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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Single Single

앤 마리, 민니 ((여자)아이들)(Anne Marie, Minnie ((G)I-DLE)) ‘Expectations’ (2023)

평가: 2.5/5

귀에 쉽게 들어오는 깔끔한 분위기의 팝이다. 기타 사운드가 전개의 중심을 잡아주며 곡의 전반적인 감성을 주도적으로 끌고 나간다. 이러한 전개 위에 주체적인 삶을 향한 의지가 드러나는 가사를 얹고, 기술적인 보컬을 도구 삼아 이를 표현한다. 더 다양한 사운드가 섞인 풍성한 편곡을 상상하게 만드는 후반부는 아쉬운 지점이나 곡의 구조적인 안정감이 괜찮다.

트랙의 완성도에 비해 두 가수의 조합은 다소 어색하다. 기계적인 파트 분배, 뉘앙스가 따로 노는 연결부 등 서로의 보컬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연주가 내내 이어진다. 연주 자체는 훌륭하지만 이 서먹한 앙상블의 겉도는 양상이 가창력보다 먼저 귀에 걸린다. 각자의 솔로 곡으로 발매했으면 더 좋았을 트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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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키(Key) ‘Killer’ (2023)

평가: 2.5/5

샤이니 멤버들의 꾸준한 솔로 활동은 성실함의 측면에서 후배들의 귀감이 될 만하다. 솔로 정규 2집 리패키지 앨범으로 돌아온 키도 그의 음악적인 욕심을 끈기 있게 지속한다. 그는 이번 음반에서 레트로 사운드를 노골적으로 구현한 곡을 추가하여 전작에서 의도한 방향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낸다. 이처럼 ‘Killer’는 앨범의 성격을 대표하며 콘셉트를 규정짓는다. 신시사이저를 적극 이용한 1980년대의 신스 팝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시도다.

곡의 구조적 완성도는 단단하지만 비슷한 기획의 성공 사례인 더 위켄드의 ‘Blinding lights’가 강하게 스친다. 이에 재생을 시작하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히트곡과 이 곡의 무게를 마음속에서 저울질하게 된다. 개성적인 사운드를 특징으로 하는 이 장르의 특성상 스타일의 핵심에 가까워질수록 편곡이 비슷해진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대중에게 신선함을 제공하려면 누군가에게는 새로움을, 어떤 이에게는 오랜만의 반가움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타이밍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아쉽지만 키는 한발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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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진영 ‘Cotton candy’ (2023)

평가: 2.5/5

갓세븐 진영의 첫 솔로 EP < Chapter 0: WITH >에 수록된 부드러운 댄스팝이다. 솜사탕이라는 노래 제목과 어울리는 매끄러운 목소리와 깔끔한 그루브의 비트로 뭉근하게 오래 남는 산뜻한 느낌을 의도한다. 가수를 응원하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건네는 듯한 메시지가 곡 전반에 흐르며 곡의 달콤한 분위기를 떠받친다. 도드라지게 귀에 걸리는 부분은 없지만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구조적인 안정감을 꾀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율 전개의 측면에서 발견되는 단점이 더 좋았을 다른 경우의 수를 상상하게 만든다. 후렴을 시작하기 전 어떤 음악적인 감흥을 반복하는 구간이 비트와 의미 있게 이어지지 못하여 다음에 따라오는 후렴의 시원함을 흐리게 하기 때문이다. 멜로디가 힘을 잃은 까닭에 깨끗한 목소리와 순수한 분위기 등 K팝 신에서 진영이 두각을 나타낼 기회가 될 다른 부분들이 얼마간 아깝게 느껴지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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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구원찬 ‘허수아비 (Feat. 원슈타인)’ (2022)

평가: 3/5

힙합그룹 도프맨션(Dopemansion)에서 김심야, 프랭크와 함께 했던 아티스트 구원찬의 감미로운 알앤비다. 솔로 분화 이후 편안한 사운드를 추구해온 그는 ‘허수아비’에서도 비트와의 부드러운 앙상블을 꾀한다. 피쳐링한 원슈타인의 농익은 보컬과 프로듀서 피셔맨의 깔끔한 비트가 구원찬의 담담한 목소리와 어우러져 곡의 음악적인 매력이 간간하다.

가사의 메시지는 인간관계로 향한다. 사회를 구성하는 원소로 기능하는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며 소외된 자아와 실존적인 외로움을 드러내는 기획이다. 화자의 상황에 대응하는 허수아비의 비유를 일관적으로 끌고 나가다 보니 얼마간 구구절절 설명하려는 듯한 인상이 있긴 하지만 세련된 발음과 분위기가 이러한 느낌을 덮는다. 자신의 장점을 잘 아는 아티스트의 영민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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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이승윤 ‘웃어주었어’ (2022)

평가: 3/5

세상을 향해 걷기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은 ‘웃어주었어’는 이승윤 서사의 연장을 암시한다. 그는 색채를 활용한 표현과 신호등의 비유로 아티스트가 현재 어떤 미래를 기다리고 있는지 그려낸다. 가사에서 화자는 현재 주황 불빛, 즉 붉은색도 노란색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로 일종의 과도기에 있다. 초록 불을 기다리며 걸음을 멈춘 그에게 봄을 상징하는 개나리가 웃어주는 대목은 새로운 시작과 도전을 상상하게 한다.

이승윤의 음악에서 주로 쓰이는 밝은 분위기의 편곡과 시원한 록 사운드가 상징 가득한 가사를 감싼다. 당김음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음악적 동기를 반복하는 후렴의 선율도 귀에 들어온다. 예상 가능한 진행의 쉬운 편곡이라 얼마간의 지루함이 있지만 곡의 각 요소 간의 조합이 단단하다. 앨범의 커버처럼 이승윤은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왔다. 가수가 스스로 인정할 만한 초록 불이 언제 켜질지 예상하는 것은 조심스러우나 일단 걸음을 뗄 용기는 확보한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