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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올 팍(Zior Park) ‘Where Does Sasquatch Live? Part 1′(2023)

평가: 3.5/5

중성적인 목소리와 과장된 창법으로 고유의 연극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지올팍은 자신의 음악뿐만 아니라 참여하는 여러 작업물에서 특유의 색깔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독자 노선을 다져가던 그에게 2021년 발매한 < Syndromez >는 커리어의 분기점이었다. 믹스테입과 싱글 단위에서 보여줬던 독특함을 성공적으로 첫 정규앨범에 이식했고 덕분에 유망한 음악가는 고유의 색깔을 낼 줄 아는 아티스트로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약 2년 만의 복귀를 알리는 < Where Does Sasquatch Live? Part 1 >은 상승한 인지도만큼이나 철저함을 둘렀다. 동화스러운 제목과 그에 상응하는 구성으로 기존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한편의 구연동화를 듣는 경험을 선사한다. 이전의 성과를 거둔 방식이지만 전위적인 측면을 줄여 한층 친화적인 모습으로 변화를 취한다.

쉽고 재밌는 안무와 독특한 콘셉트, 특정 명품브랜드의 이름을 이용한 가사가 유행을 탄 ‘Christian’이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두 번째 트랙 ‘Sasquatch’ 정도를 제외하면 비교적 어려운 멜로디를 사용했던 기존 곡에 비해 멜로우하고 캐치한 후렴구로 매니아와 대중을 동시에 포용한다.

가사에 모두 영어를 사용하며 의도를 한 꺼풀 덮었지만 대중친화적인 변화와 별개로 노랫말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 중심을 잃지 않는다. 앨범 전반에 걸쳐 자신이 동경했던 것들에 대한 회의와 좌절감, 극복 과정을 담으며 서사구조를 완성한다. 변화와 성장을 예고하는 노랫말에서 각종 미디어를 통해 지올팍이 활동반경을 넓히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알고리즘의 수혜를 입어 그의 음악이 많은 이들의 핸드폰 화면을 채웠지만 역설적으로 독특한 목소리와 영어만으로 된 가사가 많은 사람들의 반발 심리를 샀다. 지나치게 단편적인 측면만 부각된 탓에 ‘천재 호소인’이라는 오명을 샀지만 지올 팍이 독특하고 완성도 있는 음악으로 몰입도를 선사할 수 있는 아티스트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아직 칸예 웨스트의 영향권에 걸쳐있음을 제외하면 그의 음악을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다.

-수록곡-
1.The man who saw sasquatch
2.Sasquatch
3.Being human
4.Sunburnkid
5.Magic!
6.Christian
7.Falling from the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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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Takeone) ‘상업예술’ (2021)

평가: 3/5

김태균은 한글로 된 가독성 좋은 가사와 뚜렷한 발성, 치밀한 서사로 만든 완성도 높은 곡들로 인정받는 래퍼다. 2012년에 방송된 경연 프로그램 < 쇼미더머니 1 >에서 인지도를 쌓은 그는 2016년에 발표한 데뷔음반 < 녹색이념 >으로 호평을 받았고 이후 5년 만에 두 번째 앨범 < 상업예술 >을 발표했다. ‘Bad news cypher vol.1’에서 ‘내 상업예술 또한 명작에 예정돼 있지’라는 가사로 뛰어난 작품을 준비 중이라 예고하며 팬들의 기대를 불러일으켰고 앨범 제작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에선 목표치를 뛰어넘는 금액을 달성했다.

전작 < 녹색이념 >은 논쟁적인 작품이었다. 상세한 에피소드의 나열을 통해 돈과 이념,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와 맞서 싸우는 내면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이면에는 인정받고 싶어 하는 화자의 열망이 서려 있었고 이는 명반을 향한 욕구로 드러났다.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이번 작품은 시간적 흐름에 따라 변하는 심리를 서사적으로 풀어내고 상업적 주제인 사랑으로 대중의 공감을 유도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명작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음반 곳곳에서 드러난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탓인지 중심주제와 엇나간 ‘홍대’와 여자친구를 따라 교회에 간 상황을 담은 ‘청담’의 가스펠 코러스는 몰입을 방해한다.

