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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SURL) ‘Of Us’ (2022)

평가: 2.5/5

반년 앞서 먼저 공개했던 싱글 ‘한바퀴‘로 예고한 설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이다. 데뷔한 지 어느덧 4년이 지난 시점, 경연 프로그램 <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 >의 준우승으로 이끌어낸 스포트라이트에 발맞춘 전략이다. 시의적절한 기획과 함께 본격적으로 눈도장을 찍는다.

일찍부터 주된 강점으로 지목되던 연주력이 이번 작에서도 돋보인다. 탄탄한 멤버들의 역량이 상대적으로 성대해진 규모를 꽉 붙잡으며 쫀쫀한 흡인력을 유지한다. ‘What you say’의 화려한 기타 솔로나 ‘What time is it now’의 현란한 아웃트로 등 자칫하면 산만해지기 쉬운 요소가 허술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세심하면서도 지나치게 감상에 젖지 않는 가사의 모호한 매력은 신보에서도 유효하다. 그러나 여전히 문장 나열에 그치는 납작한 영어 표현이 작지 않은 단점이다. 세계화 전략이 비단 아이돌만의 전유물은 아니고, 설의 경우 해외에서 나름의 성과도 있어 근거는 충분하나 감흥을 해치면서까지 굳이 안고 가야 할 요소인지는 의문이다.

짜릿한 리듬 위를 염세적인 태도로 수놓은 ‘9지하철’이나 나른하면서도 경쾌했던 ‘Dry flower’만큼 한방이 없어 아쉽다. ‘Rope’나 ‘Firework’ 등이 비슷한 결로 자리하나 상대적으로 미약한 멜로디에 마땅한 추진력을 얻지 못한다. 그 때문에 전반적으로 고른 완성도와 진한 감수성에도 쉽사리 뚜렷한 인상이 남지 않는다.

첫 정규 앨범에 대해 직접 ‘지난 시간 동안 쌓아온 음악의 집합체’라 표현했듯, 제목처럼 < Of Us >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보다 익숙히 드러난 밴드의 모습을 재구성한다. 누구나 숨 고를 타이밍은 필요한 법이나 늘 현재진행형으로 달리던 이들이 잠시 쉼표를 찍었다는 사실이 조금은 야속하다. 현상 유지도 좋지만, 도약을 위해서는 가속 페달을 조금 더 밟을 필요도 있다.

– 수록곡 –
1. Rope
2. What you say
3. Every day
4. Firework
5. You’re fire
6. What time is it now?
7. Walking in dream
8. 동산
9. Fall
10. 한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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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SURL) ‘한바퀴’ (2022)

평가: 3/5

첫 번째 정규 앨범 < Of Us >의 발표를 앞두고 공개한 싱글인 만큼 브릿팝과 슈게이징을 비롯한 이전까지의 주된 레퍼런스를 유지했다. 변화는 가사에서 감지된다. 삭막한 현실에 체념하거나 아예 도피를 떠나던 밴드는 이제 캄캄한 방 안에서도 환상의 달나라를 꿈꾸는 법을 배웠고, 허탈하게 들리던 목소리에는 어느덧 희망의 달빛이 감돌고 있다.

2030세대의 시대정신이 된 우울과 공허함을 어루만지는 가사와 몽롱한 기타 톤의 조합에서 피어난 기시감은 아직까지 자욱하다. 그러나 정규작이라는 도약의 시점에서 억지로 뽐내기보다 오히려 더욱 소박하게 갖춘 자세가 설이 갖춘 장기적인 안목을 드러낸다. 계속해서 이어질 밴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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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SURL) ‘Aren’t You?'(2018)

평가: 3.5/5

거친 질감으로 질주하는 ‘9지하철’은 근래 최고의 오프닝 트랙이다. 간단한 대칭 구조를 설계한 다음 디테일의 변주를 통해 퇴근길 ‘지옥철’을 실감 나게 묘사해나가는 솜씨가 근사한데, 투박하게 내뱉는듯한 메시지도 높은 흡인력을 가졌다. 건조한 베이스 리프로 ‘살과 살이 부딪치는’ 열차 속을 버티다 ‘문이 열리면서’ 에너지를 분출해내고, 리드미컬한 컷팅으로 신경질적인 심리 변화를 그려나가다 무력한 코러스로 종착지를 기다린다.

1998년생 동갑내기 4인조 밴드 설(SURL)의 시각은 꾸밈없이 젊다. 그 세대가 향유했던 얼터너티브 록과 블루스, 브릿팝의 영향을 숨기지 않는 이들은 과장 없는 시각으로 개성을 만들어나간다. 무기력한 로파이(Lo-Fi) 테마를 받치는 에너지와 캐치한 멜로디 제조 능력으로 클리셰의 함정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것이 인상 깊다.

제목과 스타일, 메시지 모두에서 존 메이어의 초기 커리어를 연상케 하는 ‘The lights behind you’는 튼튼한 연주력이 빛난다. 타이틀 ‘눈’은 브릿팝의 감성을 팝적인 파워 코드로 풀어내며 익숙함을 확보한다. 뉴웨이브 트랙 ‘Candy’는 언뜻 < 22 >의 혁오와 겹쳐 보이지만 잔향 가득하고 선명하지 않은 사운드가 다르다.

밴드는 슈게이징 드림팝의 짙은 소리 안개를 의도하면서 명료한 설호승의 목소리로 멜로디 역시 놓지 않는다. 둔탁한 드럼 인트로와 대비되는 하늘하늘한 기타 리프, 힘찬 코러스를 교차해서 달려 나가는 ‘Like feathers’가 그 증명이다. 익숙함을 바탕으로 개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인데 약간의 기시감은 있어도 긍정적이다. 복잡하지 않고 얽매이지 않아 좋은 청춘의 이야기(說).

  • – 수록곡 –
  1. 9지하철
  2. The lights behind you
  3. Candy
  4. Like feath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