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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플레이(Coldplay) ‘My universe (With BTS)’ (2021)

평가: 3/5

콜드플레이가 ‘Higher power’에서 보여준 밝은 분위기는 방탄소년단이 부른 ‘Permission to dance’의 무한 에너지와 만나 긍정주의를 이룩한다. 25년 경력의 록밴드와 가장 영향력 있는 팝스타는 생경했던 서로의 영역에 다가가 조화로운 싱글을 완성했고 히트 메이커 프로듀서 맥스 마틴은 고감도 사운드 조율로 힘을 보탰다.

영어와 한국어 가사의 콜라보가 빛을 발하는 ‘My universe’가 콜드플레이의 9번째 정규 앨범 < Music Of The Spheres >에 수록될 예정이라 한국 팬들에게는 더욱 반갑다. 한글을 선택해 다양성을 존중하고 장벽을 무너뜨린다는 지향점을 드러냈고 흡인력 있는 후렴구를 중심에 두고 보컬과 랩을 적절하게 배치해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개성도 살렸다. 공간감이 두드러지는 콜드플레이의 웅장한 사운드와 방탄소년단의 리듬감이 합쳐져 대형 공연장에 잘 어울리는 신스팝 넘버가 탄생했다.

콜드플레이와 방탄소년단은 ‘My universe’를 통해 다름의 인정과 포용을 말한다. 팬데믹이 남긴 물리적 내상, 인종 차별과 환경오염 등 여러 사회 문제로 고통받는 지금 이 시대에 최고의 두 밴드가 힘을 모아 사랑과 화합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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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방탄소년단(BTS) ‘Permission to dance’ (2021)

평가: 3.5/5

모든 게 예상 밖이다. 댄스가 들어간 제목은 ‘Dynamite’와 ‘Butter’보다 훨씬 밝은 에너지를 지니거나 강도 높은 퍼포먼스를 선보일 것이며, 장르 역시 이전의 분위기를 이어받아 디스코, 펑크(Funk)에 힘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신곡은 BTS가 지배하는 먹먹한 감성을 녹여내는 반전을 꾀했다. ‘Make it right’에서 이미 한번 손을 잡았던 에드 시런과의 재결합이 그룹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토대로 진행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이들에게 어떤 재료를 곁들였을 때 본디의 색채가 빛나는지 알고 있고,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신나지만 어딘가 서정적인’ 분위기를 담아냈다.

앞선 두 영어 곡은 당장 눈앞의 힘듦을 잊게 할 흥을 강조했다면 이번은 잔잔한 치유로 온기를 전달한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가스펠을 취하는데, 먼저 랩 파트를 과감히 삭제하여 부드럽게 흘러가도록 연출하고 곳곳에 자리한 일렉트릭 피아노와 현악기로 따스함을 선사한다. 후렴구에서 터트리지 않고 오히려 계단처럼 내려가는 음, 후반부의 그룹 코러스 또한 가스펠의 전형이다. 자극적인 요소를 덜어내다 보니 심심하게 다가올 수 있으나 세 곡 중 가장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섬세함이 있다.

답습은 아니더라도 세계 시장에 규격화된 행보를 보니 블록버스터의 장중함이 그리운 것도 사실이다. 이 모습도 저 모습도 모두 방탄소년단의 자아라지만 신곡에서 살짝 비춘 예전의 감성이 오히려 그때를 찾게 되는 목마름을 낳았다. ‘팝’스타 BTS보다 팝스타 ‘BTS’가 보고 싶어지는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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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승근의 하나씩 하나씩 Feature

돌이킬 수 없는 꼰대 필자가 좋아하는 2010년대 케이팝 노래들

우리나라 가수들의 노래와 앨범이 빌보드 싱글차트와 앨범차트를 제 집 드나들 듯 진입하는 현재의 상황은 1980년대 초반부터 팝송을 들어오고 빌보드 차트를 신주단지 모시듯 절대적으로 생각해온 저에겐 정말 감격적인 일입니다.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 프린스, 휘트니 휴스턴 같은 세계적인 스타들이 휩쓸던 그 인기차트를 대한민국 가수가 접수하다니. 2000년을 전후한 시기에 김범수의 ‘하루’가 빌보드 서브차트에 오른 것과 2009년에 원더걸스의 ‘Nobody’가 빌보드 싱글차트 76위에 올랐을 때만 해도 ‘와! 이런 날도 오는구나’했는데 지금은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갓세븐, NCT, 트와이스, 몬스타 엑스, 세븐틴 등 많은 가수들이 빌보드를 < 가요 탑 텐 >으로 만들고 있네요.

