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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 ‘Peace Or Love’ (2021)

평가: 3.5/5

기대한 만큼 아늑하다. 노르웨이 출신 포크 듀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12년 만의 정규 앨범 < Peace Or Love >가 어느 때보다 깨끗한 바람이 필요한 시기를 차분하게 휘감는다. 북유럽 풍경 같은 순수한 어쿠스틱 사운드가 작품의 고요한 매력을 떠받친다.

커피 광고에 삽입되어 반향을 일으켰던 전작 ‘Cayman islands’처럼 편안한 트랙들이 귀에 들어온다. 한 가지 감정에 매몰되지 않은 정갈한 앙상블의 ‘Rumours’와 따뜻한 톤의 일관적인 진행이 돋보이는 ‘Song about it’이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특유의 포근한 화법을 기다린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킨다. 이러한 개성을 유지하며 어른거리는 감성의 부유를 간단하게 포착해낸 ‘Ask for help’의 음악적 성과가 근사하다. 사이먼 앤 가펑클과 닿아 있는 말끔함이다.

보컬의 섬세함은 감정이 멈출 곳을 정확히 알아 더욱 힘을 받는다. 리듬과 대비하는 화성의 진행이 마치 한 목소리인 것처럼 서로에게 농밀하다. 캐나다 출신 여성 보컬 파이스트가 함께한 ‘Love is a lonely thing’는 2004년 작 < Riot On An Empty Street >에서도 보여준 세 보컬의 그윽한 협주를 기억하게 만든다.

비올라 리프가 흐뭇한 ‘Rocky trail’과 리듬을 변주한 편곡의 ‘Catholic country’정도를 제외하곤 취향에 따라 밋밋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분위기가 지속되지만 휴식의 시간으로 삼기에 충분한 안락함이 미지근함을 덮어 전반적으로 잔잔한 매력을 품는다. 록의 리프가 떠오르는 ‘Washing machine’은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멤버 얼렌드 오여가 속한 팝 밴드 더 화이티스트 보이 얼라이브(The Whitest Boy Alive)의 음악 연장선에 맞닿아 있다. 두 팀의 색채는 다르지만 멜로디 전개 등의 음악적 아이디어나 삶을 통찰하는 메시지가 교집합을 이룬다.

간단한 어쿠스틱 사운드를 반복하는 작품의 모습에서 최소주의가 스치나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음악엔 미니멀리즘을 표방하는 여느 뮤지션들과 구분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 이들의 감성은 줄여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에 억지로 비워낸 노력의 결과가 아닌 차분하게 가라앉은 자연스러움이다. 언제나 그랬듯 적어서 좋은 게 아니라 좋아서 보니 적다.

– 수록곡 –
1. Rumours
2. Rocky trail (추천)
3. Comb my hair
4. Angel
5. Love is a lonely thing (Feat. Feist)
6. Fever (추천)
7. Killers
8. Ask for help
9. Catholic country (Feat. Feist)
10. Song about it
11. Washing mac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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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XCX(Charli XCX) ‘Crash’ (2022)

평가: 3.5/5

늘 두 발짝 앞서 있던 팝의 선구자가 갑작스레 한 발짝 후퇴를 선택했다. 레트로 유행에 편승한 ‘Good ones’, 같은 팬덤을 공유하는 크리스틴 앤 더 퀸즈와 캐롤라인 폴라첵을 대동하여 드림팀을 꾸린 ‘New shapes’, 그리고 밈으로 유명한 ‘Cry for you’를 샘플링한 ‘Beg for you’까지. 남녀노소 과거로 뛰어들던 흐름에 동참하면서 인터넷 문화까지 노골적으로 겨냥한 행보는 자연스레 단어 하나를 떠오르게 만든다. ‘셀아웃(Sell out, 변절자)’.

