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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큐엠(QM) 인터뷰

큐엠(QM)의 음악은 기본에 충실하다. 독특하고 다양한 캐릭터가 집결하는 현재 힙합 신에서도 그는 묵묵하게 자신을 노래한다. 특별하지 않은 내용도 특별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 또박또박 가사를 전달하는 래핑은 근래 힙합 신에서 보기 드문 진정성을 수확하며 많은 리스너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18년 VMC 입단 후 꾸준한 활약을 이어간 그는 작년 말 더욱 강력해진 지원군을 바탕으로 세 번째 정규 앨범 < 돈숨 >을 발매했다.

그는 신보를 ‘평범하게 살고 싶지 않아 하는 욕망이 담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음악에 가지고 있는 자조적인 태도와 사회에 대한 냉정한 시선은 여전하지만, 그의 말대로 앨범은 현실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개인의 열망을 강하게 토로한다. 언제나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는 래퍼 큐엠. 그와 나눈 냉철하면서도 진중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2021년 잘 보내고 있나.
< 돈숨 >이 발매된 지 한 달밖에 안 돼서 앨범과 관련된 일정을 하고 있다. 올해도 코로나 때문에 공연이 많이 없을 것 같아서 다음 작품을 위한 곡도 새로 작업하는 중이다. 구체적으로 ‘이런 걸 할 거다’라는 계획이 있는 프로젝트는 아니다. 평소 하던 대로 꾸준히 하고 있다.

꾸준한 작업 페이스다. 아이디어가 많은 것 같다. 
사실 다음 정규 앨범에서 뭘 할지는 생각해 놨다. 그런데 4집을 올해 발매하고 싶지는 않고, 발매한다 해도 내년에 낼 것 같다. 내년에 나이가 서른셋인데, 어머니께서 나를 낳으신 나이와 같다. 그때 맞춰서 하고 싶은 게 있다. 추가로 이번에는 오히려 아이디어가 없는 음악을 하고 싶다. 조금 생각을 끄고, 더 오락에 가까운 음악. 오디랑 했던 < VS >같은 스타일이 될 것 같다. 

차기작의 형태는 어떻게 될까.
믹스테이프 느낌으로 만들고 싶다. 정규작에는 함부로 가사를 못 쓰겠다. 최근에는 믹스테이프가 거의 사장된 느낌인데, 2008년인가 2009년에 믹스테이프 판매가 중지된 이후로 많이 줄었다. 그 당시의 작품들을 많이 참고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앨범 이야기를 해보겠다. 지난해에 < 돈숨 >이 나왔는데, 작업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2019년 크리스마스 콘서트에서 1번 트랙 ‘은’을 공개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쭉 만들었다. 작년 한 해는 앨범 작업에 다 썼다.

VMC 소속으로는 < HANNAH > 이후 두번째 작업이다.
< HANNAH >때는 음악적으로 뭔가 증명해야겠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다. 이미 증명했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내 개인 이야기를 담는 데에 중점을 뒀다. 홍준용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느라 정규 1, 2집을 다 쓴 셈이다. 이번 앨범 같은 경우에는 지난 작품에서 왔던 피드백을 참고해서 반전을 주려고 노력했다. 대체로는 불친절한 방향으로.

어떤 의미에서 불친절한 방향인가?
요즘에는 소위 말하는 붐뱁 프로덕션의 음악을 ‘뚱땅뚱땅’거리는 음악이라고 그러더라. ‘상은 서사가 있고, 붐뱁이면 다 받는다’, ‘붐뱁은 올려치기 당한다.’ 이런 말도 사람들이 한다. 그런데 나는 그게 더 꼰대 같다. 나는 오히려 모든 음악을 다 소비하는데, 그런 ‘힙’하고 불친절한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듣고 주는 피드백은 대부분 ‘고루하다’, ‘지루하다’, ‘옛날 음악이다’다. 이번에는 그거를 비틀기 위해 조금 불친절하게 작업한 것 같다.

