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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BOBBY) ‘Lucky Man’ (2021)

★★
자신의 장점을 과하게 집어넣은 포트폴리오가 흐릿하다.

평가: 2/5

바비의 처음은 강렬했다. 내로라하는 경쟁자를 제치고 < 쇼 미 더 머니 3 >를 우승한 것은 소속사의 도움 없이 오로지 자신의 목소리로 이뤄낸 결실이었다. 아이돌 래퍼란 의심을 거두고 실력을 증명한 그는 이내 에픽하이의 ‘Born hater’, 마스타 우의 ‘이리와봐’ 등에 참여하며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존재를 드러냈다. 남은 것은 결과물이었다. 다만 스타일의 다양성을 발현한 첫 번째 앨범 < Love And Fall >이후 4년여 만에 발표한 정규 2집 < Lucky Man >은 욕심이 가득하다.

타이틀 ‘야 우냐’는 거칠었던 무대 위 바비의 재현이다. 묵직한 신스와 베이스, 독특한 퍼커션 구성이 돋보이는 비트 위로 촘촘히 짜인 절을 쉬지 않고 내뱉는 트랙이지만 실속 없는 내용과 더불어 부족한 가사 전달력은 시끄러운 주변 소리에서 랩을 꺼내오지 못하고 묻히게 만든다. 후렴구로 흥이란 곡의 목적을 다소 회수하지만, 그마저도 맥락 없이 억지스럽다.

기획력의 부재는 앨범 전체에서도 나타난다. 최소한의 악기로 만들어진 ‘Rockstar’와 긴박한 ‘No time’을 거쳐 ‘Break it down’까지 타이트한 랩을 중심으로 꾸려진 파트를 앞에 두며 의도를 밝히는 듯하더니 ‘새벽에’로 시작되는 중반부터는 싱잉 랩, 이모 힙합 등의 감성으로 채워 넣는다. ‘내려놔’로 낮게 깔린 감정을 정리할 틈 없이 강렬한 록 사운드의 ‘Devil’로 마무리되는 후반을 더해 완급 조절의 실패로 생긴 급격한 온도 차가 매끄러운 감상을 방해한다.

그렇기에 ‘Skit 2’ 다음 등장하는 대중적 접근이 아쉽다. ‘주옥’과 ‘라일락’, ‘Liar’처럼 개별 단위의 매력적인 곡들이 있지만, 구역마다 비슷한 분위기로 뭉친 구조가 개성을 희석한다. 이에 명백하게 앨범을 나누는 스킷의 선택 또한 불가항력이다. 화자의 감정선을 따라 배치된 네 개의 장치는 이야기를 흐르게 하는 유일한 요소이지만 무리하게 갖춘 서사가 부자연스럽다.

방향이 모호하다. 뚜렷한 데뷔로부터 시간이 꽤 지났다. < Lucky Man >엔 자신이 가진 능력만큼이나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많았던 바비의 고민이 다분하게 느껴지지만, 해답은커녕 생각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자신의 장점을 과하게 집어넣은 포트폴리오가 흐릿하다.

-수록곡-
1. 야 우냐 (U mad)
2. Skit 1
3. Rockstar
4. No time
5. Break it down
6. Skit 2
7. 새벽에 (In the dark)
8. 라일락 (Lilac)
9. Ur soul Ur body (feat. DK)
10. Skit 3 (feat. 오마르)
11. 우아해 (Gorgeous)
12. Liar
13. 주옥 (Heartbroken playboy)

14. Skit 4
15. Raining (feat. JU-NE)
16. 내려놔 (Let it go)
17. Dev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