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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켄드(The Weeknd) ‘Dawn Fm’ (2022)

평가: 4/5

위켄드식 복고의 또 다른 변용, 라디오를 경유하다

(피비)알앤비 진영에서 노래하던 위켄드의 이름 앞에 ‘복고’가 붙기 시작했다. ‘Blinding lights’, ‘Save your tears’ 등 레트로의 둔탁한 반짝임을 담은 노래가 차트 정상을 수 놓았다. 종종 사랑의 아픔을 눅진한 보컬로 표현한 ‘Call out my name’이 대중의 시선에 닿긴 했지만 그가 보다 힘을 실은 건 미러볼이 떠오르는 댄스 음악이었고 댄스 팝이었다.

장르 선회가 있었지만 글감의 중심은 한결같았다. 지독한 사랑. 적나라하고 수위 높은 사랑의 과정이 위켄드 노래 전반을 감쌌다. 사랑이 또 다른 사랑으로 잊힌 연애의 변천사가 이 곡과 저 곡의 동력이 됐다. 춤추기 좋은 리듬, 질긴 사랑의 서사와 맞닿은 위켄드의 유려한 가창은 별다른 장애물 없이 그를 슈퍼스타 대열로 끌어 올린다.

이번 정규 5집 역시 ‘복고’와 ‘사랑’을 키워드로 삼았다. 다만 지금의 사랑은 외부가 아닌 내부로 향한다. 드디어 나를 바로 보고 인생을 논하기 시작한 위켄드. 발매 직후 해외 평단에서 쏟아진 뜨거운 박수갈채는 이 지점에서 촉발된다.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데 일조한 레트로풍 음악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촘촘한 ‘시선’을 담았다. 그것도 굵직하고 탄탄한 ‘Dawn Fm’이란 라디오 채널 콘셉트와 음반 전체를 꽉 묶은 매끄러운 곡 배치로 말이다.

같은 캐나다 출신 배우 짐 캐리의 오프닝 멘트로 문을 연 작품은 총 16개의 수록곡이 모여 한 편의 라디오 방송이 됐다. “빛을 향해 나아가고픈 꽉 막힌 터널에서 라디오가 길을 이끌어주는 걸 상상했다”는 한 인터뷰 속 그의 말처럼 과연 작품은 첫 곡과 끝 곡의 수미쌍관 사이 삶을 돌아보고 현재를 복귀하는 가사가 가득하다. ‘Gasoline’에선 ‘아직은 더 살아갈 이유가 있다는 걸 믿게 해 달라’ 외치고 디스코 리듬 위에 선 ‘Sacrifice’는 사랑을 위한 희생을 원치 않는다 선언. 과거의 위켄드와 결별한다.

웅장한 신시사이저로 포문을 여는 ‘Every angel is terrifying’이 그 핵심을 모두 응축한다. ‘모든 천사는 무섭다’ 정도로 번역되는 제목은 이상적인 천국이 사실 존재하지 않음을 꼬집고 ‘After life(사후세계)’를 광고하고 판매한다. 즉 현재의 삶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그의 메시지를 내비치는 것이다. 이외에도 ‘How do I make you love me?’와 한 곡인 양 이어지는 ‘Take my breath’는 매끈한 선율, 뛰기 좋은 댄스를 장착하고 1980년대 일본 가수의 시티팝 원곡을 샘플링한 ‘Out of time’은 나른한 무드로 음반의 이음새를 채워낸다.

확대할 포인트가 많은 앨범이다. 특유의 관능적 보컬이 돋보이는 ‘Best friends’나 완성도 높은 신스팝 ‘Less than zero’ 역시 간과할 수 없는 트랙. 릴 웨인,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퀸시 존스 등 피처링 진의 적절한 사용도 작품을 읽을 때 뺄 수 없는 요소다. 하지만 가장 큰 축은 위켄드식 복고가 새 국면을 맞이하였다는 것이다. 라디오를 경유해 사랑 너머 ‘인생관’을 회고하기 시작한 위켄드. 타이트하게 연결된 곡들을 흥겹게 따라가다 보면 자연히 그리고 또 선연히 차오르는 희망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음반을 메운 가사의 변화와 이를 적절히 담아낸 앨범의 배치가 뮤지션 위켄드의 성장을 증명, 보증, 확언한다.