피처링 아티스트가 늘어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까.
그렇다. < HANNAH >때도 흔히 말하는 유명 뮤지션들의 피쳐링을 쓸 수 있었지만 일부러 쓰지 않았다. 내 이야기를 적는 게 먼저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친한 사람들 중 ‘이 사람과 작업을 해야겠다’라는 분명한 계획을 세웠다. 예전에는 프로덕션과 가사만 신경 썼다면, 이번에는 ‘이 사람과 같이 하면 다른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구상까지 했다. 비비와 저드의 참여도 일종의 반전이다. ‘큐엠 앨범에 비비가? 저드가?’.

비비와 저드는 서로 다른 캐릭터라 흥미롭다.
중저음의 여성 보컬 톤을 굉장히 좋아한다. 나는 리한나의 굉장한 팬인데, 비비의 보컬이 리한나와 비슷한 결이 있다고 본다. 사운드클라우드에 곡을 업로드하던 시절부터 비비의 음악을 들어온 입장으로 이번 ‘카누’의 세기말적인 분위기에 그 목소리가 잘 맞아 떨어지겠다 싶었다. 반면 저드와 함께한 ‘만남조건’은 펑키(Funky)하고 내가 잘 하지 않는 분위기의 곡이었었다. 저드를 생각하며 070 쉐이크(070 Shake)를 떠올렸다.

다른 점에서 반대로 가고자 한 방향이 있나.
프로덕션도 많이 비틀었다. ‘돈숨’의 비트가 트랩에서 붐뱁으로 전환되는 것도 있겠고, ‘은’은 드럼에 킥이 하나도 없다. < 다크 나이트 >의 조커 등장 신을 상상하고 일부러 자극적인 비트를 주문했다.

실제로 VMC의 정규 앨범들을 들으면 영화 사운드트랙 같은 느낌이 난다.  딥플로우의 < FOUNDER >는 누아르, 넉살의 < 1Q87 >은 사이버펑크. 큐엠의 < 돈숨 >은 어떤 영화에 비유할 수 있을까.
한스 짐머 음악을 좋아한다. 그런 웅장한 느낌을 많이 생각했고, ‘36.5’에서 그게 잘 드러난다. 그리고 < 물랑 루즈 >나 < 오페라의 유령 >같은 뮤지컬 영화도 좋아한다. 그래서 뮤지컬스러운 사운드를 구현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다. ‘36.5’는 또 내가 들으면 디즈니 음악 같기도 하다.

하하, 디즈니 음악이라니. ‘36.5’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긴박함’이다. 평범한 일상이 파괴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을 연출하려고 노력했다. 웅장함을 표현하기 위해 후렴의 트럼펫 라인을 내가 직접 짰고 프로듀서 버기가 연출을 맡았다. 가사는 최대한 스토리텔링이 자연스럽도록 썼다. 벌스 1과 벌스 2에는 확실한 대조를 준 것도 의도적인 구성이다. ‘36.5’가 본격적으로 감정이 바뀌는 앨범 후반부로 다리를 놓는 곡이기도 했기에, 흐름에 신경을 많이 썼다.

화지가 훅(Hook)을 썼다.
화지 형은 워낙 잘하는 뮤지션이고 내가 생각하는 국내 톱 래퍼 중 한 명이다. 힙합을 벗어나 그 이상의 것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믿고 맡겼다. 후렴을 부탁할 때 내용을 설명하고 나를 ‘진정시키는 느낌’의 가사였으면 좋겠다고 콘셉트를 말했더니 후렴을 ‘랩으로 해줄까 노래로 해줄까’라고 바로 말하더라. 심지어 화지는 작업 속도도 빠르다. 최근 작품인 네 곡짜리 EP < Femme Fatales & Getaway Planes >도 2주 만에 만든 거로 알고 있다.

