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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울려 퍼진 ‘리스펙트’, 아레사 프랭클린의 명곡 16

과거나 지금이나 아레사 프랭클린을 수식하는 단어는 경이로움이다. 동시대를 빛낸 수많은 디바 가운데서 여왕의 칭호를 누린 것은 물론, 오늘날까지 최고의 보컬리스트 중 하나로 꾸준히 호명되는 것은 그의 존재가 어느덧 시대의 ‘가치’를 초월한 불변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독보적인 성량과 음역으로 장르의 부흥기를 견인하고 흑인과 여성의 존중을 주장하는 등 인권 운동의 선봉장으로도 활약한 그의 행보는 음악사를 통틀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유산이 되었다.

9월 8일, 개봉을 앞둔 아레사 프랭클린의 전기 영화 < 리스펙트 >는 아레사 프랭클린이 반세기를 뛰어넘어 후세에 끼친, 그리고 앞으로 먼 미래까지도 끼칠 영향력에 대한 증거다. 스크린으로 접하기에 앞서 16곡으로 그의 거대한 역사를 되돌아보자. 1960년대 후반 가스펠과 소울에서 두각을 보이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아틀란틱(Atalntic) 레코드를 기점으로, 디스코나 뉴웨이브와 같은 주류와의 융합을 도모하여 젊음과 호흡했던 1980년대 아리스타(Arista) 소속 시절까지. 그 부드럽고도 장대한 융단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I never loved a man (the way I love you) (1967)
이렇다 할 성적표를 안겨주지 못한 콜롬비아 레코드사에서 아틀란틱 레코드사로 이적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새 레이블과 손을 잡은 후 발매한 < I Never Loved A Man The Way I Love You >에서 대중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싱글 ‘Respect’가 등장하는데, 그 도화선이 바로 ‘I never loved a man (the way I love you)’다. 선공개 트랙은 데뷔 이래로 처음 빌보드 싱글 차트 톱 10 안에 들었으며 레이디 소울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동아줄이다.

< I Never Loved A Man The Way I Love You >는 흑인의 임파워링과 당대 여성이 가져야 할 미덕이라는 양극단을 지녔고, ‘Respect’와 ”I never loved a man (the way I love you)’가 각각을 대표한다. 거짓말쟁이에다 바람피우는 남자여도 사랑하기에 어찌할 도리가 없는 여인의 비애를 울부짖으나 마냥 슬프지 않다. 방아쇠와 같은 거대한 샤우팅으로 상대를 일갈하기도, 흐르는 물처럼 상황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놀라운 점은 변검술 같은 보컬의 변화가 단 한 문장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임선희)

Respect (1967)
억울함이 쌓이고 쌓여 터지기 일보 직전. 그간 흑인 여성으로서 받은 온갖 부조리한 대우로 분노 게이지는 임계점을 가리켰고 ‘Respect’는 모든 억눌린 감정을 분출한 카타르시스의 순간을 담았으니 어찌 속 시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존경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당신과 똑같은 인격체로 나를 존중해 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순서는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를 부른 천재적 소울 뮤지션 오티스 레딩이 1965년에 발표한 원곡이 먼저다. 허나 곡의 주인은 따로 있었고 레딩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프랭클린의 음성을 통해 곡의 진폭은 백배 천배 더욱 커졌다. 흑과 백에 남과 여의 이야기를 더해 주제를 확장했다.

흑인 여성이 부통령에 당선되고 흑인 스포츠 스타가 동경의 대상이 되는 시대지만 이면엔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인한 희생자가 있다. 아직 갈 길이 너무나 멀고 ‘Respect’는 여전히 시대와 공명한다. (염동교)

(You make me feel like) a natural woman (1967)
아틀란틱 레코드로 이적한 후 아레사 프랭클린은 ‘Respect’를 발매하며 ‘소울의 여왕’에 등극했으나 프로듀서 제리 웩슬러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히트곡을 만들기 위해 캐롤 킹과 제리 고핀에게 ‘(You make me feel like) a natural woman’을 의뢰했다. 새로운 사랑으로 우울증에서 벗어나 살아갈 의지를 다지는 여성을 묘사한 곡은 빌보드 차트 8위에 오르며 아티스트의 명성을 더욱 드높였다. 특히 아침의 피로를 표현하듯 나른한 도입부와 대비되는 폭발적인 에너지의 후렴구가 영적이고 황홀한 분위기를 자아내 사람들을 매료했다.

제리 고핀이 쓴 가사는 단순히 남자에게 인정받는 여성을 표현한 것이 아닌 여성성을 축하하는 찬가로서 ‘흑인 여성 지우기’가 만연했던 1960년대에 여성의 존엄성과 평등을 상기시켰다. 덕분에 대중문화에서 ‘(You make me feel like) a natural woman’은 여성이 변모하는 순간을 상징한다. 1995년 미국의 헤어 제품 브랜드 클레롤의 염색약 광고가 대표적이며, 2014년 미국 하이틴 드라마 < 글리 >에서 메르세데스가 재회한 연인 샘과의 관계에 확신을 갖기 위해 부른 장면도 인기를 끌었다. 아레사 프랭클린은 2015년 케네디 센터에서 캐롤 킹을 축하하기 위해 이 곡을 불러 큰 감동을 선사했다. 변치 않은 빛을 가진 자기 확신의 메시지는 발매한 지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대중을 감화하고 있다. (정수민)

Chain of fools (1967)
‘바보들의 사슬’이란 담백한 제목의 노래는 이름만큼이나 간결한 구조를 지닌다. ‘Chain’이 반복되는 오프닝을 지나 다층의 굵은 코러스가 쌓인 메인 멜로디에 안착한 뒤 다시 힘을 풀어 전자의 것으로 돌아간다. 3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곡. 그럼에도 2010년 영국의 < 롤링스톤 >지는 이 곡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곡 500중 252위(그의 노래 중 단 4개만이 차트에 올랐다)로 선정했다. 또한 곡은 아레사 프랭클린의 뺄 수 없는 대표곡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핵심은 단순함을 꽉 채운 아레사의 보컬 역량이다. 도입부, 곡의 트레이드 마크인 떨리는 기타 소리 이후 이렇다 할 사운드 소스가 없음에도 노래는 때론 강하고 때론 약하게 곡을 가지고 노는 그의 호흡과 만나 강렬한 에너지를 낸다. 이 완벽한 소화력은 어쩌면 사랑했던 사람의 변절을 담은 가사가 너무나도 그의 삶과 밀접히 닿아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빌보드 싱글 차트 2위에 오르고 그에게 그래미 베스트 여성 알앤비 보컬 퍼포먼스 수상의 영예를 안긴 곡. 지금도 국내외의 많은 뮤지션이 커버하며 무한히 생명력을 연장 중이다. (박수진)

Satisfaction (1967)
롤링 스톤스가 1965년 발표한 ‘(I can’t get no) satisfaction’은 그들을 커버 밴드에서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주역으로 인양한 역작이다. 밴드에게 처음으로 빌보드 차트 1위라는 성과를 안겨준 이 곡이 현재까지도 록 음악 계보에서 최고 반열에 위치한 까닭은 명확하다. 로큰롤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기타 리프를 지녔기 때문. 좀처럼 잊히지 않을 것 같은 믹 재거와 키스 리처드 콤비의 강렬한 잔상에도 아레사 프랭클린의 목소리가 입혀진 ‘Satisfaction’은 전혀 다른 감상을 남긴다.

< Aretha Arrives >에 수록된 소울 레이디의 ‘Satisfaction’은 스윙으로 가득 채워졌다. 자유롭게 활보하는 피아노 선율이 곡을 주도하고 브라스, 퍼커션 사운드가 그 중심을 지탱한다. 그루브를 타기 위한 뼈대 작업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아레사 프랭클린의 보컬이 곡을 휘젓고 다니는데 절정에 오른 강약 조절이 단연 압권이다. 소울의 귀재가 제시한 재해석 본은 블루스, 하드 록의 색채가 짙은 원곡에 완전히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김성욱)

Think (1968)
1967년 디트로이트 폭동 때 시위대의 찬가 ‘Respect’가 미국 전역에 울려 퍼졌지만 인종 간의 갈등은 여전했다. 1968년 4월 4일엔 민권운동의 정신적 지주였던 마틴 루터 킹이 암살당하며 사태가 악화되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던 아레사 프랭클린은 장례식에 참석해 넋을 기리고 집으로 돌아와 곧장 피아노를 두들겼다. ‘마침내 자유로워졌다(Free at last)’라는 민족 영웅의 전언을 받들어 작곡한 ‘Think’는 자유를 향한 갈망을 담았다. 열성을 토하는 저항적인 가사는 유명 세션들의 연주와 어우러지며 소울 음악의 본질을 투영한다.