그래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솔직한 가사와 준수한 래핑, 적절한 피처링으로 만들어낸 완성도 높은 음악은 주목해야 한다. 윤종신의 노래 ‘환생’의 가사 중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를 인용한 ‘강남’은 새로운 사랑을 만나 불안정했던 마음이 진정되어 가는 과정을 표현하며 이야기의 변곡점역할을 해낸다. 로드 무비처럼 인생의 정거장을 지나며 화자가 느낀 감정을 세세하게 묘사해 사랑을 노래하는 다른 앨범들과 차별성을 두었고 수록곡 ‘상업예술’에서는 버벌진트의 차분하면서 뚜렷한 음색이 김태균의 랩에 의해 격양된 분위기를 중화한다.

< 상업예술 >은 자연스러운 서사적 연결을 위해 수록곡 사이의 유기성을 집요하게 탐구했다는 점에서 가치를 증명한다. 타임라인에 따른 정교한 상황 묘사가 흥미롭게 제시되어 듣는 이들의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했고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상업성을 띄는 사랑노래를 선택했지만 그 안에서 예술적 가치를 추구하려는 모습이 드러나는 앨범이다.

– 수록곡 –
1. 개화
2. 당산
3. 홍대 (Feat. Son Simba)
4. 이수 (Feat. 하인애)
5. 강남 (Feat. 하인애)
6. 녹색이념
7. 청담
8. 정자 (Feat. 하인애)
9. 가좌 (Feat. lIlBOI, Gang-uk, Taylor)
10. 종착역
11. 사랑
12. 평화
13. 자유
14. 다시 제자리
15. 상업예술 (Feat. 하인애, 버벌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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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릴고트 ‘죽을힘을 다하여’ (2021)

평가: 3.5/5

아우릴고트가 자리한 작은 공간엔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다. 2020년 8월 첫 번째 정규 < 가족애를 품은 시인처럼 > 이후 6개월여 만에 발표하는 새 앨범 < 죽을힘을 다하여 >는 곰팡이 속에서 피어난 처절한 생존 일지이며, 적어 내려가는 그의 펜촉은 미세한 흔적도 허투루 하지 않기 위해 먼지 한 톨 털어낼 여유가 없다.

타인이 아닌 오로지 자신을 세상에 남기려는 투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직관적인 제목 아래 어두운 트랩 비트 위 의도적으로 긁는 목소리가 늘어뜨리는 가사엔 목표를 두고 가장 밑바닥부터 기어오른 아우릴고트의 손톱자국이 그대로 새겨져 있다. 뚜렷하게 파트를 나누지 않고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주인공’을 시작으로 성공이란 단 하나의 이유가 더 깊게 앨범을 파고든다.

그런 점에서 아우릴고트의 승리 공식은 지극히 자기중심적이다. ‘현실의 벽은 안 피해 / 아직도 여전하게 난 깨’란 말처럼 그에게 현재는 탓할 대상이 아니며, 고난의 벽을 부수기 위한 유일한 주체는 ‘바닥에서부터’ ‘죽을힘을 다해’ 묵묵히 ‘행동’하는 그여야만 한다. 배고팠던 과거를 양분 삼아 쉬지 않고 달려왔기에 가능한 선언이다.

완벽하게 빚어내지 않고 음악으로써 작동하는 그의 문장은 운율을 살리기 위해 삭제 혹은 배열의 과정을 거친다. ‘계절 변했고 나이를 먹어’ ‘현실 인지 못 해 온통’ 등 조사의 생략과 ‘필요 없어 유치한 논쟁 / 바퀴를 굴려 없어 공백’의 도치법으로 리듬감을 다지며 이는 훅을 만들어내는 능력과도 연결된다. ‘한 번 사는 생’의 ‘하다 말아 죄다 컨셉 / 즈려밟고 가 난 벌레’를 비롯해 이어지는 2음절 혹은 3음절 단어를 단락 마지막에 배치하는 고전적인 작법은 아우릴고트 특유의 톤과 뭉개지는 발음과 어우러져 고유해진다.