– 수록곡 –
1. Dawn fm
2. Gasoline
3. How do I make you love me?
4. Take my breath
5. Sacrifice
6. A tale by quincy
7. Out of time
8. Here we go…again(Feat. Tyler The Creator)
9. Best friends
10. Is there someone else?
11. Starry eyes
12. Every angel is terrifying
13. Don’t break my heart
14. I heard you’re married(Feat. Lil Wayne)
15. Less than zero
16. Phantom regret by j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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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 위켄드(Swedish House Mafia, The Weeknd) ‘Moth to a flame’ (2021)

평가: 3/5

2012년 ‘Don’t you worry child’로 EDM의 황금기를 옹립했던 3인조 그룹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와 작년 복고 유행을 이끌었던 위켄드의 만남은 이중적인 전조다. 싱글은 세 명의 디제이가 9년 만에 발매할 정규 앨범을 예고하는 동시에 < Starboy >에서 EDM 듀오 다프크 펑크와 협업해 1980년대 사운드를 접목했던 위켄드의 다음 앨범을 위한 탐색전이다.

‘그는 자기가 잠들면 네가 나에게 전화하는 걸 알까?’라며 위태로운 사랑을 그리는 노랫말과 날카로운 전자음은 위켄드의 ‘Take my breath’를 계승한다. 의도적인 공백에 자리한 신시사이저는 보컬 사이에 녹아들어 가수의 목소리가 가진 울림을 키우고 점점 쌓이는 공명은 단조로움을 줄여준다. 불에 온몸을 던지는 나방과 같이 단번에 이끌리는 곡은 아니지만 절제된 매력으로 천천히 불씨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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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켄드(The Weeknd) ‘Take my breath’ (2021)

평가: 3.5/5

올해 초 슈퍼볼 하프타임 쇼를 장식했던 < After Hours >의 후속 행보다. 신스팝, 디스코의 향수로 안내하며 전작의 스타일을 고수한 이번 싱글은 ‘Blinding lights’와 닮아 있는 탑 라인이 조르지오 모로더의 반짝거리는 아르페지오 신시사이저를 흡수했다. 연료로 활용한 디스코 사운드는 1980년대 댄스 플로어를 재현해 다프트 펑크, 마이클 잭슨의 문법으로부터 채무를 진다. 이렇게 매끄러운 복고풍 분위기에서 외설적인 가사를 서슴없이 내뱉는 위켄드는 여전히 직설적이다.

시그니처인 빨간 블레이저를 벗어 던지고 까만 가죽 트렌치코트를 걸쳐 입은 슈퍼스타의 음색에는 여유와 기백이 흐른다. 여기에 합을 맞춘 프로듀서 맥스 마틴의 번뜩이는 감각을 더해 이제 막 예열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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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제 63회 그래미 시상식 노미네이트 편

제63회 그래미 어워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15일 오전 9시(미국 현지 시각 14일) 열리는 이번 그래미 어워드는 원래 1월 31일 개최 예정이었으나 시상식이 열리는 로스앤젤레스 컨벤션 센터 인근 지역 코로나 19 이슈로 인해 한 달 이상 연기됐다. 

오랜 시간 대중음악계 최고의 권위 시상식으로 여겨진 그래미였지만 최근 그 위상은 많이 추락한 상태다. 2010년대부터 여성 아티스트, 유색 인종 아티스트들에 대한 홀대 논란이 매년 반복되며 ‘화이트 그래미’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의아한 수상 결과와 뚜렷한 개선점 부재로 그래미를 운영하고 수상자를 결정하는 레코딩 아카데미(레코드 예술과학아카데미, NARAS)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에게는 최근 들어 가장 의미 있는, 또 주목해야 할 시상식이 되었다. 말도 많지만 꼭 지켜봐야 할 제63회 그래미 어워드를 소개한다.

역사를 쓴 방탄소년단

마침내 한국 가수가 그래미에 이름을 올렸다. 방탄소년단(BTS)은 올해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에 ‘Dynamite’로 노미네이트 되며 한국 대중가수 최초로 그래미 어워드에서 경쟁하게 됐다. 2019년 ‘베스트 알앤비 부문’ 시상자로 처음 그래미 무대를 밟은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와 합동 공연을 펼친 데 이어 올해 수상 후보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단독 퍼포먼스도 진행한다. 