물론 시대적 상황과 별개로 본인의 경험이 녹아든 곡이기도 하다. 만 18세의 어린 나이에 맞이했던 첫 결혼 생활, 전 남편이었던 테드 화이트의 상습적인 가정 폭력은 또 다른 억압이었다. 이때 목사의 죽음이 도화선에 불을 댕겼고 피부색은 물론 성별에 의한 차별까지 겪고 있던 그는 흑인을 멸시하던 백인과 여성을 홀대하던 남성을 향해 날 선 비판을 던졌다. 강자에겐 죄책감을 부추기고 약자에겐 자긍심을 고취했던 ‘Think’는 지금까지도 ‘Respect’와 함께 ‘소울 여왕’의 업적을 아로새기는 인류애의 산물이다. (정다열)

I say a little prayer (1968)
“이미 히트한 곡을 몇 년도 채 지나지 않아 리메이크한다.” 만약 당신이 제작자라면 원전의 존재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러한 모험을 시도할 수 있겠는가. 사실 나라면 과감히 승부수를 띄워볼 만도 할 것 같다. 대신 여기엔 한 가지 조건이 있어야겠다. 아레사 프랭클린이 내 레이블의 소속 가수라는 전제 말이다.

그는 디온 워윅이 1967년에 선보여 이미 빌보드 Hot 100 4위를 기록했던 노래를 불과 1년 만에 자신의 디스코그라피로 소환했다. 비록 앞선 업적을 넘어서지 못하고 10위에 머물렀지만, 신기하게도 지금에 와 이 싱글의 주인은 누가 뭐래도 아레사 프랭클린이다. 아무래도 보컬로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가볍고 경쾌한 느낌을 강조했던 오리지널이 여유와 박력을 동시에 갖춘 그의 가창력에 두 손 두 발 들고 만 셈이다.

코러스를 전담해 가스펠의 기운을 불어넣은 스위트 인스피레이션(The Sweet Inspirations)의 전 멤버가 디온 워윅이었다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더불어 작사가 할 데이비드(Hal David)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남자를 걱정하는 여자를 모티브로 해 써 내려간 노래로, 나름의 시대상을 담고 있기도 하다. 많은 이들에게는 영화 <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에서 조지가 줄리안에게 부르던 뮤지컬 같은 장면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1967년과 1968년 사이 그가 거머쥔 9개의 Top 10 히트 중 마지막을 장식하는 트랙. (황선업)

Bridge over troubled water (1971)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Bridge over troubled water’는 1970년 발매한 사이먼 앤 가펑클의 곡으로 더 유명하다. 1960년대 미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포크 듀오의 원곡은 발매 1년 만에 아레사 프랭클린의 노래로 재탄생했고 잔잔한 피아노 연주가 이끄는 찬송가 분위기에서 거센 물살처럼 용솟음치는 가창의 폭발력을 더한 소울 넘버로 변신했다. 원곡에서의 부드럽고 서정적인 보컬이 따뜻한 위로의 감성을 주었다면 희망찬 그루브가 이끄는 소울 여왕의 버전은 힘찬 에너지로 하여금 기댈 수 있는 안식처를 제공했다.

엘비스 프레슬리, 린다 클리포드, 메리 클레이턴 등 50명이 넘는 아티스트가 이 곡을 커버했지만 그 누구도 아레사만큼 영혼을 담아 재창조하지는 못했다. 가창자인 아트 가펑클은 아레사의 재해석을 원곡보다 높이 평가했으며 작곡자 폴 사이먼 또한 수십여 버전의 리메이크 중 제일로 꼽았다. 경건하게 울리는 피아노 연주의 간결함뿐이지만 사운드를 뚫고 나오는 파워풀한 성량과 광활한 음역대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보컬은 전율을 일으키기 충분했고 1972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베스트 알앤비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로 이어졌다. (김성엽)

Spanish harlem (1971)
대중에게 친숙한 곡을 커버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이 따르는 일이지만 미국 가장 위대한 보물 목소리에 그런 걱정은 해당 사항이 아니었다. 아레사 프랭클린이 히트곡을 자신의 방식대로 재해석, 아니 완벽히 갈취할 수 있음을 보여준 ‘Spanish harlem’은 기존 버전을 새까맣게 잊게 하는 철저한 자기화로 빌보드 소울 차트 정상과 싱글 차트 2위를 석권하며 원곡자 벤 이 킹의 기록을 앞질렀다.

벤 이 킹의 버전이 느긋한 룸바 리듬으로 서정적이었다면 무거운 베이스라인과 펑키한 기타, 닥터 존(Dr. John)의 피아노를 껴입은 아레사 프랭클린의 그것은 거친 할렘 거리의 후끈한 열기에 가까웠다. 예쁜 가사 ‘There is a rose in spanish harlem’을 ‘There’s a rose in black at spanish harlem’으로 각색한 노랫말은 흑인 공민권 시대 정서를 절묘하게 나타낸다. 20세기 소울 퀸은 리메이크에서도 이렇게나 치밀했다. (이홍현)

Rock steady (1971)
우리나라에서 지난 7월에 개봉한 레게 다큐멘터리영화 < 자메이카의 소울: 이나 데 야드 >에서 한 가수가 록스테디의 탄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스카는 연달아 춤추기 힘들었어요. 피곤하다고들 했죠. 그래서 더 느리게 춤추기 시작한 게 록스테디였어요.” 스카의 후임이자 레게의 이전 모델인 록스테디는 느린 템포가 특징이다. 록스테디의 명칭을 취한 ‘Rock steady’도 템포가 그리 빠르지 않다. 록스테디의 평균 BPM이 80에서 100이고, ‘Rock steady’의 BPM이 100을 조금 넘으니 록스테디의 속도까지 빌린 셈이다.

템포는 다소 느린 편이지만 분위기는 경쾌하다. 주제도 춤이다. 묵직한 베이스 연주와 가벼운 일렉트릭 기타 연주가 조화를 이루며 몸을 흔들기에 좋은 리듬감을 생성한다. 관악기 연주는 노래를 한층 밝게 꾸며 준다. 백업 싱어들과 말을 주고받는 방식의 보컬 또한 생동감을 생성하는 요소 중 하나다. 아레사 프랭클린이 코러스에서 외치는 “아~” 소리에는 약간의 울림 효과가 가해져서 노래가 신비로운 메시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꾸준히 흔들어!”라는 문장은 파티나 춤을 즐기는 사람들의 잠언이 됐다. 198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록 스테디 크루라는 브레이크댄싱 팀이 생겼다. 지난달 29일 열린 브레이크댄싱 배틀 대회 < 의정부 브레이킹 게임즈 >에서는 음악을 담당한 브레이킹 심포닉이 오프닝 무대로 ‘Rock steady’를 연주하고 불렀다. 브레이킹 시합에서 ‘Rock steady’가 자주 흐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사례다. 또한 수많은 힙합 노래에 차용되며 오랜 세월이 흘러도 강한 생명력을 뽐내고 있다. (한동윤)

Until you come back to me (that’s what I’m gonna do) (1973)
‘(You make me feel like) a natural woman’과 ‘I never loved a man (the way I love you)’의 명성을 이은 아레사 프랭클린의 대표 발라드 넘버. 스티비 원더가 클라렌스 폴, 모리스 브로드낙스(Morris Broadnax)와 함께 쓰고 1967년 녹음까지 한 이 멋진 곡이 아레사를 통해 먼저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1973년 노래의 잠재력을 발견한 그는 자신의 버전으로 곡을 제작해 이듬해 빌보드 싱글 차트 3위에 안착시켰다. 스티비 원더의 잔반을 커리어 최고의 싱글 중 하나로 맞바꾼 셈이다.

직접 연주한 낭만적인 피아노 전주와 조 파렐의 플루트가 산뜻한 재즈 감성을 제공하지만 곡 내용은 다소 등골 오싹하다. 자신을 차버린 전 애인을 찾아가 그의 집 현관문과 창문을 두드리는 스토커의 ‘집착’ 송! 굽이진 선율 곳곳을 매끄럽게 타고 흐르는 아레사 프랭클린의 황홀한 목소리는 스릴러 영화 같은 이런 으스스함마저 극도의 아름다움으로 치환하는 힘이 있었다. (이홍현)

Jump to it (1982년)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펄펄 날던 ‘여왕’은 1974년부터 여러 문제에 휩쓸리면서 인기 전면에서 퇴각한다. 아레사란 이름은 오랫동안 차트와 매체에서 사라졌다. 1976년 ‘Jump’라는 곡을 발표해 간절히 ‘점프’를 원했지만 여의치 않았다(72위). 하지만 1982년 이 곡과 함께 제집처럼 드나들던 전미 차트 톱 40에 ‘6년 만에’ 마침내 ‘점프'(24위), 리즈시절 재(再)도래에 희망을 갖게 된다. 1985년 ‘Freeway of love’로 시작된 2차 전성기로 이어주는 가교 역할은 물론 구원을 도모했다고 할까.

