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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블랑코(PAUL BLANCO) ‘Summer’ (Feat. 비오) (2022)

평가: 4/5

프로듀서, 래퍼, 보컬을 넘나드는 멀티 플레이어 폴 블랑코의 여름은 마냥 화사하지 않다. 전작 < Promised Land >나 < Lake Of Fire > 시리즈처럼 무겁고 음산하진 않지만, 화자는 ‘내가 아닌 저 사람과 새 삶을 만들어가지마’라고 독백하며 이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외로움에 허덕이는 이를 달래는 것은 청량한 사운드와 멜로디다. 통통 튀는 신시사이저는 특유의 계절감을 더하고 그 위의 캐치한 후렴이 곡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린다. 같은 구절을 번갈아 주고받는 신예 래퍼 비오와의 합도 감상 포인트. 탁하면서도 감미로운 폴 블랑코의 알앤비 보컬과 익살스러운 소년미를 겸한 비오의 미성은 뚜렷한 대비를 이루며 자칫 음울할 수도 있는 트랙에 묘한 흥겨움을 주입한다. 먹구름 사이로 드리우는 두 신성의 빛줄기, 우중충한 장마철 빗소리에 상쾌한 리듬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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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드 밀리(Kid Milli) ‘Summer (Feat. 박재범)’ (2022)

평가: 3.5/5

프로듀서 드레스와의 합작 < Cliché >로 2021년을 정리했던 키드 밀리가 ‘hip hop 씬에 godfather’를 등에 업고 돌아왔다. 2분 남짓 하는 트랙 안에서 키드 밀리가 간결하고 가라앉은 투로 비트를 예열하면, 피쳐링의 가면을 쓴 주인공이 이때다 싶어 랩을 쏟아낸다. 주객전도. AOMG, 하이어 뮤직 대표에서 내려와 큰 짐을 덜면서도 필요 없는 겸손은 버리고, 속시원하게 능력을 뽐내면서도 전 CEO답게 본인이 증류한 소주를 가사로 엮었다. 자신의 견고한 위치와 함께 스스로 시사했던 은퇴가 부족함 때문이 아님을 한마디로 정리하며 박재범과 키드 밀리의 이유 있는 자리바꿈을 환영한다. ‘은퇴할 때 그러겠지 제발 떠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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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룬티어스(The Volunteers) ‘The Volunteers’ (2021)

평가: 3/5

너바나, 크랜베리스, 소닉 유스, 오아시스를 좋아하던 이들의 음악적 취향은 백예린이 프런트맨으로 이끄는 록 밴드 발룬티어스로 결집된다. 백예린과 영혼의 파트너 구름, 드러머 김치헌과 밴드 바이바이매드맨의 조니로 뭉친 4인조는 2018년 사운드클라우드에서의 첫 등장만으로 큰 이목을 끌었고 데뷔작을 발매하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을 고대하게 만들었다. 오랜 기다림을 깨고 모습을 드러낸 첫 정규작은 EP로 미리 공개했던 여섯 곡에 밴드의 정체성을 선명히 해 줄 네 곡의 신곡을 추가하여 본격적으로 밴드의 색깔을 수놓는다.

관전 포인트는 팝 알앤비 보컬리스트로 이미 큰 성공을 거둔 백예린이 로커로 변화한 모습이다. 일찍이 < Our Love Is Great > 앨범의 밴드 세션이나 ‘Square’ 같은 곡을 통해 록과 맞닿아 있는 음악 취향을 드러낸 그는 록 뮤지션으로서의 열망을 밴드의 데뷔작을 통해 실현했고 기존의 여리여리하고 부드러웠던 음색도 변화를 주었다. 거친 질감의 밴드 사운드 ‘Let me go!’와 같은 곡에서 정제되지 않은 음색으로 시원하게 내지르는 가창의 변화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앨범의 전반적인 지향점은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과 그런지다. 이들에게 영향을 준 세기말 밴드 사운드에 백예린의 팝적인 보컬이 녹아들어 발룬티어스만의 스타일을 구현한다. 펑키(Funky)한 기타 리프와 경쾌한 드럼 비트가 이끄는 첫 번째 트랙 ‘Violet’은 마치 록적인 선언이라도 하듯 오프닝을 강렬하게 장식한다. 퍼지 톤의 리듬 기타 연주가 돋보이는 ‘Pinktop’, 오아시스를 떠오르게 하는 브릿팝 사운드의 ‘Time to fight back in my way’ 등 다채로운 작법으로 이들이 생각하는 록의 느낌을 자유롭게 그린다.

전통적으로 록 음악에 담긴 저항 정신을 반영하듯 노랫말의 표현 또한 직설적이고 날이 서 있다. 심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노래한 ‘S.A.D’는 벅차오르는 배킹 기타 위로 분노를 터뜨리며 야성적인 보컬과 스포티한 밴드 사운드의 ‘Medicine’ 역시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반항적인 가사가 돋보인다. 핑크 탑을 입은 남자를 소재로 사회적인 편견을 지적한 ‘Pinktop’은 취향과 자유로 귀결되는 밴드의 방향성도 드러낸다.

록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새롭거나 특별한 앨범은 아니다. 록의 원형을 추구하기보다는 팝의 색깔도 섞여 있으며 비슷한 스타일을 구가했던 여러 아티스트들을 떠오르게 한다는 점에서 신선하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이 음반은 마이너한 장르를 소비하지 않는 세대에게 록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고 마니아층에게는 과거를 향한 향수를 자극한다. 대중성이 강한 젊은 뮤지션이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취향을 밀고 나가는 패기와 자유분방한 색채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 The Volunteers >는 의미 있는 시작점이다.

-수록곡-

  1. Violet
  2. Pinktop
  3. Let me go!
  4. Time to fight back in my way
  5. Radio
  6. Crap
  7. Nicer
  8. Medicine
  9. S.A.D
  10. Sum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