‘Dynamite’는 명실상부 2020년을 대표하는 히트곡이다. 한국 아티스트 최초의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 등극 쾌거에 이어 3주간 1위를 고수했고, 현재까지도 28주 연속 톱 50 내 진입하는 등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이후 조쉬 685와 함께한 ‘Savage Love’ 리믹스 역시 정상에 오르더니 ‘Life Goes On’으로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데뷔라는 기록도 세웠다. 

세계적인 팝스타가 된 방탄소년단은 이제 보수적인 그래미도 외면할 수 없는 이름이 되었다. 물론 그래미 어워드의 핵심인 본상 부문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반,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신인) 노미네이트 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지난해 정규 앨범 < Map Of The Soul : 7 >, < BE >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음에도 ‘Dynamite’ 한 곡만 선정된 것 역시 찝찝하다. 그래미는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로 어느 정도 개혁 이미지를 취하고, 방탄소년단은 다음 단계를 위한 안정적인 도움닫기를 내딛는 모습이다.

수상 가능성이 높진 않다. 2012년 신설된 부문 ‘베스트 팝 듀오 / 그룹 퍼포먼스’에서 보이그룹이 후보로 오른 것은 2019년 백스트리트 보이즈와 2020년 조나스 브라더스 단 두 번 뿐이고 수상에도 실패했다. 올해 BTS 역시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 저스틴 비버, 두아 리파와 제이 발빈, 테일러 스위프트 등 쟁쟁한 팝스타들과 경쟁을 펼친다. 

그럼에도 결과와 관계없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큰 의미다. 유색 인종, 미국 외 음악에 유독 인색한 레코딩 아카데미조차도 ‘Dynamite’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최근 영화 < 미나리 >의 골든 글로브 어워드 외국어영화상 수상 등 미국 내 아시아 커뮤니티의 영향력 증대와 케이팝의 글로벌 인기를 증명하는 부분이다. 향후 케이팝 그룹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꿈의 무대’ 그래미 물꼬를 텄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수상 유무와 관계없이 방탄소년단은 이미 큰 성과를 거뒀다. 아티스트와 관계자, 팬 ‘아미’ 모두 결과와 상관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무대와 시상식을 즐기면 된다. 

위켄드 스넙(Snub), 위상 잃어가는 그래미

GRAMMYs 2021 Nominations: The Weeknd Slams Recording Academy After His Snub,  Says 'The Grammys Remain Corrupt' - Onhike - Latest News Bulletins

“그래미는 부패했다. (그들은) 음악계 투명성에 큰 빚을 지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노미네이트 소식과 달리 올해 그래미 어워드에 대한 시선은 최악이다. 2020년을 지배한 히트곡 ‘Blinding Lights’의 주인공, 캐나다 팝 뮤지션 위켄드에게 본상 부문은 물론 단 하나의 부문도 허락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실망한 아티스트의 분노 어린 반응과 더불어 엘튼 존, 찰리 푸스, 키드 커디 같은 동료 뮤지션부터 빌보드, 롤링 스톤과 같은 음악지들까지 한 목소리로 비판을 쏟아냈다.

그래미 어워드를 둘러싼 논란은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위켄드의 ‘스넙(Snub : 경멸의 의미를 담은 무시)’ 사건은 시상식의 공정성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그래미 어워드의 후보를 검토하는, 이른바 ‘비밀 위원회(Secret Committee)’라 불리는 조직에 대한 분노가 크다. 

‘비밀 위원회’는 2만 3천여 장에 달하는 후보 작품들에 대한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 결과를 검토해 후보를 최종 승인하는 집단이다.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는 이들이 음악적으로 편향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져가고 있다. 지난해 레코딩 아카데미 내 성추행을 폭로하며 해고된 전직 CEO 데보라 듀건이 비밀 위원회의 투표 비리를 언급한 데 이어, 어제 (12일) 위켄드는 “비밀 위원회가 존재하는 한 그래미에 내 이름이 오를 일은 없을 것”이라며 향후 그래미 보이콧을 선언했다. 

zayn on Twitter: "Fuck the grammys and everyone associated. Unless you  shake hands and send gifts, there's no nomination considerations. Next year  I'll send you a basket of confectionary."