사실 대부분의 팝 마니아는 가요를 무시하고 잘 듣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가요가 외국 팝을 받아들여 토착화된 노래고 늘 해외의 음악의 트렌드를 쫒아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팝송을 들어야 뭔가 앞서가고 세련된 것처럼 보일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세계 사람들이 케이팝을 들어야 그런 대리만족을 느끼는 가 봅니다. 또 여기에 우리만의 것과 다른 나라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독창적인 방식을 접목시켜 대중음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하고 있죠. 이중에는 저 같은 팝 마니아 꼰대도 반하게 만든 케이팝 노래들이 있는데요. 그래서 이번 < 하나씩 하나씩 >에서는 저에게 케이팝의 매력을 알려준 소중한 노래들을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비스트 ‘Fiction’

저는 텔레비전 예능에 자주 출연했던 이기광과 양요섭 밖에 몰랐습니다. 심지어 용준형을 ‘용준이 형’으로 알 정도로 비스트에 대해 무지했죠. 그룹 이름 때문에 멤버들이 우락부락하고 건장한 짐승돌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 본 그들은 앳된 젊은이들이었습니다. 그래서 팀 명을 잘못 지었다고 생각했으나 이들의 무대를 보고 깨달았죠. 그룹 비스트는 짐승이 아니라 야수라는 걸. 제가 비스트의 노래 중에서 가장 애정을 갖고 있는 곡은 2011년에 발표한 ‘Fiction’인데요. 물론 ‘아름다운 밤이야’도 좋아했지만 그래도 손을 주머니에 넣고 춤을 추는 안무는 인상적이었고 높은 고음도 안정적으로 소화하는 보컬 능력도 나쁘지 않은 ‘Fiction’을 더 사랑했습니다. 아이돌 그룹은 가창력이 좋지 않다는 제 선입견에 금이 가게 만들어준 노래죠.

에프엑스 ‘피노키오’

기성세대는 샹송 가수 다니엘 비달의 ‘Pinocchio’를 기억하겠지만 저는 에프엑스의 ‘피노키오’입니다. 이 노래를 듣자마자 마치 팝송처럼 느꼈는데요. 알렉스 캔트렐, 제프 호프너, 드와이트 왓슨 그리고 우리나라의 프로듀서 히치하이커가 공동으로 이 노래를 만들었으니 제 생각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죠. 그래서 팝송을 많이 듣는 제 귀에도 어필했던 것 같습니다. 레이디 가가가 부른 ‘Bad romance’의 안무를 참고한 ‘피노키오’의 앙증맞은 춤은 귀여웠구요. ‘피노키오’는 연서화 된 인더스트리얼과 상큼한 뉴웨이브 신스팝이 케이팝과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내는지를 증명한 고급스럽고 실험적인 곡입니다. 슬픔과 불안을 감추고 억지로 밝은 미소를 만들어서 노래 부르던 설리를 추모합니다.  

루나 ‘Free somebody’

루나는 에프엑스에서 다른 멤버에 비해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높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2016년에 솔로활동을 시작하자 저는 루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야 말았죠. 딥하우스를 기반으로 한 솔로 데뷔곡 ‘Free somebody’에서 루나는 연체동물처럼 유연한 댄스와 폭포 같은 가창력을 과시했는데요. 아쉽게도 그 이후의 후속곡이 없어서 지금까지는 단발의 성공으로 끝났지만 ‘Free somebody’는 2016년에 발표된 곡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노래였습니다.

