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Album KPOP Album

트와이스 ‘Taste of Love’ (2021)

평가: 2.5/5

생동감 넘치던 캐릭터로의 복귀다. 트와이스의 정체성을 만든 컬러 팝과 하이틴 콘셉트의 지속적인 답습은 이들에게 음악적인 변화를 요구했고 ‘Fancy’를 시작으로 과감하게 기존의 스타일을 버렸다. 트로피컬 하우스 장르의 ‘More & more’, 디스코 열풍에 합류했던 ‘I can’t stop me’를 거치며 새로운 경로를 탐색했지만 정착지를 찾지 못한 채 그룹의 통통 튀던 개성은 흐려졌다. 방향성을 고민하던 과정에서 해답을 찾지 못한 트와이스는 결국 이들에게 특화된 콘셉트 위주의 앨범으로 회귀하며 본래의 강점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청량한 여름의 분위기를 품은 타이틀곡 ‘Alcohol-free’는 시종일관 편안하다. 마치 빠른 템포와 난이도 높은 고음을 따라가기 벅찼던 ‘I can’t stop me’에서의 질주 이후 한 템포 휴식을 취하는 듯하다. 보사노바 풍의 살랑거리는 라틴 리듬은 멤버들의 맑은 보컬과 부드럽게 섞이며 한층 느릿한 그루브로 리듬감의 여유를 되찾는다. 무난한 만듦새의 시즌송이지만 평이한 구조의 멜로디는 제목을 따라가듯 무 알코올 음료처럼 심심한 맛이 감돈다. 되찾은 여유와 생동감의 요소는 뚜렷한 특색을 남기지 못한 곡에서 제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성숙한 분위기의 복고 사운드를 택한 수록곡들은 전작 < Eyes Wide Open >과 맥락을 같이 한다. 멤버들의 매혹적인 보컬이 돋보이는 ‘Scandal’은 ‘I can’t stop me’를 잇는 디스코 곡이며 듀스의 이현도가 프로듀싱 한 ‘Sos’는 ‘Say something’과 비슷한 레트로 시티팝을 들려준다. 찰랑거리는 신시사이저 소리로 재미를 준 ‘Baby blue love’ 역시 1990년대 신스팝의 기조를 취한다. 타이틀곡이 기존의 방향성을 비틀었지만 수록곡에 한해서는 그동안 쌓아온 세련된 변화의 흐름을 계속해서 밀고 나간다.

< Taste of Love >는 트와이스에게 치명적이었던 실력 논란에 대해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앨범이다. 타이틀곡을 제외한 전 수록곡에 멤버들이 단독으로 작사에 참여했고 그들의 역량에 맞는 곡들을 수록해 전작의 단점을 보완했다. 안정감을 찾은 멤버들의 보컬에는 생기가 돌아왔고 시원한 멜로디의 곡들과 균형을 이루며 목적의 일부를 달성했다. 하지만 대중은 7년차 걸그룹에게 음악적 성취와 함께 성장의 결과도 기대한다.

– 수록곡 –
1. Alcohol-free
2. First time
3. Scandal
4. Conversation
5. Baby blue love
6. Sos
7. Cry for me (English Ver.)


Categories
KPOP Single Single

트와이스 ‘CRY FOR ME’ (2020)

평가: 3/5

트와이스 판 ‘지킬 앤 하이드’ 같은 곡이다. 상큼 발랄 소녀들이 독한 여인으로 변신하며 박진영과 헤이즈가 합작한 가사는 사랑과 증오 양극단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풀어낸다. ‘마지막엔 Break your heart’, ‘날 위해 목숨까지 바쳐줘 (I want you to die for me)’과 같은 구절이 대표적이다.

‘Ooh-Aah하게’의 이국적인 플루트 세션, ‘Dance the night away’의 브라스처럼 인상적인 지점이 부재하고 기존 곡들에 비해 후렴구의 위력도 덜한 대신 차갑고 건조한 비트와 어두운 신스 사운드가 정교하다. 잘게 쪼개지는 드럼 비트로 질주감을 부각하며 격정적인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이미지 변신보다는 그동안 숨겨왔던 또 다른 면모를 드러낸 히든 트랙.

