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KPOP Album Album

트와이스(TWICE) ‘Ready To Be’ (2023)

평가: 3.5/5

트와이스의 앨범에서 타이틀곡이 가장 약하게 들리는 날이 오다니 놀랄 일이다. ‘Set me free’와 ‘Moonlight sunrise’가 남기는 인상이 다소 밋밋한 반면, 이어 수록된 나머지 트랙은 단번에 귀를 집중시키며 몰입을 유도하는 데 성공한다. 결론적으로는 통쾌한 역전극. < Ready To Be >는 데뷔 7년 차 그룹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는 아니어도 최선의 결과물이다.

신스 웨이브 붐을 직수입한 ‘I can’t stop me’부터 시티팝 위주의 < Taste of Love >, 1980년대풍 신스팝 트랙으로 대거 채운 < Formula Of Love: O+T=<3 >까지. 트와이스의 음악은 어느 순간부터 꾸준히 복고 노선을 따랐다. ‘Set me free’의 진해진 디스코 향취와 ‘Moonlight sunrise’의 두아 리파 스타일 작법은 그 정점이다. 장르 흡수력은 무난하나, 여전히 맥을 끊는 랩과 연장전에 들어선 레트로 유행 속 번뜩이는 차용 근거의 부재가 아쉽다.

그에 반해 여타 수록곡에서 벌어지는 거센 사운드와 보컬의 대격돌은 새삼 놀랍다. 시종일관 맹렬하게 달리는 ‘Got the thrills’, 스타디움 록의 웅장함과 전개의 역동성을 두루 갖춘 ‘Blame it on me’의 연타가 특히 돋보인다. 발랄한 이미지로의 회귀와 새로운 시도 사이에서 헤맨 < Between 1&2 >와 달리, 그룹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선택과 집중은 분명한 전진을 가능케 했다.

물론 일차적인 공은 제작진에게 있겠지만 마침표를 찍은 것은 안정 궤도에 오른 멤버들의 표현력이다. 동일하게 런던 노이즈의 곡을 받은 지난 앨범의 ‘Queen of hearts’와 이번 ‘Crazy stupid love’를 비교하면 훨씬 자연스레 녹아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비슷한 양상은 타이틀곡의 영어 버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The feels’만 해도 해외 진출이라는 목표에 끌려가는 모습이 강했으나, 이번 ‘Set me free’는 대체로 비등하며 후렴의 경우는 영어 가사가 더 매끄럽게 들리기도 한다.

전담 프로듀서 블랙아이드필승과의 작별 이후 트와이스의 행보는 끝없는 모험의 연속이었다. 어려움이 많았다. 소극적 영역 탐험의 연속에 본래의 매력마저 대거 잃었던 것이 사실이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여정을 계속하는 < Ready To Be >는 그동안의 시간이 의미 없는 방황이 아니라 마땅히 필요했던 성장통이었음을 보여준다. 다음에 무엇이 놓이든, 이제는 준비가 되어 있다.

Categories
KPOP Single Single

트와이스(TWICE) ‘Moonlight sunrise’ (2023)

평가: 3/5

글로벌 전략의 곡이지만 다분히 트와이스적이다. ‘Feel special’을 닮은 몽환적인 인트로부터 익숙함을 앞세우고 날렵하게 잔걸음 치는 애틀랜타 베이스 스타일 비트에서는 ‘날 바라바라봐’가 자연스레 스친다. 빌보드 핫 100에 진입하며 세계 시장에 확고한 발자국을 남긴 ‘The feels’ 이후 2년 만의 영어 싱글이지만 팝 시류 편승보다 개성 유지, 정체성 공고화가 우선이다.

변화가 나타나는 지점은 가사의 표현 방식이다. 앙증맞고 발랄하던 과거 트와이스와 완벽히 작별하듯 달빛 아래 외친 ‘네 사랑을 갈망해왔어 / 달빛 아래 밤새도록 하자’는 이례적으로 과감하고 관능적이다. ‘The feels’의 중독 대신 간소함에 뜻을 둔 언뜻 두아 리파의 ‘Levitating’을 닮은 간결한 후렴구와 전체적으로 힘 뺀 사운드도 세련됐다. 성숙한 이미지로의 재편과 팝 문법 도입 등 그간의 경로 탐색의 효과가 트와이스 고유의 컬러에 근사하게 이식됐다.

Categories
Album KPOP Album

나연 ‘Im Nayeon'(2022)

평가: 3/5

그룹 활동에 집중했던 트와이스가 솔로 활동을 개시했다. 첫 주자는 나연. 지효와 더불어 곡 전반을 이끄는 보컬리스트이자 팬덤과 대중을 통틀어 가장 인기 있는 멤버 중 하나이기에 다분히 예측 가능한 결과다. 미니 앨범 분량을 최대로 채운 일곱 곡의 트랙 리스트와 별다른 수식어 없이 본인의 이름을 딴 앨범 제목이 이에 따른 자신감을 적극 반영한다.

당당한 포부와 달리 초반부는 다소 조급하다. 타이틀곡 ‘Pop!’은 현아의 ‘Bubble pop!’처럼 이목을 끌 포인트를 적극적으로 배치했으나 그 밀도가 너무 높아 산만함이 동반된다. 레드벨벳의 ‘Rookie’처럼 중독성 일궈내기에 바쁜 탓에 비트가 자아내는 피로감을 희석하지 못하고 있다. 영어로 쓰인 ‘No problem’으로는 해외 시장을 겨냥하지만, 가사 전달에 치중하는 사이 정작 피처링으로 참여한 스트레이키즈의 래퍼 필릭스에게 주목도를 빼앗기고 만다.

