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Album KPOP Album

청하 ‘Bare&Rare Pt.1’ (2022)

평가: 2.5/5

‘Sparkling’은 의심의 여지 없이 지금의 청하에게 필요했던 싱글이다. 시원하게 울리는 신시사이저와 상쾌한 휘파람이 내뿜는 청량한 에너지로 가득 채운 곡은 올라운더로서의 역량 증명에 힘쓰느라 한동안 놓치고 있었던 고유한 브랜드 이미지를 되살린다. ‘Why don’t you know’와 ‘Rollercoaster’ 시절로의 회귀를 뜻하나 답습의 우려보다는 반가움이 앞서는 이유다. 마치 침체기 이후 ‘Never really over’를 들고 나왔던 2019년의 케이티 페리를 보는 기분이다.

하나 < Bare&Rare Pt.1 >이 좋은 음반이냐 묻는다면 이에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개별 곡 단위로 보면 자기 자신에 초점을 맞춘 가사와 군더더기 없는 사운드 등 여러 장점이 보이지만, 거시적인 구성력이 부족해 좋은 재료로 시너지를 일궈내는 대신 제로섬 상태를 야기한다. 순서가 잘못 정해진 값비싼 코스 요리, 장면은 잘 찍었지만 편집이 구심점 없이 어지러운 영화와도 같다.

무겁고 음산한 첫 트랙 ‘Xxxx’에서 ‘Sparkling’으로의 톡 쏘는 반전은 분명 상쾌하다. 통통 튀는 ‘Louder’까지의 흐름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끈적한 ‘Crazy like you’로 되돌아가는 양상은 타이틀곡의 매력이 앨범 전체로 전파될 여지를 차단한다. 차라리 일차원적이라도 < Querencia >처럼 영역을 세부적으로 나눴다면 가수도 듣는 이도 소화가 더 쉽지 않았을까 싶다. 서로 엇갈린 트랙들이 무분별하게 섞여 있으니 중간지대를 이어줄 수 있는 ‘California dream’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건조하게만 들린다.

퍼포머의 차원을 넘어 진솔한 아티스트가 되고자 하는 청하의 의지는 확실하나, 그러면서도 끝내 기존의 정체성을 완전하게 포기하지 못해 균열이 발생한다. 어머니에 대한 마음을 녹여낸 ‘Goodnight my princess’의 감동이 뒤를 잇는 팝 트랙에 의해 금세 흐릿해지는 것이 대표적인 문제 지점이다. 다재다능함이 곧 캐릭터이자 무기였기에 이를 내려놓기가 쉽지는 않겠으나, 기꺼이 무장해제를 하지 않는다면 움직임은 굼뜰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야심찬 프로젝트였지만 부작용으로 극심한 이미지 소비를 초래한 < Querencia >가 촉발했을 내적 성장과 상업성 사이의 고민, 아쉽게도 결론이 썩 명쾌하지는 않다. 두 번째 파트는 소위 ‘매운맛’을 담은 ‘Rare’가 될 예정이라 일찌감치 밝혔는데, 진정한 ‘Bare(헐벗은)’의 의미 실현을 위해 이번에는 대중성을 양보하더라도 깊이에만 몰두하는 식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Sparkling’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청하를 보는 일도 물론 즐겁지만, 이제 그 너머의 기획력까지 갖출 때가 왔다.

-수록곡 –
1.Xxxx
2. Sparkling
3. Louder
4. Crazy like you (Feat. 비비)
5. California dream
6. Goodnight my princess
7. Louder
8. Nuh-uh

Categories
Album POP Album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Japanese Breakfast) ‘Psychopomp’ (2016)

평가: 3.5/5

리틀 빅 리그(Little Big League)라는 인디 밴드로 활동하던 혼혈 미국인 여성 미셸 자우너가 한국인 어머니의 암 선고 소식을 접했다. 간호 기간이었던 2주 동안 그는 일종의 명상이자 자기 치유의 일환으로 < Psychopomp >라는 앨범을 하나 제작했고, 소량으로 찍혀 공연장에서 판매되던 작품은 인터넷 상에서 입소문을 타며 서서히 주목을 받았다. 베스트셀러 에세이 < H마트에서 울다 >의 마지막 챕터이자 2022년 그래미 신인상 부문 후보 재패니즈 브랙퍼스트의 탄생 일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저승사자’라는 제목처럼 중심 소재는 죽음이다. ‘믿는다면 천국은 실존할 것’이라며 희망을 담아 노래하는 ‘In heaven’에는 상실의 공포가 감돌고, ‘Heft’는 대장암으로 먼저 세상을 뜬 이모의 사례에서 피어난 불안감을 노래한다. 몽롱한 앰비언트 곡인 타이틀 트랙 ‘Psychopomp’의 끝에 등장하는 실제 어머니의 음성 ‘괜찮아, 괜찮아’는 감정의 직격탄을 날린다. 신파라 할 사람도 있겠지만 삶에는 이처럼 은유가 불가능한 순간도 있다.