쿤디판다가 참여한 ‘닻’은 ‘열등감’이라는 감정을 서로 공유한다는 느낌이 든다. 처음 쓸 때부터 쿤디판다를 생각하며 쓴 곡이라고.
같이 크루를 하고 있기도 하고 워낙 친해서 그냥 ‘해줘’ 하면 ‘알았어’ 하는 식이다. 곡도 미리 설명했었다. ‘이런 곡인데, 네 목소리로 반전을 줬으면 좋겠다’고. ‘다시 섬’에서 내가 나 자신을 항구에 비유하는데 쿤디판다는 ‘닻’에서 스스로를 ‘배’로 정의한다. 이런 식으로 가사를 이어받아서 서사를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으라 쿤디판다를 기용했다. 전작으로 치면 ‘중앙차선’의 이현준을 기용한 것과 같다. 그 곡도 이현준 말고는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앨범에는 큐엠의 과거 가사를 오마주한 곡도 많다. 시작하는 ‘은’부터도 그렇고.
< HANNAH >를 지금 들으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모두가 열심히 했지만 프로덕션도 부족하고 랩도 좀 더 잘했으면 싶다. 하지만 좋은 가사는 많다. 그게 그대로 잊히는 게 싫어서 가져온 것이 첫번째고,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의 음악에 대한 태도 변화가 확실함을 알려주기 위해 활용한 것이 두번째다.

만족도는 어떤가.
최근 나온 앨범이니 만족도는 높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도 있다. 그런데 완벽한 앨범이 있나? 내가 낸 앨범이 지금도 좋은데 나중에 들어도 너무 좋고 ‘아, 이거 못 넘어’라고 생각하는 순간은 바로 은퇴할 때다. 나는 아직 들었을 때 아쉽고,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이다.

수록곡이 11곡인데 러닝타임이 짧다.
이제 3분 이상의 곡은 소비하기 어려운 시대가 왔다. 1분 짜리 곡도 나오는 상황에서 2분이 안 되는 곡도 길게 느껴질 때가 있다. 모든 것들이 빨리빨리 변해가는 시대에 나 혼자 느린 걸 고집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벌스 3까지 쓸 내용도 없었다. 벌스 2까지 쓰고 나니 자연스럽게 재생 시간이 3분 아래가 됐다. 오히려 프로듀서 형들이 거부감을 느꼈다. 3분이 안 되는데 괜찮은 거냐면서. 나는 앞으로도 3분 이상의 곡은 의도하지 않는 이상 만들지 않을 생각이다.

그럼에도 짧은 곡 길이가 아쉬울 법도 한데…
비욘세가 어느 인터뷰에서 ‘미쳐가고 있다. 다들 자극적인 걸 찾고, 앨범은 안 내고 싱글만 낸다’는 이야기를 했다. 공감이 많이 됐다. 나조차도 게임을 할 때 단발성으로 끝나는 게임을 찾는다. 영화를 보다가도 핸드폰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 집에서 넷플릭스를 봐도 휴대폰 보느라 그걸 끝까지 못 보게 된다. 고등학생들은 정보 전달 목적의 유튜브는 아예 1.5배속을 하고 본다더라. ‘짧게 가야겠구나’ 생각했다.

< 돈숨 >을 예고하는 과거 인터뷰를 읽었다. 3집은 조금 사회성이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었는데, 막상 작품은 상당히 개인적이다.
그때는 1990년대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의 시간 흐름을 들려주고 싶었다. 소위 말하는 ‘시대상을 담는 음악’이겠다. 물론 < 돈숨 >에 그런 사회적인 시선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큐엠이라는 개인에 집중하게 된 건 내가 지금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들을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추후 작품을 통해 사회성 기획을 더 풀어내고 싶은 마음은 있다.

앨범 제목을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라는 의미로 < 돈숨 >이라고 지었다.
내가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게 돈이다. ‘언제쯤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될까’, ‘안정적인 생활이 더 좋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게 결국에는 다 돈 문제다. 결혼을 꼭 하고 싶은데 결혼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무언가를 영위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드는 돈이 있고, 그것보다 나은 삶을 누리기 위해서도 많은 돈이 필요하다.

