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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프린세스(King Princess) ‘Cheap Queen'(2019)

평가: 3.5/5

킹 프린세스(King Princess)는 2018년 노스탤지어를 연출한 데뷔곡 ‘1950’을 발표하며 화제를 모았다. 원 디렉션 출신 솔로 해리 스타일스가 ‘1950’의 가사를 트위터에 공유할 정도로 인상적인 데뷔였다. 이렇게 이름을 알린 그는 젠더퀴어이며 동성애자인 자신의 위치를 첫 정규 앨범인 < Cheap Queen >으로 공고히 한다. 퀴어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 자신의 정체성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을 노래한다.

‘싸구려 여왕’의 독특한 문법은 특수한 사랑의 방식과 경험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Ain’t together’에서는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사귀지는 않는’ 관계를 담고, ‘Tough on myself’에서는 친구에 대한 욕망과 이에 대한 자책을 노래한다. ‘Isabel’s moment’에서는 친구와 애인 사이의 선을 왜 그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혼란을 도발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가사에서 화자와 청자의 성별이 특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언뜻 평범한 이성 간의 이별 발라드 ‘Watching my phone’과 ‘Prophet’, ‘You destroyed my heart’ 등도 퀴어 연애를 전제로 한다. 비교적 간소한 편성의 다른 곡들 사이에서 이 세 곡은 기타와 신시사이저를 중심으로 소리를 풍성하게 확장시켜 감정의 높낮이를 섬세히 표현한다. 비정형적인 인간관계가 터부시되는 풍조 속에서 이처럼 진솔한 노래들은 킹 프린세스처럼 소외된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

곡들의 정서적인 출발점이 특수할지언정, 그 결과물은 낯설거나 거북하지 않다. 메시지는 진보적이나 음악은 과거의 유산에 튼튼히 발을 디디고 있는 덕이다. 기타 팝에 기반을 두며 치밀하게 설계된 1980년대의 사운드로 곡을 풀어내는 작법은 프로듀서 마크 론슨 (Mark Ronson)의 스타일을 연상케 한다. 타이틀곡 ‘Ain’t Together’에서는 애절함을 강조하기 위해 기타 사운드를 강조하는가 하면, ‘Hit the back’은 디스코를 추억하는 댄서블한 팝이다. 앨범의 모든 곡들이 선명한 멜로디를 중심에 갖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팝스타를 지향하는 만큼 어려운 실험보다 어렵지 않은 음악을 선보이며 안전한 선택을 했다.

킹 프린세스의 당당함은 세대의 변화를 반영한다. 빌리 아일리시와 할시, 클레어오 등의 Z세대 뮤지션들은 기성 팝의 문법에 얽매이지 않고, 두려움 없이 진솔하게 감정을 표출한다. 사회적 편견과 고정관념에서도 자유롭다. 2000년대 밀레니얼 여성 팝스타들의 페르소나들의 그것과는 또 다른 주제 의식이다. 킹 프린세스는 인디의 감성을 레트로의 유행에 결합시켜 솔직한 이야기를 듣기 쉬운 팝의 형태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이제 쿨함은 Z세대의 영역이 되어간다.

– 수록곡 –
1. Tough on myself
2. Useless phrases
3. Cheap queen
4. Ain’t together 
5. Do you wanna see me crying?
6. Homegirl
7. Prophet
8. Isabel’s moment (Feat. Tobias Jesso Jr.)
9. Trust nobody
10. Watching my phone 
11. You destroyed my heart
12. Hit the back 
13. If you think it’s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