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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니어스(Boygenius) ‘The Record’ (2023)

평가: 4/5

1970년대 록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슈퍼그룹’이란 단어가 익숙할 것이다.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연주자들이 의기투합한 일종의 드림팀을 일컫는 말로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아시아처럼 오랜 기간 유지되는 사례도 있으나 대부분 단발성 프로젝트로 끝맺음했다. 인디 포크계의 걸출한 세 작가 피비 브리저스와 줄리언 베이커, 루시 데이커스가 조직한 보이지니어스는 보기 드문 여성 슈퍼그룹으로서 21세기의 문화적 담론의 향방을 제시하며, 첫 번째 정규 앨범 < The Record >는 시작점의 선언문과도 같다.

2018년에 발매한 데뷔 EP < The Rest > 이후 4년 반 동안 구성원 각자 쌓은 음악적 성숙은 < The Record >의 완성도를 높였다.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재개된 3인조 활동은 존중과 화합을 토대로 한 긴 소통을 거쳐 < The Record >로 완주되었다. ‘$20’부터 ‘Cool about it’까지 순차적 싱글 발매로 기대감을 끌어올린 측면도 영리했다.

보컬 하모니와 멤버별 인장이 공존한다. 데이커스의 True blue’가 온기를 드리운 반면 베이커의 음울과 침잠을 녹인 ‘Anti-curse’는 이십여년을 접어 피제이 하비의 얼터너티브 록을 모색했다. 브리저스는 ‘Emily I’m sorry’를 통해 < Punisher >(2020) 의 선율 감각을 드러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The Boxer’를 오마주한 ‘Cool about it’과 레너드 코헨의 ‘Anthem’을 부분 발췌한 ‘Leonard Cohen’처럼 영감의 대상에 존경도 표했다.

“네 집부터 리노(미국 네바다 주 도시)까지 멈추지 않고 달렸지(It’s an all-night drive from your house to Reno)”로 해방감을 표현한 ‘$20’과 “천사일진 몰라도 신이 될 수 없어(Always an angel, never a god)”이란 의미심장한 구절을 담은 ‘Not strong enough’같은 강한 질감의 곡들은 부드러운 인디 팝에서 아메리카와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의 포크 록으로 영지를 확대했다.

밴드는 하나의 인격체다. 피비 브리저스와 줄리언 베이커, 루시 데이커스의 세 이름이 스르르 흐릿해진 40 여분의 시간에 보이지니어스의 활자가 음각된다. 공동체의 융합을 이룬 < The Record >는 담백하고도 담대한 음반명처럼 사상과 소리 그 본질에 천착한다. 보이지니어스는 이제 시작이다.

-수록곡-
1.Without you without them
2.$20
3.Emily I’m sorry
4.True blue
5.Cool about it
6.Not strong enough
7.Revolution 0
8.Leonard Cohen
9.Satanist
10.We’re in love
11.Anti-curse
12.Letter to an old po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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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 프라이스(Margo Price) ‘Strays II’ (2023)

평가: 3.5/5

미국 싱어송라이터 마고 프라이스에게 2023년은 작정(作定)의 해다. 10개월 간격을 두고 발매한 두 정규 음반 < Strays >과 < Strays II >가 경력의 반환점이며 음악적 야심작이기 때문이다. 컨트리 팝 선배 셰릴 크로(33세에 데뷔)처럼 비교적 늦은 서른둘에 내놓은 2016년 데뷔작 < Midwest Farmer’s Daughter >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견고한 디스코그래피를 구축했다.

< Strays II >는 < Strays >에 비해 온건하다. 사이키델릭 록 넘버 ‘Back in the mountain’와 일렉트릭 기타의 강도를 끌어올린 ‘Light me up’, 컨트리 록에 전자음악을 심은 샤론 반 이튼(Sharon Van Etten)과의 합작품 ‘Radio’처럼 당찬 곡은 없지만 완성도 높은 트랙들로 포크와 컨트리, 블루스를 아울렀다. 선율 감각이 확보한 구심력에 현대적인 프로덕션과 마스터링 완성도가 얼핏 고루하게 느껴지는 아메리카나를 향한 접근성을 높였다.

앨범 커버의 볼록 렌즈 안에 모인 ‘마고와 친구들’은 가족적 성격을 드러내며 각 분야 개성파들의 조력이 톡톡했다. 캘리포니아 기반의 록 뮤지션 조나단 윌슨(Jonathan Wilson)과 미국 인디 록 밴드 빅 티프의 기타리스트 벅 믹(Buck Meek)이 힘을 보탠 ‘Malibu’와 탐 페티 앤 더 하트브레이커스 출신 마이크 캠벨(Mike Campbell)의 스틸 기타가 빛난 ‘Unoriginal sin’이 앨범에 다채로운 색감을 부여했다. 조나단 윌슨은 < Strays II >는 < Strays >의 메인 프로듀서로 나선 프라이스의 음악적 동반자기도하다.

< Strays >와 < Strays II >는 작심(作心)의 2023년을 성료했다. 급진적 사이키델릭 록의 실험과 온건주의 아메리카나는 변증법적으로 조화롭고, 실력파 아티스트들과 물리적 결합이 아닌 화학적 융합을 이뤄냈다. 신보 < Rockstar >의 화려한 게스트 뮤지션 라인업과 140분대의 장대한 러닝 타임으로 화제된 돌리 파튼의 대중먹 면모와 컨트리 뮤직의 숨은 영웅 바비 젠트리(Bobby Gentry)의 주체성을 가진 37세마고 프라이스는 마지막 트랙명처럼 모든걸 내걸어(Burn whatever’s left)자신만의 아메리카나를 써내려갔다.