아레사는 갈망하던 히트 산출을 위한 기법을 당시 막 프로듀서, 작곡자, 가수로 떠오르던 루더 밴드로스에게 맡겼다. 그는 마커스 밀러와 공동으로 이 곡을 써, 아레사만이 구사하는 필살기, 그 펑키(Funky) 비트 지배력에 모든 것을 맡겼다. 서로를 향한 상호의탁과 신뢰가 낳은 결실! 환상적인 밀러의 베이스 연주 위에, 정말이지 비트를 쪼개가며 ‘노는’ 능란하고 찬란한 가창은 6년 뒤의

두에 중한 위치를 점하는 숨은 보석. 이 곡을 대야 아레사의 리얼 팬이다. (임진모)

Freeway of love (1985)
< Young, Gifted And Black > 이후 12년간의 부진을 끊어낸 것은 경쾌한 댄스 팝 ‘Freeway of love’였다. ‘사랑의 고속도로’라는 러브-코미디 드라마스러운 제목, 분홍 캐딜락의 들썩이는 승차감과 닮아 있는 퍼커션 리듬, 질주감을 자아내는 빠른 템포의 작풍. 곳곳에는 당시 유행하던 뉴웨이브나 댄스 팝의 시류를 감지한 흔적이 선명하다. 변화의 필요를 체감한 결과였다. 아레사 프랭클린은 프로듀서 나라다 마이클 월든에게 운전대를 맡긴 채 신시사이저가 활개 치던 1980년대 시대상으로 직접 돌파한 것이다.

이러한 협업 가운데 탄생한 이 가벼운 드라이빙 송은 발매 2개월 만에 빌보드 차트 3위에 오르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이후 그래미상 최우수 여성 R&B 보컬 퍼포먼스 부문에서도 수상을 안겨주는 등 과거 못지않은 영예를 선사하기에 이른다. 디스코와의 합일로 도약을 시도한 ‘Jump to it’과 더불어 아리스타 레코드에서 펼친 변혁적 행보를 대표하는 곡이 된 셈. 결국 ‘Freeway of love’의 사례는 하나의 절대적 진리를 가리킨다. 대중을 사로잡는 보컬리스트의 진정한 덕목은 모든 배경적 요소를 뛰어넘는 독보적인 유연함에 있음을. (장준환)

Who’s zoomin’ who (1985)
1983년에 발표한 앨범 < Get It Right >의 실패는 충격이었다. 절치부심한 아레사 프랭클린은 1980년대를 대표하는 프로듀서 겸 작곡가 나라다 마이클 월든의 조력을 받아 당시의 트렌드였던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대거 도입한 30번째 음반 < Who’s Zoomin’ Who >로 성공을 거뒀다. 기존의 ‘소울의 여왕’답지 않은 음반이지만 그해 < 타임 >지가 선정한 ‘올해의 앨범’ 리스트에도 천거되며 19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오랜 침체기를 끝낸 효자 앨범이다.

‘Freeway of love’에 이어 두 번째로 빌보드 싱글 차트 톱 텐에 오른 ‘신스팝 소울’ 넘버 ‘Who’s zoomin’ who’는 808 드럼머신을 적극 활용해 투명하고 선명한 비트를 강조했다. 상승한 리듬감과 여유로운 그루브로 채워진 이 곡은 미국 대중의 선택을 받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철저히 배척당했다. 아레사 프랭클린은 볼륨감이 넘실거리는 명곡 ‘Who’s zoomin’ who’를 발표하고 2년 후에 조지 마이클과 함께 부른 ‘I knew you were waiting (for me)’로 국내에서 넓은 인지도를 쟁취했다. (소승근)

Jumpin’ jack flash (1986)
2차 전성기의 시작을 알린 < Who’s Zoomin’ Who > 직후 일 년여만인 1986년 발매한 31번째 스튜디오 앨범 < Aretha >의 수록곡이다. 그의 이름 ‘아레사’를 내세운 작품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프로듀서 나라다 마이클 월든을 적극적으로 기용했고, 이는 곧 생애 두 번째이자 마지막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인 ‘I knew you were waiting (for me)’를 비롯해 ‘Jimmy Lee’, ‘Rock-a-lott’을 배출하며 대중적인 성공으로 향했다.

그 행렬의 선두는 ‘Jumpin’ jack flash’였다. 롤링 스톤스가 1968년 발표한 명곡은 밴드의 멤버 키스 리처드의 주도 아래 재해석되었고 우피 골드버그가 출연한 코미디 영화 < Jumpin’ Jack Flash (위기의 암호명) >의 타이틀로 사용됐다. 록의 근원인 블루스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으로 탄생한 원곡의 뿌리는 간직한 채 코러스 세션, 기타 솔로와 어우러지는 피아노 연주 등이 더해져 경쾌해진 ‘Jumpin’ jack flash’. 아레사 프랭클린의 짙은 목소리로 만개하며 빌보드 싱글차트 21위를 기록했다. (손기호)

I knew you were waiting (for me) (With George Michael) (1986)
곡의 의의는 왬!의 조지 마이클이 아이돌 이미지에서 벗어나 음악 역량을 증명한 데 있지만, 그 성과만큼 아레사 프랭클린에게도 거대한 족적을 남긴다. 가장 큰 기록은 ‘Respect’에 이어 20년 만에 빌보드 정상에 올랐다는 점이다. 덕분에 자서전 내용은 배로 늘었을 것이다. ‘너의 의미’로 아이유의 연락을 받은 김창완이 그러했을까, 신구 조합에도 눈이 간다. 장르 직속도 아닌 까마득하게 어린 후배의 부탁에 흔쾌히 응한 그의 모습에서 멋진 선배의 미덕이 돋보인다. 올라간 조지 마이클의 위상만큼 아레사의 위용 또한 위대해진다.

소울의 여왕이란 왕좌는 넘버원을 달성하는 퀘스트를 깨면 받는 보상처럼 자동으로 오르는 자리가 아니다. 실력은 물론이거니와 대중의 음악, 말 그대로 그가 대중을 위한 음악을 불렀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에 당도한 것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노래나 부르면서 방구석 뮤지션으로 실력을 쌓아간들 그냥 노래 잘 부르는 사람에 불과할 뿐이다. 20세기를 넘어 21세기까지 아름다운 음악으로 채워준 데에 대해 팬들이 선사한 영원한 선물이자 최고의 존중이다. 누가 뭐래도 소울의 대명사는 아레사 프랭클린이다. (임동엽)


정리 : 장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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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한국 R&B/Soul 명곡 10 (2000년대)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이 도출한 한국어 랩의 가능성과 이태원 클럽 문나이트를 일대로 벌인 춤꾼들의 춤사위. 이는 나아갈 새천년의 국내 대중음악계 주류를 흑인 음악으로 맞바꾸어 놓은 초석과도 같았다. 그 후 21세기를 맞은 2000년대는 말하자면 한국이 흑인 음악에 열광, 열중하던 시기였다. 바다 건너 흑인들의 것인 줄만 알았던 ‘소울’을 한국화한 혼혈, 재미 교포 출신 가수들의 선구적인 활약과 그를 우리 정서에 맞게 녹여낸 ‘소몰이 창법’의 물결까지. 다양한 형태의 히트곡들이 줄을 이었다. 가창력의 척도가 스크리밍(Screaming) 등 록 기반의 고음에서 알앤비 특유의 정교한 기교, 꺾기로 변화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알앤비/소울은 현대의 젊은 세대에게도 익숙하다. 빌보드 차트에서 목도하듯 세계 음악 시장을 주름잡는 블랙 뮤직은 그 위세를 그칠 줄 모른다. 비대해진 힙합의 지분으로 이제는 랩과 노래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싱잉 랩이 새 시대의 창법으로 성행하기도 한다. 이쯤에서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는 시간이 지났지만, 2000년대 국내 대중음악계를 빛낸 알앤비/소울 명곡들의 보다 날 것의 감성을 들어보자. 지금의 국내 흑인 음악 트렌드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 추이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제이 – 어제처럼 (2000)
재미교포 가수 제이의 시작이 댄스였다는 사실은 지금 와서는 새삼 믿기 어렵다. 그를 기억하면 언제나 ‘어제처럼~’이 귓가에 맴돌기 때문이다. 1집의 존재감은 그만큼 미미했지만 소울로의 안정적인 노선 변경에 성공한 차기작은 그의 진가를 발휘한 튼실한 앨범이었다. ‘어제처럼’ 하나만으로도 말이다.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감성을 제공한다. 알앤비하면 흔히 기교 섞인 목소리나 짙은 감정선을 연상하곤 하지만 ‘어제처럼’은 그와 사뭇 다른 부드럽고 담백한 멜로디와 여린 목소리로 유통기한이 긴 제이만의 소울을 잉태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은 노래는 2000년도 SBS 가요대상 신인가수상 등을 석권하며 그에게 꿈같은 한 해를 선물했다.

박화요비 – 그런 일은 (2000)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처럼, 재능 있는 아티스트는 때로 놀라울 정도로 이른 때에 두각을 나타내곤 한다. 등장부터 숙성된 가창력을 자랑하며 박정현과 국내 알앤비 신을 양분한 화요비이지만 이 노래를 부를 당시 그의 나이 고작 19세. 머라이어 캐리의 발라드 ‘My all’에서 따온 앨범 제목이 만용으로 보이지 않는 진짜 ‘노래 잘하는 신인’의 출현이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를 ‘한국의 머라이어 캐리’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선명하게 들리는 숨소리의 호소력과 천부적인 완급 조절이 캐리의 그것과 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설과의 유사성을 차치하고 그가 내뿜는 소리 자체에 귀 기울여 보자. 말할 때 육성에서 알 수 있는 낮은 톤, 여기에 자연스럽게 갈라지는 허스키한 보이스가 실로 매력적이다. 성숙한 음성과 대비되는 여린 이별 가사가 더해져 더욱 가슴 아린 화요비표 알앤비 발라드.

