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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3회 그래미 시상식 결산 편

다양성과 공정성이라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그래미 어워드가 범세계적인 전염병 때문에 행사 날짜까지 옮겼다. 붉은 융단 위에 별들이 쏟아지던 그때 한국은 3월 15일 아침 9시였다.

제 63회 그래미 시상식은 무관중인 상태에서 마스크를 착용했던 여타의 국내 시상식처럼 익숙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어워드에서 두 차례 연속으로 사회를 맡았던 앨리샤 키스를 대신해 이번에는 언변이 남다른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가 마이크를 잡았다.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식순과 돌발상황에 대비함과 동시에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논란의 감정을 내려놓고 축제 자체를 즐기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코로나에 대응하는 방식

매년 특별한 협업 스테이지를 선보이던 그래미가 코로나의 영향으로 그 규모를 줄였다. 대편성의 무대가 압도하던 과거와 달리 대부분의 뮤지션이 간단한 구성으로 자신의 노래를 한 곡씩 부르고 마치며 ‘2020년’이라는 이름의 플레이리스트를 채웠다. 카메라를 다각도로 활용한 배드 버니와 제이 코르테즈의 ‘Dakiti’, 복고적인 색채와 조명이 잘 묻어난 실크 소닉(앤더슨 팩과 브루노 마스)의 ‘Leave the door open’ 무대가 무관중에 의한 중계의 이점을 적절히 살린 예다.

인상적인 부분은 공연 중간중간 카메라에 잡히는 뮤지션들의 얼굴이다. 관중이 없기에 공연자가 관객이 되고, 관객이 다시 공연자가 되는 이 모습은 마치 아티스트끼리 여는 뒤풀이 파티와 같았다. 자신의 차례가 끝난 뒤 술인지 물인지 모를 잔을 들고 앉아 있는 배드 버니부터 카디 비와 매간 더 스탈리온의 무대를 미친 듯 즐기는 포스트 말론까지 재밌는 장면이 아닐 수가 없다. 관중이 없다고 열기가 식지는 않았다.

코로나 대응 공연보다 대단하고 놀라웠던 점은 따로 있다. 경영난에 처한 내슈빌의 스테이션 인, 뉴욕의 아폴로 시어터 등 총 4곳의 소규모 공연장 직원들이 주요 부문 후보를 소개하며 공연 업계의 실정을 알린 부분이다. 국내에서도 화제인 이 문제에 대해 대중음악의 본토인 미국, 그중에서도 권위 있다는 단체에서는 이를 어떻게 조명하고 고민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이외에도 올해의 레코드 부문 후보의 인터뷰를 티저로 만들거나, 공연을 녹화본으로 대처하며, 화상으로 시상식에 참여하는 등 세심한 준비가 돋보였다.

역사의 절차를 밟아가는 방탄소년단

한국 가수가 그래미 어워드에서 단독 공연을 할 줄이야. 녹화 중계였지만 여의도 빌딩의 헬리패드까지 올라가서 노래하는 BTS를 전 세계가 지켜봤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무대 사이즈로만 보면 제 63회 그래미 시상식 무대 중에서는 최대 크기였다. 제 61회에서는 시상자로, 제 62회에서는 릴 나스 엑스와 함께 노래했던 이력을 생각하면 단계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퍼포머로 참여한 것뿐만 아니라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도 ‘Dynamite’로 이름을 올렸다. ‘Rain on me’를 부른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에게 아쉽게 트로피가 넘어갔지만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해외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카디 비의 ‘WAP’ 같은 노래와 비교해 ‘건전’ 가요 & 가수로 불리고 있다니 생각도 못 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논란을 잠시 잠재우다.

인종차별부터 남녀차별까지 매년 습관처럼 욕을 먹던 레코딩 아카데미(레코드 예술 과학 아카데미, NARAS)가 심사위원단을 대폭 개편하면서 제 61회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본상을 차일디시 감비노에게 2개, 두아 리파와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에게 각각 1개씩 수여해 조금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작년 빌리 아일리시에게 주요 부문 4개를 쓸어주며 ‘몰아주기’ 논란을 다시 가중했다. 

빌보드 HOT 100에서 ’Blinding lights’로 1년 동안 10위권을 지킨 대기록의 주인공 위켄드가 제 6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후보 무관에 그치자 그는 영원한 보이콧을 선언했다. 시상식 전부터 연일 얘깃거리였다. 이러한 여러 문제를 의식한 듯 이번에는 시상식의 주요 부문을 안전하게 ‘나눠주기’로 결정했다. 올해의 레코드, 앨범, 노래, 그리고 신인상을 빌리 아일리시의 ‘Everything I wanted’, 테일러 스위프트의 < Folklore >, H.E.R의 ‘I can’t breathe’, 그리고 메간 더 스탈리온이 수상하며 장내 가장 큰 갈채를 받았다.

후보만 봐도 반 이상이 여성이고 흑인과 백인이 반반이다. 그중 ‘I can’t breathe’는 BLM을 대표하는 노래다. 위켄드 개인과 팬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며, 그의 사건은 분명 레코딩 아카데미에 문제가 있음을 알려주고 있지만, 올해의 본상 결과는 아카데미 위원회도 이제 대중과 사회의 눈치를 보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제 63회 그래미 시상식의 주인공

진정한 주연은 따로 있었다. 9개 부문의 후보에 오르고 4개 부문을 수상한 그의 이름 비욘세. 제 63회 그래미 어워드 후보와 수상에서 최다를 기록했지만 이는 귀여운 수준이다. 올해 베스트 알앤비 퍼포먼스, 베스트 랩 퍼포먼스, 베스트 랩 송, 베스트 뮤직비디오를 거머쥐면서 그는 역대 총 28개의 그래미상을 따냈다. 여성 최다 수상자임과 동시에 남자를 포함하면 거장 프로듀서 퀸시 존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공동 2등이다.