Categories
Album KPOP Album

트와이스(TWICE) ‘Eyes Wide Open’ (2020)

평가: 2.5/5

기획의 연속으로 이뤄진 아이돌 산업은 활동이 거듭될수록 필연적인 이미지 소모를 동반한다. 최정상에 위치한 그룹일수록 그 선택의 범주는 더욱 한정되기 마련이다. < Fancy You >를 시작으로, 트와이스가 < Feel Special >과 < MORE & MORE >이라는 과도기를 거치며 행복이 가득한 업 템포와 컬러 팝의 에덴동산을 떠나려 한 것은 새로운 정착지로의 이주라는 대목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데뷔 6년 차를 맞이한 그룹은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고, 그것도 꽤 오래전부터 면밀하게 대비를 해온 셈이다.

변화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언뜻 < Eyes Wide Open >은 우수한 전환작처럼 느껴진다. < Twicetagram > 까지의 활동이 개개인의 개성과 그룹 이미지를 위해 철저히 노래를 이용하는 쪽이었다면, 반대로 지금은 노래에 어우러지기 위해 과감히 캐릭터를 포기하는 쪽이다. 확실한 킬 포인트를 선호하던 ‘Cheer up’이나 ‘TT’의 정공법과는 다르게 절제를 중시한 작법은 변주의 폭을 줄이고 모든 멤버를 평탄하게 녹여내며 획일화된 세련미를 공략한다. 한층 어두워진 분위기와 느린 전개 또한 은은한 신비주의 인상을 부여하며 대중의 곁에 있던 국민 그룹을 어느덧 숙련된 집단의 이미지로 도약시킨다.

라틴 팝의 밀고 당기는 요소를 키치하게 조율한 ‘Hell in heaven’과 퓨처 하우스 풍으로 신비감을 주조한 ‘Believer’ 같은 곡이 이러한 의지를 대변한다. 고조 이후 터지는 부분에서 역으로 한 차례 쉬거나, 예상치 못한 굴곡에서 반격을 가하는 포맷으로 ‘후크 멜로디’ 없이도 주도권을 쥐고 흔들 수 있음을 증명한다. 여기에 끈적이는 덥(Dub)을 차용한 ‘Bring it back’과 담백한 기조의 ‘Handle it’ 같은 곡을 선보이는 등 확실히 이전에 없던 사운드적 성숙, 즉 유연함을 확보한다.

그러나 온전히 몰입하기 쉽지 않은 것도 균형을 강조하며 부각된 단점 때문이다. 갑작스레 초기 작풍이 등장하는 ‘Shot clock’은 이질감이, 아리아나 그란데와 위켄드의 곡 ‘Love me harder’가 연상되는 ‘Behind the mask’는 기시감이 피어오른다. 무엇보다 타이틀 ‘I can’t stop me’가 대표적이다. 두아 리파의 ‘Physical’을 노골적으로 레퍼런스 삼아 디스코 열풍에 탑승한 이 곡은 앨범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작풍과 심히 겉도는 데다 부족한 차별성을 극복할 만큼 독자적인 매력을 지니지도 않는다. 되려 급박한 속도감을 멤버들이 따라갈 수 있을지 불안할 뿐, 차라리 느린 기조로 시티팝을 천천히 녹여낸 ‘Say something’의 예시가 모범적이다.

임팩트를 지양하려는 태도 역시 심심한 구간을 낳기도 한다. ‘Up no more’는 코러스의 강렬한 등장에 비해 맥없는 벌스로 이어지며, 반대로 긴장감 넘치는 고조 단계를 거침에도 하이라이트에 있어 큰 화력을 내지 못하는 ‘Go hard’의 브라스 사운드 등이 그렇다. ‘Queen’의 경우에는 앨범 내에서 자가 반복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청취에 있어 크게 이질감은 없으나 뚜렷한 인상을 남기는 데는 실패한다.

앨범은 순도 높은 변화를 위해 그룹의 탄생 배경에 있는 ‘컬러’를 삭제하고 ‘몰개성’을 택한다. 다사다난하면서도 반전을 위해 달려온 행보 속에 의도치 않았더라도 격동하는 생명력이 있었다면, < Eyes Wide Open >이 지향하는 고급화 전략에는 특유의 완결적 면모 때문에 앞으로 펼쳐질 ‘트와이스 2막’의 선포보다는 골수팬들에게 선사하는 ‘고풍스러운 커튼콜’이라는 인상이 든다.

