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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Jungle) ‘Loving In Stereo'(2021)

평가: 4/5

전 세계 음악 시장의 트렌드가 복고로 향하기 전인 2013년, 당시 20대의 영국 백인 청년 조쉬 로이드 왓슨과 톰 맥팔랜드가 몰두한 프로젝트는 1970년대의 디스코 음악이 중심이었다. 1990년대 애시드 재즈에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었던 그들은 펑크(Funk)와 디스코를 기반으로 수십 년 전 그루브를 세련되게 재해석해 사운드의 신구 조화를 주무기로  삼았다. 영국 인디 차트에서 19위를 기록한 데뷔 싱글 ‘Busy earnin’’이 수록된 첫 앨범으로 신선함을 확보한 이들은 듀오에서 7인조 밴드로 규모를 확장한 후 후속 음반 < For Ever >를 발표했다.

소포모어 작품은 조쉬와 톰이 겪은 이별의 슬픔을 역설적으로 번득이는 디스코로 풀어내며 진화한 음악성을 드러낸 반면, 이번 < Loving In Stereo >는 전작에 자연스레 녹아 든 침울한 분위기를 뒤집는다. 바이올린 선율로 비장한 연출을 선보인 서곡 ‘Dry your tears’를 전진배치 하고 템포를 높인 디스코 풍의 곡 ‘Keep moving’으로 유기적 구성을 취해 낙관적 복귀를 선언했다. 소울풀한 리듬을 중심으로 사이키델릭한 요소를 절묘하게 가미한 ‘All of the time’과 이들의 여유로운 기운을 이식한 ‘Lifting you’가 한층 가벼워진 분위기를 조성한다.

뉴웨이브 사운드를 연상시켜 기타에 주목한 트랙 ‘Truth’ 외에도 새로운 시도를 이어간다. ‘Romeo’에서는 래퍼 바스를, 알앤비 싱어 프리야 라구의 목소리를 빌린 ‘Goodbye my love’는 그들이 처음 시도한 협연으로 확장된 음악 스펙트럼이 엿보인다. 각각 올드스쿨 힙합과 부드러운 톤의 보컬을 결합함에서도 균질한 결과물을 추출해 담백한 프로듀싱 감각도 입증한다.

자신들이 태어나기도 훨씬 이전의 음악 스타일을 이제 막 서른을 넘긴 이들이 구사한다는 사실 자체도 흥미롭지만 정글은 신구세대를 병합했다. 레트로 열풍에 접어든 시대의 풍조가 소구점으로 작용했고 정교한 샘플링을 통해 구성한 리드미컬한 웨이브는 젊은 세대에게도 짙은 호소력을 발휘한다. ‘Can’t stop the stars’ 속 오케스트라 연주가 풍성했던 앨범의 문을 닫기까지 정글이 발산한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는 끝내 세월의 간극을 메웠다.

기분 좋은 활력을 갖춘 복고풍 음악의 향연, < Loving In Stereo >가 내포한 경쾌한 에너지는 우울한 현재와 대비되며 평범했던 일상을 그립게 한다.

-수록곡-

  1. Dry your tears
  2. Keep moving
  3. All of the time
  4. Romeo
  5. Lifting you
  6. Bonnie Hill
  7. Fire
  8. Talk about it
  9. No rules
  10. Truth
  11. What d’you know about me?
  12. Just fly, don’t worry
  13. Goodbye my love
  14. Can’t stop the s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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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니(LANY) ‘Gg Bb Xx’ (2021)

평가: 3/5

로스앤젤레스(LA)와 뉴욕(NY)의 앞 글자를 가져온 캘리포니아 출신 3인조 밴드 레이니(LANY)는 2014년에 결성한 이후 모두 4차례의 내한공연과 ‘Malibu nights’와 ‘Cowboys in LA’ 같은 레트로 감성의 곡들로 한국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20년 10월에 나온 3집 앨범 < Mama’s Boy >가 빌보드 앨범차트 7위에 올라 가장 높은 성적을 거둔 이들은 1년이 안 되어 새로운 정규 앨범 < Gg Bb Xx >를 발표하며 성공 가도를 향한 명확한 의지를 표명했다.