박정현 – 꿈에 (2002)
솔리드의 김조한과 함께 국내 알앤비 보컬의 선두주자로 통하는 박정현이다. 여러 장르를 좋아하는 그는 자신을 알앤비 가수로 결정지어 결부하기를 거부하지만, 누가 뭐래도 당대 우리나라 알앤비 돌풍의 주역은 그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데뷔 이래 ‘P.S. I love you’, ‘You mean everything to me’ 등 멋진 곡을 많이 들려줬다. 하지만 ‘꿈에’만큼 강렬한 곡은 그에게도, 다른 가수에게도 찾아보기 어렵다.

당시 많은 이들에게 안긴 극적인 구성의 놀라움이 지금도 유효하다. 공일오비 정석원이 편곡한 몽롱한 국악기 소금 반주를 시작으로 ‘꿈에서 만난 옛 연인’이라는 주제 아래 기쁨과 절망, 잠에서 깬 후의 아련한 감정을 차례대로 연결 짓는 노래는 ‘스토리텔링’의 정석이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박정현은 이 대담한 서사에 더욱 높은 수준의 입체감을 조각한다. ‘보컬 올림픽’이란 말도 나왔을 정도. 약간은 부정확한 발음에서 오는 특유의 느낌과 절마다 창법을 변조해나가는 완급 조절, 막힘 따위 모르는 막강 성량이 결합하여 폭발한다. 작곡가의 상상 그 이상을 실현하는 가수의 놀라운 역량이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 – Missing you (2003)
대중에게 익숙한 국내 알앤비 명곡을 살펴보면 대부분 사랑을 주제로 한 사실상의 알앤비 ‘발라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림과 애절함에 흔들리는 이 우리 정서는 이별 등 연모의 감정에 유독 취약하다. ‘Missing you’는 그 한국적 감수성의 표본이다. 대중의 보편적 가녀림을 파고드는 섬세하고 애절한 노랫말의 주제는 이별을 넘어 ‘사별(死別)’이다.

다양성과 장수의 목적 아래 SM이 내놓은 이들의 시작은 비주얼부터 화려한 아이돌이었지만 성숙한 느낌의 곡만큼은 어른 취향 가까워 심심할지라도 긴 수명을 보냈다. 만화 속 소울메이트처럼 외형적으로도 잘 어울리는 환희와 브라이언은 이 노래에서 각각 터프한 흉성과 맑은 미성의 매끈한 조화로 모범적인 듀오의 콤비 플레이를 전시했다.

휘성 – With me (2003)
휘성은 풋내가 없는 신인이었다. 서태지, 신승훈의 상찬을 등에 업고 등장한 괴물 신예에게 1집 발라드 ‘…안 되나요…’는 공전의 히트를 안겼지만 가수는 그 이상을 넘봤다. 차기작 < It’s Real >에서 마음껏 발산한 원숙미야말로 ‘진짜 자신’을 선언한 예술가적 발로였다. 이 중심에는 지금의 휘성을 있게 한 ‘With me’가 있었다.

당시 유행하던 미디엄 템포 장르를 멋들어지게 구현했다. 전작에 비해 강해진 장르적 색채에도 리드미컬한 드럼 타격이 주도하는 어반한 분위기는 대중에 가닿기에 충분했다. 신선함을 익숙함으로 맞바꾸는 작곡가 김도훈의 완연한 멜로디 라인에 묵직한 톤으로 능란하게 박자를 타는 휘성의 자신감 넘치는 활약은 거부할 수 없는 성공 공식이었다. 음반 판매량 40만 장을 넘기는 가공할 만한 위세를 누렸다.

빅마마 – 체념 (2003)
여타 멤버의 가창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더라도 노래 잘하는 가수 한두 명만 중심을 잡아줘도 그 팀은 실력파 그룹으로 인식이 가능하다. 그런데 네 명이라면? 요즘 시쳇말로 ‘사기캐’다. YG 엔터테인먼트와 알앤비 전문 레이블 엠보트(M-Boat)의 의기투합이 발굴한 빅마마가 그렇다. 당시 가요계 립싱크 행태를 꼬집은 ‘Break away’ 뮤직비디오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의 등장은 비주얼 가수에게 응수하는 ‘가창력 그룹’의 도발적인 한 방이었다.

이영현이 홀로 작사, 작곡, 노래한 솔로곡 ‘체념’이 팀의 디스코그라피에서 가장 오랜 시간 지지를 받고 있다. 실제 이별 경험을 토대로 작사한 노랫말과 선 굵은 선율이 이영현 특유의 카랑한 고음을 타고 가슴 속에 아로새겨진다. 양현석과 엠보트 대표 박경진은 ’10년이 지나도 듣기 좋을 곡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팀을 꾸렸다던데, 이들을 한참이나 과소평가했다. 벌써 18년째 애청, 애창되고 있으니 말이다.

아소토 유니온 – Think about’ chu (2003)
짧아서 아쉽고, 그래서 더 소중한 활약이었다. 국내 흑인 음악 신의 선구자이자 보석과도 같던 팀 아소토 유니온의 빛나는 합동은 아프리카 부족 제사 의식용 북 ‘아소토’를 발췌한 그룹명처럼 원시적이고 날 것 그대로의 연주를 들려줬다. 드렁큰 타이거가 주도하던 크루 무브먼트의 밴드로서 이들이 보여준 것은 흑인 음악 원류에 관한 치밀한 탐구. 포화 상태에 있던 유사 블랙 뮤직들 사이에서 진정한 ‘검은 맛’이 무엇인지 시범이라도 보이는 것 같았다.

연주곡과 영어 곡의 큰 비중 속 ‘Think about’ chu’의 우리말 가사가 빛난다. 짙은 호흡을 섞어 허스키한 톤을 구사하는 김반장의 보컬이 소울 본연의 필(Feel)을 적극 구현하면서도 그 중심에 또렷이 생동하는 노랫말은 소울과 한국어의 반가운 악수를 보는 듯하다. 귀에 착 감기는 베이스 그루브와 서정성을 가미한 전자피아노의 끈적거림을 매끈하게 마감질한 사운드는 리마스터의 필요성에 반기를 든다. 2003년도 우리나라에 이런 노래가 나왔다.

나얼 – 귀로 (2005)
브라운 아이즈로 점화한 미디엄 템포 붐과 브라운 아이드 소울로 완성한 갈색 하모니의 정수. 결과물로 보여준 영향력도 지대하지만 이렇게 한 장르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여준 아티스트가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오랜 시간 같은 우물을 파는 뚝심이야말로 나얼이 국내 알앤비/소울의 대명사가 된 원동력이다. 2005년 발매한 < Back To The Soul Flight >는 옛 명곡을 소울로 재해석한 소울에 바치는 그의 러브레터였다.

중독적이다 못해 최면적인 도입부 피아노 반주에 기절하고 나면 소울 도인(道人)의 경지를 탐하는 나얼의 목소리가 들린다. 눈물을 머금은 듯 애잔하고, 탁월한 공명감의 두성이 아름답다. 흉내 의지를 꺾는 화려한 애드리브를 정밀하게 스케치해낼 때면 이게 우리나라 가수가 맞나 싶다. 심지어 이는 1989년 박선주의 원곡을 여자 키 그대로 부른 것이다. 나얼은 독보적인 노래꾼이다.

BMK – 꽃피는 봄이 오면 (2005)
제임스 브라운, 아레사 프랭클린 등 1960년대 소울 거장들의 육성을 들어보자. 원시의 소울은 흑인의 민권 회복과 자긍심 표출을 위한 분출구와 같았으며 이들의 보컬은 필히 웅변적인 힘, 우렁찬 스태미너를 특징으로 한다. BMK의 스피커가 터질 듯 묵직하고 강력한 목소리와 비교해보자. 그들처럼 차별에 대한 격노나 한을 노래하지는 않아도, 무자비한 성량만큼은 그것의 전형과 쏙 빼닮았다. 과연 ‘소울 국모’다.

‘꽃피는 봄이 오면’의 절절함도 여기서 온다. 산뜻한 봄날 옛 연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사무쳐버린 감정의 파고를 노래하는 이 곡은 간주도 없이 빽빽하게 채운 보컬이 굵직한 멜로디를 뽑아내고 이내 극단의 감정을 토해내는 후렴부로 치닫는다. ‘찰나 같아 찬란했던 그 봄날’처럼 이별의 심정을 지독하리만치 아름답게 대변하는 노랫말은 또 어떠한가. 우리가 알고 있던 봄의 계절감을 잊게 할 만큼 애틋하다. 소개한 다른 가수들에 비해 히트곡이 많지 않은 그이지만, ‘꽃피는 봄이 오면’ 하나만으로 계절만 되면 소환되는 스테디셀러의 주인공이 됐다.

