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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켄드(The Weeknd) ‘Take my breath’ (2021)

평가: 3.5/5

올해 초 슈퍼볼 하프타임 쇼를 장식했던 < After Hours >의 후속 행보다. 신스팝, 디스코의 향수로 안내하며 전작의 스타일을 고수한 이번 싱글은 ‘Blinding lights’와 닮아 있는 탑 라인이 조르지오 모로더의 반짝거리는 아르페지오 신시사이저를 흡수했다. 연료로 활용한 디스코 사운드는 1980년대 댄스 플로어를 재현해 다프트 펑크, 마이클 잭슨의 문법으로부터 채무를 진다. 이렇게 매끄러운 복고풍 분위기에서 외설적인 가사를 서슴없이 내뱉는 위켄드는 여전히 직설적이다.

시그니처인 빨간 블레이저를 벗어 던지고 까만 가죽 트렌치코트를 걸쳐 입은 슈퍼스타의 음색에는 여유와 기백이 흐른다. 여기에 합을 맞춘 프로듀서 맥스 마틴의 번뜩이는 감각을 더해 이제 막 예열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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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제 63회 그래미 시상식 노미네이트 편

제63회 그래미 어워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15일 오전 9시(미국 현지 시각 14일) 열리는 이번 그래미 어워드는 원래 1월 31일 개최 예정이었으나 시상식이 열리는 로스앤젤레스 컨벤션 센터 인근 지역 코로나 19 이슈로 인해 한 달 이상 연기됐다. 

오랜 시간 대중음악계 최고의 권위 시상식으로 여겨진 그래미였지만 최근 그 위상은 많이 추락한 상태다. 2010년대부터 여성 아티스트, 유색 인종 아티스트들에 대한 홀대 논란이 매년 반복되며 ‘화이트 그래미’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의아한 수상 결과와 뚜렷한 개선점 부재로 그래미를 운영하고 수상자를 결정하는 레코딩 아카데미(레코드 예술과학아카데미, NARAS)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에게는 최근 들어 가장 의미 있는, 또 주목해야 할 시상식이 되었다. 말도 많지만 꼭 지켜봐야 할 제63회 그래미 어워드를 소개한다.

역사를 쓴 방탄소년단

마침내 한국 가수가 그래미에 이름을 올렸다. 방탄소년단(BTS)은 올해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에 ‘Dynamite’로 노미네이트 되며 한국 대중가수 최초로 그래미 어워드에서 경쟁하게 됐다. 2019년 ‘베스트 알앤비 부문’ 시상자로 처음 그래미 무대를 밟은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와 합동 공연을 펼친 데 이어 올해 수상 후보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단독 퍼포먼스도 진행한다. 

‘Dynamite’는 명실상부 2020년을 대표하는 히트곡이다. 한국 아티스트 최초의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 등극 쾌거에 이어 3주간 1위를 고수했고, 현재까지도 28주 연속 톱 50 내 진입하는 등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이후 조쉬 685와 함께한 ‘Savage Love’ 리믹스 역시 정상에 오르더니 ‘Life Goes On’으로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데뷔라는 기록도 세웠다. 

세계적인 팝스타가 된 방탄소년단은 이제 보수적인 그래미도 외면할 수 없는 이름이 되었다. 물론 그래미 어워드의 핵심인 본상 부문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반,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신인) 노미네이트 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지난해 정규 앨범 < Map Of The Soul : 7 >, < BE >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음에도 ‘Dynamite’ 한 곡만 선정된 것 역시 찝찝하다. 그래미는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로 어느 정도 개혁 이미지를 취하고, 방탄소년단은 다음 단계를 위한 안정적인 도움닫기를 내딛는 모습이다.

수상 가능성이 높진 않다. 2012년 신설된 부문 ‘베스트 팝 듀오 / 그룹 퍼포먼스’에서 보이그룹이 후보로 오른 것은 2019년 백스트리트 보이즈와 2020년 조나스 브라더스 단 두 번 뿐이고 수상에도 실패했다. 올해 BTS 역시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 저스틴 비버, 두아 리파와 제이 발빈, 테일러 스위프트 등 쟁쟁한 팝스타들과 경쟁을 펼친다. 