캘리포니아의 따사로운 햇살을 연상케 하는 느긋한 레이드 백 감성이 전작 < Mama’s Boy >를 관통했다면 이번 앨범은 리듬이 두드러지는 댄서블한 트랙들이 돋보인다. 신시사이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2017년도 1집 < Lany >로 귀환한 기조를 보여주되 사운드의 매끈함과 편곡의 정밀성을 더했다. 1980년대의 향기를 품은 신스팝 넘버 ‘Care less’나 발랄한 멜로디와 이별을 선포하는 가사가 묘하게 대조되는 ‘Never mind, let’s break up‘은 차분한 감성이 주를 이뤘던 레이니의 또 다른 매력을 부각했다.

레이니는 정교성이 떨어지는 악곡을 프런트 맨 폴 제이슨 클라인의 매혹적인 음색과 감각계를 건드리는 몽환적인 사운드로 상쇄해왔고 이 지점은 신작에서도 일정 부분 유지했다. 부드러운 어쿠스틱 스타일로 선율을 강조한 ‘Live it down’과 피아노 연주가 감미로운 ‘Somewhere’로 전반적으로 경쾌한 앨범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 성공했지만 밋밋한 버스(verse)에서 신스 아르페지오의 코러스에 다다르는 천편일률적인 구성이 개별성을 약화했다. 이성보다 감성에 무게추가 쏠린 작곡 방식이 낳은 결과다.

1년이 채 안 되어 공개한 새 앨범에는 장점과 고질적인 문제가 공존한다. < Mama’s Boy >의 드림팝 스타일로 레이니를 접한 이들에겐 통통 튀는 신스팝 앨범 < Gg Bb Xx >가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오지만 상업적 성과를 이어가려는 조급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상업 지향성이 문제가 아니다. 그것에 매몰되어 발전을 더디게 할 우려가 더 크고 무겁게 다가온다. 1집에 비해 사운드의 진일보를 이룩한 만큼 곡의 만듦새를 점검할 시간도 필요하다.

– 수록곡 –
1. Get away
2. Up to me
3. Never mind, let’s break up
4. DNA
5. Roll over, baby
6. Live it down
7. Dancing in the kitchen
8. Ex I never had
9. Somewhere
10. Care less
11. ‘Til I don’t
12. One minute left to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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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 캠퍼스(Hippo Campus) ‘Good Dog, Bad Dream’

평가: 2.5/5

2014년 미네소타주 한 예술학교에서 의기투합한 인디 록 밴드 히포 캠퍼스의 강점은 결성 이래 꾸준히 내뿜은 젊은 활력이다.스쿨 밴드 시절부터 단단하게 연마한 내공을 집결시킨 데뷔 EP는 팬들의 관심을 끌었고 매력적인 선율로 무장한 인디 팝 밴드의 등장에 입소문은 빠르게 번졌다. 해당 나이대만이 느낄 수 있는 순수한 에너지를 녹여낸 2017년 첫 번째 정규작 < Landmark >가 이를 증명했으며 불과 1년 후에 발매한 < Bambi >는 전자적 요소를 가미해 보다 사색적이고 차분해진 성격을 전작에 비해따뜻하게 녹여냈다.

준수했던 두 장의 전작들을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이번 앨범은 멤버들이 자체적으로 프로듀싱을 맡았다. 그럼에도 예전과 흡사하게부드러운 질감의 기타 리프가 주도하는 트렌디한 포스트 펑크록 사운드의 기조를 가져가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재확인했다. 비슷한 음악을 지향했던 뱀파이어 위켄드, 봄베이 바이시클 클럽의 향취를 품고 있는 리드 싱글 ‘Bad dream baby’와 ‘Deepfake’가 공고히 인디 팝 장르의 경쾌함과 고유한 감성을 책임진다.

