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도미닉 파이크(Dominic Fike)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이다. < Sunburn >은 아티스트의 고향인 플로리다의 네이플스와 그곳에서의 삶에 관해 다룬다. 서프 록과 랩을 세련되게 변용하는 등 감정을 발산하는 형식에 터 잡았지만, 얼마간의 내향적인 메시지로 욕망과 갈등을 풀어내는 모습이다. 이 형식에서 그가 앞으로 이어 나갈 커리어의 색깔이 보인다.
통상적인 록보다는 리듬을 강조하고, 다른 힙합보다는 멜로디를 강조한 스타일이다. 이에 확실한 무기 없이 애매해질 수 있는 지점이 있으나 구조적인 단단함과 안정감 있는 사운드로 록과 랩이라는 상이한 장르를 깔끔하게 합쳐낸다. 위저와 함께한 ‘Think fast’와 몽환적인 사운드의 ‘Dark’에서 이러한 모습이 잘 드러난다.
다만 음악적 말끔함에 치중하다 보니 강한 몰입을 유도하는 음악적 장치는 부족하다. 삶을 해석하는 복잡한 양태나 내밀한 개인사를 공개하는 용기에서 그의 솔직함이 돋보이나 이와 결합해야 할 음악의 파괴력이 덜하다. 초반부 깔끔한 매무새에 기대하며 재생을 시작한다면, 풀 레인지로 듣고 난 후엔 전체 서사를 추동하는 흡입력이 약한 탓에 충족되지 못한 기대가 마음속에서 부유한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은 그의 지난 걸음에 뚜렷한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운드 클라우드에 작업물을 올리던 시절부터, 콜롬비아 레코드와 계약해 발매한 < What Could Possibly Go Wrong >, 그리고 이번 < Sunburn >까지 그는 사운드의 질감과 음악적 구성의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완성도를 더해왔다. 이는 단순히 음악에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이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에 감각 그 자체가 예리해졌다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따뜻한 햇살과 함께하는 사람들도 각자의 슬픈 이야기가 있다. < Sunburn >의 흥겨운 리듬 속 복잡한 이야기는 그 햇빛을 바라보며 살았던 도미닉 파이크가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가 톱스타가 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지만, 이제 두 번째 정규 앨범을 발매하며 팝계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증명해야 하는 아티스트로서는 퍽 괜찮은 자기 고백이다.
-수록곡-
1. How much is weed
2. Ant pile
3. Think fast (Feat. Weezer)
4. Sick
5. 7 Hours
6. Dancing in the courthouse
7. Mona lisa
8. Bodies
9. Sunburn
10. Pasture child
11. 4×4
12. Frisky
13. Mama’s boy
14. Dark
15. What kinda wo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