방탄소년단 ‘봄날’

이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동입니다. 전주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지죠. 가사는 물론이고 뮤직비디오, 소리의 조율, 보컬의 어레인지, 녹음 그리고 후반부의 코러스까지 거의 모든 것이 벅찬 감정을 절정으로 끌어올립니다. 개인적으로 레너드 스키너드의 ‘Simple man’이나 피터 가브리엘의 ‘Solsbury hill’처럼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게 만드는 마음의 노래죠. 방탄소년단을 그저 잘 생긴 멤버들이 춤만 추는 보이밴드로만 생각했던 저에게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 준 이 숭고하고, 아름답고, 슬픈 ‘봄날’은 대한민국의 대중가요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명곡 중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브레이브걸스의 ‘옛 생각’, ‘운전만 해’

2017년에 발표한 미니앨범 < Rollin’ >이 뜨지 못한 건 남사스런 음반표지도, 그 시기성도 아닙니다. 매너리즘에 빠진 방송국 사람들과 저처럼 음악 평론가랍시고 잘난 체하며 대중적인 댄스음악을 얕잡아 보는 집단의 무시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당시 무명에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기획사 소속인 브레이브걸스는 방송국과 음악 관계자 집단에 의한 직무유기의 희생양입니다. < Rollin’ > 앨범에는 모두 4곡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역주행 후 다시 주목을 받은 ‘하이힐’과 1980년대의 어반 알앤비 발라드 ‘서두르지 마’ 그리고 1980년대 프리스타일 풍의 ‘옛 생각’ 같은 양질의 노래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직무유기 평론가’ 중 한 명인 저도 뒤늦게 브레이브걸스의 노래를 다 들어봤는데요. 그 중에서도 ‘운전만 해’와 ‘옛 생각’이 제일 좋았습니다. 확실히 용감한 형제는 1980, 1990년대 팝송을 21세기 케이팝에 맞게 이식하는데 탁월한 수완을 보여주네요.

악동뮤지션의 ‘Dinosaur’

예전에 악동뮤지션에 대해 검색을 하다가 이수현의 보컬에 대한 글이 있는 블로그를 보게 됐습니다. 그 블로거는 이수현의 가창력을 극찬하면서 링크를 건 영상이 바로 ‘Dinosaur’였고 그때 이 노래를 처음 들었죠. 듣자마자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캘빈 해리스와 리아나가 함께 한 ’This is what you came for‘랑 비슷하네?’였지만 녹음 기술과 사운드 엔지니어링은 절대 밀리지 않았습니다. 2010년대 후반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이룬 딥하우스 스타일을 성공적으로 이식한 ‘Dinosaur’는 제가 느낀 첫 인상처럼 팝적인 곡이기 때문에 제가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동생 이수현의 투명한 고음에 밀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찬혁의 목소리도 이 곡에서만큼은 신선했답니다.  

마마무의 ‘넌 is 뭔들’

2016년에 이런 복고적이고 구닥다리 스타일로 인기를 얻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댄스팝의 바탕 위에 1970년대 미국의 소울과 디스코를 가미해 듣기 좋고 부담스럽지 않은 대중음악이 탄생했는데요. 마치 미국의 소울 보컬 그룹 라벨의 1975년도 빌보드 넘버원 ‘Lady marmalade’처럼 마마무는 이 곡을 자신만만하고 당차게 불렀습니다. 연약하고 예쁘게만 보이려는 기존 걸 그룹들과 달리 씩씩하고 당당한 마마무가 등장한 겁니다. ‘넌 is 뭔들’은 흑인의 자부심을 표현한 소울을 우리나라의 정서에 맞게 비교적 잘 이식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노래의 제목이 뭔 뜻인지 몰랐다가 후배한테 그 뜻을 듣고는 저도 ‘넌 is 뭔들’ 같은 남자가 되고 싶었지만….

티아라의 ‘러비 더비’

여타 걸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뽕끼’ 많은 곡들을 자주 부른 티아라의 다른 노래들과 달리 ‘러비 더비’는 전형적인 미국의 댄스팝 스타일입니다. 신사동 호랭이의 대중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걸 다시 한 번 증명한 노래라고 할 수 있는데요. 잘게 쪼갠 비트와 그 위의 멜로디 라인은 자유롭게 어울리고 그에 맞는 안무 역시 인상적이었죠. 당시 유행하던 셔플 댄스를 바탕으로 한 춤은 9년이 지난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네요.  