윤미래 – What’s up! Mr. good stuff (2007)
전략은 중도, 무기는 실력. 윤미래는 날고 기는 신의 강자들 사이에서 잔학한 쌍칼 검법의 가능성을 창출한 독보적인 멀티 플레이어다. 대중과 장르 애호가를 모두 사로잡기 위한 랩, 노래의 현란한 휘날림과 속속 발매한 발라드 히트 넘버들로 양 분야 모두의 정상급 인정을 확보한 그였다. 그러한 완벽에 가까운 이도류의 특성을 압축하고 블랙 뮤직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위상을 철저하게 굳힌 작품이 < t 3 Yoonmirae >다.

수록곡 ‘What’s up! Mr. good stuff’는 리얼하다. 인트로의 거친 드럼에서 예고하듯 호쾌한 펑크(Funk) 그 팔딱거리는 참맛을 별다른 효과 없이 기타, 브라스 등 화끈한 세션의 합연만으로 전달한다. 역동적인 박수 소리와 브릿지 내레이션은 입체감 이상의 현장감을 부른다. 자유롭게 그루브를 타고 흐르는 윤미래의 보컬을 따라 춤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2008년 한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 노래 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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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MZ세대의 음악 레전드 특집

음악은 저항 정신을 표현하는 매개체이자 자유를 실현하는 수단이다. 수십 통용되던 젊음의 코드가 낯설기만 MZ세대는 무엇이 당대 젊은이들을 열광하게 했는지, 기성세대에게서 간간이 들었던 ‘영광의 시절’의 주역에는 누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귀가 가는 밴드가 있다. 강렬한 밴드 사운드,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힙합과 아이돌 음악에 익숙한 이들에게 록과의 접점을 마련할 가능성을 제공한다. 스타들인 포스트 말론(Post Malone) 다베이비(DaBaby) 공히 노래한 곡이 스타.

이 리스트는 1950년대 태동한 이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록 음악에 주목한다. 달라진 환경과 흘러간 시간만큼 록과 멀어진 현세대에게도 시대를 막론하고 통하는 록 밴드에는 누가 있는지, 지금 젊음의 시선에서 ‘그래도 이 밴드만은 챙겨야 한다’고 공감할 수 있는 레전드 10팀을 선정했다.

핑크 플로이드 (Pink Floyd)
핑크 플로이드가 1973년 발표한 < The Dark Side of The Moon >이 위대한 앨범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주변에 록 음악을 좀 듣는다고 하는 광(狂)들의 추천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 때문. 찬사와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이 거룩한 밴드는 실험적 요소들을 음악에 대거 투입해 곡의 구성과 연주 방식의 범위를 넓혔다.

실제로 이들 음악은 기존의 일반적인 록과 달리 웅장한 사운드를 제공한다. 장엄한 아방가르드 록 사운드가 주는 장대한 분위기의 핑크 플로이드 음악은 청취를 거듭할수록 다채로운 감상이 가능하다. 유행하는 대중음악보다 진중하고 진취적인 체험을 원한다면 핑크 플로이드가 그 음악의 스펙트럼을 확장해줄 것이다. 특히 대표곡 ‘Comfortably numb’ 속 심금을 울리는 데이비드 길모어의 기타 솔로는 록연주가 선사할 수 있는 감동의 극치다.
추천곡:’Us and them’, ‘Wish you were here’, ‘Another brick in the wall, pt.2’, ‘Comfortably numb’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
레드 제플린은 MZ세대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록 밴드의 형상을 지녔다. 긴 머리카락과 타이트한 바지, 그리고 단추를 풀어 헤친 화려한 셔츠를 입은 패션은 젊은 세대가 가장 먼저 형상화하는 록 밴드 이미지의 전형이다. 높은 음역대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로버트 플랜트의 록 보컬 스타일, 기타리스트들의 영원한 로망인 지미 페이지의 연주도 역시 마찬가지다.

레드 제플린은 밴드 구성원 모두가 해당 포지션에서 전설적인 위치를 점하며 8개의 앨범 을 발매했다. 헤비메탈, 블루스, 사이키델릭, 레게 그리고 월드뮤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내재한 그들의 유산은 록 음악의 교본으로서 회자된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록 밴드의 최고 명곡에 대한 의견은 저마다 분분하지만 밀도 높은 커리어 속 굳이 하나를 택한다면 ‘Rock and roll’에 표를 던지고 싶다. 대단한 연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제목이 나타내듯 레드 제플린이 로큰롤 그 자체이기 때문.
추천곡:’Heartbreaker’, ‘Rock and roll’, ‘D’yer mak’er’, ‘Fool in the rain’

벨벳 언더그라운드 (The Velvet Underground)
현대 미술의 거장이자 숱한 명작들을 남긴 팝 아티스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은 현재까지도 위용을 떨치고 있다. 당대 뉴욕 문화의 상징이었던 그는 비단 시각주의 예술뿐만 아니라 음악 분야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는데 우리에게 친숙한 흰 배경에 덩그러니 놓인 큰 바나나 하나와 ‘Sunday morning’, ‘Femme fatale’ 등으로 잘 알려진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1집 커버가 바로 그의 작품이다.

외부의 입김과는 별개로 이 앨범에 담아낸 루 리드와 존 케일의 천재성은 새바람을 몰고 왔다. 전위적 성격의 사운드를 강조하며 당시 만연하던 히피즘에 대적하는 도발적인 주제를 다뤘던 이들의 음악은 가까운 미래 펑크(Punk) 록과 뉴 웨이브 음악에 막대한 영향력을 선사했고 나아가 얼터너티브 록의 기원으로도 여겨진다. 활동 당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벨벳 언더그라운드가 실현한 단순하고 아름다운 록은 뉴욕 언더그라운드 신의 활로를 개척했다. 따라 하기 쉽고 매력적이다. 출시된 지 수십년이 지난 후에도 그들 음악이 유독 세련되게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추천곡:’I’m waiting for the man’, ‘Ride into the sun’, ‘Sweet Jane’, ‘Who loves the sun’

에이씨디씨 (AC/DC)
일관적으로 추구한 8비트 로큰롤에 타협이란 없었다. 한결같이 직진한 쓰리 코드의 포효는 전 세계 록 시장을 강타하며 약 5,000만 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한 하드 록 최고의 걸작 < Back In Black >을 배출해낸다. 최근엔 마블 영화 < 아이언맨 > 시리즈와의 인연으로 더 친숙하다. 극 중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화려한 등장 신에 어김없이 이들의 음악이 흐르는데 스크린을 뚫고 뿜어져 나오는 맹렬한 에너지까지도 모두 8비트 로큰롤이다.

때로는 단순한 게 귀에 맴돈다. 심장이 먼저 반응하는 8비트 드럼 위 얹어지는 강렬한 리프, 그리고 폭발하는 고속 질주까지, 스트레스를 날리기엔 이만 한 게 없다. 복잡한 머릿속을 말끔히 정리해주는 에이씨디씨의 음악은 아마 지금을 살아가는 MZ세대들에게 일종의 진통제가 될 것이다.
추천곡:’T.N.T’, ‘Whole lotta Rosie’, ‘Highway to hell’, ‘You shook me all night long’

레너드 스키너드 (Lynyrd Skynyrd)
발음하기 어려운 밴드다. 레너드 스키너드는 멤버들의 학창 시절 고등학교 교사 이름을 익살스럽게 변형해 그룹명으로 삼았다. 올맨 브라더스와 미국 남부 블루스, 컨트리의 융합인 서던 록(Southern rock) 시장을 양분하다시피 해온 그들은 1970년대 3대 록 클래식으로 꼽히는 ‘Free bird’를 비롯해 ‘Tuesday’s gone’, ‘Simple man’ 등을 수록한 1집 외에도 수많은 록 고전들을 쏟아냈다.

리드 기타리스트가 셋이나 되는 레너드 스키너드의 풍성한 사운드는 미국 남부를 떠올리게 한다. 개러지와 블루스, 그리고 하드 록을 결합한 토속적인 질감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앨라배마를 달콤한 내음이 가득한 고향으로 둔갑시킨다. 1977년 갑작스러운 비행기 사고로 3명의 멤버를 잃기 전까지 그들은 서던 록의 대표 주자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광대한 하모니를 그려냈던 대가들의 애달픈 결말은 먹먹한 그리움을 남긴다.
추천곡:’Free bird’, ‘Tuesday’s gone’, ‘Give me three steps’, ‘Sweet home Alabama’

클래시 (The Clash)
얼마 전 개봉한 디즈니 영화 < 크루엘라 > 사운드트랙에 클래시의 대표곡 ‘Should I stay or should I go’가 포함되었다. 펑크(Punk) 록의 원조 격인 그들은 작품 속 배경과 마찬가지로 1970년대 런던 젊은이들을 대변했다. 당시 갖은 사회 문제들로 혼란스러운 형국에 직면한 영국의 심장부에서 섹스 피스톨즈의 불꽃을 이어받은 이 4인조는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응축된 분노를 눌러 담은 노랫말이 곧 시위 문구가 되어 거리에 울려 퍼졌고, 그들이 고취시킨 저항 정신은 후배 펑크 뮤지션들의 귀감이 되었다.

