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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Lost cause’ (2021)

평가: 3/5

‘한심한 놈’이라는 뜻의 ‘Lost cause’는 7월에 발표할 2집 < Happier Than Ever >에 수록될 네 번째 싱글이다. 신비로운 느낌의 알앤비곡 ‘My future’와 빌보드 싱글 차트 2위까지 오른 ‘Therefore I am’, 포크 색채의 ‘Your power’까지 다채로운 스타일을 선보여 정규 음반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재즈의 터치가 들어간 트립합을 시도한 이 곡은 전반적으로 느긋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젊은이들은 빌리 아일리시가 자기 세대의 불안과 고민을 솔직하게 얘기하며 자신의 정서를 대변해주기 때문에 열광한다. 그 기조를 유지한 이 노래에서 그는 독기를 품은 채 전 남자 친구를 디스하고 귓가에 바싹 붙은 목소리로 감정이입을 유도한다. 뮤직비디오 속 빌리는 아무렇지 않은 듯 친구들과 홈파티를 즐기지만 묘하게 구슬픈 신시사이저의 음색이 겹치며 감정의 양가성을 드러낸다. 홈파티도, 날카로운 직설 화법도 한 때 마음속에 들어왔던 사람을 몰아내기 위한 방편일 뿐. 여러 장르를 선보인 선공개 곡들에서 역시나 도드라지는건 빌리 아일리시라는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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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Therefore I am’ (2020)

평가: 3/5

빌리 아일리시 신드롬은 유연함에서 기인한다. 물론 1집의 유례없는 흥행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테지만, 독보적인 고딕풍의 일렉트로 팝 이후 전혀 다른 궤도를 가진 세 장의 싱글을 순차적으로 발매하면서도 명실상부한 팝스타로서의 인기를 지속했다는 점이 그렇다. 한 마디로, 매너리즘에 귀속되지 않고 변화를 자유자재로 누리면서도 늘 기대에 부응하는 느낌이랄까. ‘bury a friend’의 으스스한 작법으로 복귀한 ‘Therefore I am’이 놀라웠던 점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실로 간단한 구성을 자랑한다. 따지고 보면 정직한 템포의 드럼과 낮게 깔리는 뭉툭한 베이스, 그 위로 올라타는 왜곡된 빌리의 읊조림으로만 채워진 모양새다. 딱히 특별하다 할 부분은 없지만, 그만큼 그를 상징하는 대표 요소로만 간결하게 채워진 모습이기에 가장 정석적인 팝 넘버처럼 보이기도 한다. 모호한 대상에게 평소 억눌린 생각을 토로하려는 듯한 가사 때문인지 어쩌면 메시지를 최대한 널리 알리기 위해 가장 잘 알려진 스타일을 빌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음침하고 미묘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내며 작풍을 택한 의도를 충족하고 있지만, 조금 욕심을 부려 기준을 높이자면 1집이 지닌 반향에는 못 미치는 결과물이 아닌가 싶다. 뚜렷한 포인트가 없는 것이 포인트라면 이해는 되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일말의 변주조차 없는 안일한 구성은 분명 재미를 반감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 만약 후속작 사이의 공백을 채우는 용도라면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한 징검다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