위너의 ‘Really really’

트로피컬 사운드를 사용한 우리나라 노래 중에 단연 최고 중 하나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흑백으로 처리한 뮤직비디오 영상도 멋졌고 네 멤버들의 스타일링도 뛰어났죠. 코드가 바뀌면서 ‘널 좋아해 Really x 4, 내 맘을 믿어줘 Really x 4’부터 쉴 새 없이 두들기며 비트를 좁쌀처럼 쪼개는 하이해트 소리는 곡의 숨은 매력 중 일부입니다. ‘보통 사람이 향유하는 음악이자 넓은 호소력을 갖는 음악’이라는 대중음악의 정의에 잘 어울리는 노래이자 강승윤도 춤을 잘 춘다는 걸 증명한 2010년대의 명곡 중 하나입니다.

오마이걸의 ‘돌핀’

“상큼하고 시원한 노래 같아.” ‘돌핀’에 대한 초등학생의 이 말은 정확한 것 같습니다. 신시사이저를 줄이고 리듬 기타를 중심으로 비트를 최대한 살려 미니멀리즘을 실행한 이 곡은 바다 위를 뛰어오르는 돌고래처럼 투명하고 가벼우며 시원했죠. 기존의 케이팝 곡들과 차별화에 성공한 오마이컬은 이 지점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합니다. 기존의 여리고 귀여운 이미지에서 조금 더 성숙해졌고 음악도 10대와 20대 초반뿐만 아니라 30대까지도 커버할 수 있는 그룹이 됐으니까요. 그리고 2021년에 발표한 디스코 풍의 ‘Dun dun dance’로 기성세대의 입맛까지 확보했으니 그들의 성장 스토리는 현재까지도 진행 중에 있죠. ‘돌핀’은 이 돌이킬 수 없는 꼰대 필자를 살짝 설레게 했습니다.

아이유의 ‘Eight’

솔직히 말씀드리면 ‘잔소리’와 ‘좋은 날’이 인기를 얻으면서 아이유가 국민 여동생으로 등극했을 때도 저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후에도 아이유의 활발한 활동은 저는 매력을 느끼지 못했죠. 그러다가 제가 일하는 프로그램 앞에 하는 가요 프로그램에서 이 곡을 처음 듣고 작가분한테 가수와 제목을 물어봤습니다. 왜냐하면 전혀 아이유의 노래답지 않았다고 생각했거든요. 선율과 리듬은 볼빨간 사춘기를, 노래를 둘러싼 전반적인 사운드는 1980년대의 뉴웨이브와 펑크를 다시 화제의 중심으로 올려놓은 미국 밴드 에코스미스를 참고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에잇’의 매력 포인트는 가사와 음악의 조화입니다. 수필 보듯 그냥 읽으면 낯설고 생경하지만 선율과 리듬 위에서 노랫말은 잘 어울리면서 세련되고 그루브한 느낌을 유지합니다. 음악의 승리죠. 천하의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가 랩 피처링으로 참여했지만 ‘에잇’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아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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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방탄소년단(BTS) ‘Butter’ (2021)

평가: 3/5

지난해 ‘Dynamite’로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을 3번이나 차지한 이들이 새 싱글 ‘Butter’로 또 한 번 칼을 갈았다. 외수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은 영어로 적은 가사에서 한번, 걸릴 것 없이 안전한 멜로디에서 또 한 번 드러난다. ‘Dynamite’와 같이 펑키함을 살리고 선명한 선율로 모든 연령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접근을 취해 누구나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즐길 수 있게 했다.

팬데믹 상황을 잊게 할 에너지 넘치는 썸머 송이란 설명처럼 노래는 그야말로 경쾌하고 그야말로 청량하다. 간결한 드럼 비트로 문을 열어 퀸의 ‘Another one bites the dust’과 쉭(chic)의 ‘Good times’를 연상케 하는 베이스라인을 얹고 사이사이 신시사이저를 짙게 채색해 즐기기 좋은 멜로디를 만들었다. 마이클 잭슨의 ‘Smooth criminal’, ‘Man in the mirror’, 등의 가사를 조금씩 비틀어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가사의 맛을 살린 접근은 또 어떤가. 살짝 감춰둔 재치 있는 은유는 명백히 해외 시장을, 나아가 윗세대 어른들의 취향까지 노린다.