2020년 빌리 아일리시가 본상 4개 부문을 싹쓸이하며 증명된 그래미의 ‘몰아주기 관행’, 여성 및 유색 인종 투표인원을 충원함에도 큰 변화 없는 결과 역시 ‘비밀 위원회’의 전횡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해할 수 없는 후보 선정도 의혹의 일부다. 2010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캐나다 DJ 케이트라나다(Kaytranada)가 올해의 신인 부문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지난해 활약한 피오나 애플, 릴 우지 버트 등 아티스트들의 이름도 그래미에서 찾아볼 수 없다. 

한편으로는 그래미 어워드가 위켄드에게 지난 2월 7일 슈퍼볼 하프타임 쇼와 그래미 퍼포먼스 라이브 중 양자택일을 강요했다는 의혹까지 터지며 그래미에 대한 시선은 더욱 악화되었다. 슈퍼볼 무대를 택한 위켄드에게 그래미가 외면의 방식으로 보복했다는 주장이다. 보이그룹 원디렉션 출신의 솔로 가수 제인 말리크 역시 지난 8일 “악수나 선물을 건네지 않으면 노미네이션도 없다”며 그래미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비판 가운데 소소한 변화, 역사를 쓴 비욘세

이렇듯 산적한 비판을 해결해야 하는 그래미지만 시대의 흐름을 따라 변화를 준 부분도 있다. 올해부터 ‘어반(Urban)’이라는 장르 이름을 ‘프로그레시브 R&B(Progressive R&B)’로 대체하고 ‘월드 뮤직’ 부문을 ‘글로벌 뮤직’으로 바꾸는 등 신경을 썼다. 신인 부문의 발매곡 제한 규정을 철회한 것도 환영할 요소다. 

올해 그래미 어워드에 최다 노미네이트 된 아티스트는 비욘세다. 비욘세는 지난해 ‘Black Parade’와 래퍼 메간 더 스탤리온과 함께한 ‘Savage’로 총 9개 부문에 후보로 선정됐다. 이미 24번 그래미에서 수상한 비욘세는 이번 시상식으로 통산 79번 노미네이트 되며 가장 많이 그래미 후보로 오른 여성 아티스트 기록을 세웠다. 

두아 리파, 로디 리치, 테일러 스위프트가 6개 부문 노미네이트로 뒤를 따른다. < Future Nostalgia >로 2020년을 휩쓴 두아 리파는 올해의 앨범, ‘Don’t start now’로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 부문을 거머쥐었다. 신성 로디 리치는 다베이비와 함께한 ‘Rockstar’로 올해의 레코드에, 본인의 히트곡 ‘The box’로 올해의 노래에 이름을 올렸다.

제62회 그래미 어워드에 불참했던 테일러 스위프트는 앞서 ‘베스트 팝/듀오 그룹 퍼포먼스’와 더불어 < folklore >로 올해의 앨범, ‘cardigan’으로 올해의 노래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지난해 본상을 싹쓸이한 빌리 아일리시가 올해 역시 ‘Everything I wanted‘로 본상 2개 부문(레코드, 노래)에 오른 모습 역시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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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빈 해리스, 위켄드(Calvin Harris, The Weeknd) ‘Over now’ (2020)

평가: 3/5

레트로 복고의 시점이 올라온다. 2000년대는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소울을 재해석한 네오 소울이 붐을 이뤘고, 2010년대에는 1970년대의 펑크(Funk)와 디스코가 재조명 받았으며 현재는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에 붐을 이룬 퓨전 재즈와 알앤비, 팝으로 무장한 고급스런 음악으로 그 연대가 올라왔다. 마이클 맥도날드의 ‘I keep forgettin”이나 로비 듀프리의 ‘Steal away’, 제리 라퍼티의 ‘Baker street’, 로퍼트 홈스의 ‘Escape’같은 당시의 히트곡들이 ‘Over now’에 영향을 준 골든 레퍼토리. 이 중에서 척 잭슨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마이클 맥도날드의 ‘I keep forgettin”의 비트를 고스란히 활용한 ‘Over now’는 더 위켄드의 가성과 맞물리며 시간의 피드백을 한층 더 가속한다. 신선함은 부족하지만 듣기 좋은 싱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