커리어 중 사운드 가공 면에서 손에 꼽히는 작품임에도 다음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이 좀체 들지 않는 이유다. 자꾸 전작 < MORE & MORE >을 되짚어 보게 되는 것은, 어쩌면 두 작품 모두 공통적으로 변화의 유토피아를 꿈꾸고 준수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이번 앨범에는 살아 숨 쉬던 아홉 멤버들, 그리고 트와이스 자체의 생동감이 옅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수록곡 –
1. I can’t stop me
2. Hell in heaven 
3. Up no more
4. Do what we like
5. Bring it back
6. Believer 
7. Queen
8. Go hard
9. Shot clock
10. Handle it 
11. Depend on you
12. Say something 
13. Behind the mask

Categories
Album KPOP Album

트와이스(Twice) ‘MORE & MORE ‘(2020)

평가: 3/5

‘Yes or yes’ 이후 데뷔 5년 차를 맞아 트와이스는 이미지 전환을 시도하며 장기전을 대비했다. 순탄하진 않았다. 블랙아이드필승을 믿은 ‘Fancy’는 외관만 바뀌었을 뿐 그 속 그룹은 여전히 앳되어 부조화스러웠고, ‘Feel special’의 서사는 설득력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으나 곡을 담당한 박진영의 존재감이 꽤 짙었다. 하지만 타이틀에서 헤매긴 했어도 수록곡, 앨범 단위로는 꾸준히 해외 작곡가들과 협업하며 도회적이고 세련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도입하고 있었다.

이상의 체질 개선 과정을 거쳐 그들은 < MORE & MORE >로 안정적인 모델 구축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 2010년대 케이팝 신에서 자주 얼굴을 비춘 해외 작곡가들과 더불어 자라 라슨, MNEK, 줄리아 마이클스 등 저명 팝 싱어송라이터들이 참여한 이 앨범은 현재 기성 팝 신의 결과물이라 해도 이견이 없을 정도의 현지화 수준을 들려준다.

다소 실험적인 퓨처 팝 성향이 강했던 전작들과 달리, 2000년대 초중반 유행했던 팝 멜로디와 트로피컬 하우스, 신스팝, 트랩, 뉴 잭 스윙 등 전체적으로 복고적인 틀 아래 다양한 장르를 가져왔고 그 완성도가 답습을 넘어 지속 가능한 협업과 생산의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과감한 투자로 힘을 싣되 그 운용법은 여유롭다. 정갈하고 차분한 사운드 구조의 트로피컬 하우스 곡 ‘More & more’는 발랄한 아드레날린과 번잡한 사운드 샘플을 상당수 걷어내고 필요한 만큼의 소리만을 담아 깔끔하고 잘 다듬어졌다. ‘Oxygen’도 보컬과 최소한의 곡을 구성하다 훅 부분에서 역동적인 베이스 루프를 전개하며 짜임새를 갖추고, ‘Make me go’의 경우 아예 메인 베이스 리프와 보컬을 뼈대로 두어 강조할 부분을 확실히 부각한다. 

반대로 라틴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뭄바톤을 결합한 ‘Firework’의 경우 깔끔한 프로덕션과 믹싱을 통해 자칫 번잡할 수 있는 요소들을 조화롭게 정돈하고 있다. 뉴 잭 스윙을 가져온 ‘Sweet summer day’도 애시드 재즈 풍 피아노 루프 위 이질적이지 않은 구성이 빛난다.

남은 과제는 이 매끈한 결과물을 그들의 것으로 체화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몇몇 엉성한 부분이 포착된다. ‘More & more’의 경우 MNEK의 깔끔한 프로듀싱과 해외 작곡가들의 멜로디, 브레이크까지 매끄럽게 진행되다 어김없는 ‘JYP 스타일’ 랩 파트에서 급격히 긴장감이 떨어진다. 관성을 탈피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굳이 랩 파트를 넣어 애매함을 남긴다. 

신비로운 테마 아래 ‘Make me go’와 ‘Shadow’에선 전작의 ‘Love foolish’처럼 만족감을 안기는 데 반해 시작부터 힘찬 브라스로 출발하는 ‘Don’t call me again’은 후배 그룹 있지에게 더 어울린다. 만듦새와 별개로 디렉팅 과정에서 보다 정교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 MORE & MORE >는 트와이스의 향후 국내 활동과 JYP 엔터테인먼트의 앞날에 하나의 준거점이 될 수 있는 작품이다. < Fancy You >와 < Feel Special >, 더불어 2019년 한 해 소속 그룹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트렌드에 뒤쳐진’ 인상을 뒤집기 위해 노력했던 결실이 뚜렷한 성장의 테마 아래 트렌디한 팝 사운드를 더하는 방식으로 갈무리된 모습이다.

