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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Feature

여성 싱어송라이터 16인/16곡

격세지감. “21세기 대중 음악 신은 여성이 호령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성 뮤지션들의 위세가 대단하다. 테일러 스위프트와 비욘세, 빌리 아일리시와 올리비아 로드리고 같은 대형 스타들의 군웅할거는 남성 뮤지션의 이름이 빼곡했던 1960~70년대 빌보드 차트를 전복했다. 그간 억눌러왔던 재능을 터트리듯 대중음악계의 우먼파워는 사기충천한다.

리스트에 오른 20세기 여성 싱어송라이터 16인은 남성 지배적인 대중음악계에서 직접 곡과 가사를 쓰고 노래까지 부르며 음악적 주도권을 확립했고 ‘자아를 음률(音律)로 표현한다’라는 아티스트의 본질을 이뤄냈다. 후배 여성 뮤지션들은 이들을 보며 음악의 꿈을 키웠고, 용기 낼 수 있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선각자와 계승자의 명곡 중 자작곡 혹은 공동 작곡에 해당하는 열여섯 작품을 골랐다.

조니 미첼 ‘Both sides now’ (1969)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디제이 배철수는 조니 미첼을 가장 위대한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꼽았다. 60여 년에 걸친 포크와 록, 재즈를 아우르는 음악적 변화와 사상과 감정을 고스란히 반영한 노랫말은 싱어송라이터의 기준을 정립했다. 포크 록 걸작 < Clouds >와 그녀를 대표하기에 이른 < Blue >, 본격적으로 재즈 퓨전을 시도했던 1970년대 중반의 < Hejira >와 더불어 실험적인 신스팝 앨범 < Dog Eat Dog >까지 미첼은 정체(停滯)를 거부했다.

‘Send in the clowns’로 유명한 여성 싱어송라이터 주디 콜린스가 1967년 미첼의 자작곡 ‘Both sides now’를 취입해 빌보드 핫100 8위까지 오르며 선전했고 미첼은 본인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 < Clouds >의 마지막 트랙으로 이 곡을 택했다. 소설가 솔 벨로의 < Henderson And The Rain King >에서 영감을 얻은 이 곡의 키워드는 구름이며 앨범 제목과도 연결된다. 고통 속에 아름다움이 깃든 삶의 양면성을 노래하는 이 곡은 시적 언어의 정수다. 최근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 코다 >의 중심 테마로 젊은 팬들에 가닿았고 미첼은 최근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서 후배 브랜디 칼라일과 이 노래를 불러 감동을 안겼다.

캐롤 킹 ‘It’s too late’ (1971)
최고의 여성 작곡가를 단언하기 어렵지만 캐롤 킹은 후보로 첫손에 꼽힐만하다. 전 남편 제리 고핀과 콤비로 더 셔를스(The Shirelles)의 ‘Will you love me tomorrow’ 리틀 에바(Little Eva)의 ‘The loco-motion’ 같은 명곡을 쏟아냈던 그녀는 1971년 명반 < Tapestry >로 작곡가에서 싱어송라이터로 영역을 확장했다. ‘I feel the earth move’ 제임스 테일러와 입을 맞춘 ‘You’ve got a friend’ ‘(You make me feel like) a natural woman’ 같은 완벽한 팝송들로 채워진 이 앨범은 1972년 그래미 올해의 레코드 수상으로 방점을 찍었다.

여자가 내리는 이별 선고는 시대를 고려하면 급진적이다. 작사가 토니 스턴(Toni Stern)은 ‘Fire and rain’의 제임스 테일러와 킹의 짧은 로맨스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킹이 직접 연주한 피아노와 커티스 에이미(Curtis Amy)의 색소폰이 재즈를 덧칠하고 빈틈없는 선율이 대중성과 영속성을 움켜쥐었다. 당당한 여성상을 높이 산 롤링 스톤은 이 곡을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500곡 중 하나로 선정했다.

칼리 사이먼 ‘You’re so vain’ (1972)
커다란 입과 두툼한 입술이 인상적인 가수 칼리 사이먼의 가사지엔 진솔한 감정 표현이 가득하다. 1970년대에 걸쳐 꾸준히 히트곡을 발표해온 그녀는 전남편 제임스 테일러와 듀엣으로 부른 ‘Mockingbird’, 블루 아이드 소울 뮤지션 마이클 맥도널드와 함께한 ‘You belong to me’ 등 남성 뮤지션들과 좋은 합을 보여줬다. 빌보드 핫100 2위를 기록한 <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의 주제가 ‘Nobody does it better’도 대표곡이다.

