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켄드(The Weeknd) ‘After Hours'(2020)

평가: 4/5

그 어느 때보다 위약하다. < Beauty Behind The Madness >와 < Starboy > 속 슈퍼스타는 온데간데없고 광기 어린 에이블 테스파이가 피를 흘린 채 웃고 있다. 모델 벨라 하디드와의 관계는 산산조각이 되어 만신창이를 낳았고 < After Hours >는 위태로운 긴장의 산물이다. 불안감을 내포하는 사운드와 사랑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이리저리 방황하는 가사는 초기의 것이나 더 나아가 전 연인과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내면을 돌아본다. 지금까지 발매한 앨범 중 가장 자기 고백적이다.

직관적인 제목과 달리, 보컬은 텅 비어 있어 쉽사리 잡히지 않는다. 음반의 방향키가 되는 ‘Alone again’와 ‘Too late’의 두텁게 깔린 앰비언트 사운드와 신시사이저의 끊임없는 왜곡, 그리고 허공을 떠도는 목소리는 자멸의 길로 이끌 정도로 무기력하다. < Trilogy >로의 회귀를 선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초반은 짙은 음울의 정서를 이어가지만 맥스 마틴과 손을 잡은 ‘Hardest to love’나 엘튼 존의 ‘Your song’을 재해석한 ‘Scared to live’가 뚜렷한 선율을 불어넣는다. 지칠 틈을 주지 않는 영민함이 있다.

자신의 초기 커리어를 되짚으나 과거지향을 가져와 식상함을 날려버린다. 웅장한 성가대와 같은 전초전의 ‘Faith’를 지나면 앨범의 하이라이트인 중반부에 다다르는데, 이는 본격 사운드의 흐름을 뒤엎는 순간이다. 디페시 모드, 휴먼 리그를 끌어온 1980년대 신스 팝 ‘Blinding lights’, ‘Save your tears’와 아웃트로에 색소폰을 잔뜩 실어 나르는 디스코의 ‘In your eyes’는 카타르시스 그 자체다. 맥스 마틴의 재단 아래 음악을 주무르는 위켄드의 가창에는 쾌감이 있다.

그러다 다시 니힐리즘의 사운드 속으로 가라앉은 그를 발견할 수 있다. 테임 임팔라의 케빈 파커와 일렉트로닉 프로듀서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의 손길이 닿은 ‘Repeat after me’를 기점으로 또 한 번 음악을 어지러이 흩뜨려놓는다. 앨범의 아이덴티티인 ‘After hours’는 6분간 큰 변주 없이도 질주하는 리듬과 달큰한 음색이 지루함을 덜어낸다. ‘Until I bleed out’에서 거리를 배회하는 그는 이번에도 안식처를 찾지 못한 채 자신의 이야기를 갈무리한다.

무의미한 섹스와 마약으로 자위하는, 즉 외면과 타인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인지하던 위켄드가 ‘내가 저지른 일이 부끄럽다’며 스스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피처링 없이 온전히 그의 목소리로 풀 렝스 앨범을 채운 것 역시 의미 있는 지점이다. 대중 노선의 팝과 슬래셔 무비를 떠올리는 음침함을 모두 잡은 데다 그간의 작품 속 좋은 점만 걸러 집약한 결과, 흠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수작이 탄생했다. 이별의 흉터인 ‘방황’이 곧 DNA였던 그에게 그 귀추를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올 가능성을 보여준다.

-수록곡-
1. Alone again 
2. Too late
3. Hardest love 
4. Scared to live
5. Snowchild
6. Escape from LA
7. Heartless
8. Faith 
9. Blinding lights 
10. In your eyes 
11. Save your tears 

12. Repeat after me (interlude)
13. After hours 
14. Until I bleed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