앨범의 일관된 기조로 수록곡마다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악착같이’에선 싱잉으로 후렴구를 표현하고, ‘시간은 금’의 불투명하게 전달하는 메시지와 더 거친 음색을 선보이는 ‘버프’ 등 다양한 방식과 호미들, 릴러말즈, 제네 더 질라, 이그니토란 수준 높은 참여진으로 신선도를 유지한다. 편곡을 넘어 믹싱과 마스터링까지 직접 주도한 아우릴고트의 프로듀싱이 돋보인다.

짧은 활동 기간이 믿기지 않는 필모그래피다. 목적에 대한 순수한 열망은 다작이란 노력으로 발현되며 그 결과물에 대한 설득력을 뒷받침하는 건 온전한 그의 재능이다. < 죽을힘을 다하여 >란 아우릴고트의 바른 몸가짐이 허황을 좇는 이들에게 귀감이 된다.

-수록곡-
1. 주인공
2. 진저리 (Feat. 릴러말즈, 제네 더 질라)
3. 바닥에서부터
4. 악착같이 (Feat. 호미들)
5. 처방책
6. 한 번 사는 생
7. 죽을힘을 다하여
8. 단독 (Feat. IGNITO (이그니토))
9. 무덤덤
10. 시간은 금
11. 행동
12. 버프 (Feat. Dbo (디보))
13. 목표로 빼곡한 공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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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BOBBY) ‘Lucky Man’ (2021)

평가: 2/5

바비의 처음은 강렬했다. 내로라하는 경쟁자를 제치고 < 쇼 미 더 머니 3 >를 우승한 것은 소속사의 도움 없이 오로지 자신의 목소리로 이뤄낸 결실이었다. 아이돌 래퍼란 의심을 거두고 실력을 증명한 그는 이내 에픽하이의 ‘Born hater’, 마스타 우의 ‘이리와봐’ 등에 참여하며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존재를 드러냈다. 남은 것은 결과물이었다. 다만 스타일의 다양성을 발현한 첫 번째 앨범 < Love And Fall >이후 4년여 만에 발표한 정규 2집 < Lucky Man >은 욕심이 가득하다.

타이틀 ‘야 우냐’는 거칠었던 무대 위 바비의 재현이다. 묵직한 신스와 베이스, 독특한 퍼커션 구성이 돋보이는 비트 위로 촘촘히 짜인 절을 쉬지 않고 내뱉는 트랙이지만 실속 없는 내용과 더불어 부족한 가사 전달력은 시끄러운 주변 소리에서 랩을 꺼내오지 못하고 묻히게 만든다. 후렴구로 흥이란 곡의 목적을 다소 회수하지만, 그마저도 맥락 없이 억지스럽다.

기획력의 부재는 앨범 전체에서도 나타난다. 최소한의 악기로 만들어진 ‘Rockstar’와 긴박한 ‘No time’을 거쳐 ‘Break it down’까지 타이트한 랩을 중심으로 꾸려진 파트를 앞에 두며 의도를 밝히는 듯하더니 ‘새벽에’로 시작되는 중반부터는 싱잉 랩, 이모 힙합 등의 감성으로 채워 넣는다. ‘내려놔’로 낮게 깔린 감정을 정리할 틈 없이 강렬한 록 사운드의 ‘Devil’로 마무리되는 후반을 더해 완급 조절의 실패로 생긴 급격한 온도 차가 매끄러운 감상을 방해한다.

그렇기에 ‘Skit 2’ 다음 등장하는 대중적 접근이 아쉽다. ‘주옥’과 ‘라일락’, ‘Liar’처럼 개별 단위의 매력적인 곡들이 있지만, 구역마다 비슷한 분위기로 뭉친 구조가 개성을 희석한다. 이에 명백하게 앨범을 나누는 스킷의 선택 또한 불가항력이다. 화자의 감정선을 따라 배치된 네 개의 장치는 이야기를 흐르게 하는 유일한 요소이지만 무리하게 갖춘 서사가 부자연스럽다.