“당신은 허영심 넘쳐요, 당신도 이 노래가 자신을 말하는 걸 알죠? 정녕 모르시나요?”라는 구절이 남자들의 가슴을 쿡쿡 찔렀고 사이먼은 할리우드 스타 워렌 비티를 세 명의 당사자 중 하나로 지목했다. 도입부의 꿈틀대는 베이스 연주는 비틀스의 멤버들과 협연했던 독일 출신 클라우스 부어만(Klaus Voorman)의 솜씨고 피아노는 사이먼이 직접 연주했다. 크레디트에 명시되진 않았지만 숨길 수 없는 음색 덕에 대부분 팬이 믹 재거의 백업 보컬을 알아챘다. 사이먼의 유일한 빌보드 핫100 1위 곡인 ‘You’re so vain’은 2021년 롤링 스톤지가 선정한 500대 명곡에서 495위를 차지하며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돌리 파튼 ‘Jolene’ (1974)
자선 단체 뮤지케어스(MusiCares)의 2021년 콘서트는 돌리 파튼 트리뷰트로 꾸며졌다. 마일리 사이러스, 크리스 스테이플턴 등 스타 뮤지션이 대거 참여해 존경을 표했고 객석의 뮤지션들도 노래를 따라부르며 위대한 가수를 칭송했다. 1946년생, 여든의 나이를 바라보는 파튼은 컨트리 음악을 넘어 미국 대중 음악의 전설이다. 25곡의 빌보트 컨트리 차트 1위 곡으로 또 다른 컨트리 음악의 전설 레바 매킨타이어와 함께 꼭대기에 위치하고 그래미도 50번의 노미네이션, 11번 수상해 대중과 평단에 두루 사랑받았다.

그녀는 무려 3,000여 곡을 쓴 정상급 작곡가다. 많은 이들이 휘트니 휴스턴의 원곡으로 오인하는 ‘I will always love you’와 빌보드 넘버원을 차지한 ‘9 to 5’도 그녀의 작품이다. 경쾌한 곡조의 ’9 to 5’와 달리 ‘Jolene’은 ‘졸린, 제발 제 남편을 빼앗지 마세요’라고 애원하고 파튼은 실화 기반의 곡을 부르기 꺼렸다. 개러지 록의 부활을 이끌었던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절규를 담은 커버와 파튼이 직접 목소리를 얹기도 한 아카펠라 그룹 펜타토닉스의 버전이 유명하다. 며칠 전 세상을 떠난 올리비아 뉴튼 존도 7번째 정규 앨범 < Come On Over >의 마지막 싱글로 이 곡을 택했다.

존 바에즈 ‘Diamonds & rust’ (1975)
1960년대 미국 반문화의 상징 존 바에즈는 사회상에 끊임없이 문제 제기한 포크 뮤지션 겸 인권운동가다. ‘밥 딜런의 동지’ 정도로 그치기엔 1950년대 말엔 마틴 루터 킹과의 교류, 1960년대 말 베트남전 반대 성명, 이후의 성 소수자 존중과 사형제 폐지 등 딜런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통기타 반주에 목소리를 더한 간결한 음악을 구사했던 바에즈가 풍성한 편곡을 시도했던 열여섯 번째 정규 앨범 < Diamonds & Rust >는 래리 칼튼(기타), 윌튼 펠더(베이스), 토토의 건반 연주자 데이비드 페이치같은 정상급 연주자들로 포크와 재즈를 섞은 세련된 사운드를 세공했다. 한때 연인이었던 딜런과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묘사한 ‘Diamonds & rust’는 사랑의 양면성을 다이아몬드와 녹으로 은유했고 바에즈가 내면적인 노래에도 강점이 있음을 증명했다.

재니스 이안 ‘At seventeen’ (1975)
만 16살에 데뷔 앨범을 발표할 정도로 천재성을 보인 재니스 이안은 1967년 ‘Society’s child ‘ 이후 빌보드 핫100에서 뚜렷한 성공을 못 거뒀지만 1975년에 발표한 < Between The Buttons >로 단숨에 전세를 역전했다. ‘At seventeen’ 이외에도 ‘From me to you’, ‘In the winter’ 등 흡인력 있는 곡들이 포진한 소프트 록의 명반이자 경력의 정점이다.

무도회의 퀸카들을 보며 ‘나는 왜 저렇게 안 될까?’ 좌절하는 십 대 소녀 이야기다. 파티 경험이 없는 이안은 사실적인 가사를 쓰기 위해 몇 달을 고민했고 여러 차례 퇴고 끝에 완성한 노랫말은 소녀들의 공감대를 끌어냈다. 열일곱을 노래한 스물셋의 이안은 보사노바 리듬에 실린 어쿠스틱 기타와 트롬본으로 격조를 높인 이 곡으로 1976년 제18회 그래미에서 최우수 여자 팝 보컬 상을 받았다.

