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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Love You More,'(2022)

평가: 3.5/5

오래도록 숨죽이던 유하는 마침내 꿈에 그리던 춤사위를 만개했다. YG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으로 10년을 보낸 그는 때늦은 데뷔에 조급할 법도 하지만 새 방향을 차분히 모색해왔고 유니버셜 뮤직의 손을 잡으며 알앤비 가수로 노선을 변경했다. 매혹적인 음색을 갖춘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하던 중 첫 EP < Love You More, >를 꺼내든 그는 가장 편안한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상실을 노래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낯익은 장르인 신스 팝을 정돈하여 안정적인 궤도로 안착한다. 이전 싱글 ‘Island’와 ‘오늘 조금 취해서 그래’의 상기된 톤은 깔끔하게 가다듬었고 세련된 기계음이 찍어내는 멜로디, 타격감을 강조한 드럼, 그리고 간질간질한 음색을 첨가하여 익숙한 느낌으로 신보를 꾸몄다. 성대를 세밀하게 활용하여 요소마다 듣는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위’의 멜로디 리프를 흉내내거나 가성을 유려하게 뽑아내는 등 곳곳에 적합한 맞춤형 목소리를 준비해두었다.

고심해서 골라낸 재료들은 음반 커버의 묘한 표정과 타이틀곡 ‘Last dance’가 암시하는 복합적인 정서로 배합된다. 묵직한 베이스 라인이 먹먹한 마음을 뒷받침하고 여리여리한 맛을 살린 후렴구의 보컬은 떠나는 이에게 추는 마지막 춤을 형상화하면서 헤어진 이의 알 수 없는 내면을 묘사한다. ‘내가 널 놔줄 것 같아?’하고 서슬 퍼렇게 내뱉는 나레이션 역시 긴장감과 함께 또 다른 상상의 여지를 남긴다. 일반적으로 사랑의 끝을 표현하는 슬픔이나 분노에 그치지 않고 자기 감정을 다채롭게 해석하고 표출하겠다는 의지가 생생하다.

주제와 대조적으로 힘차게 밤하늘을 유영하는 듯한 반주는 유하의 독특한 감수성에 강한 설득력을 부여한다. 화자의 음성과 가사에 명시된 서글픈 감상들은 청량하게 가공된 사운드를 만나 밝게 전환된다. 상승하는 신시사이저 음계와 가슴을 울리는 드럼은 ‘꽃비’의 어두운 그림자를 순식간에 뒤집어 경쾌한 바람을 불어오고, ‘위’나 ‘Satellite’처럼 고공행진하는 이미지에는 가뿐하게 올라탄다. 예상되는 흐름과 극적인 반전을 이루는 작법에서 보통의 이별 노래와 차별점이 선명하게 살아난다.

성공적인 마지막 춤은 곧 새로운 시작이다. < Love You More, >는 당초의 목표에 완연히 도달했을 뿐만 아니라 확실한 정체성을 구축하며 미래를 제시한다. 말과 음악을 세심하게 버무린 과정에는 노력의 흔적이 묻어나고, 완성된 결과물이 뿜어내는 도도한 세련미는 다른 아티스트와 차별화된 빛을 발하고 있다. 꾹꾹 눌러쓴 이별의 연서를 간직한 채, 아리따운 무희로 재탄생한 유하가 가뿐하게 그다음 발걸음을 내딛는다.

– 수록곡 –

  1. Satellite
  2. Last dance
  3. 꽃비
  4. Nu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