돈이 사람을 어떻게 만든다고 생각하나.
모든 사람들의 질과 태도를 결정한다고 본다. 물론 그 굴레에서 자유로운 사람들도 있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 그런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

돈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건 이런 거다. 지하철을 타면 1시간 30분 걸리는 거리의 직장에 다니는데 택시를 타면 30분 만에 간다. 그럼 하루에 2시간을 더 쓸 수 있다. 그게 한 달이면 40시간 정도가 되고, 1년이면 480시간이다. 택시 탈 돈만 있으면 그 시간 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더 좋은 휴양지를 가고 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런 게 아니더라도, 그냥 일상생활에서 드는 돈이 더 많아지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태도를 결정하는 것도 그렇다. 자기한테 돈이 많으면 돈은 총과도 같다. 미국에서 권총을 품고 다니면 자기도 모르게 자신감이 넘치게 된다는 설문조사가 있더라. ‘무슨 일이 있어도 대처할 수 있다’, ‘나는 안전하다’라는 든든한 기분이 드는 거다. 돈도 비슷하다.

< 돈숨 >의 중요한 요소로 또 다른 하나는 자기 음악에 대해 ‘돈 안 되는 음악’이라는 회의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다.
그게 사실이니까. 듣는 사람에게 화살을 돌리지 않는다. ‘당신들이 우매하기 때문에’, ‘당신들이 내 음악을 몰라주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가사를 쓰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가운데에서도 성공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우매한 음악을 한 건 아니니까. 그냥 자기 걸 한 것 뿐이지. 그래서 화살을 나에게 돌린다.

그렇다면 큐엠이 생각하기에 ‘돈 되는 음악’은 어떤 음악인가.
돈이 되는 음악은 모두에게 닿는 음악이다. 멜로디가 있는 노래가 훨씬 사람들에게 잘 닿는다. 그냥 랩을 하는 거는 조금 불친절하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걸어가면서 음악을 듣는데, 내가 랩으로 뭔가 막 연설을 하면 듣는 사람은 ‘왜 이렇게 나를 가르쳐’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더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잘 되는 거고, 나도 곡을 쓰고 나면 ‘사람들이 조금 힘들어하겠구나’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듣는 사람들을 굉장히 많이 배려하는 모습이다.
무조건 그래야 한다. 듣는 사람이 없으면 내는 의미가 없다. 발표를 한다는 건 많은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고, 그러려면 그 사람들의 기준에도 맞출 줄 알아야 하고 시대의 흐름도 파악해야 한다. 시대의 흐름을 뚫고 잘 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아직 그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일단 나와 시대를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재력을 자랑하는 랩은 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 최근에는 조금 다양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힙합 신의 핵심 주제이자 서사는 성공, 돈, 자본인데 이런 흐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안 할 거라고 말한 건 자랑을 해도 다른 식으로 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뻔한 건 쓰기 싫다. 그리고 만약 그런 내용을 쓰게 된다면 내 앨범보다는 피쳐링으로 하는 트랙이거나, 장난으로 만드는 트랙일 것 같다. 재미있으니까.

< WAS >와 < HANNAH >와 비교하면 < 돈숨 >에서는 열망이 많이 느껴졌다. 내 음악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고, 성공에 대해 갈망하는 감정이 지난 작품에 비해 많이 늘었다.
솔직해졌다. < HANNAH >때와 지금의 태도는 분명히 다르다. 이제는 성공해야 하고 돈도 필요하다. 앨범에서는 그 계기를 어머니의 병으로 설정했지만 사실 특별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돈이 필요 없다고 하지는 않았다. 단지 돈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족의 가치가 있었는데, 이걸 지키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더라.  

