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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렌스+더 머신(Florence+The Machine) ‘Dance Fever'(2022)

★★★☆
성찰의 시간이 빚어낸 깊고 웅장한 세계.

평가: 3.5/5

코로나19는 거리두기나 비대면의 일상화 외에도 음악에 있어 ‘몸’과 ‘춤’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쉽사리 밖으로 나가 어울릴 수 없는 시기를 맞이한 사람들은 좌절에 빠졌고, 여러 뮤지션이 이에 대응하고자 적극적으로 몸을 흔들며 춤사위를 끌어낸 것이다. 4년 만에 선보이는 플로렌스 앤 더 머신의 복귀작 < Dance Fever > 또한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혼란과 우울감의 한복판에 자리한 채 맥락을 공유한다.

퍼즈 톤의 기타가 기반에 놓인 ‘Free’는 앨범 제목이 이끌어낸 기대에 가장 잘 부합하는 트랙이다. ‘잠시 춤을 추는 순간 나는 자유롭다’고 외치는 목소리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전에 쓰인 곡임에도 음악 하나로 자유를 만끽하던 지난 2년간의 시대정신을 관통한다. 캘빈 해리스와의 합작 ‘Sweet nothing’에 비견되는 우아한 댄스 트랙 ‘My love’도 마찬가지. 찬란한 사운드 속에 갑작스레 텅 빈 세상이 낳은 공허함을 토로한다.

시작과 끝에는 프론트우먼의 개인적인 고뇌가 담겨있다. 뮤지션으로서의 삶과 가정을 꾸리는 일이 하나가 될 수 없음을 자각하기에, 스스로 ‘어머니도 신부도 아닌 왕’의 칭호를 하사하는 첫 곡 ‘King’의 장엄한 절규에는 슬픔이 가득하다. 알코올 중독에 시달렸던 과거를 헤집는 마지막 트랙 ‘Morning Elvis’에서 플로렌스 웰치의 선택은 우상 엘비스 프레슬리를 따라 음악으로 기운다. 고달픈 여정 끝에 관객에게 돌아가는 3집의 장편 뮤직비디오와 무대 위에서 사랑을 찾으려 했다는 4집의 싱글 ‘Hunger’가 차례로 스쳐 지나가는 가사는 그와 음악의 숙명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근래 몇 년간 쏟아져 나온 댄스 음반과 < Dance Fever >의 차별점은 원전에 있다. 플로렌스 웰치는 팬데믹 발발에 앞서 14~17세기 유럽 전역에서 벌어진 ‘무도광’ 현상에 매료되었고 당시 사람들처럼 통제불능 상태에서 춤을 춘다는 ‘Choreomania’를 필두로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즉, 그가 시류에 편승한 것이 아니라 세상이 그를 따라잡은 것이다. 다만 제목이 구체적인 나머지 종종 찾아오는 고요하고 정적인 순간에 고개를 기웃거리게 만든다. 모호한 상징과 추상적인 문장으로 폭넓게 이야기를 아울렀던 기존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키워드의 포용성이 미약하다.

그럼에도 신보는 탄탄대로를 걷는 플로렌스 앤 더 머신의 커리어를 계속해서 이어 나간다. 현시대 또 어떤 밴드가 ‘Heaven is here’만큼 기이하고 주술적인 음악을 만들고, ‘Daffodil’처럼 광기 어린 목소리로 희망을 노래하면서 영국 앨범 차트 정상을 차지할 수 있겠는가. 한 차례 비워낸 < High As Hope > 이후 맞이한 성찰의 시간이 다시 빚어낸 깊고 웅장한 세계, 그렇게 그들의 행보를 논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음반이 하나 더 늘었다.

-수록곡-
1. King
2. Free
3. Choreomania
4. Back in town
5. Girls against God
6. Dream girl evil
7. Prayer factory
8. Cassandra
9. Heaven is here
10. Daffodil
11. My love
12. Restraint
13. The bomb
14. Morning Elv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