그럼에도 결과와 관계없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큰 의미다. 유색 인종, 미국 외 음악에 유독 인색한 레코딩 아카데미조차도 ‘Dynamite’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최근 영화 < 미나리 >의 골든 글로브 어워드 외국어영화상 수상 등 미국 내 아시아 커뮤니티의 영향력 증대와 케이팝의 글로벌 인기를 증명하는 부분이다. 향후 케이팝 그룹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꿈의 무대’ 그래미 물꼬를 텄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수상 유무와 관계없이 방탄소년단은 이미 큰 성과를 거뒀다. 아티스트와 관계자, 팬 ‘아미’ 모두 결과와 상관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무대와 시상식을 즐기면 된다. 

위켄드 스넙(Snub), 위상 잃어가는 그래미

GRAMMYs 2021 Nominations: The Weeknd Slams Recording Academy After His Snub,  Says 'The Grammys Remain Corrupt' - Onhike - Latest News Bulletins

“그래미는 부패했다. (그들은) 음악계 투명성에 큰 빚을 지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노미네이트 소식과 달리 올해 그래미 어워드에 대한 시선은 최악이다. 2020년을 지배한 히트곡 ‘Blinding Lights’의 주인공, 캐나다 팝 뮤지션 위켄드에게 본상 부문은 물론 단 하나의 부문도 허락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실망한 아티스트의 분노 어린 반응과 더불어 엘튼 존, 찰리 푸스, 키드 커디 같은 동료 뮤지션부터 빌보드, 롤링 스톤과 같은 음악지들까지 한 목소리로 비판을 쏟아냈다.

그래미 어워드를 둘러싼 논란은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위켄드의 ‘스넙(Snub : 경멸의 의미를 담은 무시)’ 사건은 시상식의 공정성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그래미 어워드의 후보를 검토하는, 이른바 ‘비밀 위원회(Secret Committee)’라 불리는 조직에 대한 분노가 크다. 

‘비밀 위원회’는 2만 3천여 장에 달하는 후보 작품들에 대한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 결과를 검토해 후보를 최종 승인하는 집단이다.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는 이들이 음악적으로 편향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져가고 있다. 지난해 레코딩 아카데미 내 성추행을 폭로하며 해고된 전직 CEO 데보라 듀건이 비밀 위원회의 투표 비리를 언급한 데 이어, 어제 (12일) 위켄드는 “비밀 위원회가 존재하는 한 그래미에 내 이름이 오를 일은 없을 것”이라며 향후 그래미 보이콧을 선언했다. 

zayn on Twitter: "Fuck the grammys and everyone associated. Unless you  shake hands and send gifts, there's no nomination considerations. Next year  I'll send you a basket of confectionary."

2020년 빌리 아일리시가 본상 4개 부문을 싹쓸이하며 증명된 그래미의 ‘몰아주기 관행’, 여성 및 유색 인종 투표인원을 충원함에도 큰 변화 없는 결과 역시 ‘비밀 위원회’의 전횡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해할 수 없는 후보 선정도 의혹의 일부다. 2010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캐나다 DJ 케이트라나다(Kaytranada)가 올해의 신인 부문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지난해 활약한 피오나 애플, 릴 우지 버트 등 아티스트들의 이름도 그래미에서 찾아볼 수 없다. 

한편으로는 그래미 어워드가 위켄드에게 지난 2월 7일 슈퍼볼 하프타임 쇼와 그래미 퍼포먼스 라이브 중 양자택일을 강요했다는 의혹까지 터지며 그래미에 대한 시선은 더욱 악화되었다. 슈퍼볼 무대를 택한 위켄드에게 그래미가 외면의 방식으로 보복했다는 주장이다. 보이그룹 원디렉션 출신의 솔로 가수 제인 말리크 역시 지난 8일 “악수나 선물을 건네지 않으면 노미네이션도 없다”며 그래미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비판 가운데 소소한 변화, 역사를 쓴 비욘세

이렇듯 산적한 비판을 해결해야 하는 그래미지만 시대의 흐름을 따라 변화를 준 부분도 있다. 올해부터 ‘어반(Urban)’이라는 장르 이름을 ‘프로그레시브 R&B(Progressive R&B)’로 대체하고 ‘월드 뮤직’ 부문을 ‘글로벌 뮤직’으로 바꾸는 등 신경을 썼다. 신인 부문의 발매곡 제한 규정을 철회한 것도 환영할 요소다. 

