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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빌론, 김범수 ‘언제라도’ (2022)

평가: 3.5/5

이 곡이 수록된 음반 제목 < Ego 90’s >가 모든 걸 의미한다. 1990년대 알앤비의 감성과 감정, 분위기, 습도, 온도까지 재현하겠다는 의지로 탄생한 ‘언제라도’는 베이빌론에겐 도전이다. 1988년에 태어난 그는 자신이 유년 시절에 발표된 한국형 알앤비를 지향하며 시계추를 되감아 레트로의 시점을 끌어당긴다. 유영진이나 솔리드가 투영된 것은 그의 의도다.

1990년대 알앤비의 느낌을 온전히 경험하지 못한 그는 보컬로 참여한 김범수와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맡은 이효리의 도움을 받아 그 간극을 채웠다. 가창력이 부족했던 이효리는 알앤비 발라드를 부르지 않았지만 ‘언제라도’를 통해 그동안 드러내지 못했던 음악적인 욕망과 능력을 과시했고 김범수는 후배의 영역을 넘지 않는 선에서 베이빌론과 앙상블을 이뤘다. 오랜만에 체감하는 복고적인 알앤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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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요정 올리비아 뉴튼 존, 날개를 달다

영원히 소녀일 줄 알았던 올리비아 뉴튼 존이 2022년 8월 8일, 73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그의 영면은 한 시대의 마감이자 1970년대와 1980년대를 추억으로 만드는 모멘텀이다.

1954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유대계 독일인 과학자 맥스 보른의 외손녀가 올리비아 뉴튼 존이라는 사실은 그에겐 좋은 배경이다. 외국도 우리나라처럼 학벌이 좋거나 훌륭한 집안 출신의 가수를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가족과 함께 호주로 이민 간 올리비아 뉴튼 존은 그곳에서 가수의 꿈을 키웠고 197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컨트리와 포크 스타일의 노래들로 입지를 다졌다. 밥 딜런의 원곡을 커버한 그의 첫 번째 히트곡 ‘If not for you’를 비롯해 ‘If you love me (Let me know)’, 조영남이 ‘내 고향 충청도’로 번안한 미국 민요 ‘Banks of the Ohio’, ‘Let me be there’, ‘Blue eyes crying in the rain’, ‘I honestly love you’, ‘Have never been mellow’, ‘Please Mr. Please’ 등이 당시에 발표한 곡들. 올리비아 뉴튼 존을 순수하고 맑은 이미지로 기억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시기에 입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

이렇게 성공했지만 음악적인 변화는 쉽지 않았다. 자신을 응원해준 미국 백인들이 좋아하는 보수적인 음악 컨트리를 버리기엔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영화 출연이었다. 그는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영화 < 그리스 >에서 주인공 샌디 역을 맡아 자연스럽게 음악 변신을 완수했다. 사운드트랙이라는 보호막 안에서 ‘You’re the one that I want’, ‘Summer nights’ 같은 초기 로큰롤 스타일의 신나는 음악으로 음악적인 면과 상업적인 면 그리고 변신에 성공하자 자신감을 얻은 그는 1980년대에 E.L.O.와 함께 작업한 뮤지컬 영화 < 재너두 >의 주제가 ‘Xanadu’와 ‘Magic’ 그리고 ‘Make a move on me’, ‘Heart attack’, ‘Physical’까지 컨트리와 포크의 채취를 없앤 댄스 팝 노래들로 차트를 맹폭했다. 특히 10주 동안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지킨 ‘Physical’은 뮤직비디오 덕분에 MTV에서 환영 받았고 1980년대 초반에 에어로빅 열풍을 주도했다.

그는 이 곡들로 글로벌한 인기를 누렸지만 음악 관계자들로부터 버림받았다. 그래미가 사랑했던 올리비아 뉴튼 존은 이 시점부터 후보 군에서 배제됐고 1983년에 존 트래볼타와 다시 출연한 영화 < Two Of A Kind >는 처참한 흥행 실패를 기록했다. 이 OST 수록곡인 신스팝 넘버 ‘Twist of fate’는 올리비아 뉴튼 존의 마지막 빌보드 탑 텐 싱글이 됐다.

1989년에는 UN의 환경운동 민간대사를 맡아 자연보호에 앞장섰고 1990년대 초반에는 유방암 진단을 받았지만 완치판정을 받아 인간승리의 주연이 됐다. 2000년 8월에 열린 시드니 올림픽 성화 주자로 참여했으며 2000년과 2016년에 두 차례 내한공연을 가져 오랫동안 기다린 국내 팬들과 만나 추억을 공유했다.

살아생전 5곡의 빌보드 싱글차트 넘버원과 10곡의 빌보드 싱글차트 탑 텐, 4번의 그래미 수상 등 대중가수가 거둘 수 있는 모든 영광을 누린 올리비아 뉴튼 존은 컨트리 가수에서 팝 가수로 변신해 성공을 거둔 유일한 여가수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에서 그는 다시 한 번 변했다. 인간에서 천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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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발룬티어스(The Volunteers) ‘New plant’ (2022)

평가: 3/5

15&와 솔로가수 백예린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더 발룬티어스는 아직 낯설다. 1960년대의 사이키델릭과 1970년대의 프로그레시브록, 1980년대의 인디록, 1990년대의 그런지와 슈게이징, 2000년대의 개러지 록 리바이벌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이들의 유일한 장애물은 알앤비를 했던 백예린이 록커로 신분을 세탁했다는 혐의지만 돈이 되는 알앤비를 멀리하고 큰 돈이 안 되는 록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그의 진정성은 어느 정도 증명됐다.