여기까지가 정확하게 < Crash >가 의도한 그림이다. 대형 레이블에서의 마지막 음반을 위해 그는 ‘악마와의 계약’을 콘셉트로 잡고 상업성을 최상위 목표로 둔 이상적인 팝스타의 틀에 자신을 맞췄다. 싱글을 공개할 때마다 일일이 동봉한 개별 아트워크와 뮤직비디오, 리믹스 없이 새 트랙으로만 채운 디럭스 버전은 2010년대 초중반 가수들의 성실했던 앨범 활동을 그리워하는 팝 키덜트들의 아쉬움을 채워준다.

내실 있는 음악 덕분에 일련의 전략은 허위 광고에 그치지 않는다. 2019년 < Charli >의 첫 트랙 ‘Next level Charli’를 닮은 도입부에서 뉴 잭 스윙으로의 반전을 꾀하는 오프너 ‘Crash’는 화려한 기타 솔로를 추가하며 짜릿함을 극한으로 충전하고, ‘Good ones’는 유리스믹스의 ‘Sweet dreams (are made of this)’의 베이스라인을 재해석하면서도 날카로운 가성을 덧입혀 본인만의 색채를 뚜렷하게 새긴다. 성공을 위해 복고 트렌드를 이용은 하되 결코 몰개성적으로 휩쓸리지는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 Crash >는 그의 지난 음악 세계를 집대성하는 요약본이기도 하다. 데뷔작 < True Romance >의 어두움을 흡수한 ‘Lighting’에서는 완전히 체화된 하이퍼 팝의 리듬을 발견할 수 있다. 끈적한 1980년대풍 베이스의 ‘Yuck’으로는 사랑에 흠뻑 취한 가사를 그려내며 2014년 히트곡 ‘Boom clap’의 달콤한 추억을 되살리기도 한다. 스스로가 거쳐온 자취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뮤지션만이 만들 수 있는 커리어 1막의 훌륭한 피날레다.

명성을 안겨다 준 하이퍼팝에 ‘죽음’을 선포하며 시체가 놓인 관을 두고 군무를 췄던 ‘Good ones’의 뮤직비디오처럼, 찰리 XCX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거대 자본의 기회를 전격 활용해 소박한 마이너 스타로 만족하기보다 타락한 팝의 하수인으로 부활하기를 택했다. 타협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며 온 방면에서 끌어모은 노력은 팬들의 열렬한 지지와 함께 첫 번째 영국 앨범차트 1위라는 영예를 그에게 안겼다. 거래는 성공했고, 장례식은 축제가 되었다.

– 수록곡 –
1. Crash (추천)
2. New shapes (Feat. Christine and the Queens & Caroline Polachek)
3. Good ones (추천)
4. Constant repeat
5. Beg for you (Feat. Rina Sawayama)
6. Move me
7. Baby (추천)
8. Lightning (추천)

9. Every rule
10. Yuck (추천)
11. Used to know me
12. Tw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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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셀(Soft Cell) ‘Happiness Not Included'(2022)

평가: 3.5/5

1981년 발표한 데뷔작 < Non Stop Erotic Cabaret >는 앨범커버부터 음악까지 섹슈얼한 이미지로 가득했고 미국 소울 여가수 글로리아 존스의 곡을 커버한 ‘Tainted love’와 ‘Bedsitter’ 등의 히트곡을 배출하며 1980년대를 대표하는 신스팝 앨범으로 부상했다. 보컬 마크 알몬드와 연주자 데이비드 볼로 이뤄진 소프트 셀은 비록 데뷔작을 뛰어넘지 못했지만 1980년대에 발표한 넉 장의 정규 앨범으로 신스팝 역사에 이름을 각인했다. 2002년 18년 만의 복귀작 < Cruelty Without Beauty >를 내놓은 이들은 또 한 번 긴 시간을 지나 신작 < Happiness Is Not Included >로 돌아왔다.