비욘세에 이어 주인공이 또 있다. 본상을 2년 연속 수상한 빌리 아일리시다. 작년 주요 부문을 싹쓸이한 후 그가 받은 ‘레코드 오브 더 이어’의 타이기록은 U2와 로버타 플랙만이 가진 진기록이다. 빌리 아일리시에 이어 주인공이 또 있다. < Fearless >, < 1989 >, 그리고 2020년 포크를 시도하며 예술성을 인정받은 < Folklore >로 ‘앨범 오브 더 이어’를 3회나 수상한 테일러 스위프트다. 엔지니어를 제외한 뮤지션으로서는 프랭크 시나트라, 스티비 원더 등과 같은 레전드들과 동일한 선상에 섰다. 빌리 아일리시와 테일러 스위프트의 나이를 생각하면 이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음악으로 치유하다.

코로나의 영향인지 지난 한 해도 우리의 곁을 떠나간 사람들이 많았다. ‘로큰롤의 왕’ 리틀 리처드, ‘갬블러’ 케니 로저스, 작년 그래미 평생 공로상을 받은 존 프라인, 코로나 위로송 ‘You’ll never walk alone’의 주역 제리 마스던 등 트리뷰트한 뮤지션만 이 정도다. 팬데믹 상황의 힘든 위기 속에서 우리가 그들의 음악으로 치유를 받고, 한데 모여 떠난 이들을 기리는 이런 자리는 그래미 어워드가 아니면 힘들었을 것이다. 집에서만 머무르던 2020년 ‘음악’은 가장 큰 치료제였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시상식은 성공에 가까웠다. 본상 수상자와 각종 기록을 세운 뮤지션들이 이를 증명한다. 여성 컨트리 뮤지션 미란다 램버트, 마렌 모리스, 그리고 흑인 여성 컨트리 뮤지션인 미키 가이턴의 공연까지 집중 조명하며 형식적인 노력까지 놓치지 않았다. 아시아 가수 BTS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레코딩 아카데미 심사위원들은 다양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신경 쓰기도 전에, 흑인과 여성 뮤지션으로 대표되는 다양성의 세상이 이미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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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의 영화음악 – #3 스타 이즈 본(A Star Is Born, 2018)

2018년은 특히 음악을 주제로 한 영화 세편이 개봉해 화제였다. 우선 < 맘마 미아: 히어 위 고 어게인 >(Mamma-Mia!: Here We Go Again)은 10년 만에 되돌아온 < 맘마 미아 >(2008)의 속편, 알다시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컬을 영화화했으며, 전설적인 스웨덴 혼성보컬그룹 아바(ABBA)의 노래들을 엮어서 극화한 뮤지컬 쇼다.

다음은 < 보헤미안 랩소디 >(Bohemian Rhapsody), 제목이 말해주듯, 전설적인 영국의 록 밴드 퀸(Queen)의 대표적 명곡을 간판으로 내건 음악영화다. 그룹 퀸의 일대기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전기 영화이자, 음악이 주제인 영화이다.

하지만 그룹의 멤버들 중에서 선봉에서 마이크를 잡은 광대(Performer) 가수(Singer)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가 작곡자(Composer)로 쓴 노래의 제목이 영화의 제목인 것과 더불어, 일찍이 고인이 된 그를 주인공으로 영화가 전개된다는 면에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프레디 머큐리의 인생역정을 다룬 휴먼드라마라고 해도 무방하다.

마지막으로 < 스타 이즈 본 >(A Star is Born), 제목만 보면 가장 먼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Barbra Streisand)와 크리스 크리스토퍼슨(Kris Kristofferson) 주연의 1976년 작 < 스타 탄생 >(A Star is Born)을 즉각 떠올리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1937년 동명 원작을 1954년에 이어 1976년에 다시 제작한 이후, 2018년에 배우 브래들리 쿠퍼(Bradley Cooper)가 감독 데뷔작으로 또다시 리메이크한 명화. 그 자체로 허구적인 이야기, 두 남과 여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해 음악이라는 운명의 끈으로 서로 얽매이고, 결국엔 슬픈 운명적 이별을 맞게 되는 비운의 로맨스를 스크린에 펼쳐낸다.

오프닝부터 남우주연 브래들리 쿠퍼의 잭슨 메인이 강렬한 록 송 ‘Black eyes'(검은 눈동자) 공연 무대로 관객들의 이목을 잡아채고 들어가는 영화는 시와 같은 노래, 자신의 운명과 같은 노랫말, 서로의 내심을 소통하게 다리를 놓아주는 가사와 가창, 두 남과 여의 음악적 공감대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빛내주는 것이 진정 무언가라는 걸, 관객에게 음악으로 전해준다.

관객은 그들이 타고난 음악적 재능으로 첫눈에 끌리고 진정 하나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진심으로 공감하고, 남과 여의 사랑에 대해 다시금 통찰하게 되는 계기를 맞게 된다. 베테랑 컨트리 가수 겸 작곡가 잭슨 메인(Jackson Maine)이 싱어-송라이터 지망생 앨리(Ally)와 운명적으로 조우해 점점 더 깊은 사랑에 빠지고, 마침내 영혼을 결합하는 예식을 갖기까지, 통속적인 사랑 이야기의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것이 드라마의 큰 틀.

한편 이미 성공했지만 제정신으로 살수 없어 술과 약물에 기대 사는 록 스타의 깊은 과거의 상처와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을 향해 음악적으로 무한한 잠재력을 펼쳐나가는 유망주 팝스타의 희망찬 미래를 병치시키면서, 영화는 지고 뜨는 두 별들의 뮤지컬 로맨스에 동승해 우리네 인생을 되돌아보고 성찰하게 만드는 공감의 장을 마련해준다.

브래들리 쿠퍼(Bradley Cooper)와 레이디 가가(Lady Gaga), 두 남녀주인공에게 음악이란 과연 무엇이며, 둘의 인생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지켜보면서, 다른 한편으로 마음 속 깊이 울림이 있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극적인 로맨스의 틀 안에서 영화의 이야기는 전개되지만, 영화 자체의 진정한 힘을 느끼게 해주는 정수는 바로 두 남녀주인공을 하나로 묶어주는 운명적 음악의 힘에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은 전적으로 남자주인공 브래들리 쿠퍼의 캐릭터와 그의 내면에서 나온 소리들인 한편, 여주인공 레이디 가가에게서 품어져 나온다. 그녀 자신의 음악적 내공이 영화의 캐릭터에 고스란히 체화된 결과물에 다름 아니다. 잭슨 메인이 죽기 전 아내 앨리를 생각하며 쓴 노래 ‘I’ll never love again'(다신 사랑하지 않을 거야)과 함께, 영화의 주제가로 불린 노래 ‘Shallow'(얕은 곳에서)가 잊지 못할 감동으로 계속해서 복기되는 것도 온전히 그들의 이야기이며 그 이야기를 음악으로 옮겨낸 것이기 때문이다.