‘Sextape’는 은은하게 맴도는 브라스 선율과 레이어링을 거친 보컬 톤에서 영국 밴드 1975가, 두터운 톤의 베이스라인이 감도는 ‘Where to now’는 조이 디비전이 잇따라 스치지만 투박하고 정제되지 않았다. 오토튠으로 급조한 하이퍼 팝 곡조 위에서 섬뜩한 비명으로 시작하는 ‘Mojo Jojo’의 거친 텍스처는 기존 영역의 울타리를 넘어선 실험적인 태도라는 광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 Good Dog, Bad Dream >는 히포 캠퍼스의 자유로운 연구 과정을 묶어낸 작품이다. 강점을 잃지 않은 부분도,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인 이유도 모두 균형 잡힌 조각을 맞춰가는 절차다. 답습을 지양하고 창의적인 접근법을 채택해 열린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앨범은 낙관적인 미래를 예약한다. 향후 선보일 결론에서만큼은 자유롭게 확장한 사운드스케이프와 섬세한 프로듀싱의 영민한 융합이 필요하다.

-수록곡-

  1. Bad dream baby
  2. Deepfake
  3. Sex tape
  4. Where to now
  5. Mojo Jo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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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마리(Anne-Marie) ‘Therapy’ (2021)

평가: 2.5/5

< Therapy >는 ‘Friends’와 ‘2002’가 수록된 < Speak Your Mind >에 이은 앤 마리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이다. 경력의 시작점을 함께 했던 영국 드럼 앤 베이스 그룹 루디멘탈이 소울풀한 댄스곡 ‘Unlovable’의 비트를 주조했고 ‘2002’의 선율을 책임졌던 에드 시런이 다시 한 번 ‘Beautiful’의 산뜻한 멜로디를 제공했다. 원 디렉션의 나일 호란까지 ‘Our song’에 피처링 아티스트로 참여해 전작보다 협업의 비중을 대폭 늘렸지만 외려 앤 마리 본인의 역할은 축소되고 고유색은 옅어졌다.

미디엄 템포의 곡을 군데군데 배치하며 완급 조절에 성공한 전작과 달리 이번 앨범은 트랩 비트 기반의 댄스곡들이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미국의 가수 겸 래퍼 루미디의 ‘Never leave you (uh oooh, uh ooh)’를 샘플링한 라틴풍의 ‘Kiss my (uh oh)’와 ‘Fill me in’에서 크레이그 데이비드가 사용한 투스텝 리듬의 ‘Don’t play’처럼 간혹 스타일의 변화를 주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비슷한 질감의 사운드 프로덕션이 몰개성으로 작용했다.

‘네 여자 친구에게 네가 얼마큼 거짓말쟁이인지 말해줄 거야’ (Tell your girlfriend), ‘네가 나한테 한 모든 짓, 내가 두 배로 돌려줄 거거든’ 같은 가사는 직설적이지만 당당한 애티튜드의 방증이고 실연으로부터 자존감을 회복하는 그의 방식이다. ‘2002‘에서 추억을 들추어 촉촉한 노스탤지아를 그려냈던 앤 마리는 이번 앨범을 통해 낭만 이면의 비정한 현실을 주저 없이 맞닥뜨린다.

< Therapy >는 21세기 유행가들을 갈무리한 인상이 짙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샤키라의 과거 댄스 넘버에 트랩 비트를 덧씌운 느낌의 곡들이 무책임한 익숙함을 안겨주고 독자성을 저해했다. 스토리텔링의 주체성을 확립한 앤 마리는 음악적으로도 자신의 색깔을 찾아야 한다.

– 수록곡 –
1. x2
2. Don’t play
3. Kiss my (uh oh)
4. Who I am
5. Our song
6. Way too long
7. Breathing
8. Unlovable (feat. Rudimental)
9. Beautiful
10. Tell your girlfriend
11. Better not together
12. Thera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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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스 스테이플스(Vince Staples) ‘Vince Staples’ (2021)

평가: 3.5/5

캘리포니아 출신 래퍼 빈스 스테이플스의 신보가 발매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꽤나 낯설다. 여러모로 빈스 스테이플스처럼 들리지 않는 작품이다. 날 선 감정과 냉소적인 통찰로 게토 현장을 보고하던 < Summertime ’06 >와 DJ 소피, 플룸 등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을 대동해 화끈한 사운드 실험을 감행한 < Big Fish Theory >를 즐긴 이들이라면 그가 가진 폭로의 미학과 섬뜩한 사운드의 맛을 안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을 내건 셀프 타이틀 앨범 < Vince Staples >에서 그는 과거 전법을 종결하듯 그와 또 다른 길을 포장(鋪裝)해 나아간다.

