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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비춰(VCHA) ‘Y.O.Universe’ (2023)

평가: 3/5

새삼스럽지만 K팝이란 단어는 이제 한국의 대중음악만을 뜻하는 단어가 아니다.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등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K팝 부문을 신설한 것으로 알 수 있듯 이미 외국에선 K팝을 하나의 장르로서 인정한다. 그런데 외부의 인식이 어떠할지라도 국내의 기획자들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미국 현지화 K팝 걸그룹의 타이틀을 내건 비춰(Vcha)가 흥미로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외국에서 바라본 K팝’을 우리가 어떻게 인식하며 연출하는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JYP의 수장 박진영과 그래미상을 받은 프로듀서 서킷(Cirkut)은 미국의 대중이 느낀 K팝의 차별점을 제시해야 한다는 문제에 우리 기준으론 아주 익숙한 대답을 내놓는다. 하이틴 드라마의 느낌이 물씬 나는 청량한 콘셉트와 특징적인 베이스 리프, 귀에 쉽게 들어오는 멜로디 등 트와이스를 떠올리게 하는 시도다. 다소 보수적인 선택이지만, 미국 진출을 꾀했던 과거의 사례가 미국 가수의 모방에 그쳤던 것을 생각하면 K팝이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한 이 선택은 고무적인 변화다. 이전과는 달리 한국의 기획자들이 이 장르의 매력에 자신이 생겼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까닭에 음악적으론 새로울 게 없으나 곧 드러날 상업적인 결과가 갖는 의미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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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POP Album

푸 파이터스(Foo Fighters) ‘But Here We Are'(2023)

평가: 4/5

2022년 갑작스럽게 드러머 테일러 호킨스가 세상을 떠났다.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그였기에 밴드의 이후 행보가 잠시 안개에 가려진 듯했으나 앨범의 제목처럼 푸 파이터스는 고난을 딛고 음악의 자리에 있길 선택했다. < But Here We Are >는 이처럼 큰 상실의 맥락 하에 있으며 그렇기에 슬픈 앨범이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은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여전히 앞으로의 삶을 향한다. 이 의지는 그들이 딛고 일어설 고통만큼 강하다.

음반에 몰입감을 더하는 특유의 은유적인 표현들이 눈에 띈다. 심리적 고통이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을 노래한 ‘Rescued’, 한계와 초월을 그린 ‘Beyond me’ 등에서 이러한 메시지가 도드라진다. 또한 누군가를 기리는 듯한 내용도 귀에 들어온다. 물론 이번 앨범의 모든 내용을 상실의 고통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But here we are’, ‘The teacher’ 같은 곡에서 어떤 흔적들이 묻어날 뿐이다. 전작들에 비추어 생각해 본다면 이 모호함은 분명 의도된 결과다.

열 개의 트랙은 풀 레인지로 들었을 때 명확한 음악적 서사를 띈다. 장조 선율의 ‘Under you’와 이후 트랙들이 선명한 멜로디를 전달하다가 어쿠스틱 사운드의 ‘The glass’에서 숨을 고르고, 후반부 ‘The teacher’와 ‘Rest’의 절정까지 달리며 역동성이 가득한 감상의 순간을 연출하는 데에 성공한다. 이는 이 음반이 어떤 사건에 의해 갑작스럽게 주조된 것이 아니라 퍽 오랜 기간 완성도 있는 앨범을 만드는 것에 중심을 두고 작업한 결과물임을 방증한다.

2005년 이후 처음으로 리더 데이브 그롤의 이름이 올라간 드럼 크레딧은 밴드의 이전 작품들을 떠올리게 한다. 사운드 유사성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 But Here We Are >는 편곡적인 측면에서 < In Your Honor >나 < One By One >에서 시도된 음악적 결과물들에 터를 잡고 있다. 여기에 다소 신경질적인 감성이 덧입혀져 묘한 방식으로 밴드의 스트레스를 새롭게 승화한다. 다분히 록 뮤지션 다운 선택이다.

애석하게도 데이브 그롤에게 있어 주변인의 죽음은 늘 따라다니는 그림자였다. 커트 코베인의 죽음이 그랬고, 지금은 테일러 호킨스와 어머니의 죽음이 맴돈다. 이런 순간에도 그는 담담하게 음악으로 향한다. 밴드의 음악이 순전한 애도만으로 해석되는 것도 차분하게 거부하며 꿋꿋하게 할 수 있는 일을 행한다. 이는 그가 겪은 슬픔에 대한 나름의 극복 의지이며, 팬들에게 건내는 푸 파이터스만의 위로다.

-수록곡-
1. Rescued
2. Under you
3. Hearing voices
4. But here we are
5. The glass
6. Nothing at all
7. Show me how
8. Beyond me
9. The teacher
10. 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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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효연 ‘Picture’ (2023)

평가: 2.5/5

DJ 활동을 병행하며 자신의 음악 세계를 넓혀나가고 있는 효연의 흥겨운 댄스팝이다. 곡 전반에 걸쳐 뭄바톤 분위기의 리듬 위에서 옥타브를 오르락내리락하는 특징적인 리드 사운드가 흐른다. 괜찮은 비트와 2000년대 초반 전성기를 보낸 팝 가수 제니퍼 로페즈를 떠올리게 하는 비주얼 콘셉트가 퍽 어울리게 섞인다. 이렇게 그의 감성을 제련하는 데에 성공할 즈음 몇몇 도드라지는 단점이 귀에 들어와 얼마간의 아쉬움을 자아내게 한다.