앨리를 야외 콘서트에 초대해 전날 작업한 노래 ‘Shallow’를 합창하는 공연무대는 두 사람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결정적 장면으로 잊지 못할 순간을 제공한다. 그 감동의 순간과 함께 둘의 운명적 만남부터 고별까지의 이야기가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실린 노래들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브래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의 합창이 최절정의 감흥을 선사하는 가운데, 영화를 위해 쓰인 노래들에는 특히 루카스 넬슨(Lukas Nelson)이 자신의 밴드 “프라미스 오브 더 리얼(Promise of The Real)”과 함께 극중 메인의 백 밴드로 직접 출연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루카스 넬슨은 다름 아닌 윌리 넬슨(Willie Nelson)의 아들이라는 사실, 윌리 넬슨은 알다시피 미국 컨트리뮤직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명인, 거장이기 때문이다. 블루스와 컨트리, 흑과 백을 대표하는 음악적 색채를 결합한 록을 브래들리 쿠퍼의 캐릭터를 통해 들을 수 있는 것도 여기서 연유한다. 또한 레이디 가가가 극중 성공가도를 달리면서 부른 버블검 팝송들을 위해서는 ‘DJ White Shadow'(본명 Paul Blair)가 힘을 보탰다.

게다가 마크 론슨(Mark Ronson), 다이엔 워렌(Diane Warren)까지, 히트곡 제조기들이 가세했다. 다이엔 워렌이 공동작곡한 ‘Why did you do that?'(왜 그랬어?), 그리고 마크 론슨(Mark Ronson)이 레이디 가가, 앤서니 로소만도(Anthony Rossomando), 앤드류 와이어트(Andrew Wyatt)와 함께 쓴 주제가 ‘Shallow’가 영화를 본 관객은 물론, 대중음악 팬들에게 인기를 얻은 결과가 괜한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사운드트랙앨범에서 싱글로 발매된 ‘Shallow’는 ‘Always remember us this way'(항상 이렇게 우릴 기억해줘)와 각각 빌보드차트 정상과 41위까지 올라 그 인기를 입증했다.

뿐만 아니라 제61회 그래미 시상식(61st Annual Grammy Awards)에서 마크 론슨이 곡을 쓴 ‘Joanne(Where do you think you’re goin’)’이 최우수 팝 솔로 퍼포먼스(Best Pop Solo Performance)부분을 수상한 것과 함께 ‘Shallow’가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부문 트로피를 거머쥠으로써 레이디 가가와 마크 론슨 콤비의 흥행공식을 재확인시켜줬다. 그리고 2019년 제 91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Shallow’가 주제가로서 “베스트 오리지널 송” 부문 트로피를 거머쥠으로써 최후의 방점을 찍었다. 제 7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Gloden Globe Awards)에 이어 내리 양대 주요 시상식을 재패한 대단한 성과였다.


영화에 쓰인 노래 목록
01. Black Eyes(검은 눈동자) : 영화의 막을 여는 음악 – 브래들리 쿠퍼(Bradley Cooper)노래/브래들리 쿠퍼와 루카스 윌슨(Lukas Nelson) 공동 작사, 작곡 및 제작

02. Over the Rainbow(무지개 너머) :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동안 짧게 부른 노래, 앨리가 노래하며 걷는 동안 영화제목이 붉은색 자막으로 나타난다. – 레이디 가가(Lady Gaga) 노래/해롤드 알렌(Harold Arlen)과 E.Y. 하버그(E.Y. Harburg)작사, 작곡.

03. At Last(마침내) : 공연을 마친 잭슨 메인이 찾은 드래그 바에서 드래그 퀸이 립싱크로 부른 노래 – 에타 제임스(Etta James) 노래/마크 고든(Mack Gordon)과 해리 워렌(Harry Warren) 작사, 작곡.

04. La Vie en Rose(장밋빛 인생) : 드래그 바에서 앨리(레이기 가가)가 부른 노래, 잭슨 메인이 앨리에게 매료되는 장면 – 레이디 가가(Lady Gaga) 노래/원곡 가사 에디트 피아프(Édith Piaf)

05. Maybe It’s Time(때 인가봐) : 드래그 바에서 잭슨 메인이 부른 노래, 앨리가 기타를 연주하며 가창하는 브래들리 쿠퍼를 응시하며 다가가 서로 마주보는 장면. 이후 글래스턴베리 공연에서 재창하면서 앨리와의 순회공연 장면에 사용된다. – 브래들리 쿠퍼 노래/제이슨 이즈벨(Jason Isbell) 작곡

06. Whipping Post(태형 기둥) : 드래그 바에서 나와 처음으로 함께 동석한 자리, 잭슨이 앨리의 콧등을 만지며 “복코”라고 하고, 음악에 관해 대화하는 동안 바에서 계속해서 울리는 노래 – 올맨 브라더스 밴드(The Allman Brothers Band) 노래/그랙 올맨Gregg Allman) 작곡.

07. Too Far Gone(너무 멀어졌다고) : 바에서의 첫 대화 중 잭슨에게 주정하는 취객에게 앨리가 주먹을 날리는 싸움 장면까지 올맨 브라더스 밴드의 노래에 이어 나오는 주크박스 플레이송. 이후 잭과 앨리가 백 보컬을 녹음한 이후 반복해서 재생된다. 자신이 돌이킬 수 없이 엉망이 되어 죽을 거라고 토로하는 가사의 노래. – 브래들리 쿠퍼 노래/브래들리 쿠퍼와 루카스 윌슨 공동 작사 작곡 및 제작

08. Shallow(얕은 곳에서) : 마트에 들러 다친 앨리의 손 치료에 필요한 물품을 사고, 주차장으로 자리를 이동해 대화하다가 잭슨의 아픈 과거사를 듣고 앨리가 즉석해서 가사를 붙여 노래한다. 이후 공연에 초대받은 앨리가 뒤에서 지켜보다 용기 내 무대에 올라 잭슨의 선창에 이어 함께 열창하는 장면. 앨리의 음악적 뮤즈 잭슨과의 기적적 만남 후 잭슨의 마음을 읽고 쓴 앨리의 가사를 통해 이제 얕은 곳을 벗어나 깊은 곳으로, 음악으로 서로 더 단단해질 거라는 걸 암시한다. –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 노래/ 레이디 가가, 마크 론슨(Mark Ronson), 앤서니 로소만도(Anthony Rossomando), 앤드류 와이어트(Andrew Wyatt) 공동 작사, 작곡.