앨범에서 큐엠은 표류를 하기도, 방랑을 하기도 하다가 결국 다시 고독한 ‘섬’으로 돌아온다. ‘섬’이라는 공간은 어떤 곳인가.
많은 것을 섬으로 표현했다. 내가 있는 곳도 섬, 가기 싫은 곳도 섬이다. 직장을 다니는 거나, 음악을 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다시 섬’이라는 트랙에서는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비틀어 여자를 ‘배’로 두고 나를 ‘섬’으로 비유했다. ‘만남조건’에서는 클럽을 채운 개인 한 명 한 명을 모두 섬들에 빗댔다.

이 섬에서 벗어나는 건 성공을 의미한다. 음악적인 성공. 다시 섬으로 돌아왔다는 데서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언제든 음악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야 할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사실 ‘다시 섬’은 나의 은퇴를 상상하며 써본 곡이다.

랩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고2 때였다. 그때는 힙합을 하기보다 유명해지고 싶었다. 정글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라인에서 연습생 생활도 했었다. 그러다가 군대 가면서부터 랩을 안 했는데, 경찰이 되고 싶기도 했고 꿈이 자주 바뀌었다. 그 후에 군대 갔다 오고 25살에 다시 시작했다. 그 이듬해에 믹스테이프가 나왔고. 

고등학생 시절 큐엠을 힙합에 입문시킨 노래는.
지금은 빌스택스로 활동하는 바스코의 ‘얼굴 없는 사나이’다. ‘X까라’ 가사가 계속 나오는 게 충격이었다.

< 돈숨 > 이후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 궁금하다.
희망찬 이야기를 할 것 같다. 예전에 의욕이 없을 때 로직(Logic)의 ‘Everybody’를 듣고 기운을 낸 적이 있는데, 다음 정규 음반에서는 그런 힘을 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Everybody’도 많이 참고해서 내가 어느 포인트에 힘을 얻게 됐는지 확인하고, 그걸 어떻게 사람들에게 돌려줄 수 있을지 고민할 거다. 방식은 다르겠지만.

힙합 팬들에게 시 한 편, 문학을 공부하는 분들에게 힙합 노래 한 곡을 추천하자면. 
시는 문태준 시인의 ‘가재미’. 내가 생각하기에 문태준 시인이 가장 나와 결이 비슷한 시인인 것 같다. 병동에 누워있는 할머니를 가재미에 비유하는데, 내가 표현하는 방식과 많이 닮았다. 워낙 좋아하는 시이기도 하다.

문학을 하는 분들에게는 큐엠의 ‘그랬대’ (웃음). 그 노래에 내가 추구하는 표현 방식이 잘 담겨있다.

향후 대중이 큐엠을 어떤 래퍼로 기억해줬으면 하는가.
한 획을 그은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이 사람 짱이었지’라는 말을 듣는 래퍼. 내가 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 특히 가사 측면에서 그렇다. ‘그 래퍼 가사 진짜 잘 썼지’라고 기억되는 래퍼였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함께 작업하고 싶은 프로듀서가 있다면.
더 콰이엇. 어렸을 때부터 워낙 좋아하는 프로듀서였다.

인터뷰 : 김도헌, 이홍현
정리 : 이홍현
촬영 : 김도헌
편집 : 김도헌, 김성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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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플로우(Deepflow) ‘Founder'(2020)

평가: 4/5

고전적인 할리우드 포스터 스타일의 앨범 커버 아래 예스러운 밴드 연주가 펼쳐지며 오래된 필름이 돌아간다. 빅딜 레코드, 지기 펠라즈, 비스메이저(VMC)를 거치며 오랜 시간 주류와 타협하지 않고 고집스레 자리를 지켜온 래퍼, 헤비 누아르 < 양화 >로 ‘당산대형’이라 불리게 된 빅 브라더, 그럼에도 이후 미디어에 적극 출연하며 논란의 중심을 가져온 보스, 딥플로우의 이야기다. 

