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Album POP Album

디 아크스(The Arcs) ‘Electrophonic Chronic’ (2023)

평가: 3.5/5

댄 아우어바흐 정도의 경력자를 타 뮤지션과 비교하는 게 실례일지 모르겠지만 일견 잭 화이트가 떠오른다. 여러 음악 집단으로 아이디어를 분출하고 구시대 유물이 돼버린 듯한 일렉트릭 기타에 천착하며, 21세기 개러지 록을 대변하는 화이트 스트라입스와 블랙 키스의 중추란 점이 그렇다. 최근 서울 공연에서 절륜한 퍼포먼스를 펼친 잭 화이트처럼 팬들은 블랙 키스의 내한을 고대한다.

덜 친숙한 이름의 디 아크스는 댄 아우어바흐의 사이드 프로젝트다. 차이점은 옆에 패트릭 카니 대신 리온 미헬스(Leon Michels)가 있다는 것. 관악기 연주자 미헬스의 재즈적 색채는 무채색 듀오에게 셀로판지를 씌웠고 아크스의 소포모어 작 < Electrophonic Chronic >은 1970년대의 정신 착란 유전자에 오묘한 소리 효과를 둘렀다. (아우어바흐와 스위프트는 과거 인터뷰에서 조 믹과 킹 투비 같은 음향 과학자를 영감의 원천으로 들었다.) 과거 사이키델릭 록 음반들처럼 끝없이 팽창하지 않고 컴팩트한 구성을 취했다.

블랙 키스의 진중함을 덜어내고 리듬 앤드 블루스와 애시드 록을 부각했다. 4분 안쪽의 곡들이 주를 이루나 시시각각 변주 덕에 짧게 끊어친다는 느낌은 덜하다. 2018년 작고한 리처드 스위프트(Richard Swift)의 드럼이 유려한 ‘Keep on dreamin’’과 ‘River’ 속 미헬스의 오르간 연주 등 아우어바흐만 빛나는 음반은 아니다. 유기성에 초점을 뒀지만 흡사 사카모토 류이치의 ‘Merry christmas, mr. Lawrence’의 사이키델릭 버전 같은 ‘Heaven is a place’와 ‘Sunshine’의 선율 감각도 겸비했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걸 하나의 음반에 녹여냈다” 디 아크스의 데뷔 앨범 < Yours Dreamily >(2015)를 낼 당시 아우어바흐가 한 말이다. 새천년 대표 개러지/블루스 록 듀오로도 소진하지 못한 너른 취향은 개성파 동료들과 만나 환각 지대를 탐사했다. 스위프트의 유작 < Electrophonic Chronic >은 축적된 내공과 실험으로 챕터의 마지막을 고했다.

-수록곡-
1.Keep on dreamin’
2.Eyez
3.Heaven is a place
4.Califone interlude
5.River
6.Sunshine
7.A man will do wrong
8.Behind the eyes
9.Backstage mess
10.Sporting girls interlude
11.Love doesn’t live here anymore
12.Only one for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