메시지 측면에서 혁명과 노동 계급에 집중한 동시에 음악적, 장르적 모험도 서슴지 않았다. 스카, 레게의 요소를 접목한 곡들은 클래시의 새로운 면모를 부각하면서 쓰리 코드의 단순함 아니면 소음으로 치부된 펑크 록에 고(高) 퀄리티를 부여했다. 기억해야 할 클래시의 본질은 < London Calling > 앨범 표지 속 베이시스트 폴 사이모넌이 기타를 내리꽂는 모습으로 단번에 압축된다. 그들이 보여준 용기와 투쟁 정신은 모든 게 위축된 MZ세대에게 진정 록 스피릿이 무엇인지 일깨워줄 것이다.
추천곡:’White riot’, ‘I’m so bored with the U.S.A’, ‘London calling’, ‘Rock the casbah’

토킹 헤즈 (Talking Heads)
‘혁신’이라는 키워드는 현재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덕목이다. 토킹 헤즈가 구축한 혁신적인 음악 세계는 창의성과 독창성을 갈망하는 MZ세대의 니즈와 맞닿아 있다. 뉴욕의 CBGB 클럽에서 라몬즈(Ramones)의 오프닝 공연을 맡으며 커리어를 시작한 그들은 1977년 데뷔작 < Talking Heads’77 >로 지적 매력을 한껏 드러내며 단숨에 참신한 그룹으로 발돋움한다. 이후 브라이언 이노가 프로듀서로 가세하면서 최상의 시너지를 발휘해 미국 뉴 웨이브 신의 수작을 연이어 발표하며 주가를 올렸다.

독특한 음악관과 더불어 토킹 헤즈가 대중의 뇌리에 깊게 각인된 까닭은 프론트 맨 제임스 번의 지분이 압도적이다. 훤칠한 키와 번듯한 외모도 한 몫 했지만 무엇보다 무대 위에서 펼치는 기행에 가까운 라이브 퍼포먼스가 주된 요인이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격렬한 춤사위는 그들 음악의 일부이자 상징이 된 지 오래. 그가 보여준 쇼맨십도, 딴 프론트맨에 비해 다소 엉성한 가창법을 구사하는 것도 다 신선하다. 매직 밴드!
추천곡:’Psycho killer’, ‘Life during wartime’, ‘Once in a lifetime’, ‘Road to nowhere’

표준화된 록의 시대에 폴리스는 영국 뉴 웨이브 신과 함께 화려하게 등장했다. 펑크 록에서 곧장 장르를 확대하여 레게, 재즈 등을 뒤섞은 사운드를 건설했고 매 앨범 선보인 변신술은 정체된 시장에 반향을 일으키며 미 대륙까지 뻗어갔다. 이러한 ‘뉴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주역에는 이미 우리에게 관능적인 영국식 발음과 함께 대표곡 ‘Englishman in New York’, ‘Shape of my heart’ 하면 바로 떠오르는 가수 스팅(Sting)이 있다.

밴드 시절 스팅의 모습은 솔로 시절과는 상반된 반전 매력을 엿볼 수 있다. 그는 기타리스트 앤디 서머스, 드러머 스튜어트 코플랜드와 완벽한 합을 이루며 짧은 활동 기간 발매한 5장의 스튜디오 앨범을 선구적인 프로젝트로 만들어냈다. 작품성과 상업성을 모두 득한 주요인은 삼각 편대의 팽팽한 균형이다. 감미로운 보컬, 파워풀한 드럼과 어우러지는 앤디 서머스 특유의 ‘쫀득한’ 기타 리프는 매번 놀라움을 안겨준다.
추천곡 : ‘Can’t stand losing you’, ‘Message in a bottle’, ‘Every little thing she does is magic’, ‘Every breath you take’

뉴 오더 (New Order)
클럽 음악의 형태는 현재 힙합과 EDM으로 정형화되었지만 1980년대 영국 클럽 신에 울려 퍼진 음악은 지금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일렉트로닉 록 요소와 신스팝을 가미한 뉴 웨이브 음악들이 맨체스터를 기반으로 흘러나왔고 그 중심에는 비극을 정면으로 돌파한 뉴 오더의 신화가 있었다.

조이 디비전의 그늘에서 출발한 뉴 오더는 전신 멤버 버나드 섬너, 피터 훅, 스티븐 모리슨을 주축으로 재결성했다. 댄서블한 록 사운드를 정직한 배열 아래 흡인력 있는 멜로디로 구사한 감각적인 문법으로 그들은 서서히 조이 디비전의 잔향을 지워갔고 훗날 ‘록+댄스’의 미친 맨체스터, 이른바 매드체스터라는 새로운 음악 형태의 근원이 된다. 물론 이 드라마틱한 서사는 멤버들의 역량이 탁월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중 단연 최고는 ‘인간 메트로놈’ 드러머 스티븐 모리슨. 자유자재로 리듬을 잘게 쪼개고 붙이는 그의 시그니처 연주는 언제 들어도 일품이다.
추천곡:’Age of consent’, ‘Love vigilantes’, ‘Bizarre love triangle’, ‘Round & round’

큐어 (The Cure)
큐어는 1970년대 말 태동한 고딕 록이라는 하위문화를 대표했다. 고스 족의 특징인 창백한 피부, 두꺼운 아이라인, 그리고 새빨간 립스틱을 바른 기괴한 화장법을 선보인 채 내면의 분노를 음울한 감성으로 담아 표출한 로버트 스미스는 고딕 록의 효시가 된 조이 디비전의 뒤를 이었다. 결성 초기 발매한 고딕 3부작을 대표적으로 작품들 속엔 사회의 어두운 측면과 허무주의가 만연하게 드러난다. 현재까지도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고딕 문화에 입문하기에 제격이다.

큐어는 꾸준함과 장수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데뷔 이래 다양한 장르에 일가견을 보이며 고딕 록, 얼터너티브 록 이외에 주류 팝 분야까지도 좋은 성적표를 거두었다. 로버트 스미스의 음산한 무드와 전형적인 기타 팝 감각이 의외의 시너지를 발휘한 것. 지금까지 대중에게 유명세를 치른 곡들도 이와 결을 같이 한다. 울분을 토하는 보컬과 서정적인 멜로디가 교차하는 아이러니의 매력, 이게 큐어다.
추천곡:’Cold’, ‘Just like heaven’, ‘In between days’,’Friday I’m in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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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매거진의 가치를 돌아보다, the Issue : 시대를 관통하는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Magazine Collection

매거진 시장은 디지털화의 피해를 고스란히 안았다.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시대 종이 매체의 쇠퇴는 당연한 절차였고 전통을 자랑하던 유명 매거진들의 폐간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반면 요즘은 얘기가 다르다. 무분별한 정보들을 쏟아내는 온라인 미디어에 피로를 느낀 나머지 독자들은 매거진과 같은 에디터의 전문성이 담겨있는 콘텐츠를 원한다. 게다가 최근 트렌드와 맞닿은 종이 매체라는 아날로그 감성과 직접 수집하는 재미까지, 매거진 시장에 다시 한번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카드는 이와 같은 시대적 흐름을 예견이라도 한 듯 만반의 준비를 기울여 왔다. 201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를 돌며 비용과 노력을 집중한 결과 9,000권에 달하는 11종 매거진의 발행본 전체를 수집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이태원에 위치한 현대카드 스토리지(Storage)에서는 매거진 전권 콜렉션을 주제로 한 전시가 진행 중이다. ‘the Issue: 시대를 관통하는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Magazine Collection 展’은 < 라이프 >, < 플레이보이 >, < 내셔널 지오그래픽 >, < 롤링스톤 >, < 도무스 >를 소재로 대중성과 역사적 가치를 지닌 각 영역 최고 권위의 5개 매거진을 전시에 담았다.

전시장 입구에 자리한 대형 연표에는 5개 매거진 콜렉션의 연대기와 1930년대를 시작점으로 세계사에 기록된 주요 사건들이 펼쳐져 있다. 각 사건과 해당 매거진의 연관 관계를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이다.

포토 저널리즘 시대를 이끌었던 < 라이프 > 섹션은 반가움이 앞섰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를 비롯해 리더로 대표되는 인물들의 과거 모습과 제 2차 세계대전 종전을 상징하는 수병과 간호사의 키스 사진같은 익숙한 장면들도 마주했다. 보도사진 분야에서 선구적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운동, 흑인 인권, 우주개발, 그리고 ‘이 시국’에 어울리는 바이러스 분야까지 다뤘던 < 라이프 >의 기록들은 붉은 로고의 상징성이 여전히 숨 쉬고 있는 듯했다.

< 플레이보이 >는 여성을 상품화한다는 비판과 가족주의에 저항한 성 해방을 이끌었다는 대립한 의견들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 플레이보이 >는 단순한 성인 잡지와는 거리가 멀다. 미국의 시대상과 엔터테인먼트, 디자인 분야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선사했던 사실은 상대적으로 간과됐다. ‘Playboy Club’은 매거진으로부터 투사된 판타지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1960년대 유흥 문화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그 외에도 ‘일러스트레이션 해방 운동’을 주도했던 도전적인 태도와 데이비드 보위, 살바도르 달리와 같은 예술계 저명인사들을 다룬 인터뷰는 격조 높은 매거진의 현장을 목격할 수 있는 지점이다.