패티 스미스 그룹 ‘Because the night’ (1978)
데뷔 앨범 < Horses > 속 흑백 사진은 패티 스미스의 쿨함을 상징한다. 상업적 성과는 미미했으나 밴 모리슨의 원곡에 살을 붙인 ‘Gloria’과 자유로운 사랑을 함의한 ‘Redondo beach’로 여성 펑크(Punk) 로커의 시금석이 되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한 축 존 케일이 제작을 맡아 아트 펑크적 성향이 짙은 이 앨범은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아르튀르 랭보와 비트 제너레이션의 대표 작가 앨런 긴즈버그의 영향으로 문학적이다.

패티 스미스 그룹의 명의로 3년 후에 발표한 정규 3집 < Easter >는 빌보드200 20위를 수확했고 뉴웨이브를 접목한 편안한 사운드는 친밀감을 더했다. 빌보드 핫100 13위까지 오른‘Because the night’의 뿌리엔 ‘더 보스’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있고 그가 < Darkness On The Edge Of Town > 제작을 위해 밑 작업만 해놓았던 곡은 당찬 펑크 록으로 환생했다. “당신의 명령 아래 내 기분은(The way I feel under your command)”이란 가사가 걸리지만 전반적으로 주도적이고 당당한 태도로 사랑을 갈구한다. 어떤 노래든 ‘패티 스미스 화’하는 능력을 ‘Gloria’에 이어 다시금 발휘했다.

마돈나 ‘Lucky star’ (1983)
마돈나는 명실상부 대중 음악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다. 40년 가까이 차트를 호령해온 꾸준함은 비견할 데 없고 역경을 극복하고 정상에 오른 신화적 인물이기도 하다. 함께 ‘58년 개띠 클럽’을 구축했던 마이클 잭슨, 프린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아왔으나 < Like A Virgin >, < Like A Prayer > 등의 명반을 배출하고 < Ray Of Light >, < American Life >로 음악적 다변화도 꾀했다.

싱어송라이터의 이미지가 약할 뿐 마돈나는 꽤 많은 곡을 스스로 써냈다. ‘Live to tell’, ‘La isla bonita’, ‘Frozen’, ‘Hung up’ 같은 대표곡들이 모두 그녀의 손길에서 나왔고 2집 < Like A Virgin >의 초대박 히트에 묻혔을 뿐 결코 경시할 수 없는 데뷔작 < Madonna >의 수록곡 ‘Lucky star’도 자작곡이다. 앨범의 유일한 탑5 히트곡이자 빌보드 댄스 차트 1위에 오른 이 곡은 펑키(Funky)한 기타와 신시사이저 리프에 꼼꼼한 사운드 프로덕션으로 5분이 넘는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다. 남성의 육신을 빛나는 별에 은유했다는 평이 일반적이지만 뮤직비디오 속 마돈나의 자애적(自愛的)인 모습은 진짜 럭키 스타가 누군지 암시한다.

신디 로퍼 ‘Time after time’ (1983)
요란한 외모에 독특한 목소리로 캐릭터를 구축한 신디 로퍼는 많은 히트곡을 작곡한 특급 싱어송라이터기도 하다. 한때 마돈나의 라이벌로 거론될 정도로 특급 인기를 구가했던 그녀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발표한 1983년 데뷔작 < She’s So Unusual >로 일약 슈퍼스타가 되었다. 짧은 전성기로 라이벌리는 무색해졌으나 정통 재즈 < At Last >와 블루스 록 < Memphis Blues >를 발표하고 뮤지컬 < 킹키 부츠 >의 음악을 맡는 등 다재다능을 드러냈다.

1986년 정상을 차지한‘True colours’와 더불어 신디 로퍼의 유이한 빌보드 1위 곡 ‘Time after time’은 신나는 팝 록으로 채워진 < She’s So Unusual >에서 사뭇 이질적이다. 앨범의 마지막 퍼즐을 채우기 위해 록밴드 후터스의 보컬 겸 키보디스트 롭 하이만과 조우했고 실연의 아픔을 대화하듯 가사지에 써 내려갔다. 신시사이저와 간결한 퍼커션 연주가 구현한 애상적인 사운드 앞에서 팝계의 말괄량이조차 진중해졌다.