1년 만에 공개하는 신곡 ‘New plant’는 새롭지 않다. 4인조 혼성 밴드는 5분여 동안 30년 전으로 돌아간 듯 익숙한 퍼즈 톤의 기타와 무기력하게 늘어지는 템포, 1960년대의 월 오브 사운드의 몽롱한 사운드 안에서 표절, 창작력의 고갈, 불안정한 미래를 덤덤하게 관망한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케이팝이 보이밴드, 걸그룹으로 한정되는 현재의 흐름에서 발룬티어스 같은 록 밴드의 약진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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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KPOP Album

퍼플키스(Purple Kiss) ‘Geekyland’ (2022)

평가: 2/5

압도적인 해외 팬, 3명의 메인보컬, 어둡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등장한 7인조 걸그룹 퍼플키스는 곡 작업에 멤버들도 참여해 다른 그룹들과의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 나고은, 수안, 채인의 메인보컬 트리오는 탄탄하고 일본인 멤버 유키는 가사 전달력이 중요한 랩 파트를 맡을 정도로 현재 걸그룹 메인 래퍼들 중에서도 최상위권 실력을 소유하고 있다. 유키가 랩 메이킹에 직접 참여해 자신에게 맞는 플로우와 라임을 스스로 찾아서 만든 노력 덕분이다. 소속사 레인보우 브릿지 월드의 대표인 작곡가 겸 프로듀서 김도훈은 이렇게 멤버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음반 제작 참여를 독려한다.

7월 25일에 공개한 네 번째 미니앨범 < Geekyland >는 괴짜를 노래한다. 보도 자료에서 명시된 것처럼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되는 존재들이 숨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자는 메시지를 설파한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와도 일맥상통하는 이 주제는 인트로 ‘Bye bye bully’와 리드 싱글 ‘Nerdy’가 대변한다.

퍼플키스는 세 명의 메인보컬뿐만 아니라 다른 구성원 모두 수준급의 가창력을 앞세워 라이브에도 자신감이 드러나고 그 당당함은 안무로 나타난다. 신인 아이돌 그룹으로 이 정도의 실력과 패기를 과시한 팀은 흔치 않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노래에 힘이 과하게 들어갔다. 트렌트를 쫓아가기 위한 새롭고 파격적인 컨셉트에 매몰되어 기억에 남을 만한 멜로디가 없다. 코어 팬이 아니면 자주 듣고 싶은 곡이 많지 않다는 의미다.
2021년에 공개한 < Into Violet >이나 < Hide & Seek >의 대중적인 음악보다 트랩을 전면에 내세운 미니 3집 < memeM >의 기조 위에 게일과 빌리 아일리시의 노래를 많이 참고한 이미지의 음악을 담았다. 다운템포 풍의 ‘Can’t stop dreamin”과 수안의 깊고 허스키한 음색이 곡 전체를 이끌어 가는 ‘Summer rain’ 같은 곡에서만 멜로디를 수줍게 드러낸 채 응집된 폭발력을 감추고만 있다. 멤버들의 음악적인 성장은 스타일에 가려져 오히려 대중과 원거리 소통을 한다. 이 간격을 좁혀야 국내 팬덤의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소속사 마마무의 보컬과 원어스의 퍼포먼스, 원위의 파워를 합쳐 퍼플키스의 캐릭터를 완성했지만 방향성은 아직 혼란스럽다. ‘괴물’이 될 수 있는 퍼플키스가 ‘괴짜’가 되는 것은 케이팝의 손실이다.

– 수록곡 –
1. Intro : Bye bye bully
2. Nerdy
3. Fire flower
4. Can’t stop dreamin’
5. Love is dead
6. Summer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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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푸스(Charlie Puth) ‘Left and right’ (Feat. 정국 of BTS) (2022)

평가: 3.5/5

날카로운 전자 사운드가 없어서 푹신하고 담백하다. 오랜만에 듣는 풍성하고 단순한 드럼 소리와 코드만 잡아주는 펑크 스타일의 리듬기타는 나서지 않고 두 스타의 보컬을 겸손하게 보좌한다. 가성을 유효적절하게 사용하는 찰리 푸스와 정국은 예상보다 잘 어울리는 동시에 찰리 푸스보다 정국의 음색이 조금 더 높고 얇다는 차이점도 확실하게 알려줬다.

오버더빙을 통한 레트로 감성의 코러스는 기성세대에게도 친숙할 정도로 노래의 친밀감을 끌어당긴다. 정국이 아이돌 음악만이 아니라 어덜트 컨템포러리 진영에도 안착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한 ‘Left and right’의 수혜자는 JK, 바로 그 자신이다. ‘청소년 청취불가’라는 추억의 스티커가 생각나는 다소 노골적인 노랫말은 어른을 위한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