스포트라이트의 쟁취는 부담을 덜어낸 이후에 이뤄진다. 유연한 보컬을 펼치는 ‘Love countdown’은 원슈타인과 능숙하게 섞이면서도 주연으로서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유지하고, ‘Candyfloss’는 전형적인 트와이스 이미지의 연장선상에 있으나 단단한 장악력 덕분에 다른 여덟 멤버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랩의 빈자리를 여유롭게 채우는 목소리가 그룹의 향후 방향성까지 어렴풋이 가리킨다.

유사한 맥락으로 음색 뽐내기에 초점을 맞춘 알앤비 트랙보다 차분한 발라드가 돋보인다. 기교를 살짝 덜어내고 목소리 자체에 집중한 ‘노을만 예쁘다’는 나연의 기초적인 하드웨어가 결코 허술하지 않다는 사실을 재차 증명한다. 화려한 장치와 숨 가쁜 계획 뒤에 가려졌던 준비된 아티스트가 발굴되는 결말이 자연스레 속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음반이 가능성을 제시하는 역할에 그쳐서는 안 되지만, 그 어떤 준비운동도 없이 바로 본 게임에 뛰어들었음을 감안하면 < Im Nayeon >은 나쁘지 않은 첫 라운드다. ‘솔로여도 되는 이유’에 대한 확인을 마쳤으니, 다음 과제인 ‘솔로여야 하는 이유’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 하나, 가수에 대한 신뢰가 조금 더 커질 필요가 있다.

– 수록곡 –
1. Pop!
2. No problem (Feat. 필릭스 of 스트레이키즈)
3. Love countdown (Feat. 원슈타인)
4. Candyfloss

5. All or nothing
6. Happy birthday to you
7. 노을만 예쁘다

Categories
KPOP Album Album

트와이스 ‘Taste of Love’ (2021)

평가: 2.5/5

생동감 넘치던 캐릭터로의 복귀다. 트와이스의 정체성을 만든 컬러 팝과 하이틴 콘셉트의 지속적인 답습은 이들에게 음악적인 변화를 요구했고 ‘Fancy’를 시작으로 과감하게 기존의 스타일을 버렸다. 트로피컬 하우스 장르의 ‘More & more’, 디스코 열풍에 합류했던 ‘I can’t stop me’를 거치며 새로운 경로를 탐색했지만 정착지를 찾지 못한 채 그룹의 통통 튀던 개성은 흐려졌다. 방향성을 고민하던 과정에서 해답을 찾지 못한 트와이스는 결국 이들에게 특화된 콘셉트 위주의 앨범으로 회귀하며 본래의 강점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청량한 여름의 분위기를 품은 타이틀곡 ‘Alcohol-free’는 시종일관 편안하다. 마치 빠른 템포와 난이도 높은 고음을 따라가기 벅찼던 ‘I can’t stop me’에서의 질주 이후 한 템포 휴식을 취하는 듯하다. 보사노바 풍의 살랑거리는 라틴 리듬은 멤버들의 맑은 보컬과 부드럽게 섞이며 한층 느릿한 그루브로 리듬감의 여유를 되찾는다. 무난한 만듦새의 시즌송이지만 평이한 구조의 멜로디는 제목을 따라가듯 무 알코올 음료처럼 심심한 맛이 감돈다. 되찾은 여유와 생동감의 요소는 뚜렷한 특색을 남기지 못한 곡에서 제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성숙한 분위기의 복고 사운드를 택한 수록곡들은 전작 < Eyes Wide Open >과 맥락을 같이 한다. 멤버들의 매혹적인 보컬이 돋보이는 ‘Scandal’은 ‘I can’t stop me’를 잇는 디스코 곡이며 듀스의 이현도가 프로듀싱 한 ‘Sos’는 ‘Say something’과 비슷한 레트로 시티팝을 들려준다. 찰랑거리는 신시사이저 소리로 재미를 준 ‘Baby blue love’ 역시 1990년대 신스팝의 기조를 취한다. 타이틀곡이 기존의 방향성을 비틀었지만 수록곡에 한해서는 그동안 쌓아온 세련된 변화의 흐름을 계속해서 밀고 나간다.

< Taste of Love >는 트와이스에게 치명적이었던 실력 논란에 대해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앨범이다. 타이틀곡을 제외한 전 수록곡에 멤버들이 단독으로 작사에 참여했고 그들의 역량에 맞는 곡들을 수록해 전작의 단점을 보완했다. 안정감을 찾은 멤버들의 보컬에는 생기가 돌아왔고 시원한 멜로디의 곡들과 균형을 이루며 목적의 일부를 달성했다. 하지만 대중은 7년차 걸그룹에게 음악적 성취와 함께 성장의 결과도 기대한다.

– 수록곡 –
1. Alcohol-free
2. First time
3. Scandal
4. Conversation
5. Baby blue love
6. Sos
7. Cry for me (English Ver.)


Categories
KPOP Single Single

트와이스 ‘CRY FOR ME’ (2020)

평가: 3/5

트와이스 판 ‘지킬 앤 하이드’ 같은 곡이다. 상큼 발랄 소녀들이 독한 여인으로 변신하며 박진영과 헤이즈가 합작한 가사는 사랑과 증오 양극단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풀어낸다. ‘마지막엔 Break your heart’, ‘날 위해 목숨까지 바쳐줘 (I want you to die for me)’과 같은 구절이 대표적이다.

‘Ooh-Aah하게’의 이국적인 플루트 세션, ‘Dance the night away’의 브라스처럼 인상적인 지점이 부재하고 기존 곡들에 비해 후렴구의 위력도 덜한 대신 차갑고 건조한 비트와 어두운 신스 사운드가 정교하다. 잘게 쪼개지는 드럼 비트로 질주감을 부각하며 격정적인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이미지 변신보다는 그동안 숨겨왔던 또 다른 면모를 드러낸 히든 트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