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출신 음악가 장 미셸 자르는 독일의 크라프트베르크, 이탈리아의 조지오 모로더와 함께 1970~1980년대 전자음악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 아라비아의 로렌스 >, < 닥터 지바고 >,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음악을 맡은 위대한 영화 음악가 모리스 자르의 아들인 그도 50년 동안 전자음악 역사에 눈부신 발자취를 남겼다. ‘Equinoxe part 4’가 < MBC 뉴스데스크 >의 엔딩 음악으로, ‘Calypso’가 < 시사매거진 2580 >에 쓰여 국내에도 친숙한 그의 작품은 대중 친화적인 연주 음악으로 명성을 확고히 했다. 사진작가 세바스티안 살가도가 기획한 동명의 전시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스물한 번째 정규앨범인 < Amazônia >는 소리로 아마존 밀림을 탐색한다.
이 앨범의 감상은 청취보다 체험에 가깝다. 목적 자체가 소리를 통한 아마존 밀림의 형상화이기에 감정이입 같은 보편적 욕구와 엇갈리고 음악이 텁텁하게 들리지만 창작의 의도를 수용하면 소리의 질감에 감응할 수밖에 없다. 헤드폰으로 입체감 있는 소리를 구현한 바이노럴 방식과 공간감을 부여하는 5.1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의 두 버전을 동시에 발매했다는 점에서 생생한 소리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난다.
단순한 배경음악을 지양하고자 했던 장 미셸 자르는 제네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채취한 자연음을 가공하고 여기에 전자음을 섞어 자신만의 아마존 밀림을 창조했다. 테크노에서 앰비언트로 변하는 ‘Amazônia part 4’나 각종 이펙트와 신시사이저 아르페지오의 노출이 뚜렷한 ‘Amazônia part 5’는 특유의 스타일이 드러나는 지점. 리듬과 선율의 전위성과 불규칙성은 예측 불허한 밀림의 풍경과 닮아 사실감을 부여하지만 이것조차 엄격한 설계의 결과다.
프랑스 작곡가 피에르 셰페르는 자연음을 기계적으로 변형하고 조작한 구체음악을 고안했고 장 미셸 자르는 그 방식에 매료되어 초기작의 문법으로 삼았다. 이후 그는 인간미를 불어넣은 전자음악으로 < Oxygène >이란 이정표를 세웠다. 50년에 달하는 경력을 거쳐 다시금 구체음악의 방법론에 천착한 이번 작품은 소리의 가공 그 본질에 몰두하며 초심을 되새겼다.
– 수록곡 –
1. Amazônia Part 1
2. Amazônia Part 2
3. Amazônia Part 3
4. Amazônia Part 4
5. Amazônia Part 5
6. Amazônia Part 6
7. Amazônia Part 7
8. Amazônia Part 8
9. Amazônia Part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