중후해진 알몬드의 목소리는 주제 의식에 힘을 실었다. 소프트 셀 이후 활동이 미비했던 볼과 달리 알몬드의 디스코그래피는 < Stories Of Johny >(1985)와 < The Stars We Are >(1988)같은 아트 팝 수작을 포함 정규 앨범만 25장에 달한다. 전천후 뮤지션인 알몬드지만 소프트 셀 시절엔 볼의 기악에 얹은 가창과 가사에 집중했고 그 작업 방식은 이번 앨범에도 적용되었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다. ‘Hearts like a Chernobyl’과 ‘Bruise on all my illusions’는 사회 풍자로 가득하고 타이틀곡 ‘Happiness is not included’는 “영국은 노예 제도와 부당이득으로 세워졌다”라며 직설한다. 마음의 횃불(Torch)을 켜 타락한 사랑(Tainted love)을 나누던 혈기 왕성과 대비되는 비판적 시각을 견지했다.

캐치한 멜로디는 여전히 위력적이다. 동양적 선율을 품은 클럽용 뱅어 ‘Nostalgia machine’과 1981년 히트곡 ‘Memorabilia’와 흡사한 ‘Polaroid’는 볼의 감각을 입증했다. 펫 샵 보이스가 참여한 ‘Purple zone’은 두 그룹의 개성을 적절히 혼합했고 폴 매카트니, 티나 터너와 협업했던 세션 연주자 게리 바너클의 색소폰은 차분한 전개의 ‘Light sleepers’에서 돋보인다.

< Happiness Not Included >는 전작 < Cruelty Without Beauty >와 마찬가지로 복고적인 신시사이저 음향을 지향했고 매끄러운 곡 전개와 또렷한 선율은 스타일과 무관한 흡인력을 지녔다. 6장의 정규 앨범을 관류하는 사운드적 연속성은 40년의 세월에도 퇴색치 않았다. 뇌쇄적인 목소리로 성(Sex)을 노래하던 두 청년은 환갑이 넘어 다른 목소리, 다른 주제로 1980년대 신스팝의 향수를 자극했다.

-수록곡-
1. Happy happy happy
2. Polaroid
3. Bruises on all my illusions
4. Purple zone (With. Pet Shop Boys)
5. Heart like Chernobyl
6. Light sleepers
7. Happiness not included
8. Nostalgia machine
9. Nighthawks
10. I’m not a friend of god
11. Tranquiliser
12. New e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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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샤 슬론(Sasha Sloan) ‘I Blame The World'(2022)

평가: 3/5

시작은 조력자였다. 시카고 출신 디제이 케스케이드를 시작으로 스티브 아오키, 그레이 등 EDM 뮤지션들에게 곡을 제공했던 사샤 슬론은 카밀라 카베요, 존 레전드로 장르 폭을 넓혔다. 2017년 EP < Sad News >로 싱어송라이터의 직함도 얻었고 2020년 첫 번째 정규 앨범 < Only Child >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팬데믹을 거쳐 2년 만에 나온 신작 < I Blame The World >는 조력자 이미지를 걷어냈다.

‘Sad Pop’. 샌프란시스코의 라디오 방송 KYLD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음악을 규정했고 이번 앨범에도 어두움이 관류하지만 지독한 우울로 빠지진 않는다.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라는 가사로 비관주의를 투영한 ‘I blame the world’와 선공개 싱글 ‘Wtf’는 가사와 상반되는 밝은 사운드를 지녔다. 그녀의 뿌리인 러시아 동토에 본거지 로스앤젤레스의 햇살이 내려앉은 듯한, 마냥 어둡지 않지만 밝다고 하기도 어려운 분위기다.

리얼 악기와 전자 음향은 절제된 프로듀싱 아래 조화롭고, 좁은 음역의 가창은 답답함 대신 소곤소곤 공감대를 쌓았다. 미니멀한 사운드가 외려 담담한 울림을 주는 ‘One trick phony’와 어쿠스틱 질감의 ‘Hardest thing I’ve ever done’이 가창의 매력을 드러내며 ‘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을 뜻하는 뉴노멀, 지구온난화 같은 용어를 곡명으로 활용하는 재치도 보였다. 근원적 불안감을 노래하는 기조는 2년 전 발표한 정규 1집 < Only Child >와 비슷하나 조금 더 템포감 있는 팝 록이 주를 이룬다.