앨범의 다른 부분은 젊은 예술가의 영감의 원천을 보여준다. 절규에 가까운 소리로 뒤덮인 ‘Jane Cum’은 우디 알렌 영화의 등장인물 이름을 변형해 소재로 삼았으며, ‘Everybody wants to love you’의 서늘한 도입부에서는 롤모델이었던 한국 혼혈 카렌 오의 밴드 예예예스의 사운드가 비춰 보인다. 과감하고 짙은 슈게이징 사운드 또한 꿈을 품은 청춘이기에 만들어낼 수 있는 음악이다.

어두운 트랙만큼이나 밝고 명랑한 음악도 함께 담고 있지만 그 접근법은 감정의 승화와는 거리가 있다. 슬픔에 지나치게 함몰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억지로 애써 훌훌 털어내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저 힘든 시간을 기억에 담은 채 삶의 복잡성 그 자체를 받아들이며 계속 전진할 뿐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보편적인 삶의 철학, 간단하지만 이것이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음악이 인종과 문화를 넘어 꾸준하게 사랑과 공감을 받는 이유다.

< Soft Sounds From Another Planet >에서 갖가지 낯선 소리를 담아내고, < Jubilee >로 싱그러운 축제를 열기 전 젊은 뮤지션의 초상이 그대로 새겨진 음반이다. 마치 데생에 가까운 모난 질감과 깔끔하지 않은 프로덕션은 지금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그래서 더욱 정겹다. < H마트에서 울다 >를 읽으면서 함께 듣자. 이름도 낯선 아티스트가 어느새 오랜 친구처럼 느껴질 테니.

-수록곡-
1. In heaven
2. The woman that loves you
3. Rugged country
4. Everybody wants to love you
5. Psychopomp
6. Jane Cum
7. Heft
8. Moon on the bath
9. Triple 7

Categories
KPOP Single Single

민수 ‘오해 금지’ (Feat. 빅 나티) (2022)

평가: 3.5/5

랩인듯 무심히 내뱉은 문장이 어느새 기분 좋은 가창이 된다. 풋풋한 음색이 지닌 강점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민수의 솜씨는 흔한 이름 두 글자를 쉽게 잊지 못하게 만든다. 애플의 아이패드 광고(‘민수는 혼란스럽다’),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와의 협업 싱글(‘I like me’) 등 업계의 여러 러브콜을 받은 이유를 재차 납득시킨다.

친구와 연인 사이의 애매한 경계마저 즐기는 노랫말이 요리조리 핵심을 피해가며 상대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을 그려낸다. 3분 후반대의 러닝타임이 요즘 노래 치고는 긴 편이나, 미니멀한 구성이 감칠맛을 돋게 해 자꾸만 재생을 반복하게 만든다. < 낭만 >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는 빅 나티와의 합도 자연스럽다. 향긋한 여름 내음이 풍기지만 더위가 끝난 후에도 계속 손이 갈 듯한 웰메이드 싱글.

Categories
Album POP Album

플로렌스+더 머신(Florence+The Machine) ‘Dance Fever'(2022)

평가: 3.5/5

코로나19는 거리두기나 비대면의 일상화 외에도 음악에 있어 ‘몸’과 ‘춤’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쉽사리 밖으로 나가 어울릴 수 없는 시기를 맞이한 사람들은 좌절에 빠졌고, 여러 뮤지션이 이에 대응하고자 적극적으로 몸을 흔들며 춤사위를 끌어낸 것이다. 4년 만에 선보이는 플로렌스 앤 더 머신의 복귀작 < Dance Fever > 또한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혼란과 우울감의 한복판에 자리한 채 맥락을 공유한다.

퍼즈 톤의 기타가 기반에 놓인 ‘Free’는 앨범 제목이 이끌어낸 기대에 가장 잘 부합하는 트랙이다. ‘잠시 춤을 추는 순간 나는 자유롭다’고 외치는 목소리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전에 쓰인 곡임에도 음악 하나로 자유를 만끽하던 지난 2년간의 시대정신을 관통한다. 캘빈 해리스와의 합작 ‘Sweet nothing’에 비견되는 우아한 댄스 트랙 ‘My love’도 마찬가지. 찬란한 사운드 속에 갑작스레 텅 빈 세상이 낳은 공허함을 토로한다.