잘 닦아둔 활주로 위 드디어 어느 정도 연착륙에 성공한 트와이스는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그러니 한 번 더’를 외치며 완성형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 수록곡 –
1. More & more
2. Oxygen
3. Firework
4. Make me go
5. Shadow
6. Don’t call me again
7. Sweet summer day


★★☆

트와이스(Twice) ‘Feel Special'(2019)

Categories
Album

트와이스(Twice) ‘Feel Special'(2019)

평가: 2.5/5

박진영이 있기에 트와이스는 ‘스페셜’하다. 지난 4년 동안 쉴 틈 없이 달려온 케이팝 최전선 아이돌 그룹의 현재, 멤버 미나의 휴식 선언과 지효의 열애설 등 복잡했던 배경을 ‘세상이 아무리 날 주저앉혀도 / 아프고 아픈 말들이 날 찔러도 / 네가 있어 난 다시 웃어‘라는 노랫말로 진솔히 풀어낸다. 가끔 투박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런 비즈니스 이면의 진심 어린 접근이 여타 3대 기획사와 차별되는 JYP만의 강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Feel special’을 특별하지 않게 만든 존재 역시 박진영이다. 해외 작곡가들과 함께 구축한 투스텝 하우스 사운드는 세련된 데 반해, ‘Signal’과 마찬가지로 멜로디 라인이 구식이다. 원더걸스, 미스에이까진 유효했던 JYP 특유의 마이너 코드 선율이지만 2019년의 트와이스에 어울리진 않는다. 달콤함과 차가움 사이서 길을 잃었던 ‘Fancy‘에 비해 확실한 성숙을 지향하며 일관된 모습은 있으나, 그 완성도나 표현의 방법은 역대 트와이스의 곡 중 최하위권이다. 

반면 앨범은 꽤 들을 만하다. 타이틀 트랙이 만들어놓은 쓸쓸하고 차분한 분위기 아래 도회적이고 시크한 일렉트로 팝을 잘 배치한 덕이다. 해외 작곡가들의 대거 참여로 ‘Feel special’과 비교할 수 없는 세련된 맛이 있으며, 멤버들의 가창은 어리숙했던 < Fancy You >와 비교해 발전한 모습을 보인다. 

클린 밴딧(Clean Bandit)을 연상케 하는 ‘Rainbow’는 묵직한 베이스라인과 청량한 건반 및 보컬을 대비하여 힘찬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라이언 전의 ‘Get loud’에선 휘파람 소리와 더불어 멤버들의 가라앉은 보컬이 차가운 무드를 조성하고, 그 흐름은 트랩 비트와 2000년대 초 신스 팝을 교배한 ‘Trick it’에서도 성공적으로 이어진다. 다만 흥을 깨는 어리숙한 랩과 ‘Trick it’ 추임새는 없는 것이 더 좋았다. 심은지가 작곡한 ‘Love foolish’는 단연 ‘시크 트와이스’의 최고 곡 중 하나.

여러 모로 부족했던 < Fancy You >를 발판 삼아 트와이스의 관성을 깨고자 노력한 모습이 들린다. 전작처럼 구성이 어설프지 않은 데다 새로운 서사를 잘 도입한 덕에, 특별한 지점은 없어도 자연스레 그룹의 새로운 전기를 그릴 수 있게 됐다. 팬덤 원스(Once)에게는 더욱 애틋할 성장 스토리다.  

다만 그 변화를 주도한 인물이 박진영이라는 사실이 딜레마다. 팀 내외 이슈가 겹치며 흔들릴 수 있었던 상황을 ‘JYP 찬스’로 잘 해결했다고 볼 수 있지만, 성숙과 세련된 모습으로의 전환에 ‘Feel special’은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블랙아이드필승과 JYP의 익숙한 문법은 여기까지만. ‘Dance the night away‘나 ‘Breakthrough’ 같은 타 작곡가의 작품이 트와이스의 ‘스페셜한’ 앞날에 더 어울려 보인다. 

– 수록곡 –
1. Feel special
2. Rainbow
3. Get loud
4. Trick it
5. Love foolish
6. 21:29
7. Breakthrough (Korean 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