-수록곡-
1.Stays
2.Closer I get (Feat. Ny Oh)
3.Malibu (Feat. Jonathan Wilson, Buck Meek)
4.Black wolf blues
5.Mind travel
6.Unoriginal sin
7.Homesick (Feat. Jonathan Wilson)
8.Where did we go wrong
9.Burn whatever’s le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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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Back for more (With Anitta)’ (2023)

평가: 3/5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국제적 위상은 대단하다. 세계관과 실력, 비주얼의 조합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기반은 국지가 아닌 전세계를 겨냥했고, < 이름의 장: Temptation >의 빌보드 200 1위와 ‘Sugar rush ride’의 빌보드 버블링 언더 핫 100(핫 100 진입 이전 25개 곡 순위를 매긴 차트)의 4위 등 괄목할 성적을 거뒀다.

‘Show das poderosas(강력한 여성의 쇼)’로 선풍적 인기를 구가한 브라질 가수 아니타(Anitta)의 스페인어 랩을 얹은 새 싱글 ‘Back for more’는 다시금 드러난 그룹의 국제적 면모다. 정밀한 프로덕션과 영미권 가수와 간격을 찾기 힘든 영어 가창이 짧은 악곡에 힘을 실었다. 기존의 장르적 다채로움은 덜하나 펑키(Funky) 리듬을 중심으로 한 매끈한 디스코 팝에 휘파람과 스트링 등 액세서리도 과하지 않다. 어디 빠지는 구석 없는 품질 보증서 같은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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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스(The Hives) ‘ The Death Of Randy Fitzsimmons'(2023)

평가: 3.5/5

아바와 록시트가 1970~80년대 영미권 팝계를 주름잡았으나 스웨덴 출신 2000년대의 모던 록 밴드로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사례는 드물다. 펑크(Punk) 록 수작 < Barely Legal >(1997)으로 데뷔한 하이브스는 후속작 < Veni Vidi Vicious >(2000), < Tyrannosaurus Hives > (2004)로 스트록스와 화이트 스트라입스와 더불어 개러지 록 리바이벌 핵심 세력에 섰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공연은 화끈하게!’의 슬로건을 주창한 이들은 번개를 새긴 듯한 블랙 앤 화이트 턱시도를 입고 광포한 무대를 선사한다. 현장의 에너지를 등에 업은 ‘Hate to say I told you so’나 ‘Walk idiot walk’, ‘Tick tick boom’은 개러지 특유의 날 것의 기운을 가장 잘 드러낸 사례로 기록되었다.

소설 작품을 연상하게 하는 앨범명은 경력 내내 주창했던 얼터 에고인 랜디 피츠시몬즈(Randy Fitzsimmons)를 내걸었다. ‘랜디 피츠시몬즈의 죽음’이란 제목 직후의 1번 트랙 ‘Bogus Operandi’가 의미심장하다. 주연 배우의 융성과 쇠락(Rise and Fall) 혹은 새로운 분신의 출현? 기로에 선 밴드의 물밑작업은 더욱 분주하다.

1960~1970년대 개러지 록을 향한 학구열은 장인 정신이 되었다. 눈 가리고 집어도 고른 품질의 상차림엔 이기 팝의 생환 ‘Smoke and mirrors’와 국내엔 덜 알려진 펑크 거장 조니 썬더스의 계승 ‘Rigor Mortis radio’, 클래시의 보컬리스트 조 스트러머의 오마주 ‘Stick up’ 이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로빈과 찰리 XCX와 작업했던 파트리크 베르게르의 프로듀싱이 사운드 품질을 높였다.

10년만의 귀환에 부담감은 없다. 결절점을 꿰뚫은 2~3분대의 순도 높은 로큰롤은 비틀비틀 유쾌하나 막상 빈틈을 찾기 어렵고 노쇠화와 무력감도 보이지 않는다. 변화와 이동이 아닌 천착을 택한 신보 < Bogus Operandi >는 초지일관이 미덕으로 발현한 대표 사례다.

-수록곡-
1. Bogus Operandi
2. Trapdoor solution
3. Countdown to shutdown
4. Rigor Mortis radio
5. Stick up
6. Smoke & mirrors
7. Crash into the weekend
8. Two kinds of trouble
9. The way the story goes
10. The bomb
11. What did I ever do to you?
12. Step out of the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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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라쿠나(Lacuna) ‘우주의 여름’ (2023)

평가: 3/5

해피로봇 레코드의 4인조 록 밴드 라쿠나는 함께 소속된 선배 밴드 쏜애플과 솔루션스처럼 또렷한 음악적 특징을 가졌다. 2018년 EP < 끝이 없는 꿈을 그대에게 줄게요 >부터 꿈결 같은 음파를 록의 형태로 구현한 라쿠나는 2020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하며 실력파임을 입증했다.

2022년 발매한 EP < Summer Tales >를 잇는 라쿠나표 여름 서사 ‘우주의 여름’엔 한여름 밤의 꿈과 현세와의 낭만적 단절이 녹아있다. 시종일관 쏘아대는 쨍한 전기기타가 록의 외연을 둘렀고 각종 이펙트로 쌓은 층위가 편곡적 매력을 배가했다. 일견 직선적인 외형을 베이스의 굴곡감으로 마모했다. 사운드 포화를 중화한 보컬 장경민의 음색과 동화적인 노랫말은 낯선 우주 속 너와의 교신. ‘우주의 여름’은 라쿠나의 특이점을 재차 부각한 싱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