케이트 부시‘Running up that hill (deal with god)’ (1985)
에밀리 브론테의 동명 소설에서 영감을 얻은 신묘한 곡 ‘Wuthering heights’로 데뷔한 케이트 부시는 독보적인 음악성과 카리스마를 갖췄다. 일찌감치 재능을 알아본 핑크 플로이드의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길모어는 부시의 데뷔작 < The Kick Inside >에 참여했고 그로부터 음악 감독의 주체성을 흡수한 부시는 < The Dreaming >(1982), < The Sensual World >(1989) 같은 명반을 스스로 제작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 기묘한 이야기 >에 수록된 ‘Running up that hill (deal with god)’은 역주행 신화를 쌓으며 ‘2022년의 재발견’ 도장을 찍었다. 원제는 ‘Deal with god’이었고 대중음악계의 한 여성으로 느끼는 유리천장을 부술 수 있다면 신과 거래라도 하겠다는 울부짖음을 담았다. 가녀린 고음 보컬은 육중한 리듬 트랙 위를 활보하고 뉴웨이브 신스팝과 프로그레시브 록을 혼합한 사운드는 고유의 소리 문법을 정립했다. 1985년 작 < Hounds Of Love >는 이 곡 이외에도 ‘Hounds of love’,‘Cloudbursting’같은 개성적인 넘버들로 채워졌다.

브렌다 러셀 ‘Piano in the dark’ (1988)
악기 연주와 가창, 작곡에 능한 팔방미인 브렌다 러셀은 상기한 뮤지션들에 비해 인지도는 떨어지나 알앤비와 소울, 재즈를 아우르는 실력파 뮤지션이다. 1970년대부터 남편 브라이언 러셀과 함께 펑크(Funk) 밴드 루퍼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닐 세다카와 협업하며 숙련도를 높였고 1979년에 데뷔 앨범 < Brenda Russell >로 솔로 경력을 시작했다. 빌보드 알앤비 차트 20위까지 이 오른 앨범의 전곡을 써내며 성숙한 음악성을 드러냈다.

1988년 발표한 < Get Here >는 빌보드200 46위에 올라 상업적으로 가장 크게 성공했다. 장기인 건반 연주를 더 크루세이더스의 조 샘플, 옐로우자켓의 러셀 페런트(Russell Ferrante)에 맡겼고 마이클 잭슨의 < Thriller >에서 기타를 연주한 폴 잭슨 주니어와 베이스의 네이던 이스트 등 정상급 연주자가 소리 밀도를 책임졌다. 빌보드 팝, 알앤비, 어덜트 컨템포러리 세 카테고리에서 모두 10위권 안에 든 ‘Piano in the dark’는 유려한 가창과 편곡을 겸비했고 아레사 프랭클린, 패티 라벨에게 곡을 제공했던 조 에스포지토와의 파트너십도 훌륭하다. 알토 색소폰 연주자 데이비드 샌본과 함께한 ‘Le restaurant’도 앨범의 세련된 분위기에 일조했다.

트레이시 채프먼‘Fast car’(1988)
흑인이 부르는 포크 록은 이색적이었다. 가상의 주인공을 설정해 가난의 악순환을 이야기하는 방식과 어쿠스틱 기타 위로 흐르는 담담한 음성은 신인의 어설픔과 거리가 멀었다. 조숙한 데뷔작 < Tracy Chapman >과 빌보드 핫100 6위까지 ‘Fast car’에 힘입어 채프먼은 1989년 제31회 그래미에서 신인상을 비롯한 3관왕을 차지했다. 록 색채가 강한 4집 < New Beginning >(1995) 이후 하강 곡선을 그렸고 2008년도 앨범 < Our Bright Future >가 최근작이다.

채프먼의 진면목은 사회비판적 포크 음악의 부활에 있다. 제목부터 혁명을 담은 ‘Talkin about a revolution’ 물질문명을 비판한 ‘Mountains o things’ 등 사회적인 노래를 다수 발표했고, 백인우월주의에 근거한 인종차별을 일컫는 아파르트헤이트 피해자를 위한 모금 행사 등 인권 관련 행사에 참여해 급진적 성향을 드러냈다. 흑인, 여성의 제약을 딛고 포크의 저항 정신을 다시금 일깨웠다.

셰릴 크로우 ‘All I wanna do’ (1993)
컨트리를 기반으로 한 팝 록 앨범 < Tuesday Night Music Club >은 미국에서만 약 45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긴 무명 생활을 한 방에 날렸다. 윈 쿠퍼(Wyn Cooper)의 시 < Fun >을 참고한 ‘All I wanna do’는 뻔한 삶에서 벗어나길 갈망했고, 그래미 올해의 레코드 수상과 빌보드 핫100 2위로 그 소망을 이뤘다. 앨범의 프로듀서 빌 보트렐(Bill Botrell)이 연주한 스틸 기타가 미래를 향한 낙관주의를 담았다.