시작과 끝에는 프론트우먼의 개인적인 고뇌가 담겨있다. 뮤지션으로서의 삶과 가정을 꾸리는 일이 하나가 될 수 없음을 자각하기에, 스스로 ‘어머니도 신부도 아닌 왕’의 칭호를 하사하는 첫 곡 ‘King’의 장엄한 절규에는 슬픔이 가득하다. 알코올 중독에 시달렸던 과거를 헤집는 마지막 트랙 ‘Morning Elvis’에서 플로렌스 웰치의 선택은 우상 엘비스 프레슬리를 따라 음악으로 기운다. 고달픈 여정 끝에 관객에게 돌아가는 3집의 장편 뮤직비디오와 무대 위에서 사랑을 찾으려 했다는 4집의 싱글 ‘Hunger’가 차례로 스쳐 지나가는 가사는 그와 음악의 숙명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근래 몇 년간 쏟아져 나온 댄스 음반과 < Dance Fever >의 차별점은 원전에 있다. 플로렌스 웰치는 팬데믹 발발에 앞서 14~17세기 유럽 전역에서 벌어진 ‘무도광’ 현상에 매료되었고 당시 사람들처럼 통제불능 상태에서 춤을 춘다는 ‘Choreomania’를 필두로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즉, 그가 시류에 편승한 것이 아니라 세상이 그를 따라잡은 것이다. 다만 제목이 구체적인 나머지 종종 찾아오는 고요하고 정적인 순간에 고개를 기웃거리게 만든다. 모호한 상징과 추상적인 문장으로 폭넓게 이야기를 아울렀던 기존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키워드의 포용성이 미약하다.

그럼에도 신보는 탄탄대로를 걷는 플로렌스 앤 더 머신의 커리어를 계속해서 이어 나간다. 현시대 또 어떤 밴드가 ‘Heaven is here’만큼 기이하고 주술적인 음악을 만들고, ‘Daffodil’처럼 광기 어린 목소리로 희망을 노래하면서 영국 앨범 차트 정상을 차지할 수 있겠는가. 한 차례 비워낸 < High As Hope > 이후 맞이한 성찰의 시간이 다시 빚어낸 깊고 웅장한 세계, 그렇게 그들의 행보를 논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음반이 하나 더 늘었다.

-수록곡-
1. King
2. Free
3. Choreomania
4. Back in town
5. Girls against God
6. Dream girl evil
7. Prayer factory
8. Cassandra
9. Heaven is here
10. Daffodil
11. My love
12. Restraint
13. The bomb
14. Morning Elvis

Categories
Album KPOP Album

헤이즈 ‘Undo’ (2022)

평가: 2.5/5

여름철의 음악 시장은 청량한 에너지를 선망한다. 헤이즈는 예외다. 장마철 비에 힘입어 댄스곡을 누르고 차트 정상을 차지한 < /// (너 먹구름 비) > 이후 ‘감성’ 키워드를 얻은 그는 꾸준히 멜랑콜리의 정서를 이어 나갔다. 특유의 이미지는 두 번째 정규작 < Undo >에서도 되풀이된다.

그림자에 가려진 무표정한 얼굴처럼 대부분의 수록곡은 식어버린 사랑의 이야기를 텍스트로 삼는다. 뚜렷한 정체성을 잘 반영하지만, 기시감이 강하게 풍기는 멜로디의 ‘I don’t lie’나 다소 뻔한 비유의 ‘도둑놈’ 등은 곡 자체의 매력과는 별개로 익숙함 이상의 진부함을 피워낸다. 날씨라는 환경적 요인에 지나치게 종속적으로 끌려다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답답한 이별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하는 장치는 작사가로서의 역량이다. 서정적인 분위기의 ‘슈퍼카’는 시적인 언어로 ‘돌아갈 수 없는 그때 그 순간’에 대한 향수를 따스하게 자극하고, ‘여행자’의 섬세한 가사는 한 편의 시처럼 음미해서 감상할수록 더욱 깊은 매력이 우러나온다. 씁쓸한 이별이라는 동일한 소재를 천천히 홀로 되새기는 과정이 남다른 울림을 자아낸다.

유지와 답습 사이 벌어지는 혼란에 대한 타이틀곡 ‘없었던 일로’의 대응 방식은 주목할 만하다. 쫀쫀한 베이스부터 서글픈 멜로디까지 히트작 ‘헤픈 우연’의 잔향이 짙긴 하나, 노래 전반을 맴도는 선선한 공기 덕에 보편적인 헤이즈 음악에서 조금은 탈피한다. 아픔과 그리움 대신 후련함의 감정에 집중했다는 아티스트의 설명처럼 비교적 맑은 날에도 큰 무리 없이 들을 만한 곡이 탄생했다.

독보적인 감성에 대한 꾸준한 수요 저편에서는 슬슬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논해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 Undo >는 문제상황에 속 시원한 해결책을 건네진 못한다. 그나마 가장 핵심이 되는 타이틀곡에 고심의 흔적이 보인다는 사실에서 다음 단계의 실마리가 보인다. 긴 시간 활동한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마주하게 되는 시점, 이를 헤쳐 나갈 묘수가 ‘되돌리기’는 아니어야 한다.

– 수록곡 –
1. 없었던 일로
2. 어쩌면 우리 (Feat. 죠지)
3. I don’t lie (Feat. 기리보이)
4. 도둑놈 (Feat. 민니 of (여자)아이들)
5. 거리마다 (Feat. I.M of 몬스타엑스)
6. Love is 홀로
7. 널 만나고
8. 슈퍼카
9. 여행자

10. Abou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