 높인 압축적 전개도 가창을 통한 스토리텔링을 돋보이게 했다. 일군의 발라드곡들과 차별점은 없지만 17년 차 가수의 기본기를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