09. Diggin’ My Grave(내 무덤을 파고 있어) : 공연 리허설 무대에서 잭슨의 노래와 연주로 나온다. – 브래들리 쿠퍼 연주, 노래/폴 케널리(Paul Kennerley) 작곡.

10. Dammi i colori!(색칠해주세요) : 리무진 운전사인 아버지와 앨리가 집에서 잭슨의 공연 초대에 대해 긍정과 부정의 의견 다툼을 하는 장면 – Recondita armonia(Aria)[그림물감 좀 갖다 주시오! – 오묘한 조화(아리아)][토스카 1막(Tosca/Act 1)] –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이탈로 타조(Italo Tajo), 내셔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National Philharmonic Orchestra), 니콜라 레시뇨(Nicola Rescigno)/주세페 자코사(Giuseppe Giacosa)와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작곡.

11. Alibi(알리바이) : 앨리가 직장에서 비행기로 이동하는 사이 연주되는 ‘Out of time’에 이어 접속곡처럼 잭슨이 저녁 공연에서 부른 노래. 이후 글래스턴베리 공연에서 다시 부른다. – 브래들리 쿠퍼 노래/레이디 가가, 브래들리 쿠퍼, 루카스 넬슨 공동 작사, 작곡.

12. Gratitude(감사) : 앨리와 잭슨이 공연 후 애프터 쇼 파티에 입장할 때 나온 노래 – 비스티 보이스(Beastie Boys) 노래/탐 커시먼(Tom Cushman), 마이크 디(Mike D as Michael Diamond), 애덤 호로비츠(Adam Horovitz)와 애덤 야치(Adam Yauch)

13. Yonkers(용커스) : 앨리가 라몬에게 찾아가 잭슨이 잠들었다고 방법을 묻는 장면 –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 as Tyler, The Creator)/타일러 크리에이터 작곡.

14. Stardust(우주진) : 잭슨과 앨리가 조식을 하는 동안 호텔 방에서 울리는 음악 – 아티 쇼어와 그의 오케스트라(Artie Shaw and His Orchestra) 연주/호기 카마이클(Hoagy Carmichael)과 미첼 패리쉬(Mitchell Parish) 작사, 작곡.

15. Music to My Eyes(내 눈에 음악이야) : 호텔 조식 후 잭슨이 앨리의 집에 방문해 그녀의 아버지 로렌조를 만나고, 침대 위 앨리와 대화 후 오토바이에 동승해 애리조나로 가는 장면을 연속 반주한다. – 브래들리 쿠퍼 노래/레이디 가가와 루카스 윌슨 작가, 작곡

16. Look What I Found(내가 찾은 걸 봐) : 잭슨과 앨리가 순회공연 중 식당에서 만든 곡. 음반사와 계약 후 스튜디오에서 첫 녹음한 노래. 잭슨이 피아노까지 들여와 앨리의 음반제작을 돕는다. 리듬 앤 블루스 풍의 흥겨운 팝 송. – 레이디 가가 노래/레이디 가가, 폴 블레어(Paul Blair), 닉 몬슨(Nick Monson), 루카스 윌슨, 마크 닐란 주니어(Mark Nilan Jr), 아론 레이티어(Aaron Raitiere) 공동 작사, 작곡.

17. Always Remember Us This Way(늘 이렇게 우릴 기억할거야) : 잭슨과 순회공연 중 무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앨리가 부른 자작곡. 이 노래를 한 후 음반사 매니저가 찾아와 만나고 계약이 성사된다. – 레이디 가가 노래/레이디 가가, 나탈리 헴비(Natalie Hemby), 힐러리 린제이(Hillary Lindsey), 로리 맥케나(Lori McKenna) 공동 작사, 작곡.

18. Make Some Noise(소리 질러) : 앨리가 잭슨에게 음반사와 계약, 제작, 판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에 계속해서 사용됨. – 비스티 보이스(Beastie Boys) 노래/마이크 디. 애덤 호로비츠, 애덤 야치 작사, 작곡.

19. Heal Me(날 치료해줘) : 앨리가 아이허트레디오(iHeartRadio) 공연에서 부른 노래. – 레이디 가가 노래/레이디 가가, 폴 블레어(Paul Blair), 줄리아 마이클스(Julia Michaels), 닉 몬슨(Nick Monson), 마크 닐란 주니어(Mark Nilan Jr.), 저스틴 트랜터(Justin Tranter) 공동 작사, 작곡.

20. Butler @ Studio A – 브래들리 쿠퍼와 벤자민 라이스(Benjamin Rice) 작사, 작곡, 노래.

21. Corrine, Corrina(코린, 코리나) : 친한 음악동료를 찾은 잭슨, 그의 가족과 함께 한 식사시간에 공간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됨.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 윈튼 마샬리스(Wynton Marsalis)와 에릭 클랩튼(Eric Clapton)/보 카터(Bo Carter), 미첼 패리시(Mitchell Parish), 제이. 메이요 윌리엄스(J. Mayo Williams) 작곡.

22. I Don’t Know What Love Is(난 사랑을 몰라) : 잭슨과 앨리의 결혼 장면에 둘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 –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 노래/레이디 가가와 루카스 넬슨 작사, 작곡.

23. Why Did You Do That?(왜 그랬어?) : SNL 공연에서 앨리가 부른 댄스 팝송, 잭슨과 그의 형제 매니저 바비가 서로를 용서하며 어색한 재회를 하는 장면 – 레이디 가가 노래/레이디 가가, 폴 블레어(Paul Blair), 닉 몬슨(Nick Monson), 마크 닐란 주니어(Mark Nilan Jr.), 다이안 워렌(Diane Warren) 공동 작사, 작곡.

