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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브 로(Tove Lo) ‘Dirt Femme’ (2022)

★★★★
쉽사리 표현할 수 없는 존재로 거듭났다.

평가: 4/5

색깔이 뚜렷한 만큼 토브 로의 음악은 부담감을 동반했다. 두 곡의 싱글을 히트시킨 데뷔작 < Queen Of The Clouds >부터 미니멀한 < Lady Wood >, 퇴폐미를 고밀도로 농축한 < Blue Lips >까지 이어진 위협적인 이미지는 < Sunshine Kitty >로 뿌연 연기를 일부 걷어낸 후에도 끈적한 흔적을 남겼다. 그러나 메이저 음반사를 떠나 스스로 설립한 인디 레이블에서의 첫 작품 < Dirt Femme >은 사뭇 다르다. 제한 없이 펼친 창조력이 오히려 놀랄 만큼 근사한 음반을 만들어냈다.

거손 킹슬리(Gershon Kinglsey)의 ‘Popcorn’을 비틀어 치명적 아드레날린을 발산하는 ‘2 die 4’, 섭식장애의 악몽을 격렬한 에너지로 털어내는 ‘Grapefruit’ 등의 댄스 튠이 먼저 시선을 끈다. 2022년 발매된 팝 음반 사이 단연 뛰어난 멜로디를 자랑하는 여러 트랙 중 정점은 역시 이견의 여지없이 오프닝 트랙 ‘No one dies from love’가 차지한다. 1980년대 신스팝에 북유럽 전자음악의 향취를 끼얹어 고통 이상의 비극을 빚어내는 곡은 토 로의 최대 역작으로 봐도 무방하다.

다른 포인트는 육체적 쾌락 너머로 시야를 확장한 가사에 있다. 결혼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뮤지션은 ‘Suburbia’에서 규격화된 아내와 엄마가 되길 거부하면서도 그로 인해 놓치게 될 기회비용 또한 두려워한다. 적막한 반주의 ‘True romance’로 감정을 토해낸 그는 ‘Cute & cruel’에서 사랑을 하나로 규정짓는 대신 그 복잡함을 그대로 포용한다. 관습적인 프레임에 갇히기를 거부하고 ‘더러운 여성(Dirt Femme)’을 자처했기에 획득한 지혜다.

그렇기에 협업 트랙에서 게스트의 색깔이 우선적으로 묻어나오는 현상은 주도권의 함락 대신 더 큰 자아 형성을 위한 수용의 과정이라는 표현이 더 걸맞겠다. 모국 스웨덴 출신 포크 듀오 퍼스트 에이드 킷과의 하모니는 어쿠스틱 기타와 이루는 뜻밖의 궁합을, SG 루이스가 주조한 두 트랙에서는 스타일을 막론한 소화력을 증명한다. 마냥 직진하는 대신 잠시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기를 택한 것이 기존 장벽이었던 피로도를 낮추며 더 많은 가능성을 제시하는 혜안이 되었다.

그동안 줄곧 간단한 키워드로 정의하게 되던 아티스트는 단번에 쉽사리 표현할 수 없는 존재로 거듭났다. 마치 직계 선배인 로빈(Robyn)이 그랬던 것처럼, 독자적으로 틔워낸 보금자리에서 스스로 쏘아 올린 축포가 음악적인 성취까지 동반한 셈이다. 팝 신에서 토브 로는 이제 다른 의미로 독보적인 이름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수록곡-
1. No one dies from love
2. Suburbia
3. 2 die 4
4. True romance
5. Graepfruit
6. Cute & cruel (Feat. First Aid Kit)
7. Call on me (With SG Lewis)
8. Attention whore (Feat. Channel Tres)
9. Pineapple slice (With SG Lewis)
10. I’m to blame
11. Kick in the head
12. How l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