올해 그래미 어워드에 최다 노미네이트 된 아티스트는 비욘세다. 비욘세는 지난해 ‘Black Parade’와 래퍼 메간 더 스탤리온과 함께한 ‘Savage’로 총 9개 부문에 후보로 선정됐다. 이미 24번 그래미에서 수상한 비욘세는 이번 시상식으로 통산 79번 노미네이트 되며 가장 많이 그래미 후보로 오른 여성 아티스트 기록을 세웠다. 

두아 리파, 로디 리치, 테일러 스위프트가 6개 부문 노미네이트로 뒤를 따른다. < Future Nostalgia >로 2020년을 휩쓴 두아 리파는 올해의 앨범, ‘Don’t start now’로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 부문을 거머쥐었다. 신성 로디 리치는 다베이비와 함께한 ‘Rockstar’로 올해의 레코드에, 본인의 히트곡 ‘The box’로 올해의 노래에 이름을 올렸다.

제62회 그래미 어워드에 불참했던 테일러 스위프트는 앞서 ‘베스트 팝/듀오 그룹 퍼포먼스’와 더불어 < folklore >로 올해의 앨범, ‘cardigan’으로 올해의 노래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지난해 본상을 싹쓸이한 빌리 아일리시가 올해 역시 ‘Everything I wanted‘로 본상 2개 부문(레코드, 노래)에 오른 모습 역시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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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빈 해리스, 위켄드(Calvin Harris, The Weeknd) ‘Over now’ (2020)

평가: 3/5

레트로 복고의 시점이 올라온다. 2000년대는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소울을 재해석한 네오 소울이 붐을 이뤘고, 2010년대에는 1970년대의 펑크(Funk)와 디스코가 재조명 받았으며 현재는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에 붐을 이룬 퓨전 재즈와 알앤비, 팝으로 무장한 고급스런 음악으로 그 연대가 올라왔다. 마이클 맥도날드의 ‘I keep forgettin”이나 로비 듀프리의 ‘Steal away’, 제리 라퍼티의 ‘Baker street’, 로퍼트 홈스의 ‘Escape’같은 당시의 히트곡들이 ‘Over now’에 영향을 준 골든 레퍼토리. 이 중에서 척 잭슨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마이클 맥도날드의 ‘I keep forgettin”의 비트를 고스란히 활용한 ‘Over now’는 더 위켄드의 가성과 맞물리며 시간의 피드백을 한층 더 가속한다. 신선함은 부족하지만 듣기 좋은 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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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켄드(The Weeknd) ‘After Hours'(2020)

평가: 4/5

그 어느 때보다 위약하다. < Beauty Behind The Madness >와 < Starboy > 속 슈퍼스타는 온데간데없고 광기 어린 에이블 테스파이가 피를 흘린 채 웃고 있다. 모델 벨라 하디드와의 관계는 산산조각이 되어 만신창이를 낳았고 < After Hours >는 위태로운 긴장의 산물이다. 불안감을 내포하는 사운드와 사랑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이리저리 방황하는 가사는 초기의 것이나 더 나아가 전 연인과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내면을 돌아본다. 지금까지 발매한 앨범 중 가장 자기 고백적이다.

직관적인 제목과 달리, 보컬은 텅 비어 있어 쉽사리 잡히지 않는다. 음반의 방향키가 되는 ‘Alone again’와 ‘Too late’의 두텁게 깔린 앰비언트 사운드와 신시사이저의 끊임없는 왜곡, 그리고 허공을 떠도는 목소리는 자멸의 길로 이끌 정도로 무기력하다. < Trilogy >로의 회귀를 선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초반은 짙은 음울의 정서를 이어가지만 맥스 마틴과 손을 잡은 ‘Hardest to love’나 엘튼 존의 ‘Your song’을 재해석한 ‘Scared to live’가 뚜렷한 선율을 불어넣는다. 지칠 틈을 주지 않는 영민함이 있다.