지금은 어패럴과 다큐멘터리 채널로 더 친숙한 < 내셔널 지오그래픽 >의 노란 테두리는 변화를 거듭했다. 본래 학술지의 성격으로 시작했던 < 내셔널 지오그래픽 >이 교양지 이상의 것으로 성장하게 된 흔적은 커버의 변천사를 통해 전시되었다.

입장 전부터 제일 관심을 끈 건 단연 < 롤링 스톤 >이다. < 롤링 스톤 >은 대중음악 매거진으로는 최고의 명성을 얻고 있으며 사회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매체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반문화를 표명한 음악적 현상을 생생히 기록했던 콜렉션과 빈번히 커버 샷을 장식했던 존 레논의 추억을 되짚어 본 후 전시장 가운데 마련된 청음 존에서 그 유명한 < 롤링 스톤 > 선정 명반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바이닐 앤 플라스틱처럼 레코드판의 가치와 음악 큐레이션 작업을 끊임없이 시행해온 현대카드의 특색이 드러난 구성이었다.

건축과 디자인 산업에서 국제적 트렌드를 주도하는 월간지< 도무스 >는 마지막 매거진이다. 창간 100주년을 앞두고 도입한 편집 전략 ‘10x10x10’을 통해 매년 세계적인 건축가를 편집장으로 선임하는 등 신선한 도약을 앞두고 있었다.

전시장 계단을 내려가다 보이는 2층 높이의 대형 서가 존에는 매거진들이 빼곡히 진열되어있다. 실로 압도되는 광경이다. 가볍게 한두 개 정도를 소장하는 것과 완전한 수집을 이뤄낸 것은 단순한 개수 차이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특히나 희소성과 오랜 역사를 지닌 5개 매거진 전권 콜렉션이라면 더욱 가치는 특별해진다. 낱권이라는 단편의 조각을 차곡히 쌓은 결과 마침내 역사의 흐름은 연결 지어졌다. 문화에 진심이었던 현대카드가 방대한 아카이브와 함께 또 한번 진심이라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김성욱)

사진제공 = 현대카드

  1. 라이프 (Life)

    보도사진의 선구자 < 라이프 > 지는 영화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로 대중에게 친숙하다. 1936년 헨리 루스가 이 잡지를 창간하며 “삶을 그리고 세상을 보자. 엄청난 일들의 증인이 되자”라고 선언했던 것에 따라 비틀즈, 아인슈타인, 루즈벨트 대통령, 흑인 인권 운동, 제2차 세계대전 등 인류의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기록했다. 1940~1960년 전성기를 누리던 잡지는 2007년에 완전히 폐간되었지만 이들이 남긴 사진은 여전히 그 순간들을 생생히 증언하고 반추한다.


  2. 플레이보이(Playboy)

    < 플레이보이 > 지라고 하면 바니걸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1953년 휴 헤프너의 창간 이래 양질의 콘텐츠를 선보여온 댄디한 남성을 위한 종합매거진이다. 1975년에는 560만 부를 기록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으나 플랫폼의 확대로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누드 사진을 게재하지 않는 등 다양한 타개책을 모색했다. 하지만 여전히 저조한 판매량으로 인해 2017년에는 계간지로 전환했으며 2018년에는 인쇄판 폐지까지 검토했다. 2020년까지 명맥을 이어온 잡지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콘텐츠 생산과 공급체계가 무너지면서 다시 한번 위기를 맞고 휴식에 들어갔다.


  3. 롤링스톤(Rolling Stone)

    1967년 창간한 음악 전문지 < 롤링스톤 >은 정치, 사회 등 시대상을 함께 담으며 세계적인 잡지로 발돋움했다. 1980년대 들어서 연예 쪽으로 완전히 노선을 틀기도 했으나 1990년대 말 정치 콘텐츠를 되살리면서 독자들의 호응과 판매부수 증가로 다시 호황을 맞았다. 또한 젊은 저널리스트 마이클 해스팅스와 맷 타이비 등의 활동으로 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종이 잡지가 사라져가는 2000년대에도 그 위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이 전원 아시아인 그룹 최초로 미국판 커버를 장식했고 한국판 창간으로 우리나라가 < 롤링스톤 >의 12번째 국가가 되었다.


  4. 내셔널 지오그래픽(The Nation Geographic)

    < 내셔널 지오그래픽 > 지는 1888년 전미 지리 협회에 의해 지리학 학술지로서 창간되었다. 2대 협회장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부터 대중적인 과학 교양 잡지로 방향을 전환했고 단순 텍스트 출판물이 아닌 방대한 그림까지 담기 시작했다. 특히 1985년 아프가니스탄 소녀 샤 바트 굴라의 사진은 잡지에서 가장 유명한 표지다. 지금까지 1,536호를 발행한 잡지는 생생한 사진과 기록을 전할 뿐만 아니라 환경 보전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하며 그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5. 도무스 (Domus)

    1928년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지오 폰티가 창간한 < 도무스 > 지는 이탈리아어로 집이라는 뜻을가지고 있다. 이탈리아 예술을 중심으로 시작한 잡지는 일상의 소소한 것부터 문화 전반의 질적 향상까지 주도했다. 잠시 자리를 비우기도 했지만 1979년 사망까지 편집장 자리를 지킨 지오 폰티 이후에는 저명한 디자이너들이 이끌며 포스트 모더니즘, 네오 아방가르드 등의 담론을 펼쳤다. 현재 ‘10x10x10’ 프로젝트로 2028년 다가올 창간 100주년을 기념하며 매년 세계적인 건축가 1명을 편집장으로 선임하고 있다. (정수민)

정리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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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무더위, 케이팝 10곡으로 여름 나기

올 여름에도 여행은 힘들 것 같다. 학생이건 회사원이건 꿀 같은 여름방학과 휴가를 이용해 잠시나마 무더위를 피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한다.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들의 일상에서 여행을 빼앗아갔고 이번 여름도 어김없이 방구석 에어컨에 의지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래도 여름이 왔다는 것을 온몸으로 실감하게 해줄 가장 쉬운 방법이 하나 있다. 매년 여름 태양의 뜨거운 열기를 시원하게 녹여주었던 아이돌의 신나는 여름 노래에 그대로 몸을 맡기는 것. 이들의 청량한 사운드로 우리들의 마음만큼은 시원한 해변으로, 휴양지 야자수 밑으로 단번에 보내줄 수 있다.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꿈같은 여름날의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이번 여름, 우리들의 심적 휴양을 책임져 줄 아이돌 가수들의 대표 여름 노래 10곡을 선정했다.

에프엑스 ‘Hot summer’ (2011)

에프엑스의 여름은 뻔하게 한가로운 휴양지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교실, 사무실, 방구석에서 갇혀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며 뜨거운 여름 그 자체를 노래한다. 수십 번 반복되는 가사 ‘Hot summer’는 듣는 이에게 시원함을 선사해 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듯 이열치열의 에너지로 무더위에 정면으로 맞선다. 보통의 여름 노래는 청량한 사운드의 시원함을 느끼기 위해 듣는다면 ‘Hot summer’는 견디기 힘든 폭염 탓에 정신이 살짝 혼미한 상태에서 듣기 제격이다.

‘Hot summer’의 매력 포인트는 10년이 지나도 그 뜻을 제대로 알 수 없는 가사에 있다. 특히 ‘땀 흘리는 외국인은 길을 알려주자 / 너무 더우면 까만 긴 옷 입자’라는 구절은 당시 가사의 논란이 발생했을 정도로 큰 혼란을 야기했다. 결과적으로는 알쏭달쏭한 가사가 귓가에 자꾸만 맴도는 중독성을 만들며 유일무이한 시즌송을 만드는데 한몫 했다. 십 년이 지났음에도 무더위에 미쳐버린 여름의 순간들을 이보다 화끈하게 표현한 아이돌 여름 노래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씨스타 ‘Loving u’ (2012)

쿨 이후로 등장한 2010년대 여름의 절대강자. 수 년에 걸쳐 한 계절을 점령해 버린 아이돌은 씨스타가 최초였다. 다른 걸그룹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건강미와 섹시함, 그리고 메인보컬 효린의 시원한 가창력으로 탄생한 이들의 여름 노래는 계절을 청각화 하는데 탁월했다. ‘Loving u’로 시작된 씨스타의 썸머송 연대기는 ‘Touch my body’, ‘Shake it’로 정점의 궤도에 올라서며 해체하는 순간까지 여름의 왕좌를 누구에게도 내주지 않았다.

씨스타와 여름의 상성을 본격적으로 보여준 ‘Loving u’는 사랑에 빠진 풋풋한 감정을 짧지만 낭만적인 여름의 순간으로 표현한다. 직접적으로 여름을 연상시키는 단어 없이 소유의 살랑거리는 목소리와 탄산 음료 같은 효린의 고음, 도입부부터 바다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브라스 사운드의 설렘만으로 완벽하게 만들어진 썸머송! 해체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름만 되면 여전히 씨스타의 노래를 찾게 될 정도로 이들의 존재감은 강력했다.