24. New York, I Love You But You’re Bringing Me Down(뉴욕, 널 사랑하지만 넌 날 절망하게 해) : 앨범 표지를 촬영 중인 앨리, 그녀가 그래미시상식 세 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놀라운 소식을 접하는 장면에 사용된 록 송. – LCD 사운드시스템(LCD Soundsystem)/제임스 머피(James Murphy) 작곡.

25. Hair Body Face(머리 몸 얼굴) : 앨리가 리허설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는 잭슨, 연습중인 앨리의 노래 – 레이디 가가 노래/레이디 가가, 폴 블레어, 닉 몬슨, 마크 닐란 주니어. 공동 작사, 작곡.

26. Oh, Pretty Woman(오, 귀여운 여인) : 그래미 시상식 중 원곡 가수 로이 오비슨(Roy Orbison) 그래미시상식 헌정 공연에서 브랜디 칼라일과 말론 윌리엄스와 함께 잭슨이 기타를 연주하는 장면, 노래 안하고 반주하는 잭슨을 앨리가 애처롭게 바라본다. – 브랜디 칼라일(Brandi Carlile)과 말론 윌리엄스(Marlon Williams) 노래/로이 오비슨(Roy Orbison)과 빌 디즈(Bill Dees) 작사, 작곡.

27. Lasciatemi Morire(Live)(죽게 내버려두세요) : 앨리의 아버지 로렌조가 그래미 시상식에 참석할 준비를 하면서 딸 앨리와 함께 보내는 동안의 장면 – 마리오 란자(Mario Lanza) 노래/Claudio Monteverdi and Ottavio Rinuccini 작사, 작곡.

28. Before I Cry(내가 울기 전에) – 레이디 가가 노래/레이디 가가, 폴 블레어, 닉 몬슨, 마크 닐란 주니어. 공동 작사, 작곡.

29. I’ll Never Love Again(결코 다신 사랑하지 않을 거야) : 자살로 비극적인 생을 마감한 잭슨을 추모하는 공연에서 앨리가 부른 노래로 두 음악영혼이 만나 그린 과거의 영상이 회상되면서 감정적으로 최고조에 달하는 영화의 극적 순간을 연출한다.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의 <보디가드> 주제가 ‘I will always love you’에 준하는 감동 선사. –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 노래/레이디 가가, 나탈리 헴비, 힐러리 린제이, 아론 레이티어 공동 작사, 작곡.

30. Is That Alright?(그래도 괜찮아?) : 종영인물자막과 함께 – 레이디 가가 노래/레이디 가가, 폴 블레어, 닉 몬슨, 루카스 넬슨, 마크 닐란 주니어., 아론 레이티어 공동 작사, 작곡.

31. Out of Time(uncredited)(시간이 없어) : 앨리가 잭슨의 초대로 저녁 콘서트 쇼에 찾아오고, ‘Alibi’로 이어지는 접속 연주곡. ‘Out of time’이 초침 가는 소리처럼 타악 리듬을 도입부로 연주되고, 비행기를 타고 공연장으로 이동하는 중 잭슨과 그의 밴드의 연주하는 장면과 교차 편집되어 나온다. – 브래들리 쿠퍼 노래/브래들리 쿠퍼와 루카스 넬슨 작사, 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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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제 63회 그래미 시상식 노미네이트 편

제63회 그래미 어워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15일 오전 9시(미국 현지 시각 14일) 열리는 이번 그래미 어워드는 원래 1월 31일 개최 예정이었으나 시상식이 열리는 로스앤젤레스 컨벤션 센터 인근 지역 코로나 19 이슈로 인해 한 달 이상 연기됐다. 

오랜 시간 대중음악계 최고의 권위 시상식으로 여겨진 그래미였지만 최근 그 위상은 많이 추락한 상태다. 2010년대부터 여성 아티스트, 유색 인종 아티스트들에 대한 홀대 논란이 매년 반복되며 ‘화이트 그래미’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의아한 수상 결과와 뚜렷한 개선점 부재로 그래미를 운영하고 수상자를 결정하는 레코딩 아카데미(레코드 예술과학아카데미, NARAS)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에게는 최근 들어 가장 의미 있는, 또 주목해야 할 시상식이 되었다. 말도 많지만 꼭 지켜봐야 할 제63회 그래미 어워드를 소개한다.

역사를 쓴 방탄소년단

마침내 한국 가수가 그래미에 이름을 올렸다. 방탄소년단(BTS)은 올해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에 ‘Dynamite’로 노미네이트 되며 한국 대중가수 최초로 그래미 어워드에서 경쟁하게 됐다. 2019년 ‘베스트 알앤비 부문’ 시상자로 처음 그래미 무대를 밟은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와 합동 공연을 펼친 데 이어 올해 수상 후보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단독 퍼포먼스도 진행한다. 

‘Dynamite’는 명실상부 2020년을 대표하는 히트곡이다. 한국 아티스트 최초의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 등극 쾌거에 이어 3주간 1위를 고수했고, 현재까지도 28주 연속 톱 50 내 진입하는 등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이후 조쉬 685와 함께한 ‘Savage Love’ 리믹스 역시 정상에 오르더니 ‘Life Goes On’으로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데뷔라는 기록도 세웠다. 

세계적인 팝스타가 된 방탄소년단은 이제 보수적인 그래미도 외면할 수 없는 이름이 되었다. 물론 그래미 어워드의 핵심인 본상 부문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반,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신인) 노미네이트 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지난해 정규 앨범 < Map Of The Soul : 7 >, < BE >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음에도 ‘Dynamite’ 한 곡만 선정된 것 역시 찝찝하다. 그래미는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로 어느 정도 개혁 이미지를 취하고, 방탄소년단은 다음 단계를 위한 안정적인 도움닫기를 내딛는 모습이다.

수상 가능성이 높진 않다. 2012년 신설된 부문 ‘베스트 팝 듀오 / 그룹 퍼포먼스’에서 보이그룹이 후보로 오른 것은 2019년 백스트리트 보이즈와 2020년 조나스 브라더스 단 두 번 뿐이고 수상에도 실패했다. 올해 BTS 역시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 저스틴 비버, 두아 리파와 제이 발빈, 테일러 스위프트 등 쟁쟁한 팝스타들과 경쟁을 펼친다. 

