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에 묵혀둔 응어리진 먼지를 모두 날려버리려는 듯, 빠른 속도감과 가학적일 정도로 반복되는 배킹기타와 드러밍이 무차별 폭격을 알린다. ‘Unheard answer’는 한국 메탈 신의 기둥을 떠받쳐온 밴드 디아블로(Diablo)의 정식 복귀 선언이자, 10년 만의 정규작을 앞두고 알리는 부활의 신호탄이다. 그로울링과 싱잉을 오가는 보컬, 양감에 맞춰 능란하게 바뀌는 기조, 적재적소에 등장하며 뻐근한 근육을 풀기 시작하는 통렬한 악기들까지. 밴드가 거쳐온 경험과 스킬풀한 소화력이 한 곡에 정석적으로 함축된다.
공격적인 면과 멜로딕한 면을 모두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 비교적 최근작 < The Keeper Of Souls >과 < Dumb >에서 선보인 메탈이라는 큰 틀 아래 구축한 ‘다면성’이 도드라진다. 정통을 고수하는 이들에게는 비록 이단아처럼 여겨질 수 있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Unheard answer’는 오랜 공백을 깸과 동시에 팬들의 기다림 수치에 상응하는 실마리를 남긴다. 무엇보다 솔선수범의 태도로 한국 헤비니스(Heaviness) 영토에 다시 한번 숨을 불어 넣었다는 점. 이 순간만큼은 이들의 움직임에 압도되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