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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Single Single

싸이(Psy) ‘That that’ (Prod. & Feat. 슈가 of BTS) (2022)

평가: 2.5/5

싸이는 분명 독특했다. 엽기적인 데뷔곡 ‘새’부터 2012년 전 세계를 강타한 ‘강남스타일’까지 B급 정서를 관통하는 ‘싸이월드’를 구축했다. 금기시된 욕망을 까발리며 대중들에 쾌감을 안겼고 명료한 멜로디와 퍼포먼스로 메시지를 각인했다.

‘That that’의 첫인상도 강렬하다. 로데오가 떠오르는 라틴 댄스 사운드가 뮤직비디오 속 서부극을 청각화하고 리드 래퍼 슈가는 쿨한 랩과 공동 프로듀싱으로 싸이의 파트너 역할을 수행했다. ‘That that I like that’의 후렴구도 여전히 중독적이나 반복되는 외침이 끝나면 ‘그래서 무얼, 혹은 왜 좋아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포스트 팬데믹을 낙관주의로 노래하지만 뾰족한 개성이 무뎌진 채 두루뭉술하고 과녁 없는 총질에 공허한 총성만이 뒤따른다.

유쾌한 에너지의 ‘That that’은 후크 송의 조건을 확보했지만, 싸이의 고유성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우리가 그에게 원하는 건 대명사가 아닌 고유명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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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 Single Single

맥스(MAX) ‘Blueberry Eyes (Feat. SUGA of BTS)’ (2020)

평가: 2.5/5

지난해부터 국내 유튜브 가사번역 및 플레이리스트 크리에이터들 사이서 입소문을 타며 친숙해진 맥스(MAX)는 1992년생 뉴욕 맨해튼 출신 모델이자 싱어송라이터다. ‘Acid dreams’, ‘Love me less’, ‘Checklist’ 등 소소한 일상의 감정을 간결하게 노래하는 신예처럼 보이지만 2015년 첫 앨범을 발표한 이래 알앤비, 힙합, 록 등 신세대 싱어송라이터들의 기본 조건인 다양성을 충족해온 경력자다.

새 정규 앨범 < Color My Vision >에 수록된 싱글 ‘Blueberry eyes’는 빠른 템포의 비트와 낭만적인 보사노바풍 기타 리프를 교차하며 달콤한 언어로 아내 에밀리 캐논을 예찬한다. 차분하고 우아하게 흘러가는 곡 중 BTS 슈가의 랩은 발 빠른 리듬에 맞춰 자칫 무던하게 흘러갈 수 있는 곡에 생동감을 더한다. 맥스의 기존 문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독특하진 않고, 보컬과 랩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지만 무난한 러브 송으로의 기능엔 충실하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와 가창 마무리가 곡의 원형에 가깝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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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POP Album

메간 더 스탈리온(Megan Thee Stallion) ‘Suga'(2020)

평가: 3.5/5

부드러운 감언으로 상대를 타이르다가도 갑작스레 폐부를 찌르는 날붙이가 되는 ‘혀’. 그런 혀의 이중적인 면은 래퍼에게는 곧 무기다. 2019년도 발매한 믹스테이프 < Fever >로 이름을 알린 텍사스 출신 래퍼 메간 더 스탈리온(Megan Thee Stallion)은 전면에 크게 그려 넣은 입술과 키스를 의미하는 속어 < Suga >로 ‘혀’의 인상에 불을 지핀다. 마냥 설탕처럼 달콤하지만은 않은 내용물과 말이다.

일차원적으로, 컬트 영화 < 록키 호러 픽쳐 쇼 >의 포스터를 연상시키는 표지로부터 정욕적 색채를 끌어내고, 다음 단계로는 니키 미나즈(Nicki Minaj), 카디 비(Cardi B)가 자주 사용하던 미시 엘리엇(Missy Elliott)식 진취적이고 주도적인 여성상을 주입한다. 재료 하나하나가 전부 도발적이다. 전작에서 묵직하게 자리 잡은 탄탄한 래핑과 여장부 이미지의 두 성분은 착실히 챙긴 데다, 현작에 와서는 강렬한 시각적 요소와 감각적 비트를 버무렸다.

뚜렷한 사운드를 지향한 덕에 다양한 스타일이 쉽게 다가온다. 둔중한 베이스라인이 특징인 트랩 ‘Ain’t equal’과 ‘Savage’. 칼을 꺼내 드는 효과음을 사용한 ‘Captain hook’에서는 독기가 스멀스멀 배어난다. 이후 켈라니(Kehlani)의 피처링이 어우러지는 ‘Hit my phone’과 ‘B.I.T.C.H’는 안정적인 훅 메이킹으로 포용적인 팝 랩을 구현하고,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 팀버랜드(Timbaland) 등 유명 프로듀서의 손길이 닿은 ‘Stop playing’과 ‘What I needed’로는 감각적인 알앤비의 단내를 풍기기도 한다. 메간은 앞서 말한 혀의 이중성을 도구 삼아 마구 내두른다. 매서운 래핑을 쏘아붙이기도, 달콤하게 감싸기도 하기도, 그 과정은 놀랍도록 유연하다.

본래 5월에 발매 예정이던 < Suga >는 소속 레이블과의 문제로 불가피하게 예상보다 일찍 세상에 빛을 보게 된 앨범이다. 우여곡절 가운데 급하게 출시된 작품이기에 짧은 러닝타임의 EP 형태로 나오게 되었지만, 되려 강점을 일축한 수록곡이 부담 없는 압권을 선사한다. 2019년도 XXL 잡지가 뽑은 신예 래퍼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새긴 메간 더 스탈리온은 결국 기대주라는 타이틀 방어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셈. 그뿐인가, 동시에 자극적인 뒷맛을 남겨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감질나게 만들었다.

– 수록곡 –
1. Ain’t equal
2. Savage 
3. Captain hook 
4. Hit my phone (Feat. Kehlani) 
5. B.I.T.C.H. 

6. Rich
7. Stop playing
8. Crying in the car
9. What I needed