크로우의 강점은 꾸준함이다. ‘If it makes you happy, ‘Soak up the sun’ 같은 히트곡을 공동 작곡한 음악적 동반자 제프 트로트(Jeff Trott)와 함께 거의 매년 자작곡을 내놓고 있다. 데뷔작의 신선함이 바란 자리에 연륜이 들어섰고 포크, 컨트리, 멤피스 소울 등 미국의 음악 유산을 탐색하고 있다. 2019년에는 스티비 닉스, 세인트 빈센트, 자니 캐쉬가 참여한 < Threads >로 경력을 압축했다.

앨라니스 모리셋 ‘You oughta know’ (1995)
1995년 데이비드 레터맨 쇼에서의 무대는 광포했다. 제인스 어딕션의 베이시스트 크리스 채니(Chris Chaney)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푸 파이터스의 드러머 테일러 호킨스와 함께한 격정적 퍼포먼스가 곡에 담긴 분노를 표출했다. 1995년 발표된 < Jagged Little Pill >은 약 3300만 장의 판매고와 ‘올해의 앨범상’을 비롯한 그래미 다섯 개 부문을 휩쓸었고 모리셋은 199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 록커로 우뚝 섰다.

그녀를 상징하는 명곡 ‘Ironic’(4위) 과 ‘ You learn’(6위)이 쾌활한 분위기를 지닌 데 비해 ‘You ought know’는 하드록의 정통성을 따랐고 그래미 ‘최우수 록 송’, ‘최우수 여성 록 보컬 퍼포먼스’의 영예를 안았다. 차버린 남자를 향한 날선 노랫말은 당당하고 억센 여인의 이미지를 부각했고, 당시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소속이었던 기타리스트 데이브 나바로와 베이시스트 플리가 거친 록 사운드를 제공했다. 청량한 댄스 팝을 부르던 십 대 소녀가 여전사로 변신한 순간이다.

뷰욕 ‘Hyperballad’(1995)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출신의 뷰욕은 대중음악계의 원 오브 어 카인드다.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힘든 이 뮤지션은 재능의 끝을 가늠하기도,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전위성을 바탕으로 한 음악 스타일이 그녀의 인장이고 음악을 시각화하는 뮤직비디오에도 최전선에 위치한다. 감독 라스 폰 트리에와 잡음이 있었지만, 영화로 어둠 속의 댄서 >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전방위적 재능을 입증했다.

1995년에 나온 2집 앨범 < Post >는 데뷔작 < Debut >에 비해 한층 성숙한 음악성을 확립했다. 1집을 함께 했던 넬리 후퍼 이외에도 매시브 어택의 트리키와 하우스 음악에 일가견 있는 그레이엄 메시를 프로듀서로 초빙해 다변화를 꾀했다. 강성 트립합‘Army of me’과 뮤지컬 스타일 ‘It’s so quiet’ 등 이채로운 곡 중에서 ‘Hyperballad’는 앨범의 백미다. 브라질의 재즈 뮤지션 유미르 데오다토의 현악 세션과 하우스 에이펙스 트윈 풍의 비트가 층위를 이루고 뷰욕은 몽환적 음성으로 남녀의 신비로운 역학 관계를 이야기한다. 미로 같은 소리 갈래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는 특유의 음악성을 집약했다.

사라 맥라클란‘Angel’(1997)
십여 년간 시행착오를 겪던 캐나다 출신 싱어송라이터 사라 맥라클란은 네 번째 정규앨범 < Surfacing >에서 응축했던 내공을 터트렸다. 돌파구가 된 이 앨범 이후로 2010년 작까지Shine On >까지 미국과 캐나다 앨범차트 탑10 안에 들며 안정적 커리어를 구축했다. 1997년에는 여성 솔로 뮤지션과 여성이 이끄는 밴드가 출연한 릴리스 페어(Lilith Fair)를 열어 3년간 약 1천만 달러의 자선금을 확보했다.

‘Angel’은 얼터너티브 록 밴드 스매싱 펌킨스의 키보디스트 조나단 멜보인의 사망 사건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천사의 품에서 편안하게 쉬세요’라는 추모와 함께 약물 이외의 탈출구가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이 곡은 19주간 탑10안에 머문 대표곡이다. 청아한 목소리와 피아노 연주가 천사의 부름처럼 들리는 이 곡은 ‘Building the mystery’ ‘Aida’ 같은 록풍의 수록곡과 다른 차분한 매력을 지녔다. 편안하고도 꿈꾸는듯한 분위기의 힐링 송이다.

이미지 작업: 정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