< 양화 >가 한국형 갱스터 영화를 닮았다면 < Founder >는 모든 부분에서 고전을 의도하고 있다. 우선 이 앨범의 소리는 808 베이스와 드럼의 힙합 비트가 아니다. 프로듀서 반루더(TK)와 밴드 프롬올투휴먼, 리얼 세션들의 손에서 빚어진 빈티지한 소울, 알앤비, 재즈와 블루스다. 유명 곡을 샘플링하거나 과거의 유산을 소환하는 대신 2010년대 중반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의 커리어가 연상되는 밴드 합작을 통해 손수 리프를 만들고 라이브의 느낌을 강조한다. 완성도에 대한 고집을 밀어붙인 결과물이다. 

이는 작품이 딥플로우의 삶을 투영하여 펼쳐 놓은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이기에 가능한 시도기도 하다. 유년기부터의 경험과 기억을 파편처럼 제시하여 좌우 교차하는 ‘Panorama’부터 마지막 ‘Blueprint’까지, 모든 기록은 ‘실제로 일어난 일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그 주요 시간대는 2010년대 초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던 시절부터 기획사의 사장직에 오른 현재까지다. “이 앨범은 내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다”라는 아티스트의 설명이 정확하다. 13개의 단편 영화 모음집이 아니라 38분짜리 한 편의 작품이다. 

미디어와 타협한 후 ‘변절자’라는 비판을 받은 이후의 결과물이기에 앨범은 자칫 대중에게 자기변호로 비칠 위험이 있다. 그러나 딥플로우의 영리한 화술은 그런 비판적 렌즈를 모두 거둬들일 정도로 효과적이다.

VMC의 경제적 곤궁 시기를 상징하는 숫자 ‘500’이 확장되는 과정을 살펴보자. 막막한 현실과 불투명한 미래를 타개하기 위한 최소한의 소득이 ’Low budget’에서 극적인 성공가도로 연결되고, 그 성과를 멤버들과 함께 ‘품질보증’으로 치하한 후 복잡한 사업자 등록 과정의 ‘대중문화예술기획업’을 거쳐 ‘500짜리 계약서가 이제 뒤에 0이 아홉 개’의 ‘Big deal’로 거듭나는 이야기 구조가 대단히 통쾌하다. 뜻밖의 행운이나 허세 가득한 과시 대신, 절박함이 낳은 성공임을 강조하고 있다.

‘사업가 딥플로우’의 성장 스토리 이후엔 ‘인간 류상구’의 고백이 다가온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래퍼의 현실적인 시선이다. 넉살과 함께 지난 몇 년간의 성공 이면을 돌아보는 ‘Harvest’, ‘돈을 버는 거야 쉽지 / 근데 돈을 쓰는 건 더 쉽지’라는 ‘BEP’의 독백에는 교만이 없다. 오히려 ’36 dangers’처럼 자본과 미디어에 의해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된 힙합 신에서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씁쓸함이 짙다. 변화의 과정 속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부가가치세에 비유한 ‘VAT’의 비유는 특히 날카롭다. 

정공법(正攻法)으로 승부했다. 미디어가 사랑하는 래퍼, ’30대 꺾인 래퍼 라인업'(’36 dangers’) 등의 틀에 갇히지 않고 베테랑, 사업가, 사장으로 풀어낼 수 있는 삶의 궤적을 꾸밈없이 공개하며 깊이를 더한다. 서사를 뒷받침하는 기술적인 차원에서도 아무나 할 수 없는 ‘공들이기’ 과정을 통해 숱한 범작들과 다른 차원에 위치한다.

사업가와 엔터테이너의 포지션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결국 음악으로 답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과연 ‘대형(大兄)’이다.

– 수록곡 –

  1. Panorama
  2. 500 (Feat. 최항석)
  3. Low budget
  4. 품질보증 (Feat. ODEE, 넉살, Don Mills, 우탄)
  5. 대중문화예술기획업
  6. Big deal (Feat. 화지)
  7. Harvest (Feat. 넉살)
  8. BEP
  9. Dead stock (Feat. QM)
  10. VAT
  11. 36 dangers
  12. Pretext interlude
  13. Blueprint (Feat. 정인, Roha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