자신의 초기 커리어를 되짚으나 과거지향을 가져와 식상함을 날려버린다. 웅장한 성가대와 같은 전초전의 ‘Faith’를 지나면 앨범의 하이라이트인 중반부에 다다르는데, 이는 본격 사운드의 흐름을 뒤엎는 순간이다. 디페시 모드, 휴먼 리그를 끌어온 1980년대 신스 팝 ‘Blinding lights’, ‘Save your tears’와 아웃트로에 색소폰을 잔뜩 실어 나르는 디스코의 ‘In your eyes’는 카타르시스 그 자체다. 맥스 마틴의 재단 아래 음악을 주무르는 위켄드의 가창에는 쾌감이 있다.

그러다 다시 니힐리즘의 사운드 속으로 가라앉은 그를 발견할 수 있다. 테임 임팔라의 케빈 파커와 일렉트로닉 프로듀서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의 손길이 닿은 ‘Repeat after me’를 기점으로 또 한 번 음악을 어지러이 흩뜨려놓는다. 앨범의 아이덴티티인 ‘After hours’는 6분간 큰 변주 없이도 질주하는 리듬과 달큰한 음색이 지루함을 덜어낸다. ‘Until I bleed out’에서 거리를 배회하는 그는 이번에도 안식처를 찾지 못한 채 자신의 이야기를 갈무리한다.

무의미한 섹스와 마약으로 자위하는, 즉 외면과 타인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인지하던 위켄드가 ‘내가 저지른 일이 부끄럽다’며 스스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피처링 없이 온전히 그의 목소리로 풀 렝스 앨범을 채운 것 역시 의미 있는 지점이다. 대중 노선의 팝과 슬래셔 무비를 떠올리는 음침함을 모두 잡은 데다 그간의 작품 속 좋은 점만 걸러 집약한 결과, 흠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수작이 탄생했다. 이별의 흉터인 ‘방황’이 곧 DNA였던 그에게 그 귀추를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올 가능성을 보여준다.

-수록곡-
1. Alone again 
2. Too late
3. Hardest love 
4. Scared to live
5. Snowchild
6. Escape from LA
7. Heartless
8. Faith 
9. Blinding lights 
10. In your eyes 
11. Save your tears 

12. Repeat after me (interlude)
13. After hours 
14. Until I bleed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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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켄드(The Weeknd) ‘Heartless'(2019)

평가: 2/5

연애로 소란과 절망을 겪은 남자의 모습은 괴기하다. 야자수 머리는 잔디 인형처럼 단정하게 깎았고 큰 선글라스로 가린 눈은 음울해보인다. 역설적으로 활짝 웃는 표정에선 비정상적인 광기와 슬픔까지 엿보인다. 본인도 SNS를 통해 신작< Chapter VI >는 “Psychotic Chapter (정신병적인 챕터)”를 담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앨범의 첫번째 싱글인 ‘Heartless’는 전작 ‘Starboy‘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플렉스를 늘어놓는데 여념이 없다. 수백명의 모델 속에 둘러 쌓여 있고, ‘Time’, ‘Rolling Stone’, ‘Bazaar’에서도 찾는 슈퍼스타임을 욕설들과 함께 내뱉는다. 하지만 자신은 약에 취해있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고, (아마도 진정한) 사랑을 하고싶다고 고백한다.

위켄드의 노래는 줄곧 우울하고 어두웠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특유의 미성과 매끈한 멜로디로 강렬한 매력을 가졌다. 이번 싱글의 경우는 글리치 비트와 곳곳에 삽입된 싸이렌 소리가 아수라장 같은 그의 심정은 대변하지만 구성과 진행이 밋밋해 머릿 속에 오래 남지는 않는다. 이대로라면 야자수 헤어를 자르고 다프트 펑크를 벗은 그의 앨범이 조금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