그럼에도 결과와 관계없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큰 의미다. 유색 인종, 미국 외 음악에 유독 인색한 레코딩 아카데미조차도 ‘Dynamite’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최근 영화 < 미나리 >의 골든 글로브 어워드 외국어영화상 수상 등 미국 내 아시아 커뮤니티의 영향력 증대와 케이팝의 글로벌 인기를 증명하는 부분이다. 향후 케이팝 그룹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꿈의 무대’ 그래미 물꼬를 텄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수상 유무와 관계없이 방탄소년단은 이미 큰 성과를 거뒀다. 아티스트와 관계자, 팬 ‘아미’ 모두 결과와 상관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무대와 시상식을 즐기면 된다. 

위켄드 스넙(Snub), 위상 잃어가는 그래미

GRAMMYs 2021 Nominations: The Weeknd Slams Recording Academy After His Snub,  Says 'The Grammys Remain Corrupt' - Onhike - Latest News Bulletins

“그래미는 부패했다. (그들은) 음악계 투명성에 큰 빚을 지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노미네이트 소식과 달리 올해 그래미 어워드에 대한 시선은 최악이다. 2020년을 지배한 히트곡 ‘Blinding Lights’의 주인공, 캐나다 팝 뮤지션 위켄드에게 본상 부문은 물론 단 하나의 부문도 허락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실망한 아티스트의 분노 어린 반응과 더불어 엘튼 존, 찰리 푸스, 키드 커디 같은 동료 뮤지션부터 빌보드, 롤링 스톤과 같은 음악지들까지 한 목소리로 비판을 쏟아냈다.

그래미 어워드를 둘러싼 논란은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위켄드의 ‘스넙(Snub : 경멸의 의미를 담은 무시)’ 사건은 시상식의 공정성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그래미 어워드의 후보를 검토하는, 이른바 ‘비밀 위원회(Secret Committee)’라 불리는 조직에 대한 분노가 크다. 

‘비밀 위원회’는 2만 3천여 장에 달하는 후보 작품들에 대한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 결과를 검토해 후보를 최종 승인하는 집단이다.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는 이들이 음악적으로 편향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져가고 있다. 지난해 레코딩 아카데미 내 성추행을 폭로하며 해고된 전직 CEO 데보라 듀건이 비밀 위원회의 투표 비리를 언급한 데 이어, 어제 (12일) 위켄드는 “비밀 위원회가 존재하는 한 그래미에 내 이름이 오를 일은 없을 것”이라며 향후 그래미 보이콧을 선언했다. 

zayn on Twitter: "Fuck the grammys and everyone associated. Unless you  shake hands and send gifts, there's no nomination considerations. Next year  I'll send you a basket of confectionary."

2020년 빌리 아일리시가 본상 4개 부문을 싹쓸이하며 증명된 그래미의 ‘몰아주기 관행’, 여성 및 유색 인종 투표인원을 충원함에도 큰 변화 없는 결과 역시 ‘비밀 위원회’의 전횡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해할 수 없는 후보 선정도 의혹의 일부다. 2010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캐나다 DJ 케이트라나다(Kaytranada)가 올해의 신인 부문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지난해 활약한 피오나 애플, 릴 우지 버트 등 아티스트들의 이름도 그래미에서 찾아볼 수 없다. 

한편으로는 그래미 어워드가 위켄드에게 지난 2월 7일 슈퍼볼 하프타임 쇼와 그래미 퍼포먼스 라이브 중 양자택일을 강요했다는 의혹까지 터지며 그래미에 대한 시선은 더욱 악화되었다. 슈퍼볼 무대를 택한 위켄드에게 그래미가 외면의 방식으로 보복했다는 주장이다. 보이그룹 원디렉션 출신의 솔로 가수 제인 말리크 역시 지난 8일 “악수나 선물을 건네지 않으면 노미네이션도 없다”며 그래미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비판 가운데 소소한 변화, 역사를 쓴 비욘세

이렇듯 산적한 비판을 해결해야 하는 그래미지만 시대의 흐름을 따라 변화를 준 부분도 있다. 올해부터 ‘어반(Urban)’이라는 장르 이름을 ‘프로그레시브 R&B(Progressive R&B)’로 대체하고 ‘월드 뮤직’ 부문을 ‘글로벌 뮤직’으로 바꾸는 등 신경을 썼다. 신인 부문의 발매곡 제한 규정을 철회한 것도 환영할 요소다. 

올해 그래미 어워드에 최다 노미네이트 된 아티스트는 비욘세다. 비욘세는 지난해 ‘Black Parade’와 래퍼 메간 더 스탤리온과 함께한 ‘Savage’로 총 9개 부문에 후보로 선정됐다. 이미 24번 그래미에서 수상한 비욘세는 이번 시상식으로 통산 79번 노미네이트 되며 가장 많이 그래미 후보로 오른 여성 아티스트 기록을 세웠다. 

두아 리파, 로디 리치, 테일러 스위프트가 6개 부문 노미네이트로 뒤를 따른다. < Future Nostalgia >로 2020년을 휩쓴 두아 리파는 올해의 앨범, ‘Don’t start now’로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 부문을 거머쥐었다. 신성 로디 리치는 다베이비와 함께한 ‘Rockstar’로 올해의 레코드에, 본인의 히트곡 ‘The box’로 올해의 노래에 이름을 올렸다.

제62회 그래미 어워드에 불참했던 테일러 스위프트는 앞서 ‘베스트 팝/듀오 그룹 퍼포먼스’와 더불어 < folklore >로 올해의 앨범, ‘cardigan’으로 올해의 노래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지난해 본상을 싹쓸이한 빌리 아일리시가 올해 역시 ‘Everything I wanted‘로 본상 2개 부문(레코드, 노래)에 오른 모습 역시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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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방탄소년단과 브레이브걸스의 평행이론

‘다른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사람의 운명이 같은 식으로 반복된다.’ 많은 사람들이 어렴풋이 뉘앙스를 알지만 정확히 뜻을 모르는 평행이론의 정의다. 세상 많은 곳에서 이 미신적인 법칙이 실제로 발생하지만 의도적으로 생산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도대체 어디에 방탄소년단과 브레이브 걸스의 평행이론이 존재할까? 지금부터 이 두 팀의 평행이론에 근거가 되는 세 가지를 (억지로) 엮어본다.