방향이 모호하다. 뚜렷한 데뷔로부터 시간이 꽤 지났다. < Lucky Man >엔 자신이 가진 능력만큼이나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많았던 바비의 고민이 다분하게 느껴지지만, 해답은커녕 생각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자신의 장점을 과하게 집어넣은 포트폴리오가 흐릿하다.

-수록곡-
1. 야 우냐 (U mad)
2. Skit 1
3. Rockstar
4. No time
5. Break it down
6. Skit 2
7. 새벽에 (In the dark)
8. 라일락 (Lilac)
9. Ur soul Ur body (feat. DK)
10. Skit 3 (feat. 오마르)
11. 우아해 (Gorgeous)
12. Liar
13. 주옥 (Heartbroken playboy)

14. Skit 4
15. Raining (feat. JU-NE)
16. 내려놔 (Let it go)
17. D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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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에듀케이티드 키드(UNEDUCATED KID) ‘HOODSTAR 2’ (2020)

평가: 3/5

힙합 진영이 여자, 명품, 고가의 자동차를 다루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부와 명성을 과시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남성적 스토리텔링은 하나의 클리셰이자 축적된 관습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는 그 관습에서 다른 질감으로 소재를 다루는 래퍼다. 성공을 향한 그의 집착은 처절함을 넘어서 처연함을 안겨주고 주제에 대한 극한의 밀어붙임은 그의 과거를 궁금하게 한다. < HOODSTAR >와 < 선택받은 소년 : The Chosen One >으로 정체성을 확립한 그는 < HOODSTAR 2 >로 슈퍼스타의 야망을 드러낸다.

앨범 전체의 트랩 비트는 ‘돈을 왕창 벌어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자’는 지향점만큼 선명하며 랩 음악 초심자들도 쉽게 감지할 수 있는 라이밍이 더해진다. 뿌리, 루이(Louis), 구찌로 라임을 맞추는 ‘Uneducated arirang’은 아리랑의 가락에 오토튠을 칠한 명품 예찬 송이고 성명을 발표하듯 자신을 각인시키는 ‘U n e d u c a t e d k i d ’ 는 ‘know, more, clothes’로 운율을 조성한다. 명료한 발성을 통한 의미전달 덕분에 허황되어 보이는 내용이 유쾌하게 들린다. 그의 특출함이다.

“음악으로 성공하지 못하면 죽는다는 생각을 갖고 했다”라는 인터뷰처럼 그의 노랫말엔 독기가 서려 있다. ‘I’m back’의 ‘백정으로 태어나서 돼버려 fuckin’ 양반’이란 구절로 입신양명의 욕망을 드러내고 ‘Street kid’에서 ‘난 1등이 안 되면 시작도 안 했어, push the limits’로 폭발적인 추진력도 보여준다. 박재범의 참여로 대중성을 확보한 ‘God bless’의 ‘착하게만 살 수는 없잖아. 성경책을 뜯어 말아 피던 난데’라며 신의 축복을 자조적으로 일축하고 평범한 길에서 이탈한 정신세계를 표현한다.

그의 멈출 줄 모르는 기세는 직설과 가벼움 사이를 진정성으로 줄타기한다. “내 음악으로 위축된 한국 힙합을 깨고 싶다”라는 포부만큼 이번 목표는 야심 차다. 쉬이 잊히지 않는 유별난 정체성에 좋은 비트를 선택하는 안목과 귀에 잘 들어오는 가사 전달까지 장착한 언에듀케이티드 키드는 이제 성공적인 도약을 준비한다.

– 수록곡 –
1. Uneducated arirang
2. I’m back
3. U n e d u c a t e d k i d
4. Street kid (Feat. CHANGMO)
5. God bless (Feat. Paul Blanco & 박재범)
6. Work work (Feat. The Quiett)
7. IQ 80 freestyle
8. BMW (Feat. Northfacegawd)
9. Full of pain
10. First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