가장 먼저 귀에 걸리는 지점은 단조로운 보컬이다. 효연은 원래 가창력을 자랑하는 스타일의 보컬은 아니지만 뉘앙스 표현에는 장점이 있는 가수다. 반면 ‘Picture’에선 건조한 톤과 곡에 달라붙지 않는 발음 때문에 보컬의 장점이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예측 가능한 범주에서 안전하게 움직이는 곡의 구성도 더 나았을 경우의 수를 상상하게 만든다. 뭄바톤과 효연의 조합은 훌륭했지만, 결과적으론 조금의 고민이 더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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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윤호(U-KNOW) ‘Vuja de’ (2023)

평가: 2/5

반복하는 노래 가사처럼 어지럽다. 화려하게 변주하는 그루브와 흥겨운 리듬의 교차는 흥미롭지만, 던져 놓은 음악적 질문에 약간의 해결도 없이 꿋꿋하게 홀로 절정으로 치닫는 전개가 몰입을 방해한다. 수도 없이 마주친 일상적인 상황을 낯설게 느끼는 경험인 ‘Vuja De’를 콘셉트로 삼아 오직 그것에 집중하며 SMP 스타일의 익숙한 음악을 기어이 어색하게 만드는 데에 성공하는 모양새다.

미니 앨범 전반의 서사는 치밀하고 단단하다. 그에 비해 트랙들이 각각 지니는 음악적 완결의 감각은 충분하지 못하다. 따라서 이 노래를 포함한 각 트랙은 K팝 기획에 관심이 많은 팬이 느낄 수 있는 앨범 전체 내러티브의 한 부분으로서만 그 의미를 획득한다. 강한 비주얼과 섬세한 스토리, 팬덤, 그리고 음악을 종합하는 것은 K팝이 가장 잘하는 영역이지만, 그 종합에 집중하다 가장 중요한 음악을 놓치는 태도는 얄궂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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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닉 파이크(Dominic Fike) ‘Sunburn’ (2023)

평가: 3/5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도미닉 파이크(Dominic Fike)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이다. < Sunburn >은 아티스트의 고향인 플로리다의 네이플스와 그곳에서의 삶에 관해 다룬다. 서프 록과 랩을 세련되게 변용하는 등 감정을 발산하는 형식에 터 잡았지만, 얼마간의 내향적인 메시지로 욕망과 갈등을 풀어내는 모습이다. 이 형식에서 그가 앞으로 이어 나갈 커리어의 색깔이 보인다.

통상적인 록보다는 리듬을 강조하고, 다른 힙합보다는 멜로디를 강조한 스타일이다. 이에 확실한 무기 없이 애매해질 수 있는 지점이 있으나 구조적인 단단함과 안정감 있는 사운드로 록과 랩이라는 상이한 장르를 깔끔하게 합쳐낸다. 위저와 함께한 ‘Think fast’와 몽환적인 사운드의 ‘Dark’에서 이러한 모습이 잘 드러난다. 

다만 음악적 말끔함에 치중하다 보니 강한 몰입을 유도하는 음악적 장치는 부족하다. 삶을 해석하는 복잡한 양태나 내밀한 개인사를 공개하는 용기에서 그의 솔직함이 돋보이나 이와 결합해야 할 음악의 파괴력이 덜하다. 초반부 깔끔한 매무새에 기대하며 재생을 시작한다면, 풀 레인지로 듣고 난 후엔 전체 서사를 추동하는 흡입력이 약한 탓에 충족되지 못한 기대가 마음속에서 부유한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은 그의 지난 걸음에 뚜렷한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운드 클라우드에 작업물을 올리던 시절부터, 콜롬비아 레코드와 계약해 발매한 < What Could Possibly Go Wrong >, 그리고 이번 < Sunburn >까지 그는 사운드의 질감과 음악적 구성의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완성도를 더해왔다. 이는 단순히 음악에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이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에 감각 그 자체가 예리해졌다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따뜻한 햇살과 함께하는 사람들도 각자의 슬픈 이야기가 있다. < Sunburn >의 흥겨운 리듬 속 복잡한 이야기는 그 햇빛을 바라보며 살았던 도미닉 파이크가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가 톱스타가 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지만, 이제 두 번째 정규 앨범을 발매하며 팝계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증명해야 하는 아티스트로서는 퍽 괜찮은 자기 고백이다.

-수록곡-
1. How much is weed
2. Ant pile
3. Think fast (Feat. Weezer)
4. Sick
5. 7 Hours
6. Dancing in the courthouse
7. Mona lisa
8. Bodies
9. Sunburn
10. Pasture child
11. 4×4
12. Frisky
13. Mama’s boy
14. Dark
15. What kinda wo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