1. 외국에서 더 난리 난 신토불이
방탄소년단이 ‘I need U’로 첫 1위를 차지했지만 그때까지는 그들만의 세상에서 서서히 부상하는 지역구 스타였다. 이때까지 많은 사람들은 방탄소년단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에 ‘봄날’이 폭발했지만 해외에서는 ‘불타오르네’의 영상이 아시아와 유럽을 시작으로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2017년에 공개한 ‘DNA’로 그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무대에 오르면서 미국 입성에도 성공했다. 전면적인 역수입은 아니었지만 방탄소년단을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그들의 음반이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에 오르고 미국 텔레비전에 출연하고 나서야 방탄소년단에게 집중했다. ‘국민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10년 동안 활동했지만 일부 팬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브레이브걸스도 외국의 반응이 상대적으로 더 뜨거웠다. 2017년, 전 세계에 케이팝을 알리기 위한 < 케이콘 > 공연에서 브레이브걸스가 ‘Rollin”을 부를 때 외국인들은 한국어로 노래를 따라 불렀고, 브레이브걸스의 뮤직비디오와 공연 동영상에 외국어 댓글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심지어 케이팝 커버 댄스 대회에서 ‘Rollin” 안무를 추는 외국인 참가자가 있을 정도. 그런 해외 팬들이 최근 ‘Rollin”의 역주행을 기뻐하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화적 사대주의까지는 아니지만 방탄소년단과 브레이브걸스가 해외에서의 좋은 반응을 발판 삼아 한층 더 성장한 것만큼은 부정할 순 없다.

2. 방탄소년단의 ‘아미(Army)’와 브레이브걸스의 ‘레알 아미(Real Army)’
전 세계 팬덤 중에서 가장 막강한 파워를 소유한 아미는 모든 걸 바꾼다. 시위 문화부터 역사 인식, 사회적 이슈, 심지어는 부모와의 갈등까지 크고 작은 문제에 적극 개입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런데 요즘 강력한 경쟁상대가 등장했다. ‘레알 아미’다.

알려진 대로 브레이브걸스 역주행의 일등공신은 군인과 예비역이다. ‘은혜 갚은 예비역’이라는 댓글로 알 수 있듯 ‘Rollin”을 들으면서 군 생활을 버텼다는 남정네들은 브레이브걸스에게 보은의 징표로 이 곡을 재소환해 음원차트 1위로 만들었다. 위문공연을 위해 백령도까지 갔다는 브레이브걸스에 대한 ‘진짜 아미’들의 충성이다.

방탄소년단과 브레이브걸스가 조인트 콘서트를 한다면? 숫자로만 보면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아미’가 월등히 앞서지만 일당백인 브레이브걸스의 ‘레알 아미’의 기세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3. Speaker
방탄소년단이 해외활동 할 때 말을 제일 많이 하는 멤버는 RM일 수밖에 없다.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그는 모든 인터뷰에서 대표로 말을 하고 다른 멤버들의 발언까지 통역한다. BTS가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영어를 잘 하는 RM이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브걸스의 멤버 유정도 홍콩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덕분에 영어에 능통하다. 비 유학파 RM과 달리 영어 문화권에서 직접 생활한 덕분에 유정의 행동은 서구적이다. 카메라 앞에서도 어색해하지 않고 자연스러우며 행동은 능동적이고 씩씩하고 쾌활하다. 브레이브걸스가 해외로 진출한다면 소속사는 통역사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4. 멸시와 무시를 극복한 집념과 용기
데뷔 초기 방탄소년단과 브레이브걸스의 반응은 비슷한 듯 달랐다. 2011년에 5인조로 출발한 브레이브걸스는 2016년에 현재 멤버인 유나, 유정, 은지, 민영의 4인조로 체질개선을 했지만 1기는 물론 2기 멤버들도 그 어떠한 욕을 먹지 않았다. 왜냐하면 단 한 번도 주목을 받지 못했으니까.

이와 반대로 방탄소년단은 처음부터 비난을 마주했다. RM(김남준)과 슈가(민윤기)가 힙합 진영으로부터 ‘계집애처럼 화장하는 랩 그룹’이라는 치욕적인 멸시를 받았던 영상이 훗날 회자 될 정도로 방탄소년단은 무시당했고, 데뷔 당시에 선배 아이돌 그룹들의 일부 극성팬들로부터 살해협박도 받았다. 방탄소년단을 ‘표절소년단’으로 부른 것은 가장 수위 낮은 린치였다.

무관심이라는 서러움을 버텨낸 브레이브걸스와 이유 없는 증오를 정면 돌파한 방탄소년단은 우리나라 근대사의 축소판이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수십 년 동안 고난을 감내하고 2021년의 대한민국을 일군 역사적 서사는 많은 난관을 극복한 브레이브걸스와 방탄소년단을 통해 투영된다. 잘 살아보기 위해, 후손에게 과거의 치욕을 다시는 주지 않겠다는 우리 부모님과 어르신 세대의 끈기와 집념은 브레이브걸스와 방탄소년단의 감동적인 성공과 같다.

언더독에 대한 측은지심은 한국인의 마음속에 있는 본바탕이다. 힘든 과거를 이겨낸 이들을 고생시켰다는 미안한 마음과 뒤늦게 알게 됐다는 후회가 시너지 효과를 낸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공중파 방송과 매스컴, 삐뚤어진 안티 팬들에게 푸대접을 받았던 두 그룹의 성장 스토리는 절대로 개선이 안 되는 자기개발서가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일기다. 브레이브걸스와 방탄소년단의 아름답고 선한 동화는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역사적인 순간이 되어야 한다. 빌리 조엘이 부른 노래 ‘Only the good die young’의 제목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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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I Am Woman

여성, ‘힙합에서 살아남기’ 혹은 ‘힙합으로 살아남기’

여느 때와 같이 음악을 듣다간 깜짝 놀랄 가능성이 크다. 카디 비와 함께한 싱글 ‘WAP’으로 한 번, 비욘세가 리믹스로 참여해 힘을 실어준 ‘Savage Remix’로 또 한 번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을 수놓은 메간 더 스탈리온(Megan Thee Stallion)의 곡 ‘Body’의 이야기다. 무슨 말인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재빨리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재생해보자. 단박에 이유를 알게 될 거다.