뮤직비디오를 공개함과 동시에 390만 명의 유튜브 최다 동시 접속자를 만들어내고 24시간 만에 이룬 1억 820만이란 누적 조회 수는 이들의 전략이 이번에도 세계를 호령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기세 좋은 성과가 균열 없이 안전한, 모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요소 속에서 쓰였음은 노래를 해석하는데 한 면에서의 제동을 건다. 3분이 채 되지 않는, 밝고 맑은 소재로 그려낸 긍정적인 치얼 업 송. 이들의 군더더기 없는 퍼포먼스가 곡의 가치를 풍부하게 살린 것은 맞지만 보편타당함을 지향하는 지금의 방향이 어딘가 노래의 힘이 풀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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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제 63회 그래미 시상식 결산 편

다양성과 공정성이라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그래미 어워드가 범세계적인 전염병 때문에 행사 날짜까지 옮겼다. 붉은 융단 위에 별들이 쏟아지던 그때 한국은 3월 15일 아침 9시였다.

제 63회 그래미 시상식은 무관중인 상태에서 마스크를 착용했던 여타의 국내 시상식처럼 익숙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어워드에서 두 차례 연속으로 사회를 맡았던 앨리샤 키스를 대신해 이번에는 언변이 남다른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가 마이크를 잡았다.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식순과 돌발상황에 대비함과 동시에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논란의 감정을 내려놓고 축제 자체를 즐기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코로나에 대응하는 방식

매년 특별한 협업 스테이지를 선보이던 그래미가 코로나의 영향으로 그 규모를 줄였다. 대편성의 무대가 압도하던 과거와 달리 대부분의 뮤지션이 간단한 구성으로 자신의 노래를 한 곡씩 부르고 마치며 ‘2020년’이라는 이름의 플레이리스트를 채웠다. 카메라를 다각도로 활용한 배드 버니와 제이 코르테즈의 ‘Dakiti’, 복고적인 색채와 조명이 잘 묻어난 실크 소닉(앤더슨 팩과 브루노 마스)의 ‘Leave the door open’ 무대가 무관중에 의한 중계의 이점을 적절히 살린 예다.

인상적인 부분은 공연 중간중간 카메라에 잡히는 뮤지션들의 얼굴이다. 관중이 없기에 공연자가 관객이 되고, 관객이 다시 공연자가 되는 이 모습은 마치 아티스트끼리 여는 뒤풀이 파티와 같았다. 자신의 차례가 끝난 뒤 술인지 물인지 모를 잔을 들고 앉아 있는 배드 버니부터 카디 비와 매간 더 스탈리온의 무대를 미친 듯 즐기는 포스트 말론까지 재밌는 장면이 아닐 수가 없다. 관중이 없다고 열기가 식지는 않았다.

코로나 대응 공연보다 대단하고 놀라웠던 점은 따로 있다. 경영난에 처한 내슈빌의 스테이션 인, 뉴욕의 아폴로 시어터 등 총 4곳의 소규모 공연장 직원들이 주요 부문 후보를 소개하며 공연 업계의 실정을 알린 부분이다. 국내에서도 화제인 이 문제에 대해 대중음악의 본토인 미국, 그중에서도 권위 있다는 단체에서는 이를 어떻게 조명하고 고민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이외에도 올해의 레코드 부문 후보의 인터뷰를 티저로 만들거나, 공연을 녹화본으로 대처하며, 화상으로 시상식에 참여하는 등 세심한 준비가 돋보였다.

역사의 절차를 밟아가는 방탄소년단

한국 가수가 그래미 어워드에서 단독 공연을 할 줄이야. 녹화 중계였지만 여의도 빌딩의 헬리패드까지 올라가서 노래하는 BTS를 전 세계가 지켜봤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무대 사이즈로만 보면 제 63회 그래미 시상식 무대 중에서는 최대 크기였다. 제 61회에서는 시상자로, 제 62회에서는 릴 나스 엑스와 함께 노래했던 이력을 생각하면 단계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퍼포머로 참여한 것뿐만 아니라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도 ‘Dynamite’로 이름을 올렸다. ‘Rain on me’를 부른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에게 아쉽게 트로피가 넘어갔지만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해외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카디 비의 ‘WAP’ 같은 노래와 비교해 ‘건전’ 가요 & 가수로 불리고 있다니 생각도 못 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논란을 잠시 잠재우다.

