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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코(ZICO) ‘Seoul drift’ (2022)

평가: 3/5

만족을 모르는 욕심은 끝없는 창작 욕구로 치환되어 아티스트를 움직이는 주요 원동력이 된다. 위 방식을 모범적으로 따른 지코는 본격적인 솔로 활동 이후 꾸준히 성공 가도를 걸었고, 연간 차트 1위 ‘아무노래’와 미니앨범 < Random Box >를 발표한 2020년을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며 가수 활동의 방점을 찍는다. 동시에 사회복무요원 근무를 위해 휴식을 선언한 그는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22년 7월. 복귀작 ‘Seoul drift’를 통해 애써 참고 있던 숨을 내뱉으며 기지개를 활짝 켠다.

먹먹한 기타 리프로 시작하는 신곡은 자극을 줄이고 부드러운 모양새를 갖춘다. 거친 랩이 아닌 싱잉으로 구성된 절과 각각 가성과 진성으로 일순 긴장을 해소하는 프리 코러스 파트 직후 중독적인 후렴구로 자아내는 아련한 분위기가 빠른 템포에서도 편한 감상을 끌어낸다. 간주에 등장하는 신시사이저 연주를 포함해 대중적 지점을 잡아내는 재능을 다시 한번 증명해낸다. 이전 작품들과 비슷한 형태가 번뜩이지 않을 수 있지만 흘러가는 준비 운동으로 치부하기에 전체적인 완성도가 탄탄하다. 그렇게 다채로운 색감을 지닌 뮤지션이 그동안의 공백을 채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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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코(ZICO) ‘Random Box’ (2020)

평가: 3.5/5

틱톡 챌린지를 유도하는 유행 전략과 차트까지 겨냥하는 팝의 작법, 게다가 한철 장사 대비하듯 곳곳에 투입된 듯한 여름철 콘셉트까지. < Random Box >는 우리가 시장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상술과 비즈니스 요소로 점철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누가 이 앨범을 감히 단순 소모작이라 단평할 수 있을까. 지코는 이지리스닝 이미지 뒤에 조용히 모습을 감춘 채 진일보한 프로듀싱의 발톱을 드러낸다.

싱어와 래퍼 사이 절충안이 확실히 정립되어 있지 않아 과하게 억센 비트 혹은 심심한 발라드 작풍을 오가던 전작의 온도차가 현작에 이르러 안정된다. 프로듀서 팝 타임(POP TIME)과 작업한 수록곡은 청량감이라는 일관된 축 아래 필요한 변화만을 수행하는데, 이는 ‘아무노래’부터 점차 보이기 시작한 방향과 동일하다. 흥과 개성을 피력하기 위해 예전처럼 무리하지 않는 모습. 멜로디와 랩의 최대공약수가 갖춰지면 추가 없이 과감히 마무리 지음으로써 간결함을 유도한다.

선배 아티스트 비와 신예 비비(BIBI) 같이 넓은 범위의 피처링 진을 가지고도 트렌디한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한 번. 타이트한 래핑이 삽입된 ‘No you can’t’와 싱잉을 강조한 ‘만화영화 (Cartoon)’, ‘Roommate’ 등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진 곡을 번갈아 배치함에도 개개의 정체성과 매력을 부담 없이 확보했다는 점에서 한 번 더 인정을 자아낸다. 여유로운 작법의 포장지를 뜯으면 나타나는 뚜렷한 팝 사운드의 선물 상자다.

짙게 깔린 상업성이 꽤 합리적일 정도로 대중 친화적이고 감각적이다. 랜덤 박스라는 네이밍에 걸맞게 앨범은 그가 가진 넓은 스펙트럼을 골고루 암시할 뿐만 아니라, 귀에 들어오는 접점을 친절하게 꾸며 진입 장벽을 낮춘다.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예상하기 힘든 포맷과 트랙 간 이음새 또한 신선하고 자연스럽다. < Random Box >는 지코가 지금껏 보여준 모습 중 가장 깔끔하고 포용적인 손길로 커리어 지평을 넓힘과 동시에 팝 랩의 모범 사례를 세운다. 그것도 작품의 색을 위해 본인의 색을 덜어낸다는 이대도강(李代桃僵)의 자세로.

– 수록곡 –
1. Summer hate (Feat. 비)
2. 만화영화 (Cartoon) 
3. 웬수 (Feat. BIBI) 
4. No you can’t
5. Roomm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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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코(ZICO) ‘THINKING Part.2′(2019)

평가: 3/5

THINKING Part.1 >은 ‘천둥벌거숭이’를 제외하면 힘을 뺀 지코를 보여줬기에 새 앨범에는 특유의 몰아붙이는 래핑과 직관적인 훅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었다. 예상을 벗어나 그는 과거를 확실히 내려놓았다. 스웨그 넘치는 악동 대신 현재의 감정에 집중하는 우지호가 더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연스레 커버 속 로댕의 < 생각하는 사람 >으로 변한 피사체의 지코가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유일하게 기존의 색을 이어간 ‘Another level’은 방향을 잃었다. 둔탁한 비트와 킬링 파트는 ‘말해 yes or no’, ‘BERMUDA TRIANGLE’의 형식을 따르고 ‘나 잘났어’ 식의 진행은 더 이상 참신하지 않다. 오히려 지코의 색채가 묻지 않은 트랙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Dystopia’와 ‘꽃말’의 입체감 있는 사운드는 마치 극을 보는 듯하고 넓어진 스펙트럼을 증명한다. 이제는 그의 캐릭터를 하나로 정의하기 어렵다.

담백하게 그의 심정을 꾹꾹 눌러쓴 가사가 음반의 핵심이다. ‘남겨짐에 대해’는 미니멀한 피아노 위 일상의 언어를 무심하게 얹어 차가움과 따스함이 공존하는 겨울 끝자락을 떠올린다. ‘Balloon’은 높은 하늘 위를 날아갈 수 있는 존재지만, 날 세운 세상에서는 누구보다 연약한 풍선을 자신에게 투영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았지만 쉽게 그의 세상으로 젖어 들 수 있다. 드디어 자기 목소리를 냈고, 대중은 지코 너머 인간 우지호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탕아 혹은 경주마처럼 내지르기만 했던 그가 멈춰 서서 사색에 잠겨 있다. 물 흐르듯 읊조리는 래핑과 달리 적절하게 무게를 담아낸 가사는 자신의 현 상태를 전달해주는 가교이다. 필치 가득하거나 삐뚤어진 태도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으나 진중함이 묻어난 성장은 유독 저릿하게 다가온다. 이리저리 혼란한 자아를 그리면서 한 층 업그레이드된, 역설적인 모습이 여기에 있다.

– 수록곡 –
1. Another level (Feat. 페노메코)
2. 남겨짐에 대해 (Feat. 다운) 
3. Dystopia
4. Balloon 
5. 꽃말 (Feat. 제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