‘어찌하여 이토록 많은 아픔을 품었을까?’ 삶이 궁금해지는 음악은 세상이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니라고 말해주지만 슬픔의 연합은 희망으로 피어난다. 마음 따스한 염세주의자 사샤 슬론은 ‘너만 그런 게 아니야’라고 손을 내밀고 < I Blame The World >는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도약대다.

-수록곡-
1. Intro
2. I blame the world
3. Adult
4. Live laugh love
5. Thank you
6. Wtf
7. New normal
8. Global warming
9. I h8 myself
10. One trick phony
11. Hardest thing I’ve ever 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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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밀라 카베요(Camila Cabello) ‘Familia'(2022)

평가: 3/5

공전의 히트 송 ‘Havana’와 한때 연인이었던 숀 멘데스와 함께한 ‘Señorita’는 쿠바 혈통의 카밀라 카베요를 라틴팝 공주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성공 가도 아래 발표한 정규 2집 < Romance >는 아쉬운 상업적 성과를 남겼지만, 최근 논란에 있는 래퍼 다베이비가 피처링한 ‘My oh my’가 싱글 차트 12위까지 역주행했다. 2021년은 멘데스와의 이별과 영화 < 신데렐라 >의 개봉이 겹쳐 활동이 미미했지만 3년 만의 정규작 < Famila >는 음악적 뿌리를 찾으려는 야심으로 가득 차 있다.

팬데믹의 괴로움은 안으로의 회귀라는 계기를 주었고 온전히 스페인어로만 된 세 곡이 방증이다. ‘Lola’는 쿠바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민중들에게 경의를 표했으며 트럼펫 도입부가 돋보이는 ‘Celia’는 ‘살사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쿠바 출신 여가수 셀리아 크루즈에서 제목을 따왔다.

작년 7월에 선공개한 싱글 ‘Don’t go yet’은 랩을 첨가한 라틴 댄스곡이며 후반부에 쏟아지는 코러스가 생명력을 더한다. 에드 시런이 작곡과 보컬로 참여한 ‘Bam bam’은 시런의 리드미컬한 사운드에 쿠바 음악을 기반으로 한 살사와 21세기 라틴 음악의 주요 문법인 레게톤을 뒤섞는다.

비(非)라틴 트랙들은 무게감이 덜하다. 일렉트로니카 곡 ‘Quiet’은 평이하고 미니멀한 구성의 ‘Boys don’t cry’도 보컬만 선명해 라틴과 비라틴의 평형추 역할만 수행한다. 다만 윌 스미스의 딸로 유명한 배우 겸 가수 윌로우 스미스가 참여한 ‘Psychofreak’이 몽환적인 질감으로 감초 역할을 했다.

한층 성숙한 보컬은 다채로운 스타일을 아우른다. 빠른 템포의 곡들에선 라틴 팝 선배 가수 샤키라와 같은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농염한 음색으로 ‘즐거운 인생’이란 뜻의 ‘La buena vida’를 이끌어간다. 피프스 하모니 시절부터 < Camila >와 < Romance >에 이르기까지 영어로 된 곡을 주로 불러왔지만 이번 앨범에서 스페인어의 굴곡과 리듬감을 구현했다.

‘Havana’와 ‘Señorita’, ’My oh my’와 같은 라틴을 덧씌운 힙합 혹은 일렉트로니카로 정상을 맛본 카베요는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고 그렇게 음악과 춤, 언어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마리아 베케라와 요투엘 같은 라틴 뮤지션들의 참여로 가족애를 강조했고 앨범 곳곳에 쿠바의 흔적을 남겼다. 국제적 성공을 거둔 스물다섯의 팝스타는 새 앨범 < Famila >를 통해 라틴 뮤직의 정통성을 모색했다.

– 수록곡 –
1. Familia
2. Celia
3. Psychofreak (Feat. WILLOW)
4. Bam bam (Feat. Ed Sheeran)
5. La buena vida
6. Quiet
7. Boys don’t cry
8. Hasta los dientes (Feat. Marica Becerra) 
9. No doubt 
10. Don’t go yet
11. Lola (Feat. Yotuel)
12. Everyone at his par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