인종차별부터 남녀차별까지 매년 습관처럼 욕을 먹던 레코딩 아카데미(레코드 예술 과학 아카데미, NARAS)가 심사위원단을 대폭 개편하면서 제 61회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본상을 차일디시 감비노에게 2개, 두아 리파와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에게 각각 1개씩 수여해 조금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작년 빌리 아일리시에게 주요 부문 4개를 쓸어주며 ‘몰아주기’ 논란을 다시 가중했다. 

빌보드 HOT 100에서 ’Blinding lights’로 1년 동안 10위권을 지킨 대기록의 주인공 위켄드가 제 6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후보 무관에 그치자 그는 영원한 보이콧을 선언했다. 시상식 전부터 연일 얘깃거리였다. 이러한 여러 문제를 의식한 듯 이번에는 시상식의 주요 부문을 안전하게 ‘나눠주기’로 결정했다. 올해의 레코드, 앨범, 노래, 그리고 신인상을 빌리 아일리시의 ‘Everything I wanted’, 테일러 스위프트의 < Folklore >, H.E.R의 ‘I can’t breathe’, 그리고 메간 더 스탈리온이 수상하며 장내 가장 큰 갈채를 받았다.

후보만 봐도 반 이상이 여성이고 흑인과 백인이 반반이다. 그중 ‘I can’t breathe’는 BLM을 대표하는 노래다. 위켄드 개인과 팬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며, 그의 사건은 분명 레코딩 아카데미에 문제가 있음을 알려주고 있지만, 올해의 본상 결과는 아카데미 위원회도 이제 대중과 사회의 눈치를 보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제 63회 그래미 시상식의 주인공

진정한 주연은 따로 있었다. 9개 부문의 후보에 오르고 4개 부문을 수상한 그의 이름 비욘세. 제 63회 그래미 어워드 후보와 수상에서 최다를 기록했지만 이는 귀여운 수준이다. 올해 베스트 알앤비 퍼포먼스, 베스트 랩 퍼포먼스, 베스트 랩 송, 베스트 뮤직비디오를 거머쥐면서 그는 역대 총 28개의 그래미상을 따냈다. 여성 최다 수상자임과 동시에 남자를 포함하면 거장 프로듀서 퀸시 존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공동 2등이다.

비욘세에 이어 주인공이 또 있다. 본상을 2년 연속 수상한 빌리 아일리시다. 작년 주요 부문을 싹쓸이한 후 그가 받은 ‘레코드 오브 더 이어’의 타이기록은 U2와 로버타 플랙만이 가진 진기록이다. 빌리 아일리시에 이어 주인공이 또 있다. < Fearless >, < 1989 >, 그리고 2020년 포크를 시도하며 예술성을 인정받은 < Folklore >로 ‘앨범 오브 더 이어’를 3회나 수상한 테일러 스위프트다. 엔지니어를 제외한 뮤지션으로서는 프랭크 시나트라, 스티비 원더 등과 같은 레전드들과 동일한 선상에 섰다. 빌리 아일리시와 테일러 스위프트의 나이를 생각하면 이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음악으로 치유하다.

코로나의 영향인지 지난 한 해도 우리의 곁을 떠나간 사람들이 많았다. ‘로큰롤의 왕’ 리틀 리처드, ‘갬블러’ 케니 로저스, 작년 그래미 평생 공로상을 받은 존 프라인, 코로나 위로송 ‘You’ll never walk alone’의 주역 제리 마스던 등 트리뷰트한 뮤지션만 이 정도다. 팬데믹 상황의 힘든 위기 속에서 우리가 그들의 음악으로 치유를 받고, 한데 모여 떠난 이들을 기리는 이런 자리는 그래미 어워드가 아니면 힘들었을 것이다. 집에서만 머무르던 2020년 ‘음악’은 가장 큰 치료제였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시상식은 성공에 가까웠다. 본상 수상자와 각종 기록을 세운 뮤지션들이 이를 증명한다. 여성 컨트리 뮤지션 미란다 램버트, 마렌 모리스, 그리고 흑인 여성 컨트리 뮤지션인 미키 가이턴의 공연까지 집중 조명하며 형식적인 노력까지 놓치지 않았다. 아시아 가수 BTS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레코딩 아카데미 심사위원들은 다양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신경 쓰기도 전에, 흑인과 여성 뮤지션으로 대표되는 다양성의 세상이 이미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