샤이니 ‘View’ (2015)

샤이니의 상징색 펄 아쿠아 그린으로 수놓은 여름의 뷰. 뜨겁게 정열적이지도, 특별하게 시원하지도 않은 이들의 여름 노래에는 은은한 청량감이 감돈다. 당시로서는 케이팝에서 생소했던 딥 하우스 장르로 간결함을 추구하며 신나고 경쾌해야 한다는 여름 노래만의 고정관념을 깨부순다.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은 곡의 구성은 자칫 심심함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공감각의 축제를 그린 종현의 언어유희, 감각적인 선율과 공간감을 채우는 멤버들의 보컬로 샤이니만의 개성이 담긴 여름 노래를 완성했다.

‘View’의 뮤직비디오에는 청춘들이 생각하는 낭만적인 여름 향기가 모조리 담겨 있다. 칠(Chill)한 여름의 푸른빛 색감,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스트리트 올드스쿨 패션, 휴양지에서 친구들과 만끽하는 풀 파티까지. 이들의 청춘 로드 무비는 사운드에 몽환적으로 스며들어 물속에서 숨 쉬며 헤엄치듯 환상 속에 들어온 느낌을 준다. 수많은 여름 노래들이 있지만 ‘View’가 가장 세련된 아이돌 여름 노래이자 샤이니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이유.

태연 ‘Why’ (2016)
태연에게는 사계절을 대표하는 곡이 하나씩 있다. 봄의 ‘사계’, 가을의 ’11:11’, 겨울의 ‘This Christmas’, 그리고 여름의 ‘Why’. 통쾌함이 감도는 시원시원한 가창력과 청량한 트로피컬 리듬으로 표현한 ‘Why’의 여름은 불쾌지수 높은 계절의 스트레스를 단숨에 날려준다. 국내에서 트로피컬 장르가 유행하기 이전에 발매된 탓에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후발주자들이 등장함에 따라 완성도 높은 여름 노래로서 평가 측면의 역주행이 예상된다.

‘Why’는 서사를 투영한 여름 노래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단순히 상쾌한 여름날의 휴가를 노래한 곡이 아니다. 도입부의 차분한 어쿠스틱 선율에서 후렴의 청량한 비트로 전환하는 구성은 갑갑한 현실을 벗어나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그린다. 이때 ‘Why’라고 끝없이 반문하는 태연의 목소리는 일상 탈출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지금 당장 떠나도 좋다는 용기를 심어준다. 올여름도 어디든 멀리 떠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렘을 부풀게 하는 노래.

여자친구 ‘너 그리고 나’ (2016)

학교를 졸업한 소녀들이 처음으로 맞은 자유분방한 여름. ‘유리구슬’,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로 이어져 온 ‘파워 청순’ 콘셉트의 연장선에 있는 곡이지만 강렬한 록 사운드와 박력 있는 기타 연주로 도로 위를 질주하는 듯한 시원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멤버들의 티 없이 맑고 담백한 음색은 순수한 사랑을 표현한 가사에 청량한 여름의 향기를 한 스푼 더해준다.

뮤직비디오 속 멤버들은 학교를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며 풀 빌라로 여행을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 장면들과 서정성을 갖춘 여름 노래의 만남은 익숙했던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는 여름 방학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 약간의 긴장 그리고 나비처럼 날아오르고 싶은 설렘이 함께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계절. ‘너 그리고 나’에 깃든 시원한 에너지는 수줍은 소년소녀가 이번 여름에 앞을 향해 힘껏 내달릴 수 있는 동력을 실어준다.

레드벨벳 ‘빨간 맛’ (2017)

2017년 이후 여름 노래의 ‘국룰’은 ‘빨간 맛’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름만 되면 TV 프로그램에서는 ‘빨간 맛’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오고 1020 세대에게는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여름 노래일 정도로 상징성이 짙다. 레드벨벳은 씨스타 이후 계보가 끊겼던 썸머퀸의 바통을 이어 받으며 ‘빨간 맛’을 시작으로 ‘Power up’, ‘음파음파’까지 여름과 떼어놓을 수 없는 그룹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빨간 맛’이 그린 여름의 기승전결은 완벽하다. 야자수 아래 달콤한 과일 주스를 마시며 뛰어노는 한낮부터 금세 노을이 진 해변의 저녁까지. 빠른 후렴구부터 느린 템포로 여운을 주는 엔딩의 구성은 어느 여름날의 하루를 다채로운 맛으로 담는다. 여름의 질감을 가진 통통 튀는 가사로 표현한 시원하고 짜릿한 음악은 그 해 여름을 상큼하게 보내기 위해 꼭 들어야만 하는 당위성을 가진다. 누군가 여름이 어떤 맛이냐고 묻는다면? 이제는 ‘빨간 맛’이라고 답할 것이다. 제목과 함께 흘러나오는 멜로디만으로 여름이라는 계절을 설명하기 충분한 강력한 썸머송!

위너 ‘Island’ (2017)

여름 노래의 진가는 당장의 뙤약볕 밑에서 들어도 눈앞에 하와이 해변에서 휴양을 만끽하는 장면을 그려줄 때 나타난다. 위너의 청량함을 대표하는 ‘Island’는 시원한 트로피컬 하우스 리듬으로 듣는 이들의 방구석 휴양지 여행을 가능케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진 지금, 이보다 여행을 꿈꾸는 자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곡이 또 있을까.

‘Really really’부터 위너와 떼어놓을 수 없는 조합이 된 트로피컬 장르는 ‘비행기 모드’, ‘무인도’, ‘보물섬’과 같은 여행을 떠올리게 하는 가사와 함께 여름 휴가에 대한 욕구를 자극한다. 쉴 새 없이 부딪히는 플럭 사운드는 내적 댄스와 함께 흥을 유도하며 강승윤의 여유로운 보컬과 이승훈의 자유로운 래핑은 트로피컬 분위기에 한껏 취하게 한다. ‘Island’와 함께 도로 위를 드라이브하는 것만으로 휴양지에서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만끽할 수 있다.

트와이스 ‘Dance the night away’ (2018)

트와이스의 상큼함과 청량한 썸머송의 멜로디는 실패할 수 없는 조합이다. 한 여름밤 해변가에서 신나게 댄스 축제를 벌이는 모습으로 담은 트와이스의 여름은 밝은 에너지가 넘친다. 휴양지의 에스닉한 의상, 맨발로 모래사장을 자유롭게 뛰어노는 듯한 역동적인 안무, 멤버들의 맑고 시원한 보컬로 초대하는 여름 파티의 현장!

흥겨운 브라스 사운드가 이끄는 후렴구의 단순한 반복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어야 한다는 여름 노래의 공식을 따르며 강한 중독성을 유발한다. ‘바다야 우리와 같이 놀아 / 바람아 너도 이쪽으로 와’처럼 자연의 요소를 품은 휘성의 독특한 노랫말도 곡의 흥행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8년 여름을 접수했던 ‘Dance the night away’는 여름마다 차트 역주행으로 소환되며 매년 어김없이 더위가 찾아왔음을 알린다.

세븐틴 ‘어쩌나’ (2018)

2세대 보이그룹을 대표하는 ‘청량돌’이 샤이니라면 3세대에는 세븐틴이 있다. 시원한 여름 분위기의 노래를 소화할 때 가장 자연스러운 이들은 여름에 빼놓을 수 없는 그룹이다. ‘어쩌나’는 데뷔 초 ‘아낀다’, ‘만세’, ‘예쁘다’로 이어져 온 세븐틴의 청량 콘셉트를 이어가며 무더위를 산뜻하게 녹여주었던 썸머송이다. 이전의 곡들은 소년미를 부각하는데 집중했지만 ‘어쩌나’는 여름이라는 계절에 좀 더 초점을 맞추었다.

부드러운 스윙 리듬과 신시사이저로 차분하게 여름의 분위기를 담았음에도 세븐틴의 유쾌한 에너지는 그대로 다. 13명이라는 다인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현란한 안무, 뮤지컬 같은 다채로운 구성의 음악,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는 풋풋한 감성에는 듣는 이를 기분 좋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가사 속 ‘찌더움이 없는 Summer’를 맞이하게 해 줄, 선선한 공기를 품은 파스텔 톤의 노래.

오마이걸 ‘Dolphin’ (2020)

발매 시기는 봄이지만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켠 것은 여름이었다. 앨범 수록곡에 불과했던 ‘Dolphin’은 은은하게 스며드는 가사 ‘da da da da da’의 나른한 음성으로 여름 바다의 물보라와 같은 파동을 일으켰다. 직접적으로 계절을 겨냥한 노래는 아니다. 사계절을 지나 일 년이 넘도록 사랑받고 있는 곡이지만 돌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이 연상되는 시원한 멜로디와 멤버들의 청아한 음색은 무더운 여름에 듣기 최적화된 세트다.

빠른 템포, 꽉 찬 사운드, 시원시원한 가창력으로 대표되는 썸머송의 흥행 공식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하지만 강력한 중독성 한 방으로 여름 노래들의 모든 인기 요인을 압도한다.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안무 또한 너도 나도 ‘Dolphin’의 리듬에 몸을 맡기도록 만든다. 이번 여름에도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의 플레이리스트에서 빠지지 않을 마성의 여름 사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