여성의 신음이 3분이 채 안 되는 짧은 곡을 가득 채운다. 그야말로 정말 가득 채운다. 잠깐 잠깐의 효과음이 아니라 아예 신음이 사운드 소스가 되고 비트가 됐다. 적나라한 음성에 곡을 멀리하려 해도 이것 참 난감하리만큼 메인 멜로디가 선명하다. ‘하악 하악’하는 교성 위에 ‘Body’를 연음으로 연속해 뱉어 ‘바디야리야리야리’하는 후크 라인을 벗어날 방법이 없다. < 청산별곡 >의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버금가는 중독성이다.

이게 바로 숨어 듣는 명곡인가 하는 생각을 할 때쯤 짜릿한 해방감이 몰려온다.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말하기 위해 그 지난했던 정숙한 여성 되기의 정반대 이미지를 끌어오다니. 시원하고 강렬한 전유이자 날카로운 전복이다. 대중문화 속에서 오랜 시간 관습적으로 규정해온 여성의 이분화, 즉 ‘성녀’와 ‘성녀가 아닌 자’의 프레임을 벗어나 당당히 그 위에 섰다. 그것도 힙합을 통해서.

여성은 언제나 잣대 위에 올랐다. 혹은 일종의 소재나 수단으로 자리했다. 남근의 음악이라 일컬어지는 록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아이코닉한 로고로 여전한 생명력을 과시 중인 영국 밴드 롤링 스톤스의 대표곡 ‘(I can’t get no) satisfaction’에서 그들이 느낄 수 없고 만족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로커의 마초성을 증명하기 위해 여성이 소환됐고 때문에 여성 뮤지션들은 남성처럼 노래하거나 오히려 여성성을 감추는 무성(asexual)의 전략을 취했다. 남성을 흉내 내는 전자는 윌슨 자매가 만든 밴드 하트(Heart), 재니스 조플린이 있으며 후자는 트레이시 채프먼, 수잔 베가 등의 포크 뮤지션이 떠오른다.

그중 힙합은 유달리 경직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TLC, 니키 미나즈, 카디 비 등을 경유해 주체적 여성을 손에 쥐고 달린 음악가들의 궤가 있지만 그에 반하는 여성 대상화의 벽은 견고하다. 여전히 많은 래퍼가 ‘퍽(Fuck)’과 ‘비치(Bitch)’를 마침표처럼 사용한다. ‘이것이 힙합의 정신이다’, ‘표현의 자유다’를 넘어서 ‘진짜 나쁜 여자들을 나쁘다고 말하는데 뭐가 문제냐’ 라는 격론이 앞 다퉈 튀어나온다. 힙합은 원래 그렇다는 본질주의적 접근. 설사 그 본질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성 차별적이라면 변해야 한다.

힙합을 즐기려면 검열과 염려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혹시 내가 ‘비치’는 아닌지, 그들이 말하는 ‘퍽’이 혹시나 나를 향하는 것은 아닐지. 노래 하나 듣는데 뭐 이렇게까지 정치적 올바름을 꺼내오는가 싶기도 하겠지만 언제고 대상화의 대상이 될 수 있기에 힘주어 철창을 걸어 잠그는 쪽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다. 힙합의 ‘힙(hip)’함을 따라가기에 장애물이 너무 많다.

‘Body’는 그 장애물을 부수고 뒤집는다. 몸은 가장 먼저 사회에 귀속된다. 요새 회자하는 ‘말하는 몸’이라는 문장은 몸 안에 적힌 역사와 몸에 가해지는 이중, 삼중의 잣대를 잘 대변해주는 표현이다. 스탈리온은 몸을 가져와 말한다.

“Body crazy, curvy, wavy, big titties, lil’ waist
미친 몸매, 매끈, 늘씬, 큰 가슴, 호리호리한 허리”

세상이 원하는 틀에 맞춰 몸을 다져도 이를 부각해서는 안 되는 묘한 엄숙 문화를 뒤틀어 당당하게 자기 어필의 포인트로 삼았다. 힙합에서의 여성이 발화하지 않는 혹은 못 하는 존재였다면 노래 속 그는 다르다. 여성 스테레오타입을 전면에 내세우며 자신감을 뽐낸다. 일면 무례하고 그래서 불경한 여성이 될 수 있겠지만 꼿꼿한 기지에서 힘 있는 균열이 뻗어 나온다. 남성성을 모방하거나 여성성을 거부하지 않으며 관습적인 여성성의 덫을 피해 나가는 그의 서사에 호쾌한 자기다움이 묻어난다.

유로 댄스로 유럽과 미국을 이어낸 디스코의 여왕 도나 섬머의 ‘Love to love you baby’에도 신음이 담겨있다. 이는 불세출의 하드록 밴드 건즈 앤 로지스의 ‘Welcome to the jungle’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때의 소리는 보컬 액슬 로즈의 작품이긴 하지만 이 연기의 의도만은 다른 곡과 같다. 심지어 그들의 곡 ‘Rocket queen’은 성관계 중인 여성의 신음을 그대로 녹음해 사운드로 삼았다.

이렇듯 신음이 노래에 포함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신음이 여성의 권력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 경우는 많지 않다. ‘Body’의 함의는 이처럼 다채롭다. 그는 은밀한 것으로 치부되던 여성의 신음을 앞세워 자신을 그린다. ‘힙합에서 살아남기’ 위해 몇 번의 빗장을 걸어왔다면 그의 곡은 여성이 ‘힙합으로 살아남기’에 적합한 새 활로를 개척했다.

‘Body’에는 힘센 여성성의 발화가 있다. 그의 존재 앞에 성적 자유인가 혹은 남성의 대상화가 아닌가 하는 물음이 따라붙을 것이며 나아가 예술이냐 외설이냐 하는 철옹성의 논박이 뒤이어 올 것 역시 확실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Body’를 풀어낼 맥락은 많다. 오랜 시간 괄호 치워지고 억압된 여성의 욕망을 멋들어지고 화려하게 해체했다. 여성이 이렇게도 말할 수도 있고 밝힐 수 있다. 아찔하고 짜릿한, 힙합으로 살아남기. 메간 더 스탈리온의 ‘Body’가 신선하고 가치 있는 이정표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