가장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지점은 프로덕션이다. 스타일리쉬하고 억센 사운드를 기반으로 짜릿한 청각적 쾌감을 자아내던 기존 문법에서 벗어나 미니멀한 비트를 속속 채웠다. 직전작 < FM! >에서 예고된 간결함이기도 하나, 뾰족한 전자음을 더욱 억제하고 건조하고 흐릿한, 한편으로 편안하기까지 한 음향으로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은 또 다른 승부수다. 이 바탕에는 전작에서 빈스 스테이플스의 음반을 총괄하며 신뢰를 쌓은 프로듀서 케니 비츠가 중심을 잡고 있다. 모난 데 없는 전개, 일률적인 무드 형성이라는 취지의 단일 프로듀서 구성이다.

래핑 역시 이전과 궤를 달리한다. 특유의 강성 플로우와 타격감 있는 발성이 자취를 감추고 나른한 분위기에 맞춘 힘을 뺀, 웅얼거리는 랩이 대신 청각을 겨냥한다. 유행과 상업성으로의 편승이라는 의구심은 그 완성도 앞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첫 곡 ‘Are you with that?’은 선명한 팝 멜로디를 지녔고 ‘The shining’의 랩과 노래 병렬은 안정적이며, 전염적인 훅의 ‘Mhm’ 역시 새 국면의 그를 멋지게 장식하는 피날레다.

특히 메시지에 귀 기울이다 보면 생경한 변화의 의도를 십분 납득할 수 있기도 하다. 과거 빈스 스테이플스는 모든 것에 날카로웠다. < Summertime ’06 >의 현실이라는 배경은 참혹했으며 그에 대한 복수는 과격한 수위의 비판, 폭로였다. 그러나 스물여덟 그는 시선을 보다 자신에게 돌리는 모습이다. 과거와 현재 심정을 세밀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끄집어내는 서사는 갱스터 생활의 거친 바닥에서 친구의 죽음 등을 목격하며 형성된 불안한 자아를 ‘팬들마저 믿지 못해 / 내가 너무 편집증적이어서’라는 ‘Sundown town’의 동정 없이 들을 수 없는 처연한 진술로 피워내는 식이다.

도처에 ‘죽은 녀석들!(Dead homies!)’이라 옛 친구들을 소환하거나, 친모의 법정 일화를 녹음한 스킷 ‘The apple & The tree’가 사실성을 부각하는 장치로 기능할 때는 실재적인 현장감이 정면에 펼쳐진다. 알앤비 가수 포우쉐(Fousheé)가 피쳐링한 ‘Take me home’의 ‘내가 저지른 일들에 대한 꿈을 꾸고 싶지 않다’라는 구절이 상처받은 영혼을 압축한다. 그러면서도 확고한 긍지만큼은 여전해서, ‘Lil fade’에서는 죽음의 위협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놓치지도 않는다.

이전 그의 까칠한 스탠스나 ‘Big fish’ 같은 중독성 강한 뱅어를 원했다면 심심하게 다가올 수도 있으나, 음반은 특정 관습으로의 매몰을 견제함과 동시에 반대표를 던지기 어려운 수준급의 응집력과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 Summertime ’06 >이 게토 ‘르포’였다면 이번에는 탕아의 쌉싸름한 ‘일기장’이다. 작가적 의도를 너른 스펙트럼과 변색 능력으로 구현한 < Vince Staples >는 그래서 그의 행보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작품이다.

– 수록곡 –
1. Are you with that? 
2. Law of averages
3. Sundown town 
4. The shining
5. Taking trips
6. The apple & the tree
7. Take me home (Feat. Fousheé) 
8. Lil fade
9. Lakewood mall
10. Mh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